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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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추리소설이라 함은 소설의 부류 중에서도 낮게 치는 사람들이 많다. 문학적인 상상력이나 영감, 유려한 문체 혹은 철학적 사유 등등 우리가 문학 작품을 대할 때 흔히 기대하는 것들을 채우지 못하는 류라고 보는 것이고 너무나 대중적인 작품의 특성도 그에 한 몫을 하는 듯 하다. 물론 추리소설 매니아로서 그런 작품들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어차피 추리소설이라 함은 대부분 일단 발생한 사건에 대한 감추어진 플롯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담은 그릇일 뿐이고 그 전개과정이나 구성이 재미있다면 꼭 문학적일 필요도 없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하지만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들의 작품들은 또한 그러한 한계를 많이 극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보면, 비단 살인사건과 범인이라는 단순한 로직에서 벗어나 범죄라는 매우 단적인 현상을 기반으로 하여 그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인간들의 심리, 인간과 인간과의 미묘한 관계, 범죄라는 것이 일어나기까지를 뒷받침하고 있는 인과관계 등을 탁월하게 묘사하여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 뭔가가 있다는 느낌을 강력하게 주곤 한다. 이 밖에도 너무나 많은 작가들이 있다.

이 중에서도 하드보일드 장르는 범죄를 단순히 개인의 차원에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병리현상이라는 면에서 파헤침으로써 어쩌면 여타의 다른 문학작품보다 더 리얼리티를 더하는 장르가 될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등장하는 탐정들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에 나오는 혹은 기타 고전적인 작품에 등장하는 탐정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들은 하나의 단서를 가지고 머릿 속에서 요리조리 범죄의 현장을 구성하기 보다는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사건을 귀납적으로 풀어나가곤 한다. 마치 우리가 흔히 드라마 등에서 접하는 형사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더욱 생동감이 느껴지고 그들이 사건의 현장에서 느끼는 비애랄까 허무랄까 하는 것들이 더욱 마음에 절실하게 다가오는 지도 모른다.

사설이 길었지만, 말하자면 내가 이런 것들을 다 감지하고 있음에도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작가를 이제야 알게 되었음이 원통하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원래 하드보일드 류의 작품을 그다지 찾지는 않는 나였기에 꼭 이 추리소설을 읽을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 많이 알게 된 하드보일드 장르 작품으로 인해 조금씩 유발된 흥미는 이제 이 작품으로 인해 확고해진 느낌이다.

일단 제목부터가 너무나 문학적이고 함축적이다. 동서문화사에서는 '거대한 잠'으로 번역되어 나왔으나 내 개인적으로는 'Big sleep'이라는 원제목을 살리는 것이 이 작품이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를 더 잘 나타낼 거라는 번역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리고 필립 말로라는 탐정의 캐릭터는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잘생기고 키가 큰 외모의 33살 미혼남자인 그는 냉소적이고 건조하며 매우 현학적이지는 않으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위트가 있는, 그러면서도 용기가 필요할 때는 더없이 과감해지는 멋진 캐릭터이다.

유전사업으로 돈을 번 스탠우드 가문에서 협박 편지에 대한 사건 의뢰를 받은 필립 말로가 사건을 파헤쳐가면서 여러 건의 살인사건을 만나게 되고 그 살인사건들이 각각 일어나고는 있으나 하나의 사건으로 수렴하고 있음을 잘 묘사하고 있는 이 작품은, 추리소설도 문학작품의 당당한 일원임을 알게 해주는 작품이다. 윌리엄 포크너가 이 작품을 영화화할 때 원본을 그대로 살리라는 제작자의 요청을 받았다는 사실 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살인은 그냥 일어난 것이 아니며 가족과 사회의 숨겨진 병폐 속에서 무르익은 것임을 노골적인 표현 없이도 이렇게 잘 느껴지게 쓸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이제부터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들을 다 읽어보려고 한다. 무엇보다 작가가 나이가 듦에 따라 원숙해져가는 탐정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서이다. 모두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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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6-0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나긴 이별이 가장 좋더군요^^

비연 2005-06-0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홋! 물만두님. 기나긴 이별 부터 냉큼 사봐야 겠슴다^^
레이먼드 챈들러가 다작을 하지 않았음이 너무나 슬퍼지더이다..

