일요일 새벽 두 시쯤.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에 접속했다가 포털 싸이트의 기사 헤드라인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오보 아닐까? 물대포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응? 이게 무슨 소리냐구. 며칠 사이 사람들을 잡아간다는 소식을 듣고도 놀라서 나라가 망하려나봐, 그랬는데. 물대포라니. 클릭하는데 정말로 손이 떨렸다.

저녁, 뉴스를 보면서 울었다. 슬픈 건지 무서운 건지 잘 모르겠는 마음이었다. 연행되었던 진중권 선생이 '훈방'(젠장, 누가 누구한테) 되었단 뉴스를 듣고 컴퓨터 방으로 뛰어가 인터넷에 다시 접속했다. '진중권'으로 검색했더니 한홍구 선생의 '건국 이래 최대 국민 MT' 발언이 뜬다. 아프님이 올린 사진에 '온수 줘' '야식 줘' 낙서가 보인다. 순오기님의 (똑똑한 게 분명한) 따님의 메일을 보니 방송하는 여경에게 "노래해" 했단 얘기가 있다. 하여간 우리 나라 보수는 유머 감각이 없는 게 문제라고 우석훈 선생이 그랬던가, 진중권 선생이 그랬던가. 그런데 나는 그 "온수 줘" "노래해"에서 특히 많이 울었다. 이상하게 그 부분이 제일 슬펐다.

(말하기 부끄러운 이유로) 집회에 갈 수 없는 나는 어젯밤,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며 고민했다. 그리고 이럴 때 늘 그래왔듯 정말 제일 시시한 방법이지만, 돈으로 때우기로 했다. 못 가는 대신 돈이라도 내자. 단위는 기본적으로 "주말에 늦게까지 서울에서 놀다가 집에 올 때 내는 택시비"를 기준으로 했다. 나는 현장에는 못 가고 돈만 냈다. 그러니까 나는 그야말로 배후세력. 혹시 저랑 비슷한 사정이 있는 분들. 우리 일단 돈이라도 보태기로 해요.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편히 찾아가시라고 여기에 모아 둡니다. 우리 함께 배후세력이 되어 보아요.

1.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행사 진행비 후원하기 http://www.antimadcow.org

양초를 누구 돈으로 샀냐고 자꾸 물어보나 본데, 아시다시피 제일 많이 사들이는 데가 바로 여기다. 양초가 하나에 110원, 한 번 집회하면 만 개 정도 든다고. 일단 그것만 1,100,000원. 그리고 음향 장비, 무대 차량 등 기계 빌려 쓰는 데도 돈이 드니까 합쳐서 최소 250만원 정도 든단다. 게시판에 보니 이런 글이 있다. "촛불 누구 돈으로 샀냐고 물으시면 저도 돈 보탰다고 말해주세요. 19개월짜리 아들래미 둔 아기 엄마가 냈다고 해주세요. 밖에만 나가면 찻길로 뛰어들고 뛰어다니는 아들 때문에 시위에도 못나가는 못난 아기 엄마가 냈다고 해주세요"

2. 오마이 TV 생중계 시청료 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payment/index.aspx

지난 주말 오마이뉴스로 여러 문의전화가 빗발쳤다지. "이거 진짜예요?" "어디로 가야 돼요?"를 비롯해 "그거 몇 번 채널이에요?"까지. '자발적 정기구독'을 하거나 휴대전화요금 또는 신용카드 대금 등으로 후원을 할 수 있다.

3. 진보신당 칼라 TV 시청료 내기 http://live.cast.kr/onair/single/livecast.php?no=96

써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나는 뭐가 뭔지 잘 모르지만, 필요하다고 해서 또 냈다.  그러면서 다시 든 고민. 아아 나는 정녕 진보신당에 입당해야 하는 것이냐.

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협정무효 고시무효를 위한 국민소송' 함께하기 http://minbyun.jinbo.net/minbyun/zbxe/popup/people_law.html

->하면서 보니까 이거 신청은 오늘 오후 4시까지다. 참가비는 1인당 5천원~만원.

5.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프레시앙이 되기 http://www.pressian.com/support/pressians.asp

우리에게도 신문이 필요하다. 그러고 보니 이들의 "FTA 광고를 싣고 싶지 않다"는 절박한 외침이 새삼스러웠다. ㅠㅠ

 

서울에 살 때, 내가 서울에 산다는 것이 좋은 유일한 순간은, 버스가 시청앞을 지날 즈음 광화문이 내 눈에 들어오는 때였다. 일전에 페이퍼에 쓴 적이 있는데, 나의 사람 보는 기준 중 하나는 광화문에서 삼청동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가,이다. 광화문. 내가 함께하지 못해서, 정말로, 미안하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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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배후세력
    from 고치 2008-06-03 15:12 
    있다. 혼자 다 말아먹었다고는 믿을 수 없다. 철저히 밝혀야한다. 다시 되풀이하지 않도록!
 
 
2008-06-02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3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2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3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2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3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8-06-02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까 넷 뉴스를 보면서 잠깐 울 뻔 했는데, 이게 무슨 감상이야 하고 말았는데, 네꼬님 페이퍼를 보니 그래도 되는 거 같아서 안심이 되요.
돈은 한국 돌아가면 내야겠습니다.

네꼬 2008-06-03 20:45   좋아요 0 | URL
저도 이게 무슨 감상이야, 그랬어요. 그리고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 이게 무슨 기분인 건지. 이대로 나라가 망하는 거 아닌가, 그럼 난 어떻게 먹고살지? 하는 아주 일차원적인 걱정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치니님은 아니겠지만. ㅠㅠ 불안불안해요. 그러고도 세상이 계속 돌아가고 있는 게 좀 의아하기도 하고요.

보석 2008-06-02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배후세력에 동참할래요.

네꼬 2008-06-03 20:46   좋아요 0 | URL
배후세력이 몰려 있을 때 유난히 빛나는 부분이 있다면, 거기 보석님이 계시겠군요.
: )

웽스북스 2008-06-0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마워요 네꼬님

네꼬 2008-06-03 20:46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따라서, to MB 나도 뿡.

