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거울 속에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헬렌 맥클로이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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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예전에 비해서 장르소설들이 참 많이 간행되는 것 같단 생각이 든다.2천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고 많은 추리소설 애호가들이 70년대 간행되었다 절판된 동서나 삼중당 하서추리문고를 구하기위해 헌책방을 전전했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이후 많은 출판사에서 우후죽순격으로 추리소설을 간행해서 이제는 오히려 무슨 책을 구입해서 읽어야 하나하는 행복한 고민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많은 추리소설들이 간행되다 보니 추리 소설 애독자의 입장에서 매우 기쁘기는 한데 이른바 본격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입장에서 본다면 한가지 아쉬운 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많은 출판사에서 추리 소설을 시리즈 형식-한 작가의 작품을 시리즈로 내놓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여러 작가의 작품을 예를 들면 OO미스터리 책장식으로 간행하는 것-으로 내놓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일본 추리 소설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물론 일본 추리소설의 질이 영미 추리소설보다 낮다고 비판하는 것은 아닌데 실제 이미 19세기 추리 소설의 태동기부터 영미 추리소설을 번역한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추리 소설의 왕국이라고 할수 있어 작가들의 수준이 매우 높다고 여겨진다.하지만 현재 국내에 번역된 추리소설들중에서 일본 추리소설의 비중이 높은 것은 재미측면에서 훌륭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번역이 수월해서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영미 추리소설이 간행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영미 추리소설은 이미 한참 유행을 지난 퍼즐미스터리 보다는 스릴러나 서스펜스 계열의 작품들이 많아선지 국내에 번역되는 작품들도 이런 위주의 작품이 많아서 개인적으론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영미의 본격 추리소설 황금시대의 작품을 간행하는 출판사는 적은 편인데 70년대의 번역한 작품을 재간한 동서DMB외에 눈여결 볼만한 시리즈는 아마도 엘렉시르의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가 아닌가 싶다.

2012년에 처음 간행된 엘렉시르의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는 출판사의 발간 각오와는 달리 기존의 추리 소설 애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미 타 출판사에서 발행한 책들 위주로 간행되어 아쉬운 감이 적지 않았는데 요 근래에는 오시리스의 눈등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작품들이 많아서 황금시대의 좋은 책들이 더 맣이 번역되길 기대해 본다.

 

엘렉시르에서 초기에 낸 작품들중의 하나가 발 헬렌 맥클로이의 어두운 거울속에란 작품이다.이 작품은 처음 간행된 것은 아니고 80년대 자유추리문고에서 처음 간행되었는데 헌책방에서 구해서 읽었던 작품이었던것으로 기억한다.

이 작품을 어려서 읽었을 적에는 그간 읽었던 홈즈류의 작품과는 달리 좀 음산한 느낌을 주는 고딕풍의 작품이었단 생각이 가물가물하게 드는데 엘렉시르에 새로 발행된 책을 읽어보니 이 책은 전통적 의미의 퍼즐 미스터리보다는 서스펜스에 가까운 작품이란 생각이 다시금 든다.

 

어두운 거울속에는 미국의 상류층 여학생들을 위한 고급 기숙학교의 미술 교사인 포스티나 크레일이 교장 선생으로부터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크레일의 물음에도 교장은 해고 사유를 알려주지 않으면서 다른 학교에 추천서도 써주지 않겠다는 말을 한다.이에 크레일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 학교 동료 기제라는 자신의 약혼자인 정신과 의사 배질 윌링 박사는 포스티나와의 면담을 주선하고 윌링 박사는 포스티나의 대리인으로 교장 선생을 면담한 결과 아주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이후 포스티나를 괴롭히던 같은 학교 선생인 앨리스의 괴이한 살인 사건을 접하게 되면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추리소설에서 드물게 다루는 심령현상을 다루고 있다.물론 괴이한 심령 사건을 주제로 여러편의 명작을 쓴 존 딕슨 카와 같은 작가도 있지만 논리적 추론을 바탕으로 범죄를 해결하는 추리소설과 괴이한 심령현상은 작가의 능력이 뛰어나질 않다면 쉽게말해 케미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두운 거울속에는 심령현상중의 하나인 도플갱어를 다루고 있다. 도플갱어(독일어: Doppelgänger)는 나 자신과 똑같이 생긴 생물체를 뜻하는 독일의 미신으로 자신과 똑 같은 사람을 보게 된다며 죽게 된다고 하는데 도플갱어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소설은 에드거 앨런 포의 월리엄 월슨이 아닌가 싶은데 이처럼 도플갱어는 영미에서 아주 친숙한 개념이지만 한국에서 다소 생소한 개념이라고 할수 있다.