물만두 2005-06-06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으세요^^

비연 2005-06-06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쿄쿄쿄~ 그럼 안녕 내사랑이 그 다음인가요, 만두님? ^^

물만두 2005-06-0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나온 순서대로 읽으시면 됩니다^^

비연 2005-06-06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만두님..감사해요^^

oldhand 2005-06-07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안녕 내사랑을 먼저 읽고 나서 그 다음부터 순서대로 읽었는데요, 역시 처음 작품부터 읽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챈들러의 말로 시리즈는 사람들 마다 좋아하는 작품들이 제각각 이라서 더욱 살아 숨쉬는 명작들이라는 생각이...

비연 2005-06-07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ldhand님..오랜만입니다^^ 방가방가~~ 말로 시리즈의 묘미에 흠뻑 빠져 이 여름을 보내려고 합니다, 제가..ㅋ comment 넘 감사해요~^^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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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싶어지는 책이 있다. 이런 책을 왜 이제야 만났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저자가 이제 책을 자주 내지 못하는 혹은 아예 낼 수 없는 상황인 경우 더 이상 책을 통해 만날 수 없는 그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그리워져서 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책은 이 두 가지 이유 모두에 해당하여 내 가슴팍을 치게 만든다. 오주석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이 책을 접했다는 것이 안타까움을 넘어서 슬픔으로 다가온다.

비단 우리나라 전통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늘어놓았다고 해서는 아니다. 필시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열심으로 풀어 쓴 책은 많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도외시하고 있는 분야에 목매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꽤 된다고 본다. 그런 책들이 주는 감동도 진한 감동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어쩌면 나의 DNA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조상의 정신을 일깨워 주는 저자의 따뜻하고 애정어린, 그러나 예리한 시선이었다. 마치 내 속에 잠재되어 있었고 알고는 있었으나 그 실체를 정확히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무엇을 한꺼번에 일으켜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감동은 감동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지난 교육에서 항상 그랬다. 조선이라는 나라는 그저 당쟁과 전쟁으로 얼룩지고 초기에만 반짝 잘 지내다가 중기 이후에는 지리멸렬하게 겨우 목숨이나 연명하는 부끄러운 역사였다. 고려나 고구려의 당찬 기상과 그 자유로움은 온데간데 없고 성리학이라는 학문에 얽매여 개인을 옥죄고 사상을 강제하고 그래서 결국은 나라까지 일본에게 팔아먹은 나라이니 그렇게 여길 만도 하다 싶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 500년을 지켰던 나라에 대해 그 문화에 대해 그저 아무 생각없이 그렇게 받아들이며 살아왔고 어쩌면 지금도 그런 지 모른다.

대중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오주석 선생님은 그게 아니라고 단호히 말한다. "조선은 519년동안 계속된 나라이고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큰 전쟁이 지난 다음에도 280년이나 더 지속되었습니다. 중국에선 280년 된 왕조조차 드뭅니다. 일제의 정체성 이론이라니, 원 세상에 시들시들한 채로 오백년이나 지속되는 나라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조선이라는 나라는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성리학이 지도 이념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검소하고 도덕적인 그러면서도 문화적인 삶을 영위했습니다." 이 말이 국수주의적으로 들리지 않는 건 책 전반에 펼쳐진 조선이라는 나라와 그 시대를 살았던 선조들의 문화적 깊이를 충분히 느껴서이리라.

