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 부키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상당히 오래전에 TV에서 한 가족의 대한 다큐를 본 기억이 나는데 장하진 여성부장관 이 장관이 되면서 그녀의 가계에 대해서 나온 것 같은데 자세히 기억은 나질 않는다.
전남이 천재 집안이면서 명문가인 인동 장씨 가문에 대한 다큐였는데 독립운동가와 장관, 국회의원, 교수, 의사, 공기업 사장 등 우리 사회 지도층을 상당수 배출한 지방 명문가로 1세대는 독립운동가, 2세대는 정치인과 관료, 3세대는 학계에서 주로 이름을 알렸거나 날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무튼 장하진 교수 집안은 대부분 천재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동생인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으로 소액주주운동과 재벌개혁운동에 앞장선 학자 출신의 시민운동가로 장하성 교수도 유명하지만 그보다는 영국 Cambridge대학 경제학 교수(65명의 경제학 교수중 아시아인은 그가 유일하다고 한다)인 장하준 교수가 더 유명하다.

현대 한국에서 배출한 대표적인 천재중의 한명이라고 할 수 있는 장하준 교수는 상당수의 책을 저술했는데 그중의 대표작중 하나가 바로 2003년 뮈르달상 수상(1년간 출간된 경제학 도서 중에서 가장 뛰어난 저작에 수여되는 상)한 사다리 걷어차기란 책이다.
사다리 걷어차기는 선진국들이 현재 개발도상국 및 후진국들에게 강요하는 정책과 제도가 과거 자신들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채택했던 정책이나 제도와는 얼마나 거리가 먼 것인지, 선진국들이 후진국들에게 여러 경제 정책을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가를 지적하면서 후진국들에 대한 그들의 '설교'가 얼마나 위선적인 경우가 많은지 그리고 이런 모순들을 지적하기 위해 지난 몇 세기 동안 선진국들이 발전하는 과정과 그들이 사용했던 경제 정책들을 체계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이른바 선진국이란 국가들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있다.
이 책을 읽으면 과거 수 세기 동안 선진국들은 어떤 정책과 제도를 통해 지금과 같은 경제 발전을 이룩했는지 그리고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후진국들에게 자신들이 주장하는 몇몇 경제 정책과 제도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인지를 잘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선진국들은 과거 자신들이 경제 발전을 이룩하던 시기에 자신들이 지금 후진국들에게 강요하면서 올바른 정책과 제도라고 주장하는 것들을 통해 발전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오르는데 이 책의 결론은 한마디로 아니다 라는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이런 선진국의 위선에 대해 사다리 걷어차기란 단어로 쉽게 요약 설명하고 있다.
책 제목이기도 한 사다리 걷어차기가 과연 경제 서적에 제목이 된 이유에 대해서 처음에는 무척 궁금했으나 책속의 내용을 읽으니 쉽사리 마음에 와 닿는다.
사다리를 타고 정상에 오른 사람이 그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은 다른 이들이 그 뒤를 이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수단을 빼앗아 버리는 행위로, 매우 잘 알려진 교활한 방법이다.( 24P.)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이 경제개발할때 했던 악행들을 다른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이 그대로 따라하면서 부를 축적하고 선진국이 되려고 하니 하지 말라고 그건 나쁜짓이니 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이다.결국 이런 선진국의 행태는 자기가 먼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뒤에 사다리를 걷어차서 다른 사람들이 못 올라오게 하는 못된 행동이라는 것이 장하준 교수의 결론인 것이다.

이런 예는 비일 비재한데 지금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 하며 세계 여러 나라의 경제적 압력을 가하는 미국만 보더라도 자유무역을 그렇게 주장하는 지금과는 달리 초기에는 산업화가 이루어진 영국이나 유럽 다른 나라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값싸고 질 좋은 물건들에 높은 관세를 매겨서 자국의 산업을 보호했고 2차 대전이후 유럽 선진국의 제품들을 카피하면서 고도의 경제 발전을 이룬 일본이 이제는 자신의 제품을 카피하는 개도국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싶다.
자신들이 '따라잡기 기간'에 있는 동안 현 선진국들은 유치산업을 보호하고, 외국의 숙련된 노동 인력을 빼돌렸으며, 선진국들이 수출을 금지한 기계를 밀수입하였고, 산업스파이를 고용하는가 하면, 다른 국가들의 특허권 및 상표를 계획적으로 도용하였다. 그러나 일단 자신들이 선진국의 대열에 오르면 자유 무역을 주장하고, 숙련된 노동 인력 및 기술의 유출을 금지하기 시작하였으며, 특허권 및 상표를 강력히 보호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해서 한때 도둑질을 일삼던 이들이 하나씩 차례로 파수꾼이 된 것이다.( 124p)
이건 대한 민국도 마찬가지여 70~80년대 높은 관세와 국산품 애용운동등을 펼치면서 삼성, 엘지, 현대, sk같은 대기업들을 성장시켰고 우리 경제력이 어느 정도 성장하지 이젠 거꾸로 해외 개발 도상국들에게 관세장벽을 낮추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점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부르짖으며 사다리 걷어차기란 행위를 하는 선진국의 위선이 신 자본주의 구조적 모순일수도 있지만 자신의 이익만을 우선하는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하고 여겨지는데 우리 주변에도 사다리 걷어차기는 무수히 존재하는데 예를 들면 기존의 입사한 직원들은 놔두고 신입 행원들의 봉급을 30% 인하했던 은행들의 행위는 바로 기득권자의 대표적인 사다리 걷어차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장하준 교수의 논지에 대해 대부분 수긍이 가면서도 이런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다루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경제학 서적이지만 딱딱하지만은 않은데 우리도 잘아는 미국 노예 해방의 아버지인 링컨 대통령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도 있다.
링컨은 노예 제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하였지만 그렇다고 노예 제도의 폐지를 강력히 지지하는 입장도 아니었다. 그는 흑인들을 열등한 인종으로 보았고, 흑인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에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이런 정황들을 감안할 때 남부는 링컨의 노예 제도에 관한 입장보다는 그의 관세에 관한 입장에 대해 더 많은 염려를 했을 것이다.실제로 링컨은 연방제의 존립을 위해서라면 남부의 노예 제도를 인정할 의사가 있음을 남북전쟁 기간 동안 명백하게 밝혔었다. 그러니까 1862년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은 그의 도덕적 신념보다는 남북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62P).
결국 우리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링컨이 노예해방을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된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또 하나의 새로운 지식인 셈이다.

사다리 걷어차기란 책을 읽으면서 선진국의 사악한 행위에 분노를 금할수 없었는데 한편으론 그런 선진국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선진국이 되겠다는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을 보면서 자국의 이익과 자국민만의 부유함을 위해서 과연 다른 나라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위가 비록 선하지만는 않지만 그 행위가 과연 맞는 것인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머리속에 떠돈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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