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요 며칠,

저자는 재미있고, 해박하고, 글도 잘 쓰고, 법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이만큼 열린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법조계에 있다는 것이 약간 의아하고 반갑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법'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려고 책을 썼다기에 관심이 갔고, 나도 이참에 법에 관심을 좀 가져볼까 하는 기대로 읽었더랬다. 그런데 막상 우리나라 이야기보다 미국 사례가 많아서 중간쯤부터는 남의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재미난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것까지가 이 책의 몫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역시 딱딱한 건 딱딱하게, 부드러운 건 부드럽게 만나야 하는 걸까? 아님 내가 친절한 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삐딱한 독자인 걸까? -.-

알라딘이 서재를 운영하는 방식 때문에 자기 장사가 덜 된다고 생각하는 다른 인터넷서점 운영자들이 꼭 보아야 할 책이다. 사람-책-편지-사람들-책-주문-사람-선물-사연-주문-친구-책-사람-사람......이 어떻게 복잡하게 얽히면서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지, 한번도 만난적 없는 이들이 우정을 어떻게 이어가는지, 책이 왜 좋은 것인지, 책과 먹을 것, 양말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서로의 서재를 드나들며 낄낄대는 알라디너들은 뭐가 그리 좋은 건지, 알게 될 것이다. 사랑스러운 책 『채링크로스 84번지』(헬린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궁리 2004) 진작에 읽고, 또 읽었다. 그녀에게 감사를.
심성이 착한 친구 하나를 윽박질러서 이 책을 나에게 사주도록 했다. 늘 좋아했던 책인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한테 이 책이 없어서 그랬다. 테이트 미술관을 처음 들어섰을 때의 기분이 책을 펼치자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그게 몇 년 전인지. 어쩌면 내 인생의 행로를 많이 바꾸어놓은 그 '기분' 때문에 며칠 동안 생각에 잠겼다는 것을 그 착한 친구가 알는지.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앤서니 브라운 지음, 서애경 옮김, 웅진주니어 2004)에서 영국 최고의 그림책 작가 중 하나인 앤서니 브라운이 '앞으로 뭐가 될지 결정한' 그 날을 보여준다. 마지막 문장 "그때부터 나는 어른이 된 지금까지 쭉 그림놀이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는 심지어 뭉클하기까지.

『개똥이네 놀이터』(보리출판사)는 언제나 그렇듯이 아주 재미있는 잡지인데, 특히 이번 5월호에는 어린이날맞이 특별선물로 스티커가 들어 있어서 적어둔다. 보리씨, 고맙습니다. 전 어린이는 아니지만 스티커는 가로챘어요. (꾸벅.)
그리고 드디어 꽃양배추님께 드릴 말씀:
지지난 주에 잠깐 여행을 갔다가요, 길에서 사진을 한 장 찍어왔어요. 꽃양배추님 생각이 났거든요. 이걸 어떻게 전해드려야 하나, 고민했어요. 꽃양배추님 서재에 직접 올릴 수도 있지만, 혹시 맘에 안 드시면 곤란해지실까 봐요. 어떻게 할까 하다가 슬쩍 이렇게 드리기로 했습니다. 여행길 어느 골목에, 꽃양배추님이 계시더라고요. 반가웠어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