김홍도의 그림을 대부분 예로 들고 있지만, 그 속에 묻힌 깊은 뜻 수백번의 붓질을 통한 정성 어디에나 배어있는 해학 등은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우리가 흔하게 그냥 옛 그림이겠거니 하며 지나치던 그림들이 오주석 선생님의 해설 속에서 하나 하나 살아나고 그 뜻이 새롭게 떠오를 때마다 이게 역사라는 거구나 이게 전통이라는 거구나 하는 것을 뼈저리게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서양 문화에 매달려 마치 그걸 모르면 교양 없는 사람인 양 취급받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나, 그리고 우리의 옛모습 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사는 것을 부끄럽게도 생각하지 않는 건 어떻게 설명이 되어야 하나. 귓불까지 빨개질 일이다.

이 책은 이런 역사의식을 꼭 느끼지 않아도 값어치 있는 것이, 각 그림마다 붙이는 해석이 너무나 섬세하고 애틋한 데다 주변 정황 설명 또한 일품이라 그림을 잘 감상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바로 알게 한다. 왜 김홍도의 그림에 고양이와 나비가 나오고 게와 갈대꽃이 나오는지, 왜 사람이 서있는 모습과 바라보는 풍경의 각도가 틀린 건지, 그림 옆에 명필로 쓰여진 글들이 대체 뭘 의미하는 건지 등등 이루 헤어릴 수 없이 많은 것들이 그림 한 폭에 담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부터 경이로움의 시작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 분의 육성으로 강연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싶어 눈물이 날 정도였다. 오랜 시간 공부하면서 자신이 느꼈던 우리나라 옛 문화의 아름다움, 선인들의 정신, 그 깊이를 누구에게나 공유하고 싶어하는 선생님의 심정이 절절한데 그것을 다 안고 피안의 세계로 미리 가버리신게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직접 듣고 그 마음을 직접 느낄 수 있다면...지나가버린 것에 대한 미련은 이리도 깊다.

친구가 다음 달에 외국에 여행을 오랫동안 가게 된다는 연락이 왔다. 그에게 무슨 선물을 할까 망설였는데 이 책을 선물하기로 결심했다. 우리나라 문화가 너무나 훌륭하고 이를 연구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고 나가서 외국 사람들 한 사람에게라도 알려주는 것이 우리가 배낭 매고 외국 나가는 의의 중의 하나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런 하나하나의 행위가 이 책을 엮어 내면서 오주석 선생님이 가지셨던 작은 소망들을 우리가 현실화하는 작은 발걸음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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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5-05-22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은 성리학이 지도이념이었는데 중국은 명나라때 이미 실사구시 중심의 양명학으로 넘어갔죠. 임진왜란때도 중국 장수들이 고리타분한 조선 사람들에게 양명학을 몇번 권했습니다만 여전히 선조를 비롯한 지도층은 고집불통이었습니다. 청에게 패한 병조호란 이후에는 아예 문을 걸어 잠그고 살았죠. 자신만이 옳다고 고집하면서. 결과는 세계 조류에 크게 떨어진 나라로 남게 되었고 신분해방 요구하며 천주교도가 된 사람들을 수만명이나 처형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일의 중심에도 바로 성리학이 있었죠. 한국의 미나 오주석 선생님의 글이 나쁘다는 건 아닌데 색깔로 강조된 내용에는 동조하기 어려워서 글을 썼습니다. ^^

비연 2005-05-23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좋은 지적입니다^^ 저도 사실 그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니지만, 오주석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은 성리학이 후반기에 가서는 그렇게 되었지만 전중기까지는 조선의 건국이념으로서 나라의 기강을 세우고 문화적인 깊이를 더하는 데 일조를 했다는 뜻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미네르바 2005-06-03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읽어봐야지 하고 오랫동안 보관함에 담아 놓았는데, 님 리뷰를 읽고 나니 어서 이 책부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읽을 책은 늘 쌓여가는데, 시간은 좀체 나지 않으니...(알라딘에서 있는 시간 좀 줄이면 될까요? ㅎㅎ) 잘 읽었어요. 추천!