2008-06-02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2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2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3 20: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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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8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8 1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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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2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3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2 1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3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넛공주 2008-06-02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제게 남겨주신 엄청 긴 댓글에 또 엄청 긴 댓글 달아놨습니다.성의를 보아 방문해주시압.

네꼬 2008-06-03 20:50   좋아요 0 | URL
으으응, 보았어요, 공주님. 그러니까 나 좋아한단 얘기 아녜요? (나는 참 뻔뻔하기도 하지.)

2008-06-03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3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3 0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3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8-06-03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후가 될게요. 불끈!!

네꼬 2008-06-03 20:58   좋아요 0 | URL
배후 중에 제일 섹시한 배후겠군요, 우리 다락님.
: )
 

1.

미국산 소고기 파동에 참견하지도 못하고, 아침 저녁으로 그야말로 소처럼 일하느라고 입에서 음메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입에서 음메 소리가 나올 지경'이라는 표현을 생각해내고 사실은 혼자 좀 좋아했다. 시의적절한 비유잖아? 그럼 나는 뭐야, 미친 고양이야? 미친 소야? 그러다 든 무서운 생각. 소가 왜 미쳤는데, '미친 소'라는 말을 그리 쉽게 할까, 나는.

그토록 좋아하는 고기를 그럼 끊어야 하는 건가, 라고 생각하다가 나는 나에게 깜짝 놀랐다. 동물을 위해서나 환경을 위해서나, 최소한 육식에 치우친 나의 건강을 스스로 돌보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그저 '미친소'를 먹게 될 걱정에 고기를 끊을까 고민하는 나는 참 시시한 짐승이구나.

'미친소'를 걱정해주고, 이 참에 생태의 문제를 고민해보고, 대안을 찾아보고 싶다. 그런데 미친 정부가 국민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자기들이 할 일을 국민이 하게 하니까, 우리 같은 국민들은 하고 싶은 걱정,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시간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겨레 안수찬 기자가 인권연대에 쓴 글의 이 대목이 오래 생각난다.  

"미국의 미친 소를 다루는 이명박 정부의 허술한 실용주의를 타박하는 것은 두말이 아까울 정도다. 정상적인 보수주의자라면 한국 닭 수입을 금지하는 미국에 대해 연일 비방을 퍼부어야 옳다. AI 조류독감 파동이란 철새에 병원균을 묻혀 반도로 날려 보내는 이웃 나라들의 음모이며, 조류독감에 걸린 닭도 충분히 익혀 먹으면 아무 탈 없으니, 날지도 못하는 닭을 조리하여 식용으로 포장해 수출하겠다는 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떼라도 써야 한다. 그 정도는 돼야 미국의 미친 소와 한국의 감기 닭을 비교급으로 놓고 무역 협상을 벌일 수 있다. 보수주의자들이 그 정도의 역할을 해줄 때, 진보주의자들은 한국의 조류독감과 미국의 광우병 사이에 놓인 ‘생명’의 문제를 짚어 보편적인 생태운동의 차원으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다시 한 번, 보수주의자들이 친미주의자가 되고 진보주의자들이 애국주의자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보수 언론이 ‘미국 소가 한국 소보다 더 위험한 것은 아니다’라는 기묘한 비교급의 기사를 쓸 때, 그것은 분명 비겁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다만 그 안에는 진보주의자들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 아주 없지 않다. 한국 소는 정말 안전한가? 한국인들이 소를 기르는 방식은 미국의 기업적 축산농에 비해 얼마나 더 생태적인가? 현대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생태적으로 기른 소를 먹는다는 일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가난한 사람은 동물사료를 먹은 수입소를 먹고 돈 많은 이는 생태적으로 기른 국산소를 먹는 일의 생명권적인 계급 불평등은 과연 시장의 조절기제에 맡겨 해결해도 괜찮은 문제인가?

....분노가 사색을 짓누른다. 저열한 실용주의가 먹고 사는 실용 그 자체를 무너뜨린다. 하여 오늘은 그냥 거리에 나가 미국 미친 소를 들여오려는 미친 사람들에 대해 미치도록 욕하는 것으로 한국 진보주의자 노릇의 전부를 대체하도록 하자. 언젠가 우리도 미친 소와 감기 닭을 앞에 두고 인간과 동물의 생명권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하면서."  안수찬, <영국 미친소의 추억>중 http://www.hrights.or.kr/note/read.cgi?board=susan&y_number=74&nnew=2

 

2.

오늘, 권정생 선생님 작고 1주기다. 작년 이맘때 나온 수많은 추모의 글 중에서 가장 내 마음을 울린 글 한 편을 여기 복사해둔다.

***

[권정생, 그의 반역은 끝났는가]

경향신문 문화부는 지난 17일 출판사로부터 부음 하나를 전해들었다. 그리고 두어 시간 지나 망자(亡者)를 돕는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영정으로 쓸 사진이 없다면서 경향신문에 게재됐던 그의 사진을 보내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영정으로 쓸 사진 하나 남기지 않고 떠난 그는 누구인가. 평생 살아온 5평짜리 흙담집은 남김없이 헐어 자연상태로 되돌려 놓고, 인세로 들어올 돈은 북한·아시아· 아프리카의 가난한 어린이에게 나눠주고, ‘나를 기념하지 말라’며 나이 일흔이 남긴 흔적을 이 세상에서 말끔히 지워버리려는 그는 누구인가. 권정생. 도쿄 혼마치 빈민가 뒷골목에서 태어났다. 식민지, 분단과 전쟁, 굶주림의 골짜기를 넘은 그는 제대로 배우지도 먹지도 못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나무장수·고구마장수·담배장수를 했고, 10대에 결핵·늑막염·폐결핵·신장결핵·방광결핵을 앓았다. 그래도 살아남아 경상도를 떠돌며 걸식을 했고, 운좋게도 가난한 예배당 종지기 자리를 얻었다. 그의 거처는 예배당 부속 토담집.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운 그 곳에는 찢어친 창호지로 개구리가 들어와 놀다갔고, 잠자는 밤에는 쥐가 발가락을 깨물고 돌아갔다. 그는 거기에서 동화를 썼다.

