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
미국에서 탄생되어 프랑스에서 육성기를 거친 추리소설은 마침내 19세기부터 영국에서 꽃을 피우게 된다. 영국의 대표적인 추리작가로는 물론 코난 도일을 꼽는다. 그러나 그 외에도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Mary Clarissa Christie,1890~1976) 같은 문호급 작가도 탄생한다.
코난 도일은 1930년 71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단편소설 57편과 장편소설 4편을 남겼다. 이 작품에는 모두 셜록 홈즈(Sherlock Holmes)라는 명탐정이 등장하며 이 명탐정은 전 세계의 탐정 팬 ‘셜록키’를 탄생시켰다.
코난 도일은 1859년 영국의 에딘버러 시에서 탄생하여 에딘버러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이 학교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아 의사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의사직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돈벌이가 시원찮아 다른 일을 찾으려고 노력하다가 마침내 추리소설을 쓰게 되었다.
그가 발표한 최초의 추리소설은 <주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로, 1888년에 세상에 내 놓았다. 이 세상의 범죄는 흰 실뭉치에 섞인 주홍색 실과 같은 것이어서 이것을 찾아 없애야 한다는 논리로 범죄 말살을 주제로 삼았다. 이 범죄의 붉은 실을 찾아 나선 사람은 뒤에 명탐정이 된 셜록 홈즈다.
사람들은 작가인 코난 도일은 몰라도 셜록 홈즈는 모두 알며 소설 속의 인물인 이 탐정이 실존 인물 대접을 받고 있다. 그 뒤 도일이 쓰는 작품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어 도일은 잡지사와 출판사의 원고 독촉에 시달리게 되었다. 시달리다 못한 도일은 마침내 1901년 <마지막 사건>(The last adventure)에서 홈즈를 계곡에 떨어뜨려 죽여 버렸다. ‘이제 원고 독촉에서 해방되었다’고 생각한 도일은 그러나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전 세계의 독자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명탐정 셜록 홈즈가 죽다니 말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독자들은 셜록 홈즈를 살려내라고 아우성을 쳤다.
견디다 못한 도일은 1년도 채 못 견디고 1902년 ‘홈즈의 사후 기록에 따른다’라는 변명과 함께 <버스커빌가의 사냥개>(The Hound of Baskervilles)라는 장편을 발표하여 도일 최고의 장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도일은 내친 김에 항복하자고 생각했는지 그 이듬해에는 <빈 집의 모험>(The Adventure of the Empty House)과 함께 12편의 단편을 발표하면서 셜록 홈즈가 계곡에 추락했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는 변명과 함께 다시 활약을 하게 했다.
지금도 런던 베이커가 221의 B라는 곳에는 셜록 홈즈의 하숙집이 그대로 남아 있다. 당시 소설에 나오던 모양 그대로 영국 경시청 복장의 경찰관이 문을 지키고 있고 집안에는 하숙집 아주머니와 홈즈가 쓰던(?) 집기가 그대로 있어 생생한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다. 근처에는 셜록 홈즈 기차역과 호텔도 있으며 홈즈의 하숙집에는 세계 곳곳의 팬들로부터 수십 통의 편지가 매일 오고 있다.

영국의 별들
이 무렵 영국에서는 셜록 홈즈가 워낙 유명해 다른 작품들은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으나, 이 시기를 영국 고전파 추리소설의 전성기로 꼽는다.
명탐정 손 다이크를 탄생시켜 법의학을 추리소설에 도입한 의사 작가 오스틴 프리맨(Austin Freeman)이라든지 명탐정 휴위트를 만든 기자 출신 작가 아더 모리슨(Arthur Morrison), 유머 탐정 유겐 발몽(Eugen Valmon)을 만들어 추리소설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로버트 바아(Robert Barr) 같은 사람이 추리문학사의 별들이다.
같은 시기 영국에서는 후에 불세출의 여류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명탐정 미스 마플의 모델이 된 소위 ‘안락의자형 탐정’이 유행이었다. 안락의자형 탐정이란 현장을 뛰어 다니지 않고 안락의자에 앉아서 머리만 굴리며 진짜 추리로만 범인을 찾는 탐정을 말한다. 바로네스 오르치(Baroness Orzy)라는 작가가 이런 유형의 탐정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또한 뛰어다니지 않고 보고서만 면밀히 검토하고 단서를 찾아내는 성직자 탐정 브라운 신부를 창조한 작가는 길버트 체스터톤(Gilbert Chesterton)이다.
작품에서도 새로운 경향이 나타났다. 장편 추리소설의 재미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다작 작가이던 코난 도일이 장편소설을 단 4편만 쓴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전까지는 단순 플롯으로 추리를 쉽게 해낼 수 있는 단편소설이 주류였으나, 추리의 과정이 복잡하고 웬만한 기교파가 아니면 플롯을 끌고 갈 수 없는 장편소설 시대가 열리어 20세기의 크리스티에까지 연결된다.
범행의 동기를 중요시하고 깊이 파고 들어가 인간적 고뇌를 다루는 소설이 등장하여 순문학과 경쟁 단계에 이르기도 한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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