비연 2005-06-05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미네르바님^^ 방가방가~ 제 미흡한 글에 추천을 주시니 넘 감사하구요.
저도 쌓여가는 책들을 보면 한숨만 푸욱 나네요. 읽고 싶은데 시간은 없구..ㅠ.ㅠ
우리 힘내서 짬짬이 계속 읽어나가요! 아자아자!!

Phantomlady 2005-06-26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비연님의 리뷰와 사마천님의 댓글을 보니 궁금합니다.
늦었지만 보관함에 담아요. ^^

비연 2005-07-13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nowdrop님...늦게 님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흠냐.
한번 읽어보셨으면 해요. 누구의 논점이든 장단점이 있겠지만 그 순수함이
글에 빛을 더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요즘처럼 말만 번드르르한
세상에 마음을 다해 무언가에 열정을 다하는 사람의 소리는...가슴을 울리죠.

justcool 2005-11-28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적 날카롭죠. 그치만 지금 우리역사 나아가 현재의 대한민국까지, 우리에겐 '우리것'에 관한 애정보단 너무 지적과 비판이(나아가 비난에서 자조까지) 앞서지 않나 싶습니다. 지적과 비판이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성격을 담을 경우 좋지만 그것이 애정을 지나치게(특히 양적으로) 넘어설 경우 '자괴감' 내지는 심한경우 (잠재적) '자기 파괴성' 감정을 건드리는 경우가 왕왕 나온다는게 문제라 봅니다. 일상에서도 자주 '한국은 이래서...' '우리나라가 그렇지 뭐' '조선놈들은 패야 말을 들어'따위의 쓰레기 말들이 사용되는 마당에 이 책의 가치는 약간의 자국 우호 편향적일지라도 그 반대의 경우보단 빛난다고 보는데요. 여러분의 생각은?

비연 2005-12-05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stcool님) 저도 그런 생각에서...이 책을 높이 평가했더랬습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관점은 틀릴 수 있고...또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모든 사안을 국수적으로 몰아가는 경향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아 냉철한 자세를 견지할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justcool 2005-12-08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제 글과 국수적인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겁니다. 한국인 개개인의 의식에는 조선으로 표현되는 자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자긍심보다는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이 상대적으로 더 두드러진다 봅니다. 님의 말처럼 국수적이다 국가우선적이다 라는 것은 아무래도 현재 미디어나 공공의 입장에서 왕왕 드러나 그렇게 보여지지만(일례로 음식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짜게 먹는다는 뉴스에 이어지는 말은 항상 '국가 이익 좀먹는다'이런 거죠. 사회나 개인의 문제 대부분을 국가차원으로 연결시켜 대중의 행동을 제약하지 않습니까?) 그건 이 역사 문제와는 거리가 있지 않을까요. 물론 국사 교과서의 편향적 기술이라든지 이런건 인정합니다만은 사실상 우리가 전통에 대해 인식하는 것은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는 건 님께서도 잘 아시는 문제일 테죠(마치 결여된 그 문제에 대한 심리적 보상을 지금에서야 하려는 듯 보일정도로).

거기다 당시의 국가를 찬양 일색으로 그린 책도 아니라 예술적인 면에서, 정신-사상적인 면에서 이 책의 가치는 아주 색다르고 높다 이런 생각입니다. 님도 아실테지만 국가를 앞세운다 이런 차원은 아니란 거죠. 저 역시 그런데는 관심이 별로 없는 편이고 ㅎ

비연 2005-12-19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stcool님) 흠...제가 국수적이라고 단어를 사용한 게 좀 잘못된 거 같네요...저도 이 책을 그런 관점에서보다는 우리 문화의 가치를 보다 정갈하고 애정어린 문장으로 묘사함으로써 예술적으로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요즘 추세는 우리 것을 얘기할 때 지나치게 국가와 연결하여 득실을 따지려고 드는 게 문제라고 보구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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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가 두번째 잠언 시집을 내었다. 알라딘에 냉큼 주문하고 받아든 책은 표지의 도안이나 감촉부터가 마음에 꼬옥 들었다. 무엇보다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의 '초대'로 시작하여 같은 이의 시 '춤'으로 끝나는 이 시집은 읽는 이에게 알 듯 모를 듯한 행복감을 안겨주는 좋은 책이었다.

