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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 이마고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사람이라 얼핏 제목만 봐서는 무슨 소설책 같은 느낌을 주는데 그것도 상당히 유머러스한 내용일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뭐 나 역시 제목만 보고 재미있는 소설일거란 생각에 책을 펼쳤지만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사람은 뇌신경의 일부가 손상되어 '기이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저자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전문적인 지식의 나열이 아닌 환자들의 힘든 투병생활을 마치 소설처럼 생생히 그리고 있는 책이다.
<이런 그림들이 들어 있어 이 책이 의학관련 서적이 아닌 마치 소설책같은 편안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런 그림은 이 책이 정신 질환관련 책임을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정신 질환자에 관한 책이다.복잡한 현대에 있어서 정신 질환은 그다지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다.우리내 어미니가 앓았던 홧병이나,많은 연예인들을 자살로 몰아가는 우울증 역시 정신 질환의 하나다.
우리는 흔히 정신 질환에 대한 오래전부터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과거에는 정신 질환자의 경우 귀신이나 마귀가 들렸다고 하면서 몽둥이로 때리기도 했으며 어느 정도 의학이 발달한 1930년 같은 경우 난폭한 행동을 보이는 정신과 환자들의 전두엽을 손상시키면 증세가 좋아질 것으로 생각해서 전두엽 절제술을 행하기도 했다.그 결과 정시 질환 환자들의 난폭한 행동은 없어져 비록 얌전해지기는 했지만 그들은 매사에 의지가 없을 뿐 아니라 아무런 판단을 내릴 수가 없는 인간이 되어 단순 작업 밖에는 할 수 없게 되어 환자들은 사회적으로도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다.물론 이젠 전두엽 절세술같이 위험한 수술을 행하지 않는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이젠 정신 질환이 단지 마음의 병인 부분도 있지만 뇌와 관련된 병이란 것이 차츰 밝혀지게 되는데 이 책은 과거같으면 마음의 병으로 치부했을지 모를 정신 질환이 실제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진 뇌의 문제란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의 1부 상실을 보면 여러가지 정신 장애를 앓는 분들이 실례가 나오고 있는데 유머 소설로 착각하게 만든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경우 환자는 음악교사로서 뛰어난 음악적 재능과 기억력, 유머 감각 등을 소유하고 있으며 시력도 좋았으나 언제부터인가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었고, 사물의 구체적 형태를 변별하는 능력도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진찰 결과 병명은 시각인식 불능증으로 눈으로 보는 것을 뇌가 기계적으로 모을 뿐,사물의 실체와 개별성을 인지하고 판단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일반인들이 볼수 있는 사물을 보지 못하는 마치 피카소의 작품을 q는 듯한 일종의 추상적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길 잃은 뱃사람에서 한 중년의 남자는 군대 제대 직후인 스무 살 무렵부터 현재까지의 기억이 상실되었은데 스무 살 이전의 일들은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으나 그 뒤의 시간들은 전혀 존재하지 않은 것이며 현재의 기억도 1분을 채 넘기지 못한다.진단 결과는 알코올로 인한 유두체 신경세포 일부 파괴로 인한 기억상실증이자 중증 코르사코프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이다.
몸이 없는 크리스티너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이며 하키와 승마를 즐겼던 27세 여성은 쓸개절제술을 받기 위해 입원하고 수술 전날 항성제를 투여받은 후 갑자기 자신의 움직임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게 되는데 진단 결과 급성 다발신경염으로 인해 인간의 제6감인 고유감각 상실. 말초신경에서 중추신경으로 향하는 흐름이 막힌 것으로, 근육, 관절, 힘줄 어디에도 감각을 느낄 수 없으며 발성법조차 상실하게 된다.
제 2부 과잉의 큐피드 병을 보면 90세 여성의 경우 2년 전 갑자기 전에 없던 원기를 느끼게 되고 성적 욕구와 관심도 고조되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이전에는 구사하지 않았던 저속한 언어들이 무심결에 튀어나와 진단한 결과 20대에 앓았던 매독 균이 70년 가량 잠복해있다가 신경매독으로 발병한 사례였다.
제 4부에 나오는 자폐증을 가진 예술가편에 나오는 21세 남성 환자는 8세 때 심한 고열을 앓은 이후 지속적 발작 상태로 학교도 자퇴하고 집 안에 갇혀만 지내다보니 지능이 매우 낮아져 말을 하거나 남의 말을 이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진단 결과는 급성 뇌손상 및 자폐상태로. 관자엽의 질환으로 언어청각인식불능증과 발작을 일으키고 있는 상태였다
위에 열거한 정신 질환들은 보면서 환자들이 참 힘들 삶은 살았겠구나 하는 안타까움과 더불어 과연 저런 병들이 치료가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은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작가는 의사로서의 열정을 가지고 각 환자들의 일상생활에 파고들어 그들의 증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혼란에 빠진 이들을 치료의 과정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다.
책속에서 작가는 이들의 병을 완치시키지 못하고 있다.작가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편의 환자에게는 환자가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 음악 선생이기에 시각을 음악으로 대신토록 권하며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음악에 기대어 생활할 것을 권고했으며 환자는 실제로 마지막 순간까지 음악을 가르치며 살 수 있었고 길 잃은 뱃사람의 경우 환자는 현재의 기억도 1분을 넘기지 못하지만 음악이나 자연, 예술에 몰입하는 순간 더할 나위 없이 안정과 평화를 되찾는 것을 발견하고 일반적인 일자리 대신에 요양소의 정원 가꾸는 일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영혼의 안식을 취하게 만든다.
그리고 몸이 없는 크리스티너에서 저자는 시각과 기억에 의존하는 방법으로 다소 힘들고 어색하지만 몸을 움직이게 하고 부정확한 발성이지만 일상 생활에 어느 정도 대화가능토록 해서 컴퓨터 작업도 재개할 수 있게 만들고 있으며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예술가에선 수차례의 관찰을 통해 s환자가 그림에 남다른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개발토록 도와준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하면 연구서이자 임상보고서이다.하지만 의사들이 주로 보는 딱딱한 전문 용어들이 나열된 임상보고서가 아니라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질병에 걸렸지만 그것을 이기려고 싸우는 당사자인 환자들이 모습-신경장애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릎꿇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적응을 모색하며 자신의 감추어진 능력을 일깨워나가는 모습-과 그들의 병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의사들의 겪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사람를 읽으면서 느낀점은 이 책속의 영웅은 환자들의 병을 고치려고 노력했던 저자 올리버 색스나 현대의 뛰어난 의료 체계가 아니라 갑작스런 신경 장애앞에 좌절하거나 무릎 꿇지않고 장애에 적응을 모색하면서 자신의 감추어진 능력을 일깨워나가는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들이라고 할수 있겠다.그들은 어느날 갑자기 닥친 끔찍한 재앙앞에서 굴복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려고 스스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에 감동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 책을 보면서 인간은 비록 원하지 않는 장애를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행복한 삶이 아닌 불행한 삶을 살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은 이를 극복하려는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 그런 노력의 과정이 인간을 보다 존엄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