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국내 추리 소설계를 보면 마치 여기가 한국이 아나리 일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다.추리 소설을 비록한 장르 소설은 국내 작가들에게 서자 취급을 받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국내 작가의 제대로 된 추리 소설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독자들도 해외 작가의 작품을 우선 찾게되고 그러다 보니 출판계에서 추리 소설의 경우 국내 작가보다 해외 작가를 더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일본 추리 작가들의 작품이 산떠미 처럼 쏟아져 나왔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들 작품의 질이 결코 떨어지지 않기에 한정된 주머니 사정에서 어떤 책을 골라야 되나 고민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아마도 국내 출판계에서 가장 선호하는 작가중의 하나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닐까 싶다.개인적으론 관시리즈의 아야츠지 유키토를 선호하지만 암흑관 하나로 몇 년을 쓰다보니 작품수가 워낙 적다보니 지속적으로 많은 작품을 내 놓고 있는(그러면서도 어느정도 수준을 지키는)히가시노 게이고가 참 마음에 들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국내에 워낙 많이 번역되다 보니 그중에는 11문자 살인사건이나 호숫가 살인사건처럼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는 작품들고 있고해서 구매를 할시 신중해 지는 편이다.그런데 그의 작품 명탐정의 규칙을 읽고 그를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단언컨대 올해 국내에서 출판된 추리 소설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유쾌하고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주저없이 말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근데 그나저나 책 제목이 명 탐정의 규칙이다.아니 명탐정의 규칙이라니 그런 것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추리 소설의 규칙이라면 유명한 것들이 몇가지가 있긴 하다.파일로 번스로 유명한 S.S 반다인의 추리소설 20계,녹스의 추리 소설 10계,헐의 추리소설 10계,존 딕슨 카의 4대 공리등 추리 작가가 소설을 쓰면서 지켜야될 법칙들은 많이 들어 봤지만 명탐정이 지켜야될 규칙은 금시 초문이다.

맨 처음 이 작품을 받을 때 앤디 워홀을 생각케 하는 표지 디자인으로 솔직히 미국의 하드 보일드 소설이 아닌가 생각했었다.책을 들어 읽어 보기 시작하니 어랏!! 미국 지명이나 인명이 아닌 일본 지명과 인명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다시 저자 이름을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여서 이거 책 표지에 넘어간 것이 아닌가하는 일말의 불안감도 없지 않았으나 웬걸 읽으면 읽을수록 자신도 모르게 낄낄거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되었다.

사실 처음 이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이 책의 진면목을 전혀 알 수 없었다.첫 단편인 밀실 선언에서 지방 경찰 본부 수사과에 근무하는 닳고 닳은 경감 오가와라 반조가 나레이터로 등장하며 엉성한 수사를 벌이다가 어린 명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로가 사건을 해결하는 전형적인 추리 소설의 패턴을 보여주는데 사건의 전개도 기존의 추리 소설가 영 다른데다 명탐정의 추리라는 것 또한 엉성해서 단편이 끝날때까지 설마 이런 엉성한 것이 결말이 아니겠지 무언가 독자의 뒷통수를 칠 대단한 반전이 있을거야하고 끝까지 읽다가 아니 이게 뭐야하고 분노마저 치밀어 오르게 만들었다.하지만 읽다 보니 이건 기존의 추리 소설이 아니라 마치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을 빌려 쓴안티 추리 작가의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존의 추리소설에 대한 통렬한 야유와 조소이며, 상투적인 사건해결 패턴의 비틀기가 심한 작품이다.
얼마나 기존의 추리 소설을 비틀었냐 하면 나레이터인 오가와라 반조가 근무하는 경찰서가 매번 바뀌고(뭐 이거야 반조가 경찰서를 옮겨다녔다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가장 웃기는 부분이 여사원 온천 살인 사건 ― 두 시간 드라마의 미학에서는 남자인 명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로가 젊은 여자 대학생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프롤로그는 대충 읽었는데 책을 다 읽은후 다시 정독해 보니 반조 경감이 대놓고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부분을 보니 아하 이런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탐정 소설에는 터무니없는 논리를 펴는 형사가 반드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빈번히 등장한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 역할이다. ……진범이 누구인지 알아내지 않아도 되고, 사건 해결의 열쇠를 놓쳐도 아무 문제없으며, ……하지만 알고 보면 이렇게 힘든 배역도 없다. 우선 범인을 알아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나는 절대로 범인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진범을 밝혀내는 것은 주인공인 덴카이치 탐정의 역할이므로, 그가 멋지게 피날레를 장식하기 전에 내가 사건을 해결해 버리면 탐정 소설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아래와 같다.
프롤로그
1. 밀실 선언 ― 트릭의 제왕
2. Who done it ― 의외의 범인
3. 폐쇄된 산장의 비밀 ― 무대를 고립시키는 이유
4. 최후의 한마디 ― 다잉(Dying) 메시지
5. 알리바이 선언 ― 시간표의 트릭
6. 여사원 온천 살인 사건 ― 두 시간 드라마의 미학
7. 절단의 이유 ― 토막 살인
8. 사라진 범인 ― 트릭의 정체
9. 죽이려면 지금이 기회 ― 동요 살인
10. 내가 그를 죽였다 ― 불공정 미스터리
11. 목 없는 시체 ― 해서는 안 될 말
12. 흉기 이야기 ― 살인의 도구
에필로그
명탐정의 최후 ― 마지막 선택