많은 시들이 실려 있지만 하나하나가 다 인생과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그냥 시시덥하게 누구를 사랑했네 누구를 그리워했네 라는 얘기가 아니라 산다는 건 생존 이상의 그 무엇이며 육체의 몸을 빌어 이 땅에 존재하는 영혼들은 그래서 삶을 잘 살아나가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잘 살아가는 건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에 대해 애정을 가지며 세상에 대한 열렬함을 마음에 지니는 것이라고도 한다. 어찌 보면 도덕경같은 이야기들이 운율을 따라 노래처럼 내게 다가와 심장을 에워싸고 머리에 향긋함을 더한다. 

내게 있어 시는 학교에서 시험치기 위해 배우는 것에 불과했다. 시인들이 말하는 건 너무나 천편일률적이고(조국을 노래하거나 연인을 흠모하거나 하는 것들 돌려 말하는 것에 불과한) 그걸 해석하는 것도 너무 진부해서 그다지 호감을 가지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여기 실린 시들을 눈에 담아가면서 내가 시와 제대로 된 만남을 거의 못했었음을 깨닫는다. 아주 먼 옛날의 선조로부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방대한 스펙트럼 속에 살았던, 많이 알려졌거나 혹은 아예 몰랐거나 하는 사람들의 글들을 한데 모아 보니 그들이 느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은 것이구나 생각된다. 시는 그렇게 사람들의 기반을 이루는 마음들을 표현하기에 매우 적절한 형식이로구나 하는 생각까지.

세상은 엄청나게 변화하는 것 같은데 나는 여전히 수십년 전의 삶을 살아가는 듯한 막막함으로 위축되고 늘 비슷비슷한 일상 속에 지루해하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귀기울여볼 여유조차 없다며 불평하는 동안 시인들은 삶에 대한 애정과 나에 대한 소망,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그렇게 하자고 속삭인다. 나는 어느새 그들의 소리에 마음을 실어 그들을 닮아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 소리는 맑고 영롱했다. 오염되고 타락한 음성이 아니라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수많은 사람들의 진심어리고 순수한 권고요 초대였다.

시를 외워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책을 외우는 데에는 그다지 재주가 없는 나여서 얼마나 많은 시들을 외울런지는 모르겠지만, 목소리 높여 읽어가며 마음결 내가 원하는 것에 맞추어지는 공명소리를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마디로, 팍팍한 삶에 나날이 지쳐가는 우리에게 한줄기 샘과 같은 글들이다. 그리고 시의 리듬에 맞추어 내 마음의 소리를 일깨우는 묘한 힘이 있는 책이고.

우리 모두를 존재 속으로 내쉬는 위대한 들숨과
그 영원한 정지 속에서
나와 함께 춤을 추라.
그 공허감을 바깥의 어떤 것으로도 채우지 말고
다만 내 손을 잡고, 나와 함께 춤을 추라.

