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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개정2판
최장집 지음 / 후마니타스 / 2010년 6월
평점 :
현재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민들간의 소통 부재로 촛불 시위가 일어나고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단 말이 많이 듣곤한다.그러다 보니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논하는 책들이 상당수 나오는 것 같은데 아마 이런 류의 책으로는 김대중 정부시절 정책기획 위원장을 맡았던 저자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이후의 민주주의가 최초가 아닌가 싶은데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재조명한 이 책은 이명박 정부하에서 출간된 것이 아니라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동 처음 출간되었다.
2002년도면 김영삼의 문민정부를 지나서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야권으로 정권이 바뀌어 김대중정부의 국민의 정부가 끝나가고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이던 시절로 인권과 자유가 최대한 만개되어 민주화 운동이후 민주주의가 가장 활짝 꽃폈던 시절인데 김대중 정부시절 고위직을 역임했던 저자가 이런 책을 지었다니 다소 놀랍지 않을 수 없는데 저자는 민주화이후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서 많은 대한 민국 국민들이 이젠 한국에도 민주주의가 정착되었다고 스스로 자부했을 시점에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에 대해 간파하고 민주화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하고 이책을 쓴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지는 꽤 되었는데 저자는 책을 쓴 이유에서 “나는 민주화이후 한국 사회가 질적으로 나빠졌다고 본다.계급간 불편등 구조는 훨씬 빠른 속도로 심화되었으며 과거 교육과 근면을 통해 가능했던 사회이동의 기회는 크게 줄어들었다…..그러면서 중상층 상층의 특권화된 사회 부분과 나머지 서민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부분간의 괴리는 심화되었다”고 저술하고 있는데 초판을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초판에 이런 글이 있다면 아마 당시에는 저자가 왜 이런 글을 썼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을지 모르지만 현재 입장에서 너무 현실을 적나라하게 지적하고 있어서 본다면 아마 저자의 통찰력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한 민국이 이제 과거처럼 군사 독재 정부 시절도 되돌아갈 위험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하지만 군사독재시절보다 민주주의 시대가 더 나아져야 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스스로의 삶은 되돌아볼 때 체감적으로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생각보다 빈부의 격차는 더 커져만 가고, 교육과 근면을 통한 신분 이동의 길도 막히는 등 오히려 과거보다 더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래선지 저자는 민주화이후-민주화세력인 진보 진영의 집권도 포함- 민주주의를 통해 국민들이 기대했던것과 실제 민주주의가 가져온 결과에 대한 격차로 발생한 괴리감이 결국은 일반 국민뿐 아나리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사람들조차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무관심하고 냉담하게 되고 이 같은 무관심은 이기주의에 빠진 정치 현실과 맞물려 환멸과 냉소를 가져오면서 한국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간다고 보고 있는 것 같은데 현재 민주주의 문제점에 대해 민주주의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행하는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한국의 보수적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데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가 내용적으로나 질적으로 발전해야 할 단계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정체와 쇠퇴의 경로로 후퇴한 이유로 구시대의 이념적인 틀에 얽매인 한국의 정당들이 정치인의 개인적 사리사욕을 위한 도구가 되어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냉전 반공주의에 기반을 둔 현재의 보수 편향적 양당 체제-즉 권위주의 파생 정당과 보수 야당-는 쉽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보수적 현상 유지를 원하는 유권자들이 있기에 보수 편향적 정당 체제는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정치 세력들 사이의 분화와 재편을 통해 협소한 엘리트 구성 내부에서 권력이 폐쇄적으로 순환되는 기존의 구조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기존 정당 체제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 집단들-촛불 집회 참가자등-이 있기에 변화의 가능성이 있고 현제 체제에 대한 비판적 저항을 희망으로 들고 있다.이 책에서 지적한대로 현재 보수 양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실로 국민들의 커다란 비판과 저항에 직면하고 있는데 이른바 양당 체제에 속하지않는 안철수,박원순에 국민적 지지가 커지자 황급히 한나라당의 해체후 재 창당이나 민주당이 야권 보수 대통합-둘다 각 당의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논란이 계속중이다-을 논하는 모습을 볼 때 민주화이후의 민주주의속에 담긴 선견지명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기전까지 궁금했던 점이 이른바 진보 진영의 대한 민국 국정을 10년간 좌지우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 김영삼 정권이나 그 이후 이명박 정권과 차이를 피부로 크게 느낄수 없었는데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점이었는데 결론적으로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훈련받은 행정 관료들을 통솔하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정권 후반기에는 그들에게 끌려다니면서 -예를 들면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들간의 설전-이에 실망한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고 대통령이 속한 당의 국회의원들 역시 진보라고 자처하지만 실제는 보수적 성향이므로 민주화 운동을 통한 국민적 공감대로 애써 얻은 권력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민주적인 개혁을 주도하지 못했던 실패했음을 알게 되었다.
워낙 쉽게 읽을수 있는 책도 아니고 읽은지도 좀 되서 저자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할순 없지만 한국 민주주의에서 정당의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민주정치는 정당 중심이 되어야 하기에 현재의 엘리트 위주의 정당이 아닌 노동, 복지, 교육, 시민사회, 경제 등등 서민이 피부로 닿을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을수 있는 정당-예를 들면 안철수 신당(?)-이 새로 나와야 되고 이런 정당들이 국민적 대표성을 지닐 때 한국 민주주의는 진일보한다고 생각된다.
민주화이후의 민주주의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와 성찰 및 현실 인식이 날카롭게 빛나는 책으로 현재의 한국 상황을 정말 잘 짚고 있는데 정독해서 읽으면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와 민주주의에 관한 사고를 좀더 더 넗힐 수 있기에 현재의 정치 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분들이라면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지만 단 하나 앞서말한대로 절대 쉽게 읽히지는 않으므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않히고 시간을 들여 찬찬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할 것이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