각 단편에 부제는 바로 전 세계 추리 작가들이 선호하고 그간 애용해 왔던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추리 소설의 아버지 에드거 앨런 포우의 모르그가의 살인에서 비록된 이른바 미스터리 퍼즐인 본격 추리 소설들은 위에 열거된 법칙등을 이용해 100년이상 무수히 많은 명작들이 탄생되었다.
하지만 수 많은 작품들속에서 이런 트릭들이 쓰이다보니 이른바 본격 추리 작품들에 쓰일만한 것들이 없어져서 현대 미스터리 소설은 하드보일드나 스파이 소설,스릴러 소설등 다양한 장르로 분화하게 된다.
이미 서구에선 본격 추리 소설은 어찌보면 한물 간 분야라고 할 수 있다.이미 30~40년대에 아가사 크리스티,앨러리 퀸,존 딕슨 카등 많은 작가들이 훌륭한 작품을 썼기에 현대의 서구 작가들은 이 분야에 새로운 작품을 쓸 아이디어를 더 이상 찾지 못하는 것 같다.
일본도 그래선지 한동안 사회파 추리 소설들이 유행하다 80년 이후 이른바 신 본격 추리 작가들이 다수 등장하게 된다.이들은 서구의 각종 고전 추리 소설들은 섭력하고(이점이 추리소설 애독자로서 일본이 부러운 점인데 추리 소설 문고만 1500권이상 되는 문고도 있을 정도다),단련된 많은 작가들이 새로운 작품들을 써냈지만 역시 무언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저자인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그런 마음이 있었는지 2009년 드라마 방영에 즈음해 가진 인터뷰에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쓴 소설이다. 독자를 놀라게 해 보자는 마음이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고 하는데 두 주인공은, 추리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12개 패턴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각각의 패턴이 보여주는 상투성과 억지, 부자연스러움을 소설 안팎을 넘나들며 신랄하게 비난하는데 그 비난의 대상은 바로 추리 작가이다.결국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 소설의 정형화된 정해진 패턴의 구태의연함과 이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뻔뻔스러운 자신 및 추리 작가들을 과감히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고백은 마치 예전에 마술의 비밀을 TV에서 독자들에게 까발려서 마술사들의 공분을 샀던 타이거 맨과 같은 정말 어찌보면 파렴치한 행위라고 할 수 있지만,그 폭로 이후에도 수 많은 마술사들이 보다 더 발전된 마술을 선보였던 것처럼 이 작품이후 일본의 많은 추리 작가들도 좀더 분발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솔직히 명탐정의 규칙을 추리 소설이라고 정의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 “웃음이라는 보자기 속에 든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이라는 평론가 무라카미 다카시(村上貴史)의 말처럼 추리 소설에 대한 비판서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추리 소설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작품을 읽지 않길 바란다.마치 식스 센스 포스터를 보며 영화를 보려던 사람들에게 브르스 윌리스가 유령이에요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만약 이 책을 읽는다면 마치 김빠진 맥주를 마시는 것처럼 추리 소설이 싱거워져 다시는 읽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리 소설 애독자라면 반드시 읽기를 권하고 싶다.예전에 이어령 교수의 축소 지향의 일본인이에서 그 책을 읽은 어는 일본 기자의 글귀가 생각는데 마치 내눈의 비늘이 떨어진것처럼 모든 것이 환해졌다는 말처럼 추리 소설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될것이라고 여겨지며 이전과 다른 관점에서 보다 더 추리 소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by caspi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