<춤> 中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살아가야 한다면 그 삶을 지탱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나임을 잊지 말자. 다른 무엇으로 자꾸만 나를 가리지 말고 내 안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그 장단에 맞추어 잠시 빌린 이 육체를 춤추게 하자. 그것이 행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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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5-02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외워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는 것... 그거 쉽지 않은 일인데, 그것을 느꼈다면 님께 꽤나 감명을 준 책인가 봐요. 학교에서 그것도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시를 일대일로 만나는 것은 쉬운 것 같지는 않아요. 전 그래도 운이 좋아 시는 못 써도 중학교 때부터 마음에 드는 시는 무조건 외워서 지금도 수십편 정도는 그냥 술술 외우게 되네요. 저도 읽고 싶어졌어요. 언젠가 꼭 읽어야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로드무비 2005-05-03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눌렀어요.^^

비연 2005-05-03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수십편을 술술술? 홋! 역쉬 님은...배울 점이 넘 많습니다.
저도 이번 기회에 한번 외워봐야겠어요...^^
로드무비님...감솨~~^^**
 
죽비소리 - 나를 깨우는 우리 문장 120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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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책이 있다. 그냥 읽으려고 냉큼 펴들었다가 그 말들이 너무 주옥같아 한번에 읽기가 미안해지는 책. 그래서 하루에 한 장씩 보물을 대하듯 한 자 한 자 꼭꼭 눌러 읽게 되는 책. 그리고 읽고 나면 마음 속 깊이 충만감을 느끼게 하는 책. 그래서 몇 주를 내 머리맡에 두고도 전혀 지루한 느낌이 안 들게 하는 책. 이 책은 내게 두 달간 그런 느낌들을 안겨주었던 책임을 고백한다.

120개 문장과 해석이 두 페이지에 딱 떨어지게 정리가 되어 있길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심심풀이로 읽으면 되겠다 했었다. 첫 날 하드커버의 버거움을 감수하고 핸드백에 억지로 넣어 들고 가서 버스 안에 어렵사리 앉아 투덜대며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을 때, 아..이 책은 이렇게 혼잡한 속에서 대충 읽기에는 너무 값진 책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부터는 늘 잠자기 전에 조금씩 읽어나가며 내 마음을 가다듬고 편안히 잠을 청할 수 있는 책으로 바뀌어 있었다.

고전이라. 게다가 우리가 흔히 보는 논어니 중용이니 어쩌구저쩌구 하는 중국의 사상가들의 글이 아니라 우리나라 옛 선비들의 글 중에서 작가가 마음에 담아두었던 글들을 1년 열두달의 의미를 따 열두장으로 나누어 정리한 책이다. '회심', '경책', '관물', '교유', '지신', '독서', '분별', '언어', '경계', '통찰', '군자', '통변'의 각 장에는 제목에 들어맞음직한 옛 사람들의 글들이 주옥같이 담겨져있다. 무엇보다 옛 글 하면 그저 중국의 오랜 학자들을 떠올리는 '사대적인' 사상을 통감하며 내가 이제까지 얼마나 우리나라 고전에 대해 내 조상들의 생각에 무심했는가를 깊게 반성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살아가는 방법이나 원칙들은 하나 변한 게 없어서 물질적인 풍요가 아무리 번창을 하고 세상 살기가 편해졌다고 해도 인간 본연의 자세에 대해 말하는 글들은 그 어떤 것들보다도 내 머리끝을 서늘하게 하는 힘이 있다. 때론 경고를 하고 때론 힐책을 하고 때론 마음을 잘 다독거리는 글들 속에서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백년도 못살 인생에서 나를 잃고 나의 빛을 저버리고 그저 그렇게 지냈을 수도 있는 세월들을 돌아보며 날이 시퍼렇게 선 사람의 생에 대해 고민했었다.