그리고 어지러운 세상을 담아내기 턱없이 부족한 지면에서도 그의 부음이 한 구석을 차지할 정도로 그는 꽤 알려지게 되었다. 어느새 아름답고 감동적인 글을 쓰는 유명 아동문학가가 된 것이다. 그는 자기 인생처럼 못나고 버림받고, 가난하고 하찮은 것들에 관해 써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의 글을, 이 풍지고 흐벅진 세상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추억의 당의정이 입혀진 ‘힘들었지만, 아름다운 시절’의 이야기로 소비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동화는 세상을 예쁘게 포장한 선물세트가 아니다. 그 것은 그가 살아온 방식도, 글쓰는 방식도 아니다. 그는 전사였다. 그는 살아 숨쉬는 동안 생활이라는 최전선에서 그가 보고 듣고 알고 겪은 모든 모순과 부딪치며 하루도 쉬지 않고 싸웠다. 그는 농민들이 낫과 곡괭이를 들고 착취계급에 저항하다 실패한 역사를 슬퍼했다. 물질이 한정된 세상에서 몇 사람이 풍요롭게 살기 위해 나머지는 가난하고 고통스럽게 사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승용차를 버리면 기름 걱정안하고 전쟁할 이유가 없어지고, 우리가 파병을 안해도 된다고 믿었다. 미국은 절대악이었다. 약탈과 살인으로 강국이 되고, 전세계 인구의 5%가 세계 자원의 50%를 소비하는 미국은 그의 눈에 악마였다. 그리고 그 악에 맞선 테러리즘을 “새끼 빼앗긴 엄마 닭이 적한테 자기 목숨을 내놓고 달려드는” 것처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가!

반공주의와 국가주의의 서슬이 퍼렇던 1985년에는 ‘초가집이 있던 마을’을 썼다. 아버지는 월북하고, 남은 복식이는 동족을 살상하는 무기를 들 수 없다며 징집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 거부가 주제이다. 이게 그가 스스로 꼽은 최고작품이다. 석유·자동차·전쟁·미국·자본주의와 터럭만큼의 타협도 용서도 화해도 하지 않았다. 신채호·장준하·함석헌을 존경하는 그는 히틀러를 죽이기 위해 암살단을 조직한 디트리히 본 회퍼 목사를 닮고 싶어했다. 물론 그는 안중근처럼 권총도 없고, 화염병을 던지지도 않고, 테러를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 이상의 것들을 했다. 저 깊은 곳에서 울렁거리는 분노를 삭이고 녹여, 그 진액을 짜내 시와 동화, 산문을 쓴 것이다. 그는 탐욕과 죽음의 공포로 가득한 이 세상의 전복을 꿈꿨다. 이 세상의 한 구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전체에 대한 반역을 꿈꿨다. 욕망의 체계인 자본주의 한 가운데에서 그는 무욕, 절제, 가난을 무기로 정면 대결했다. 사람들이 그의 베스트셀러 ‘우리들의 하나님’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 모르지만, 31쪽에는 “함께 일해 함께 사는 세상이 사회주의라면 올바른 사회주의는 꼭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가난하고 늙고 병든 아동문학가는 이 사회에서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잘못이다. 버림받고, 병들고 가난한 자가 세상과 잘 어울리다는 것 자체가 기만이다. 그는 매우 위험하고 불온한 사상가였고, 반역자였으며 혁명이 사라진 시대의 혁명가였다. ‘위대한 부정의 정신’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왜 그의 죽음은 인생의 종말이 아닌 평화를 느끼게 할까. 그에게 소멸은 무엇이기에 슬프기보다 아름다워 보일까. 한 줌의 흙, 한 포기 풀과 같이 살았기 때문일까. 그는 “싸움이라는 삶이 끝났을 때라야 평화라는 안식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지지배배 짖던 작은 새가 숲속으로 날아가듯 그는 그렇게 가버렸다. 가장 치열하게 싸운 전사에게만 돌아가는 휴식이다.

-경향신문(2007.05.24)  이대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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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17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노가 사색을 짓누른다' 아~ 정말 우리의 현실을 잘 표현한 말이네요.
작년 5월 17일 내가 '몽실언니' 리뷰를 쓰고 두 시간 후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었죠. 늘 안타까운 마음으로 일생을 힘겹게 살아내신 그분께 평화로운 안식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졌어요. 삼가 명복을 빌며...추모합니다!

네꼬 2008-05-17 13:18   좋아요 0 | URL
저의 완소기자 안수찬, 편집국으로 컴백하면서 글발이 죽지 않았음을 증명해보이더라고요.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신 게 벌써 일년이에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사는 것이 선생님을 잘 기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보았어요.
: )

turnleft 2008-05-1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kbs에서 만든 광우병 관련 프로에서 공장형 축사의 모습을 처음 봤어요. 보다 싼 가격에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 동물성 사료를 먹이고, 고기량을 늘리기 위해 성장호르몬을 주사하고, 운동을 못하게 해 강제로 비만으로 만들어버린 소들이 모습을 처음 본 게지요. 소위 '과학영농'이 의미하는게 무언지, 생산성이라는 말이 뜻하는게 무언지 다시 생각해보니 끔찍하더군요.

그러니까, 결국 이 모든 일이 인간이 탐욕에서 시작된 일이잖아요. 조류독감도 갇혀 살아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닭들을 대량으로 '사육' 하다보니 급속도로 번지게 되는거구요. 2mb 탄핵도 좋고, 정부의 굴욕외교도 비판받아야 하지만, 한 입으로 두 소리하는 기회주의적 보수주의자도 문제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윤을 최고의 가치로 삼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되짚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일전의 황우석 사태에서도 비슷한 맹목을 경험한 적이 있잖아요.

