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교실 살아있는 교육 이호철 선생의 교실혁명 4
이호철 지음 / 보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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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친지분중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계신데 워낙 다방면에 지식이 많은 분이라 그분의 서가에는 여러가지 책이 상당수 많기에 종종 놀러가서 책을 빌려보곤 했다.물론 초등학교 선생님이시라 아동 교육 관련 책들-아동 서적외에도 여러가지 교육관련 책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이 있는데 그분이 자주 보시는 책들중의 하나가 바로 느낌의 공동체 저자인 이호철 선생의 저서라고 한다.

친지 분 얘기는 이호철 선생은 안동 교대 출신이라 직접적으로 볼 기회는 없었지만-뭐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교대는 지역위주여서 지방 교대 출신이 서울 학교에 발령받는 것은 정말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그 반대는 가능하지만….- 그분의 책인 재미있는 숙제, 신나는 아이들,살아 있는 글쓰기,살아 있는 그림그리기등을 읽으면서 이호철 선생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옛 것을 아끼는 마음을 느끼면서 상당히 존경스러운 마음을 갖게 되고 또한 차츰 희미해져가는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다 잡으며 처음 초등학교에 발령받고 마음속에 다졌던 초심을 되 찾게 되었다고 하셨다.

 

친지분의 말을 듣고 이호철 선생의 책을 몇권 빌려서 본 적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살아있는 교실이란 책이다.이 책은 겉 표지가 상당히 특이한데 앞장에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시는 남자 선생님께서 흐뭇하게 웃으시며 남자아이를 업고있는 사진이고 뒷장에는 그 선생님께서 여자 아이의 손톱을 깎아주고 있는 사진인데 솔직히 교실에서 아이들을 마구 때려 문제가 되었던 오장풍 교사 사건이나 초등학교 6학년정도되면 선생님한테 대드는 요즘의 교실 풍토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사진이어서 마음 한편으로는 따스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론 매우 생소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이 책을 읽어보면 30년 동안 경북 농촌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며 동거동락을 한 저자의 교직 생활동안 그가 가르킨 아이들과 이루어 낸 성과가 이 책속에 담겨있는데 이전의 책들이 한 분야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담았다면 이 책은 교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들을 담은 '학급 운영 지침서'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크게 11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1. 살아 있는 교실 계획

2. 참삶을 가꾸기 위한 학급 활동

3. 더불어 살아가는 삶

4. 살아있는 글쓰기 교육

5. 살아 있는 미술 교육

6. 산과 들에서 즐거운 공부

7. 몸을 움직여 일하기

8. 신나는 공부

9. 즐거운 방학

10. 문집과 산문

11. 한 해 마무리

이 책에는 살아 있는 교실을 계획하기 위한 교사의 마음가짐과 한 해 계획은 어떻게 세우는지 부터 시작해서 아이들끼지 짝을 정해주는 모듬 만들기,바른 삶을 배우기 위한 활동,저자가 강조했던 아이들의 생각을 키우고 솔직한 생활을 담아내는 글쓰기 교육의 방법,모든 감각을 열어두고 자연에서 뛰놀면서 호기심과 관철력 키우기,클래식과 국악의 조화를 강조한 음악교육, 옛날 우리들이 했던 전통놀이의 재발견,즐거운 방학을 위한 방학계획,문집만들기 등등 단순히 학교 생활이 선생님 말씀을 달달외우는 그런 생활이 아니라 신나고 즐겁고 의밍있는 학습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그간 경험이 세세하게 우러나오고 있는데 이정도의 내용이라면 아마 초등학교에 처음 발령받는 신입 교사가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급 교육 과정의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초등학교 교육 과정의 학급 운영 지침서가 아니다.이 책속에는 저자가 30년간의 학교 생활에서 느꼈던 감동적인 일화나,아이들의 일기내용,저자가 실수 했던 부분까지도 아무런 꺼리낌 없이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어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를 선생님으로 모셨던 아이들이 한편으론 부러우면서 또 한편으로 행복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속에는 항상 마음속에 담고 있으면서 소중하게 여겼던 참, 사랑, 땀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심어주려는 저자의 꿈과 열정과 시간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는 느껴진다.아마 그런 선생님 밑에서 자란 제자들은 모두 참사람으로 자라나 개개인이 훌륭한 인격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얼마전 친척아이가 초등학교 행사에 사회를 본다고 사진사로 차출되어 간적이 있었다.학교 강당에서 수많은 부모들 앞에서 아이들이 노래하고 춤추고 각종 악기를 능수 능란하게 연주하는 등 여러 가지 특별 활동을 하는 모습과 친척아이가 사회를 보는 모습을 렌즈에 담았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은 매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 행사를 위해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연습했을까 하는 생각외에도 학업성취도평가를 위해 요즘 초등학생들이 영 수학원을 다니는 것을 둘째로 치더라도 줄넘기 급수를 위해 체육 학원을 다니고 타자 급수를 따기 위해 컴퓨터 학원을 다닌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런데 이런 것이 다 부모들이 학교에 더 공부시킬 것을 요구해서 그렇다고 한다.