우리는 흔히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외국의 사상, 외국의 인물들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 뭔가 유식한 것 같고 고상해보인다는 착각도 간혹 하고 꼬부랑 영어를 아는 것은 우쭐해대지만 한글 이전에 조상들이 사용했었던 한자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하나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서양이나 중국의 철학자들 이름은 줄줄이 꿰면서 우리의 역사에 대해서는 늘 헷갈려하곤 한다. 하지만 나와 같은 토양에서 역사를 함께 하며 살았던 선조들의 사상과 정신은 내가 모르는 새에 나의 DNA에 새겨져 나를 형성하는 중요한 밑바탕이 되었을 것임을 새삼 느낀다. 나라는 현재의 존재가 과거의 존재들 없이 그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면 개인은 나의 집안 어른들의 역사를 통해 규정되고 더 크게 보아 한 민족의 역사를 체화하여 이루어진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정말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 우리 조상의 사상이 얼마나 깊고 올곧고 이 시대에도 충분히 귀감이 될 만한 것들인가를 느낄 수 있고 글 하나하나에서 전해지는 감동도 클 뿐 아니라 나의 역사의식과 옛 사람들에 대한 경외감을 확인할 수 있어서이다. 아울러 옛 글 옆에 주석처럼 단 정민 교수의 글들 또한 못지않게 정갈하고 마음을 울리는 글임을 말하고 싶다. 글을 올바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 글들 자체만으로도 삶에 대한 바람직한 애정이 담뿍 느껴져 가슴이 뻐근했었다.

맨 마지막 장에 조희룡의 글에 덧붙여 쓰여진 저자의 글로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아마도 이 글이 이제까지의 나의 중언부언을 요약하고 저자가 이런 책을 펴내게 된 마음가짐을 잘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새로워보이는 것만 있을 뿐이다. 물건이야 전에 없던 것들이 날마다 새롭게 만들어지지만, 세상 사는 이치는 조금도 변한 것이 없다. 정말 새로워보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옛것을 적당히 바꿔 새롭게 보이는 것일 뿐이다. 우리가 고전을 공부하는 까닭이다. 어떤 새롭고 유용한 것도 옛것 속에 이미 다 들어있다. 파천황의 새것은 어디에도 없다. 고치고 다듬는 가운데 조금씩 변화해가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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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2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갈한 리뷰입니다.^^

달팽이 2005-04-2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군요...책 사서 봐야겠습니다.ㅊㅊ

비연 2005-04-23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좋은 책입니다..한번 꼭들 보세요~

강한벌레 2005-04-25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다닐 때 읽었던 정민 교수님의 책. 정말 좋은 책이었습니다. 그 분의 <미쳐야 미친다>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비연 2005-04-25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한벌레님..반갑습니다^^ 제 서재에는 처음이신 듯.
정민 교수님의 책 '미쳐야 미친다'도 읽고 싶군요~

2005-04-28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05-04-2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제가 정말 넘 기쁘네요^^
책을 읽고 누군가에게 권할 수 있다는 건, 가슴깊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 같아요.
꼬옥 읽으시고 리뷰도 올려주세요~^^
 
일렉트릭 유니버스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18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다른 분들 리뷰에도 조금씩 언급이 되긴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당혹스러운 표현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고 저자의 알듯 모를듯 드러나는 '엘리트' 의식에 약간의 반감마저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모순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잘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전기'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역사를 관통하는 흐름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써내려간 저자의 문장력에는 감탄해 마지 않는 바이다. 머릿속에 지식이 있고 읽은 책이 많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흥미를 적절히 유발하며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모두 탁월한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우리의 일상 속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전기'라는 소재를 통해 과학이 어디 먼 별나라에 우주선을 띄우는 거창한 프로젝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흔히 주위에서 발견될 수 있는, 그리고 거기에서 충분히 문제의식을 도출할 수 있는 것임을 알려주자는 면에서 이 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는 생각일 들었다. 아마도 자라나는 아이들, 혹은 그냥 일반인들이 이 책을 접한다면 좀더 자연과학이라는 분야에 매력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중간중간 이론을 설명하면서 전문용어도 나오고 복잡한 이론을 단순화하다보니 더 얽히는 부분도 있는 듯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아주 훌륭한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책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 공기라든가 물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잊고 사는 건 인간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오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저자의 서문에서 말했듯이 하루라도, 아니 단 몇 분이라도 없으면 우리의 인생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대상을 우리는 마치 '항상' 있을 것이라 착각한 채 살아간다. '전기'라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이다. 최초에 '전기'라는 힘을 몰랐을 때 우리의 선조들은 지금같으면 몇 시간이면 할 일을 몇 주 몇 달에 걸쳐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최초의 발견'은 근사한 이론 아래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한 과학자의 '실행'에서 비롯된다. "현상 아래 숨어있는 원인에 대해 고민하는 게 필요할 때도 있지만, 그저 착실히 이것저것 만지작거려보는 게 한걸음 더 나아가는 최선책일 때도 있는 법이다." 조지프 헨리는 현상에 대해 고민하고 필요에 의해 전보라는 것을 발명했다. 그렇게 시작된 '전기'에 대한 흥미는 수많은 과학자들을 거쳐 급진적인 발전과 맞물렸고 이제 현대에 이르러 전기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 형성되게 되었다.