이슈를 따라가는게 언론의 몫이라 치면, 이슈 자체를 넘어서는 보다 근본적인 성찰로 사람들을 이끌만한 정신적 스승이 없다는게 참 가슴 아픈 일이라는 생각이 새삼 드는 요즘입니다...

네꼬 2008-05-17 13:22   좋아요 0 | URL
무척 슬픈 일이에요. 저처럼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너무.. 벽력 같은 일이죠. 그동안 전혀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애써 모르는척 했거든요. -_-

사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환경과 생태를 고려하면서 나도 행복하게 사는 일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당연한 말이지만, 아는 것도 많아야 하고요. 산다는 게 한 순간도 허투루 지낼 수 없다는 사실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정말이지 현대사회는 똑똑해야 착하게 살 수 있으니.

지혜로운 분들이 쓴 책을 읽고 그 분들의 말씀을 듣고 의논해가면서 살고 싶어요. 그런 분들이 누가 있을까. 책 속에서라도 그분들을 깨워 보기로 해요.

Mephistopheles 2008-05-1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혹시...
되새김질도 하지 않으시나요??
소처럼 일하다 보면 밥 먹을 시간도 빡빡해서..
되새김질로...한끼를 해결.....=3=3=3=3=3

네꼬 2008-05-17 13:23   좋아요 0 | URL
나 놀리는 재미 없으면, 메피님 서재 생활 재미의 약 20%는 사라질 거야.
-_-
그러는 줄 알면서, 그래서 놀리는 줄 알면서, 나는 왜 또 넘어가는가!
이리와욧!!! =3=3=3=3=3

치니 2008-05-17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왜 이리 다들 글을 잘 쓰는지, 아유, 오늘도 네꼬님 서재에서 눈시울 뜨끈해지고 갑니다.

네꼬 2008-05-25 00:00   좋아요 0 | URL
다들 왜이러시는지 진짜. -..- 이런 이들 덕분에 좀 후련해지기도 하고 그래요. 그쵸? 이대근 기자의 글은 읽을 때마다 눈물이 좀 나요.

마노아 2008-05-1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뭇 다른 두 글에서 똑같이 반성과 감동을 느껴요. 그게 네꼬님이 올려주어서 더 기쁘기도 하구요^^

네꼬 2008-05-25 00:01   좋아요 0 | URL
저는 마노아님이 그렇게 얘기해주서어 기쁜걸요.
: )

도넛공주 2008-05-18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딴 얘긴데,'미친소'라는 표현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짠해요. 미친건 그따위 사료를 먹이고 상황을 이렇게 만든 인간들인데.소들은 그저 아플 뿐인데.

네꼬 2008-05-25 00:01   좋아요 0 | URL
그게 딴 얘기가 아니에요. 저도 그 얘길 하고 싶었으니까요. 그 아픈 소들을 '적대시'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어지럽게 느껴져요.

2008-05-19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25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탁기에 넣은 양말 한 짝은
두 자루나 있던 플러스펜은
어제까지 잘 쓴 지우개는
커피 집 도장 찍는 쿠폰은
라이터는 
그 많던 머리끈은
 

어디로 갔을까?


-네꼬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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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5-15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배가 고프기로서니....
아무거나 삼키진 마세요.=3=3=3=3=3=3

네꼬 2008-05-15 23:14   좋아요 0 | URL
꽥. 그럼 그게... 다....

ㅠㅠ

(엑스레이 찍으면 갱장하겠어요)

웽스북스 2008-05-15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엔 블랙홀이 있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

네꼬 2008-05-15 23:26   좋아요 0 | URL
집집마다 사무실마다 자동차마다 가방마다 블랙홀.
동지! (덥석!)

순오기 2008-05-16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탁기에 넣은 게 한짝인지 나온게 한짝인지 모르지만, 도대체 한짝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런~~~ 것들이 엄청 많더라누~~~ 우린 다섯 식구!ㅋㅋ

네꼬 2008-05-16 00:24   좋아요 0 | URL
하하, 다섯 명의 양말이라니. 그 집도 갱장! 하하하. 생각만 해도 웃겨요.

웽스북스 2008-05-16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순간부터 스타킹은 (한짝이 사라져도 신을 수 있도록) 똑같은 것들로만 사기 시작하고 ㅋㅋㅋㅋㅋ

네꼬 2008-05-16 00:24   좋아요 0 | URL
동지!(덥석!)2
나도 그래요 나도 나도. (사실은 양말도 쫌...)

순오기 2008-05-16 11:30   좋아요 0 | URL
우리도 그래요~ 같은 걸로 서너 켤레씩 산다죠! ㅎㅎ

네꼬 2008-05-16 20:40   좋아요 0 | URL
누구나 그렇군요. 그런 의미에서 전 펜 뚜껑도 여분으로 팔았으면 좋겠어요. -_-

마늘빵 2008-05-16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은 어디 갔을까?

네꼬 2008-05-16 00:24   좋아요 0 | URL
여깄어요, 나.
ㅠㅠ

다락방 2008-05-16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왓 네꼬님!

너무나 근사한 시예요. 저는 수십개에 이르던 실핀도 추가해요. 늘 몇십개씩 사는데 늘 없어요, 늘.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시야말로 최고의 명시죠. 그런점에서 네꼬님의 시는 성공작이예요. 홋.


에, 저로 말씀드리자면,
시는 뭐, 다 마스터 한 것 같고,
그래서,



작사 작곡을 좀 해볼까 합니다만.

=3=3=3=3

네꼬 2008-05-16 20:42   좋아요 0 | URL
다락님은 뮤즈? (^^)
전 일단은 열심히 시를 쓰고,
또 다락님을 따라서 작사 작곡의 세계로...
--
실핀 똑딱핀 노란고무줄...
블랙홀 품목은 참 다양도 하여라.

나의 시 세계를 이해해주어 고마워요. 하하하.

