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 두 시쯤.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에 접속했다가 포털 싸이트의 기사 헤드라인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오보 아닐까? 물대포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응? 이게 무슨 소리냐구. 며칠 사이 사람들을 잡아간다는 소식을 듣고도 놀라서 나라가 망하려나봐, 그랬는데. 물대포라니. 클릭하는데 정말로 손이 떨렸다.

저녁, 뉴스를 보면서 울었다. 슬픈 건지 무서운 건지 잘 모르겠는 마음이었다. 연행되었던 진중권 선생이 '훈방'(젠장, 누가 누구한테) 되었단 뉴스를 듣고 컴퓨터 방으로 뛰어가 인터넷에 다시 접속했다. '진중권'으로 검색했더니 한홍구 선생의 '건국 이래 최대 국민 MT' 발언이 뜬다. 아프님이 올린 사진에 '온수 줘' '야식 줘' 낙서가 보인다. 순오기님의 (똑똑한 게 분명한) 따님의 메일을 보니 방송하는 여경에게 "노래해" 했단 얘기가 있다. 하여간 우리 나라 보수는 유머 감각이 없는 게 문제라고 우석훈 선생이 그랬던가, 진중권 선생이 그랬던가. 그런데 나는 그 "온수 줘" "노래해"에서 특히 많이 울었다. 이상하게 그 부분이 제일 슬펐다.

(말하기 부끄러운 이유로) 집회에 갈 수 없는 나는 어젯밤,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며 고민했다. 그리고 이럴 때 늘 그래왔듯 정말 제일 시시한 방법이지만, 돈으로 때우기로 했다. 못 가는 대신 돈이라도 내자. 단위는 기본적으로 "주말에 늦게까지 서울에서 놀다가 집에 올 때 내는 택시비"를 기준으로 했다. 나는 현장에는 못 가고 돈만 냈다. 그러니까 나는 그야말로 배후세력. 혹시 저랑 비슷한 사정이 있는 분들. 우리 일단 돈이라도 보태기로 해요.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편히 찾아가시라고 여기에 모아 둡니다. 우리 함께 배후세력이 되어 보아요.

1.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행사 진행비 후원하기 http://www.antimadcow.org

양초를 누구 돈으로 샀냐고 자꾸 물어보나 본데, 아시다시피 제일 많이 사들이는 데가 바로 여기다. 양초가 하나에 110원, 한 번 집회하면 만 개 정도 든다고. 일단 그것만 1,100,000원. 그리고 음향 장비, 무대 차량 등 기계 빌려 쓰는 데도 돈이 드니까 합쳐서 최소 250만원 정도 든단다. 게시판에 보니 이런 글이 있다. "촛불 누구 돈으로 샀냐고 물으시면 저도 돈 보탰다고 말해주세요. 19개월짜리 아들래미 둔 아기 엄마가 냈다고 해주세요. 밖에만 나가면 찻길로 뛰어들고 뛰어다니는 아들 때문에 시위에도 못나가는 못난 아기 엄마가 냈다고 해주세요"

2. 오마이 TV 생중계 시청료 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payment/index.aspx

지난 주말 오마이뉴스로 여러 문의전화가 빗발쳤다지. "이거 진짜예요?" "어디로 가야 돼요?"를 비롯해 "그거 몇 번 채널이에요?"까지. '자발적 정기구독'을 하거나 휴대전화요금 또는 신용카드 대금 등으로 후원을 할 수 있다.

3. 진보신당 칼라 TV 시청료 내기 http://live.cast.kr/onair/single/livecast.php?no=96

써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나는 뭐가 뭔지 잘 모르지만, 필요하다고 해서 또 냈다.  그러면서 다시 든 고민. 아아 나는 정녕 진보신당에 입당해야 하는 것이냐.

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협정무효 고시무효를 위한 국민소송' 함께하기 http://minbyun.jinbo.net/minbyun/zbxe/popup/people_law.html

->하면서 보니까 이거 신청은 오늘 오후 4시까지다. 참가비는 1인당 5천원~만원.

5.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프레시앙이 되기 http://www.pressian.com/support/pressians.asp

우리에게도 신문이 필요하다. 그러고 보니 이들의 "FTA 광고를 싣고 싶지 않다"는 절박한 외침이 새삼스러웠다. ㅠㅠ

 

서울에 살 때, 내가 서울에 산다는 것이 좋은 유일한 순간은, 버스가 시청앞을 지날 즈음 광화문이 내 눈에 들어오는 때였다. 일전에 페이퍼에 쓴 적이 있는데, 나의 사람 보는 기준 중 하나는 광화문에서 삼청동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가,이다. 광화문. 내가 함께하지 못해서, 정말로, 미안하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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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배후세력
    from 고치 2008-06-03 15:12 
    있다. 혼자 다 말아먹었다고는 믿을 수 없다. 철저히 밝혀야한다. 다시 되풀이하지 않도록!
 
 
2008-06-02 14: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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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3 20: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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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2 13: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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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3 20: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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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2 13: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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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3 20: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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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06-02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까 넷 뉴스를 보면서 잠깐 울 뻔 했는데, 이게 무슨 감상이야 하고 말았는데, 네꼬님 페이퍼를 보니 그래도 되는 거 같아서 안심이 되요.
돈은 한국 돌아가면 내야겠습니다.

네꼬 2008-06-03 20:45   좋아요 0 | URL
저도 이게 무슨 감상이야, 그랬어요. 그리고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 이게 무슨 기분인 건지. 이대로 나라가 망하는 거 아닌가, 그럼 난 어떻게 먹고살지? 하는 아주 일차원적인 걱정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치니님은 아니겠지만. ㅠㅠ 불안불안해요. 그러고도 세상이 계속 돌아가고 있는 게 좀 의아하기도 하고요.

보석 2008-06-02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배후세력에 동참할래요.

네꼬 2008-06-03 20:46   좋아요 0 | URL
배후세력이 몰려 있을 때 유난히 빛나는 부분이 있다면, 거기 보석님이 계시겠군요.
: )

웽스북스 2008-06-0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마워요 네꼬님

네꼬 2008-06-03 20:46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따라서, to MB 나도 뿡.

2008-06-02 18: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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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2 18: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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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2 19: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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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3 20: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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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8 12: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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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8 1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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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2 18: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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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3 20: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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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2 19: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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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3 20: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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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공주 2008-06-02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제게 남겨주신 엄청 긴 댓글에 또 엄청 긴 댓글 달아놨습니다.성의를 보아 방문해주시압.

네꼬 2008-06-03 20:50   좋아요 0 | URL
으으응, 보았어요, 공주님. 그러니까 나 좋아한단 얘기 아녜요? (나는 참 뻔뻔하기도 하지.)

2008-06-03 01: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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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3 20: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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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3 0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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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3 20: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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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6-03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후가 될게요. 불끈!!

네꼬 2008-06-03 20:58   좋아요 0 | URL
배후 중에 제일 섹시한 배후겠군요, 우리 다락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