과학자들도 인간인지라 알고보면 사악한 사람도 있고 동성애자도 있고 성격파탄자도 있고 그러리라 상상은 하지만 야사 비슷하게 저자가 엮어내는 이야기 꾸러미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 우습다 싶기도 했다. 발견과 발명을 둘러싼 암투, 정치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에디슨처럼 우리에겐 천재소년으로만 인식되던 사람도 그저 "양심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빈" 사람으로 나타나지고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에 대한 억압들이 비일비재했음을 보여주는 등 일련의 이야기들은 '전기'라는 어쩌면 좀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를 우리 인간사의 한 토막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외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존재가 결국은 '전기'에 의해 이루어진 생명체임을 막바지에 다다라 알게 될 때는 경외감마저 생겼더랬다. 흩어져야 할 세포들이 한데 모이고 그들에게 역할이 부여되며 그 속에서 가장 결정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전자의 움직임, 즉 전기라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말이다. 결론적으로 '전기'는 세상 모두를 지배하는 하나의 힘이리라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생명체와 그 생명체가 존속하기 위한 배경을 support 하는 유일무이한 힘. 요즘 자연과학에 대해 떠올리면 대부분 돈 안되고 어렵기만 하다고 인식하는 많은 사람들이 꼭 읽고 세상에 대해 이해하는 도구로서의 과학임을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이 절실해졌다.

또한 잘된 번역과 편집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과학을 전공한 번역자의 매끄러운 번역과 친절한 안내글들이 읽으면서 버거울 수도 있을 법한 많은 사람들을 구해주었으리라 생각한다. 편집과 디자인 또한 매우 훌륭해서 다 읽고 책장에 꽂아둔 채 쳐다만 봐도 흐뭇함을 유발한다.  과학이라면 넌덜머리를 낸다거나 어려운 용어에 익숙하지 않아서 읽고 싶어도 고개를 돌리기 힘든 사람들, 혹은 잘 알고 있다 생각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수이 읽혀지는 책일 것이다. 모르면 알게 되어서 알더라도 그 하나의 맥락을 짚어나가게 되어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리라 짐작한다. 우주의 생성원리와 생명의 신비가 한 주제로 통일하여 설명될 수도 있다는 것에서 저자의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고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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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4-28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좋은 글에 왜 아무도 댓글도 추천도 없을까요? 의아해 하며 댓글답니다요^^
과학과는 멀리 산 사람이라 아직도 낯설긴 하지만 그래도 가까이 가 보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지요. 님의 글을 읽으니 역시 읽고 싶게 쓰셨군요. 님의 독서는 참 방대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잘 읽었어요.

비연 2005-04-28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홋! 미네르바님...그저 감사하는 말씀 밖엔.
다들 넘 리뷰를 잘 써주셔서 부끄럽다 했는데요...
님의 리뷰도 늘 잘 읽고 있습니다...저야말로 님의 독서량에 늘 감탄하는걸요~

설박사 2005-05-19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기에 이루어진 생명체라... 저자가 재미있는 결론에 도달했네요.. ^^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비연 2005-05-19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설박사님...제 서재에 왕림을!^^ 넘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