보석 2008-05-16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차원의 세계로 가는 입구가 집안 곳곳에 있는 게 분명해요. 그렇지 않으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지요. 저도 스타킹은 항상 같은 색으로만 사요; 잃어버려도 떨어져도 걱정 뚝! 머리끈은 그냥 묶음으로 사는 걸로..ㅎㅎ

네꼬 2008-05-16 20:43   좋아요 0 | URL
보석님, 오래간만이에요.

아니 그러니까요, 머리끈을 분명 묶음으로 사뒀는데
왜 항상 없을까요? 내가 일부러 버리는 것도 아닌데.
전 그게 언제나 궁금해요.

무스탕 2008-05-16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이 없어지는 일만 없으면 됩니다 :)

네꼬 2008-05-16 20:44   좋아요 0 | URL
그러쳐! 바로 이런 댓글을 기다린거져!
:)
살랑살랑~

도넛공주 2008-05-1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그게 다 돈이라구요(냉정).

네꼬 2008-05-16 20:45   좋아요 0 | URL
어머!
그러고 보니...... 돈이 아닌.... 게 없군요. (털썩)
부자 고양이가 되려면 블랙홀부터 해결해야 하는 걸까요?

마노아 2008-05-16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초공감이잖아요! 볼펜과 머리끈, 똑딱삔까지, 다 찾을 수가 없어요(>_<)

네꼬 2008-05-16 20:46   좋아요 0 | URL
야무진 마노아님도 이런 걸 잃어버린다니.
역시 내 친구셔!
(속속 막 생각나는데, 어렸을 땐 늘 책받침을 잃어버렸어요. 그건 조그만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L.SHIN 2008-05-16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탁기에 넣은 양말 한 짝은 - 내 방 서랍에 있고,
두 자루나 있던 플러스펜은 - 검/청/적색을 맞추려고 내가 가져갔고,
어제까지 잘 쓴 지우개는 - 쓸데없는 생각 지우려고 내 머리속에 집어넣었고,
커피 집 도장 찍는 쿠폰은 - 공짜 커피 얻어먹을 수 있을까 싶어 내 지갑에 챙겨놨고,
라이터는 - 내가 가끔 라이터를 두고 외출을 해서 담배를 피울 수가 없기에 낼름했고,
그 많던 머리끈은 - 서류 둘둘 말아 묶는데 써 버렸어요.

미안해요.
전부 내가 한 짓이에요.
그 블랙홀이 토해내는 장소가 내 방이었지 뭐에요. 신기한 일이죠.

네꼬 2008-05-17 11:55   좋아요 0 | URL
것봐 것봐, 어디 분명히 모여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쿠션님, "신기한 일이죠"라니! 완전 시침 뚝 떼시는 거네. 당장 내놔요!

L.SHIN 2008-05-18 00:44   좋아요 0 | URL
그럴 순 없겠는데요.
이미 "LS꺼" 라고 이름표를 다 붙여놨걸랑요~ ( -_-)

비로그인 2008-05-16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이들에게 사준 수 백 자루의 연필을 추가하고 싶네요.
학기초마다 사줬던 그 연필들 전부 다른 친구들 필통속에 들어있지나 않나...

네꼬 2008-05-17 11: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연필! 저도 늘 그게 신기했어요. 왜 항상 없어질까. 몽당연필까지 제대로 가본 적이 별로 없다능.

paviana 2008-05-17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블랙홀로 사라지는게 머리끈 뿐이겠어요?
그중에서 제일 찾고싶은거는 나에요.
요즘은 나를 잃어먹고 살고 있어요.

네꼬 2008-05-17 11:56   좋아요 0 | URL
ㅠㅠ
ㅠㅠ
ㅠㅠ

그래서 쓴 시예요. 흙.
 

우선 요 며칠,

저자는 재미있고, 해박하고, 글도 잘 쓰고, 법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이만큼 열린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법조계에 있다는 것이 약간 의아하고 반갑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법'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려고 책을 썼다기에 관심이 갔고, 나도 이참에 법에 관심을 좀 가져볼까 하는 기대로 읽었더랬다. 그런데 막상 우리나라 이야기보다 미국 사례가 많아서 중간쯤부터는 남의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재미난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것까지가 이 책의 몫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역시 딱딱한 건 딱딱하게, 부드러운 건 부드럽게 만나야 하는 걸까? 아님 내가 친절한 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삐딱한 독자인 걸까? -.-

 

알라딘이 서재를 운영하는 방식 때문에 자기 장사가 덜 된다고 생각하는 다른 인터넷서점 운영자들이 꼭 보아야 할 책이다. 사람-책-편지-사람들-책-주문-사람-선물-사연-주문-친구-책-사람-사람......이 어떻게 복잡하게 얽히면서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지, 한번도 만난적 없는 이들이 우정을 어떻게 이어가는지, 책이 왜 좋은 것인지, 책과 먹을 것, 양말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서로의 서재를 드나들며 낄낄대는 알라디너들은 뭐가 그리 좋은 건지, 알게 될 것이다. 사랑스러운 책 『채링크로스 84번지』(헬린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궁리 2004) 진작에 읽고, 또 읽었다. 그녀에게 감사를.

 

심성이 착한 친구 하나를 윽박질러서 이 책을 나에게 사주도록 했다. 늘 좋아했던 책인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한테 이 책이 없어서 그랬다. 테이트 미술관을 처음 들어섰을 때의 기분이 책을 펼치자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그게 몇 년 전인지. 어쩌면 내 인생의 행로를 많이 바꾸어놓은 그 '기분' 때문에 며칠 동안 생각에 잠겼다는 것을 그 착한 친구가 알는지.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앤서니 브라운 지음, 서애경 옮김, 웅진주니어 2004)에서 영국 최고의 그림책 작가 중 하나인 앤서니 브라운이 '앞으로 뭐가 될지 결정한' 그 날을 보여준다. 마지막 문장 "그때부터 나는 어른이 된 지금까지 쭉 그림놀이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는 심지어 뭉클하기까지.

