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추리작가협회보 7호에 있는 글로 저자는 '이원두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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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를 하려면
이원두(한국추리작가협회 부회장)
완전범죄는 추리소설에 있어서는 영원한 테마인 듯하다. 추리의 재미는 숨겨진 단서를 얼마나 아기자기하게 풀어 가느냐, 그래서 얼마나 아슬아슬한 재미를 느끼게 하느냐에 있다고 한다면, 설정된 상황이나 범인의 수법이 완전범죄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고농도의 흥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읽을거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완전범죄가 진실로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살인사건 발생률은 지금보다 몇 배나 높아지게 될 것이다.
‘소리 없는 총만 있다면-’ 쏘아 죽이고 싶은 사람은 수두룩한 것이 세상살이의 실태이다. 그러나 고성능 소음기가 개발되어 총소리를 정적에 가까울 만큼 줄일 수 있게 되었지만, 살인을 속상할 때마다 할 수 없는 것을 보면 완전범죄의 요건이 소리에만 있는 것은 아님을 말해 준다.
우선 사후처리가 소리 없는 총을 쏘는 것보다 훨씬 골치가 아프다. 얼마 전에 어느 세무사의 변사체가 가방 속에 담겨 한강에 버려진 것만 보아도 거사 이후 시체 처리가 우선 완전 범죄의 제일 조건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시체 없는 살인사건은 성립되지도 않고, 아무리 정황증거가 완벽하더라도 범인을 소추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 때문에 시체만 완벽하게 숨길 수 있다면, 그래서 영원히 발각되지 않는다면 살인사건의 완전 범죄는 일단 절반 이상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
우선 단독범행일 경우, 현장에서 숨길 장소까지의 운구가 속을 썩일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게 1구의 시체를 옮겨 갔다고 쳐도, 한적한 야산이나 후미진 들판에 구덩이를 파는 것이 간단치 않다. 적어도 부패되는 냄새를 사냥개는 물론 동네 개들이나 들짐승이 맡을 수 없게 하기 위해서는 2미터 이상 깊게 파야 한다. 길이 2미터, 깊이 2미터의 구덩이를 혼자 판다는 것은 - 포크레인을 동원하지 않는 한 몇 시간이나 걸린다.
또 구덩이를 파서 매장한 뒤 주변과 똑같이 위장하려면 그것 또한 쉽지 않다. 아마도 운구에서 매장, 위장 완료까지 적어도 하룻밤은 착실히 걸린다는 각오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무인도가 아닌 이상, 하룻밤 동안 가능한 [모든 우연]을 생각하면 아무도 몰래 이를 완벽하게 치루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장이 아파트일 경우 집안에 숨겨둘 방법이 없지만 단독주택일 경우 구들이나 마루 밑 또는 마당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웃집이 있기 때문에 야산 매장보다 훨씬 위험도가 높다.
시체 숨기는 일이 이처럼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실은 당연히 완전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이끌어 준다.
그러나 단 한 가지 경우에만 완전 범죄의 가능성이 남는다. 그것은 살인의 목적이 무엇이냐 하는 데 따라서 결정된다. 살인의 목적이 발각되지 않는데 있다면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 이외의 경우 - 특히 보험 살인이나 유산상속과 관련되어 있을 경우에는 가능하다.
죽을병에 걸려 유가족의 대책이 막연할 때 어느 특정인을 죽임으로써 보험금이나 유산을 상속받은 뒤 이를 다시 제3자 - 자기 아들이나 아내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라면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교묘한 범행으로 수사가 장기화하거나, 당분간 본인이 혐의를 받지 않는다면 보험금이나 유산상속은 가능하다. 그 직후 죽을병에 걸린 범인이 자살을 해버린다면 원래의 살인목적은 완전범죄 형태로 달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완전범죄는 불가능한 것이 상식이며, 그래서 소리 없는 총이 개발되었어도 살인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체념해버리는 것이 세상의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잠재적인 살인욕구를 추리소설을 통해 풀어만 준다면 천하는 태평해지고 작가들의 수입은 늘어날 것이다.
(추리작가협회보 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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