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책은 하나의 삶에서 무수한 삶으로 들어가는 입구! 나날이 되풀이되는 덧없음의 세계에서 보람과 의미의 세계로 나아가는 문턱! 이것이 없었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단순하고 볼품없었을 것인가! 나는 날마다 책을 펼치며 무수한 삶의 결을 더듬으며 내 마음의 벌판에 의미의 도서관을 짓는다.



자발적 가난 / E.F. 슈마허 외 지음, 골디언 밴던브뤼크 엮음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은 자발적 가난이다. 스스로 많이 갖지 않음으로 가난에 처하는 것, “꼭 필요한 최소의 것으로, 존재의 단순한 골격만으로 부유함의 모든 욕구를 대체”하는 것. 그것은 부와 재산을 향한 탐욕과 이기주의를 추문으로 만드는 창조적 가난이고, 성스러운 가난이다. 그것은 욕구의 절제와 참음에서 비롯되는 평화와 긍지를 주는 유일한 가난이다. 마음에 고요와 평화를 주는 “가난이야말로 내면에서 번져나오는 광채”!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지그문트 바우만


지금 지그문트 바우만을 읽는 일은 통찰력과 지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우리는 넘치는 지식과 정보들, 상호 모순으로 충돌하는 의견과 제안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이 세계는 변화의 중력장 안에 있고, 우리 삶은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세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철학자는 유동하는 근대 세계를 꿰뚫어보고 그 안에 소용돌이치는 변화들, 유행과 욕망들의 의미들을 조근조근 짚어낸다.  



노자―버려서 얻고 비워서 채우다 / 김원중


무인도로 떠날 때 소지할 책으로 단 한 권만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기꺼이 《노자》를 선택하겠다. 내 마음이 움직인 사정은 이렇다. 《노자》는 오래된 지혜의 노래다. 그것이 지혜인 것은 어질고 참된 것이기 때문이다. 《노자》는 비움을 권하고 무위를 따르라고 한다. 《노자》는 질박함을 구하라고 한다. 《노자》는 우주 만물에 작동하는 이치이고, 그 운행의 원리를 말한다. 《노자》는 무위(無爲)의 철학이고, 자연화육(自然化育)에서 만물의 균형과 조화를 찾는 철학이다. 《노자》는 삶의 기술을 가르치고, 다스림의 지혜를 가르친다. 《노자》는 ‘도’와 ‘덕’의 철학이고, 이 철학의 바탕은 자연의 본받음이다. 



위대한 개츠비 / F. 스콧 피츠제럴드


하찮은 사랑에 제 모든 것을 건 한 남자의 비극! 덧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남자, 범죄와 연루된 비밀스런 남자, 속물적인 여자 때문에 결국은 제 모든 것을 잃는 남자! ‘개츠비’는 위대하지 않다. 그런데 작가는 왜 ‘개츠비’를 위대하다고 했을까? 이 불가사의한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악과 나약함, 순정과 욕망이 파열한 듯이 드러난다. 작가는 소름끼치도록 자명하게 인간 ‘본질’을 발가벗긴다. 



신성한 봄 / 강석경


완강한 유교적 인습사회, 예민한 사람에겐 폭력처럼 휘둘러지는 자기모순적 도덕률과 부딪치며 구원(久遠)의 사랑을 찾는 여정은 처연하고도 숭고하다. 그리스의 고대 문명 유적지를 거쳐 로마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사랑의 목마름에 진저리치며 찾는 구도(求道)의 여정이다. 그 귀착점은 어디인가? “인연은 번뇌의 씨앗이라 사랑도 우정도 어떤 인연도 더는 원치 않고 내 속에 잠적해 있다.”는 고백, 다른 편지에 쓴 구절, “내면이라는 원천을 발견하기 바라.”라는 구절에 해답이 있다. 인생의 종착점이 바로 자기 내면으로의 회귀라는 것. 



잘 표현된 불행 / 황현산


한국 문학평론의 정수, 그 봉우리의 위엄을 보여주는 평론집! 이 책에서 시의 결을 섬세하게 더듬는 문장과 시적 사유의 중심을 관통하는 직관의 힘과 만날 수 있다. 시가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좋을 만한 그런 평론집이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적막한 문학평론 분야에서 정말 오랜만에 나온 걸작이다.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 / 데라야마 슈지


어느 사회에나 평지돌출(平地突出)하는 이단, 반항아, 방외인, 미치광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 숫자는 극소수다. 시대와 불화하고, 세상의 익숙한 도덕과 관습에 반항하는 이들! 그들은 주류적 가치관을 생짜로 뒤엎고,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 일본의 문화예술계를 뒤집어놓았던 데라야마 슈지(1935~1983)의 시와 산문들! 



피아노 이야기 / 러셀 셔먼


러셀 셔먼은 피아노에서 시와 철학을 느끼고, 우주를 꿰뚫어 보는 사람이다. 그는 좋은 연주자가 되려면 벌레와 독사, 시와 철학, 소리의 현상학과 인체 공학에 두루 조예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피아노를 아는 것은 우주를 아는 것”이기 때문. 이 “건반 위의 철학자”는 피아노 이야기를 하면서 프로야구와 골프, 밀란 쿤데라의 글과 하이쿠를 끌어들이고, 현란한 은유를 구사한다. 



에필로그 : 책에서 밥과 기쁨을 구했으니, 책읽기는 심약한 자의 정신적 사치가 아니다. 옛 사람은 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가야 할 길의 방향을 가늠하곤 했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읽을 책들을 한 권 한 권 고르고 공들여 그것들을 읽어왔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책을 읽을 것이며, 그렇게 살아갈 내 운명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추천인 : 장석주 (시인, 비평가)


시인이자 비평가, 독서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책, 산책, 음악, 햇빛, 바다, 대숲, 제주도를 사랑하고, 서재와 도서관을 사랑한다. ‘고려원’의 편집장을 거쳐 ‘청하’를 설립해 대표로 일하고, 동덕여자대학교, 명지전문대학,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강의하고, EBS라디오와 국악방송 등에서 ‘문화사랑방’, ‘행복한 문학’ 등의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했다. 고전들에 대한 폭넓은 독서력을 바탕으로 세계일보(2010. 3~2012. 11)에 ‘인문학 산책’을, 월간 《신동아》(2011. 1-2011. 12)에 ‘크로스인문학’을 연재하고, 엠비씨 라디오의 ‘성경섭이 만난 사람들’에서 ‘인문학카페’를 1년 동안 꾸렸다. 《풍경의 탄생》(2005), 《들뢰즈 카프카 김훈》(2006), 《장소의 탄생》(2006), 《이상과 모던뽀이들》(2010), 《일상의 인문학》(2012), 《마흔의 서재》(2012), 《장석주의 크로스인문학?동물원과 유토피아》(2013) 같은 감성적 문장과 인문학적 통찰이 돋보이는 책들을 내며 주목을 받는다. 시집 여럿과 그밖에 책들을 포함해서 70여 권 책들을 써내고, 애지문학상(2003), 질마재문학상(2010), 동북아역사재단의 독도사랑상(2012), 영랑시문학상(2013) 등을 수상한다. 지금은 서울 서교동의 집필실과 안성의 ‘수졸재’를 오가며 다양한 책을 쓰며 살고 있다.  



장석주 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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