『개똥이네 놀이터』(보리출판사)는 언제나 그렇듯이 아주 재미있는 잡지인데, 특히 이번 5월호에는 어린이날맞이 특별선물로 스티커가 들어 있어서 적어둔다. 보리씨, 고맙습니다. 전 어린이는 아니지만 스티커는 가로챘어요. (꾸벅.)

 

 

그리고 드디어 꽃양배추님께 드릴 말씀:

지지난 주에 잠깐 여행을 갔다가요, 길에서 사진을 한 장 찍어왔어요. 꽃양배추님 생각이 났거든요. 이걸 어떻게 전해드려야 하나, 고민했어요. 꽃양배추님 서재에 직접 올릴 수도 있지만, 혹시 맘에 안 드시면 곤란해지실까 봐요. 어떻게 할까 하다가 슬쩍 이렇게 드리기로 했습니다. 여행길 어느 골목에, 꽃양배추님이 계시더라고요. 반가웠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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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05-03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이렇게 생긴 거였군요, 꽃양배추가...꽃양배추님은 왜 저 식물을 닉넴으로 채택하신걸까, 네꼬님은 왜 네꼬님으로 지으신걸까, 갑자기 궁금궁금.

네꼬 2008-05-03 13:57   좋아요 0 | URL
저게 꽃양배추가 맞다면요...^^ 정말, 양배추가 꽃처럼 예쁜데 자라고 자라서 노란 꽃까지 피웠더라고요. 실제로는 더 예뻤는데 쩝.
꽃양배추님이 왜 그 닉네임을 쓰셨는지, 저는 알지롱. 그분 페이퍼 어딘가에 나와요. "커다란 꽃양배추 같았겠군." 아, 배추님의 그 페이퍼를 떠올리니 저 또 기분이 좋아지는군요. 네꼬가 네꼬인 이유는 굉장히 싱거워요. 히히.

순오기 2008-05-03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 ^^
채링크로스 84번지 급호감~ 찜해요!

네꼬 2008-05-04 15:18   좋아요 0 | URL
급호감~ 하실 만합니다. 그나저나 좋은 소식들(!) 축하드리고... 부러워요. (털썩)

2008-05-03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04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8-05-03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꽃양배추로군요! 아, 저런건가봐요! 한번도 뵌 적 없는 꽃양배추님이 저도 반갑네요. :)

아, 그리고 [행복한 미술관]은 보관함에 넣어요. 우리 네꼬님이 좋다고 하신 책은 정말 좋을거예요. [완득이]도 [클로디아의 비밀]도 다 좋았거든요. :)


네꼬 2008-05-04 15:22   좋아요 0 | URL
저도 뵌 적 없는 꼬장배추님과 딱 마주쳐서 깜짝 놀랐다는.

[행복한 미술관]이 다락님도 기쁘게 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다락님은 그림 보면서 엉뚱한(!) 상상하기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이잖아.

: )

프레이야 2008-05-05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꽃양배추 처음 봐요. 진짜로 있군요~~
네꼬님, 오늘은 어린이날이에요. 그렇다고 뭐 더 즐거울 것도 없는 우리지만요.ㅎㅎ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네꼬 2008-05-08 00:56   좋아요 0 | URL
흑흑. 전 어린이날에도 일을... ㅠㅠ 그렇죠. 제가 어린이도 아니고... 사람인지도 의심스러운 판에... 어린이날 잘 보내셨어요? 사진 많이 찍으시고?
 
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선배가 갑자기 술을 사준다는데 때마침 시간이 맞아서 얼씨구나 달려나가는 저녁, 마을버스를 탔는데 어쩌다 완득이 생각이 났다. 이놈의 자식. 만난 게 언젠데, 몇 번이나 만났는데, 사람 심사 복잡하게 해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계속 신경 쓰이네.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긴 한데.

그런데 ‘완득이’가 뭐야, 완득이가, 촌스럽게. 네이밍 센스 하고는. 소재는 더 한다. 열일곱살, 청춘, 선생님, 어머니, 첫사랑(얼씨구), 싸움짱, 게다가 희망이라니. 부끄럽다 정말.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요즘 살기가 어떤데, 내 나이가 몇인데 나한테 희망을 얘기하니.

 

완득이는 이름만큼 촌스러운 애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엄마가 집에 와서 라면을 먹고 갔는데, 그 라면 그릇이 전과 같지 않단다. 엄마한테 자기 집을 알려준 담임을 찾아가 '씨발' 왜 가르쳐줬냐면서, 고맙습니다, 라고 한다. '이상하게 재수 없는' 윤아의 마음을 확인하고는 하늘을 보고 ‘무슨 구름이 찢어져 있냐’ 며 배를 잡고 웃는다. 죽기를 바랐던 담임을 들쳐업고 병원으로 뛰어가면서 '지금은' 안 죽었으면 좋겠단다. 열심히 신문 돌린 돈으로 엄마한테 새 신발을 사준다. 촌스러워 죽겠네. 킥복싱 한답시고 만날 TKO로 뻗는 주제에, 진 만큼 이겨야 다시 스승님을 찾아뵙겠단다. ‘열등감이 아버지를 키웠을 테고, 이제 나도 키울 것이다.열등감 이녀석, 은근히 사람 노력하게 만든다’ 는 말로, 제가 어른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식이 아주 촌스럽다.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들은, 『완득이』의 표현이 좀 직접적이라고 뭐라고 한다. ‘자기 자리가 아버지 옆인 줄 아는’ 말더듬이 민구 삼촌을 보면서 완득이가 "가끔 저 미련한 사람 때문에 가슴이 뜨겁다.”고 할 때, 왜 난 먹먹하기만 하던데. 결말이 손쉽다고도 한다. 아니, 왜 소년 주인공들한텐 만날 고뇌만 시켜? 아이가 상처를 너무 쉽게 극복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왜? 성장하려면 꼭 아프기만 해야 해? 씨, 혼자 자라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왜 죽도록 고생까지 시키려고 해? 소설인데 뭐 어때! 좋은 얘기만 좀 하면 안 돼?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고 아빠는 난쟁이고, 공부는 못하고 싸움은 잘 하고, 키는 큰데 기초생활수급자고, 아무하고도 말하기 싫은 정도면 됐지. 고뇌까지 해야 돼? (이렇게 줄줄 쓰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입이 나온다.) 그러니까 내 말은! 내 말은! 내가 그만 완득이를 사랑하게 되었단 것이다! 만나지 않고 있는데도 자꾸 그 사람 생각이 난다는 게, 그 증거다. 이놈이 기어이 나를.......