이렇게 도시의 아이들은 공부에 매몰되고 타자나 줄넘기다 친구들과의 각종 경쟁에 어깨가 쳐져있는데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더 공부시키기를 요구하는 현실-초등학교에서부터 뛰어난 성적을 발휘해야 일류 대학에 갈수 있다는 굳은 믿음-에서 이 책의 저자처럼 성적보다는 남과 어울려가는   삶을,달달외우는 학교 공부 보다 탐구하고 발견해가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가르치는 교사가 있다면 그 교사는 과연 학부모들한테 얼마나 환영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요즘에 들어서 학생중심의 활동이다,프로젝트 활동이다등 이런 말들이 몇몇 교사들한테서 오고가고 있지만 앞서 말한대로 정규 교육 과정,교장과의 문제,동료 선생님들과의 문제,그리고 가장 큰  학부모와의 문제등으로 이를 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꺽이는 것이 사실이다.비록 지방의 농촌지역이라고 하지만 이런 교육 활동을 몇십년전부터 해왔다는 사실에 놀랍고 찬탄을 금할 수가 없다.


이 책속에는 교사가 아니어도 참 읽고 마음속에 새겨둘 글귀가 참 많다고 생각된다.

학교 현실도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는 아이드을 점수따기 경쟁, 획일주의, 권의주의로 몰아붙이거나 책임 의식 없이 내버려두지는 않았나? 아니, 잘못된 가치관을 옳은 가치관인 듯 가르치고 있지는 않았나? 시험 점수나 올리기 위해 아이들의 삶을 짓밟고, 어른들의 권위로 아이들을 주인된 삶을 잃어버린 기계 인간으로 만들지는 않았나? 이렇게 먼저 문제 의식을 가지자. 자신의 교육관을 바로 세우며 느슨해진 자신을 한번 더 추스르자.(p17)

나는 오후에 헤어질 때 나누는 인사에서 '차렷', '경례'란 말을 쓰지 않게 한다. '차렷'은 일본말 그대로 옮긴 것으로 이 말 속에는 우리 교육 80년의 식민지 성이나 군대식 억압 교육이 그대로 다 나타나 있다. 그래서 나는 '차렷' 대신에 '바로 서 주세요.'로 바꾸었고, '경례' '인사 나눕시다.'로 바꾸었다.(p57)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방법으로 아이들의 손이나 발, 몸을 씻어 주면 참 좋다. 저학년은 하루 한두 명 마음으로 정해 놓고 손이나 발을 깨끗하게 씻어 준다. 물론 이 때 다정한 이야기도 나눈다.(p70)

요즘 우리말이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는 말 안 해도 잘 알 것이다. 우리말이 없어지면 우리의 얼이 빠진 것이나 같고, 얼이 빠지면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다. 그만큼 우리말을 지키고 살리는 일은 중요하다. 아이들의 순수한 말에서 깨끗한 우리말을 살려야 하고, 글쓰기를 통해 우리말을 지켜 가야 한다.(p105)

 

살아있는 교실은 초등학교에 갓 부임한 신입교사나 학교생할의 매너리즘에 빠져 초임시절의 열정이 희미해진 선생님들이 읽으면 아마 커다란 도움을 받을 거란 생각이 든다.더불어 초등학생을 든 학부모들도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램인데 이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공부에 지쳐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는지를 깨닫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교실은 아이들,선생님들 만으로 이루어질순 없다.부모들과 교육계의 전폭적인 지원없이는 불가능한데 그런면에서 이 책은 좋은 귀감이 될거란 생각이 들면 모든 이들이 읽어보길 희망해 본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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