 

저자 헬렌 맥클로이는 남성인 존 딕스 카와는 달리 도플갱어란 심령 현상을 살인과 잘 버무려서 아주 색다른 공포를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는데 특히나 여성만이 알수 있는 여학교 내부의 모습과 그안에서 살고 있는 여학생,하녀,선생님들과의 묘한 심리 관계를 여성 특유의 섬세한 필체로 아주 디테일하게 잘 서술하고 있기에 읽는 내내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다는 착각이 들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작가의 필력탓인지 이 책은 도플갱어란 색다른 심령현상과 살인이 잘 어울려져 읽는 내내와 묘한 공포와 더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도저히 책에서 손을 뗼수 없게 만드는 흡인력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어두운 거울속에는 책 겉표지에 본격추리+심리 서스펜스라고 적혀 있는데 개인적으로 심리 서스펜스는 맞지만 본격추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책은 도플갱어를 이용한 사건의 의외성은 분명히 있지만 이를 해결하는 탐정인 윌링박사가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은 이른바 퍼즐 미스터리 탐정들이 보여주는 논리적 추론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게다가 작가 역시 이점에 대해 독자들에 대한 배려-자세한 정보전달-가 부족하단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의 주요 모티브인 도플갱어는 사실 중요한 트릭인데 그에 대한 정보가 전혀 독자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즉 범인은 포스티나 크레일과 인척관계이면서 놀랄정도로 비슷한 인물로 나중에 밝혀지는데 그전까진 이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습니다.게다가 범인은 실제 윌링박사의 말처럼 포스티나 크레일이 다닌 두 여학교와 연관된 사람으로 나오고 실제 이 두 여학교에도 방문했다고 나옴에도 앨리스란 여선생외에는 이 두 사람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 이 책의 약한 고리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도플갱어란 심령현상을 살인과 연결시킨 작가의 상상력은 놀랍기는 한데 아쉽게도 범인의 살인 동기는 무척 약하단 생각이 든다.물론 포스티나 크레일이 죽는다면 유산으로 상당한 고가의 보석을 받을수 있지만 살인이란 극한의 행동을 저질르기 위한 동기로서 돈에 대한 절박함은 전혀 보이지 않기에 어떻게 보면 그냥 심심풀이로 죽였나 할 정도로 독자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측면이 많단 생각이 든다.게다가 범인은 공범이라고 할 수 있는 앨리스마저 죽이는데 이 역시도 왜 그녀를 죽여야 하는지에 대한 명백한 설명이 부족하단 생각이 든다.단순히 작가가 포스티나 크레일을 죽이기 전까지 워낙 공백이 길어서 그냥 중간에 한명정도 죽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선지 마지막에 탐정인 윌링 박사가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도 추리 소설의 대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다른 퍼즐 미스터리와 달리 좀 맥빠진 분위기라고 여겨지고 탐정의 개성도 잘 찾아볼수 없다.

 

핼렌 매클로이의 어두운 거울속에는 책 겉표지에 쓰인 본격 추리란 관점에서 본다면 아마 낙제점에 가까운 별점을 받을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또한 책 겉표지에 쓰인 심리 서스펜스란 관점에서 본다면 일급의 작품이라고 여겨진다.이 책은 추리소설중에서도 서스펜스 계열의 작품이다. 서스펜스(Suspense)는 불안정한 심리 또한 그러한 심리 상태가 계속되는 모습을 그린 작품들을 가리키는데 독자들은 책속의 주인공인 포스티나 크레일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감을 책을 읽는 내내 같이 느끼게 되기 떄문이다.

 

어두운 거울속은 추리 소설이면서도 호레이스 윌폴이 창안한 고딕소설(공포와 로맨스가 결합된 문학 장르)의 전통을 잘 따르고 있다고 여겨진다.여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 책의 분위기는 마치 어두운 지하통로,비밀의 벽,들창문이 있는 중세의 고성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데 신비와 공포가 어우려져 독자들에게 보통의 추리소설과 다른 색다른 묘미를 주고 있다.

그래선지 이 책은 논리적 추론을 종아하는 퍼즐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남성보다는 피투성이 살인보다는 로맨스와 신비가 어울어진 내용을 종아하는 여성들에게 더 권할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위에서 언급한것처럼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책 분위기 탓인지 탐정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신과 의사 배질 윌링 박사의 개성이나 활약이 전혀 돋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책 말미 해설에 어두운 거울 속에는 본격 미스터리에서 심리 서스펜스로 작풍이 바뀌는 중기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매클로이 표 서스펜스 소설의 결정판이라고 평가받고 있다고 나오는데 솔직히 이 작품 한편만으론 그런 평가에 동의할수 없단 생각이 든다.

작가의 월링시리즈는 총 14편이 간행되었고 이 책은 그 중간에 해당하는 8번째 작품이다 보니 실제 윌링 박사의 추리적 흐름의 변천을 전혀 알수가 없어 책 읽는 재미가 반감된 측면이 없지않단 생각이 드는데 만약 윌링 박사 시리즈가 좀더 나오고 박사의 능력과 매력을 좀더 알수 있다면 아마 이 작품은 더 좋게 평가되지 않을까 싶다.

 

참 마지막으로 이 책 중간 중간에 등자하는 삽화는 신선하단 느낌이 드는데-실제 자유추리판에선 삽화가 없다-엘렉시르에서 독자에 대한 팬 서비스로 삽인한것인지 아님 원래 원작에 있던 삽화였는지 궁금한데 이런 시도는 마케팅 측면에서 추리소설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독자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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