내가 술 얻어먹으러 나가는 길에 어쩌다 완득이를 떠올린 사연은 이렇다;

촌스러운 것 투성이다. 손님이라곤 달랑 세 명인 저녁의 마을버스에서 뒷자리 어린 연인들이 “그 아르바이트 그만 둬, 여름에 너무 더울 거야.” “아니야, 그래도 재밌어.” 하고 소곤거리는 소릴 듣는 게. 차창 밖 가로등에 비친 나무에 새잎이 나는 걸 보는 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지친 퇴근 길 언니 방송을 들으면...” 하는 간지러운 사연이. ‘뱃살 다이어트 30일’ 아래 걸린 ‘음치 탈출’ 현수막이. 그리고 장례식장 불빛이. 그 옆 병원의 ‘암, 낳을 수 있다’ 현수막이. 그런 걸 대하는 나의 뻔하고 촌스러운 감상이, 그렇게 뜨끈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인생이 왜 이렇게 촌스럽냐, 진짜. 당신이 충분히 촌스러운 사람이라면 이럴 때 완득이가 떠오를 것이다. 게다가 가만히 ‘희망’이란 낯 뜨거운 단어까지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한 대 세게 맞아도 싸다. 누가 뭐라고 하건 120% 긍정의 힘만으로 주먹을 날리는 완득이에게 한 대 맞아도 싸다. 당신은 분명히 한 방에 쓰러질 것이다. 볼이 퉁퉁 부어서, 행복하게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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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1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22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23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8-04-2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한테 이 책을 추천하는데 성장소설이고, 고등학생이 나온다면서요, 하고 되묻는통에 어떡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그렇게 말하니깐 어쩐지 뻔하고 우스워 보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그렇게 말하니까 디게 우스워 지는데요, 그런거 아니거든요. 꼭 읽어봐야해요. 읽어보면 생각했던 그런게 아니란걸 알게된다니깐요!" 하고 말이지요.


완득이 좋아요. 정말 좋아요. 그러게요, 왜 고뇌만 잔뜩 시키려고 해요. 그리고 희망을 찾았다고 해서 손쉽게 넘어갔다고 해서 완득이의 고민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고민이었던 건 아니잖아요. 바보들이다, 사람들.

전요,
완득이도 좋고 완득이에 대한 사랑을 넘치게 표현한 이 리뷰도 좋고, 저한테 이토록 눈물나게 아름다운 책을 선물한 친구는 더 좋아요. 더이상 어떻게 좋다고 표현해야 할지도 모를만큼.

네꼬 2008-04-22 18:48   좋아요 0 | URL
"그런 게 아니란 걸 알게 된다니깐요!" 라고 외치는 다락님의 모습이 아주 아주 잘 상상이 돼요. (한대 콱 쥐어박은 건 아니죠?)

너무 쉽고 재미있게 읽히니까 오히려 오해를 받는 것 같아요, 이 소설은. 아니 소설이 재미잇으면 됐지. 공감이 되면 됐지. 감동적이면 됐지. 뭘 더 바라는 거람? (다시 한번 입을 내밀고.)

그리고 원래 좋은 걸 대하면 좋은 사람이 생각나는 법이예요, 다락님.
촌스러운 걸 보면 촌스러운 사람이 생각나듯이.
좋은 봄바람이 부는 저녁 술자리에서, 좋은 사람이 생각나듯이.
그게 그런 거예요, 그렇죠?

다락방 2008-04-22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이런 걸 리뷰라고 할 수 없다면 다락방이 졸리가 아니예요.

(응? 이건 좀 아닌가?)

네꼬 2008-04-22 18:49   좋아요 0 | URL
앗싸아. 이렇게 다락님은 졸리가 되고, 나의 일기는 리뷰가 되는구나~

(그게 왜 아니에요?)

도넛공주 2008-04-22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뭐라고 한 마디 하고 싶은데....으음....꼭꼭 숨어야지.

네꼬 2008-04-22 18:49   좋아요 0 | URL
어딜 가시려고! (냉큼 공주님의 드레스자락을 잡는.)

순오기 2008-04-22 0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득이 촌스런 녀석이지만, 사람은 이런 촌스런 맛이 나야 인간이지 싶어요.
요새 인간같지 않은 인간이 너무 많어서리, 이런 촌스런 완득이를 사랑하고 싶어요.^^
내일 중학교독서회에서 완득이 토론합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만땅!!

네꼬 2008-04-22 18:5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순오기님. 모름지기 사람은 촌스러운 구석이 있어야 사람다워요.
우리가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좋은 말을 하는 것도,
촌스러워서 좋아요, 저는, 정말로 좋아요.
완득이를 중학생 친구들은 어떻게 읽었을까요?
듣자하니 이 소설, 청소년심사단에게도 만장일치로 대상작으로 뽑혔다던데!

순오기 2008-04-23 05:18   좋아요 0 | URL
독서회는 학생들과 하는 게 아니고 어머니독서회라, 엄마들만 15명 정도 모입니다. 중1,3인 우리 애들은 낄낄대며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책 대박일걸요!!^^

네꼬 2008-04-29 09:21   좋아요 0 | URL
앗 그랬군요.
모임은 잘 하셨어요? 부지런한 엄마들!

rainy 2008-04-22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보통의 리뷰라고 할 수 없어요.
그냥 리뷰라고 하기엔 너무 '울컥'하게 만들잖아요 ..
꼭 완득이와 여러날 살붙이고 살았던 기억을 가진 것처럼요.

첫인사네요. 숨어선 여러번 인사했지만^^
반갑습니다 ^^

네꼬 2008-04-22 18:51   좋아요 0 | URL
rainy님, 안녕하세요? (아니 왜 숨어 계셨어요!)
반갑습니다. (어머 나 왜 부끄럽지?)

완득이와 살을 붙이고 살......면 얼마나.... (어머 저 인제 얼굴 빨개졌어요!)

치니 2008-04-22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이런 걸 리뷰라고 안하면, 이런 건 '작품'이라고 해야 합니더.

네꼬 2008-04-22 18:54   좋아요 0 | URL
;;;;;;;;;;;;;
어..어... 그런.. 말씀을....(창피)

nada 2008-04-22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유 능구랭이. 아니 능고양이(?!?).
이런 게 리뷰가 아니면 뭐냐구요.
치니님 말씀처럼 작품 아니면 강력 나이롱 낚싯줄이에요.
네꼬님이 기어이 나를... -_-

네꼬 2008-04-22 19:01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꽃양배추님이다!

능구랭이 좋은데요. 자판으로 쓰고 보니까 더 좋아요. 나 오늘부터 능구랭이예요. (능구렁이와 어감 참 다르네~)
기어이 꽃양배추님을..... 그렇게 하고 만, 네꼬 드림 (울랄라)

무스탕 2008-04-22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말이에요..
고양이면 고양이답게 튕기고 빼는맛도 있고 약도 살살 올려줘야하는데 이렇게 대놓고 '나 이쁘지요~ 나 사랑스럽지요~' 하심 전 꼴까닥 넘어가고 말아요!! >_<
사랑스런 네꼬님께서 사랑하는 완득이가 질투나요, 흥!

네꼬 2008-04-22 19:02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 넘어오세요, 넘어오세요, 저한테 언제든 넘어오세요.
(양팔을 활짝 벌림.)
무스탕님은 참 쉬워요. 전 쉬운 사람이 좋더라. 히히.

Mephistopheles 2008-04-2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말입니다 가끔은 촌시럽고 유치한 것도 생활을 유익하게 한다고 믿는 사람 중에 하나랍니다요.

네꼬 2008-04-22 19:02   좋아요 0 | URL
메피님, 그렇게 말씀 안 하셔도.... 아는데. 촌스러운 분인 거.






=3=3=3

(히히. 좋아서 그러죠.)

Mephistopheles 2008-04-22 20:0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전 양촌리댁 김회장 막내아들처럼 어용스럽게 촌스럽진 않습니다!

네꼬 2008-04-29 09:21   좋아요 0 | URL
양촌리 어용 씨는 말도 마셈. 이젠 보기만 해도 기름이 뚝뚝.. 느끼해 느끼해

L.SHIN 2008-04-22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간, 결국은 결국은 책을 리스트에 담게 만드는 글을 만나게 된다니까.
아무리 신간을 피하려고~ 피하려고~ 당분간은 새 책을 사지 말자고~ 말자고~
결심을 해도 말이죠.
언제 살지 모르지만 담는 이 순간이 좋은걸 어떡해~ (울자 울어)

네꼬 2008-04-22 19:04   좋아요 0 | URL
"울자 울어"

요즘 쿠션님 어휘 감각 아주 좋아요. "사악작렬"도 그렇고.
우리 쿠션님은 도대체 어디서 요런 아이디어를 얻으실까. 반짝반짝.
책을 왜 안 사요. 자꾸 사서 쌓아놓기로 해요. 천장까지 닿도록!

L.SHIN 2008-04-23 00:29   좋아요 0 | URL
아하핫, '난 한국어를 제일 잘햇!' 하고 늘 큰소리 치면서도,
엉뚱한 소리를 해대는데, 어휘 감각이 좋다는 칭찬을 받았다! 우움하핫핫!!
요렇게 어휘 컨디션 좋을 때 글을 써야 하는데..심술궂게도 요럴 때는 또
글을 잘 안 쓰게 된답니다. 쩝..=_=

네꼬 2008-04-29 09:27   좋아요 0 | URL
쿠션님은 언제나 국제적인 감각(!)으로 글을 쓰시니까 언어 신경 쓰지 마시고... (응? 이게 무슨 소리?) 재미난 글 많이 써주세요! ♡

paviana 2008-04-23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도대체 이런게 리뷰가 아니면 무슨 글이 리뷰일까요? 흑흑
실은 안드레아 보첼리를 듣고 온 밤이라서 무언가 글을 남기려고 했다가 이 리뷰보고 급좌절해서 그냥 자러 갈래요. 흑흑

네꼬 2008-04-29 09:32   좋아요 0 | URL
보첼리 보첼리 보첼리 이야기를 해주세요! (으헝. 저도 가고 싶었는데!- 땅을 치며) 그래, 진정 아름답던가요? 정녕 그렇던가요? 훌쩍.

마노아 2008-04-2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참 완득이만큼 씩씩한 네꼬님! 어제는 출판사에서 글 쓰는 언니를 만났다가 네꼬님 생각이 났더랬어요. 오늘 이렇게 리뷰를 만나니 또 너무 반가워요. 이 책을 꼭 사고 말래요!

네꼬 2008-04-29 09:33   좋아요 0 | URL
출판사에서 글을 쓴다구요? (궁금) 글 쓰는 사람들에 대한 미묘한 마음에 사로잡혀 전전긍긍 중인 네꼬.

사는 것도 사는 거지만, 읽으면 진짜 잼남. 마노아님한테도 완소남으로 등극한다는 데 100 걸어요. (100원...?)

프레이야 2008-04-23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리뷰를 읽으면 야옹야옹~ 걀걀~ 소리가 마구 들려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살짝, 발톱을 감추듯 드러내는..^^

네꼬 2008-04-29 09:34   좋아요 0 | URL
발톱을 (감추듯) 드러내는. 드러내는. 드러내는.
으핫. 잘 보셨어요. 제가 이래봬도 사나운 고양입니다. 으르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