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이상문학상이나 동인문학상 탄 소설들을 참 열심히 읽었더랬다. 연초나 연말에 뽑히는 신춘문예 중단편소설들도 처음부터 끝까지 빼놓지 않고 읽었었고. 요즘엔 뭐가 뽑혔는 지도 잘 모르는 일이 허다하고...신춘문예는 본 기억이 가물가물. 흠..세상이 바뀌고 나이가 들면 이렇게 되는 건가.

올해 3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나왔다. 박민규의 단편 <아침의 문>이 수상작으로 결정되었고. 난 박민규의 소설을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전작들을 보면 꽤 흥미로와 보이는 작가이기는 하다. 찾아보니, 알라디너들이 자주 올렸던 책목록들이 눈에 보인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나 <카스테라> 혹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등. 요즘 이상문학상 당선작의 경향은 어떠한지 문득 궁금해진다.



 

 

 

 

 

 

 

















내가 감명깊게 읽었던 이상문학상 당선작은 여러 작품이 있다. 조금 오래전 것들을 좋아했었는데, 요즘 활동이 뜸하신 분들도 계시고 아직도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분들도 계시고. 어쨌거나 이상문학상이나 동인문학상은 한 사람의 소설가가 사회에서 작가라는 이름을 올곧게 내세울 수 있는 하나의 관문 역할을 해왔던 것 같다.



 

 

 

 

 

 

 



1987년 수상작인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두말할 나위없는 작품이었다. 읽고나서 꽤나 충격을 받았었던 작품이고. 한때 연극무대에도 자주 올려졌었다. 그 이후로 이문열이 줄기차게 낸 작품들은 대중에게 어필하는 글빨과 내용들이 주로였고 잘 쓴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가끔 하는 말들이 어이없어서 탈이다...1991년 조성기의 <우리 시대의 소설가>나 1992년 최인호의 <깊고 푸른밤>도 재밌게 읽었었다. 조성기는 예전에 이런 문학상의 단골 수상대상자이곤 했는데, 지금은 교수로 계시고 기독교에 심취하셔서 그에 관한 글들을 많이 쓰고 있다. 개인적으로 최인호의 글을 좋아하는 편인데, 따뜻한 에세이에도 능하고 역사물이나 현대물에도 능한 소설가라고 생각한다. 암이 악화되어 요즘 절필한 상태인데 쾌차하시기만 빌 뿐이다.




 

 

 

 

 

 

 


이 시리즈는 오래 전 작품들이지만, 지금 읽어도 참 좋은 글들이다. 1981년 수상작인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 박완서의 글들을 꽤 읽은 편인데, 이 소설을 접하고, 아 계속 읽어봐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었다. 체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소설로 옮길 때 어떤 작가들은 참 그 감정을 다 정리하지 못하고 내어서 보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곤 하는데..박완서는 이미 감정이 바닥을 쳐서 좀더 타자화해서 보는 데 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4년 최윤의 <하나코는 없다>. 서강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셨는데, 몇 편 좋은 소설을 낸 후 요즘은 아주 뜸하다. 이 <하나코는 없다>는 참 괜챦은 소설이었었는데. 우리 엄마랑 가끔 이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하곤 했었다. 그닥 환타스틱한 소재가 아니라도 사람 마음을 이렇게 잘 그릴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글이다 그러면서..(엄마랑 나랑은 독서취향이 좀 비슷한 편이라서~). 1990년 김원일의 <마음의 감옥>.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이다. 이 소설의 제목인 <마음의 감옥>은 내가 가끔 인용하는 말이기도 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 마음 속에 집짓고 사는 숨겨진 많은 감정들에 대해서 되짚어 보았던 기억이 있다. 이 외에도 <슬픈 시간의 기억>이나 <마당깊은 집>도 꼭 읽어볼 만한 작품들이다.

이밖에도 많다. 다 올리기 힘들어서 여기서 그만두지만 말이다...^^;; 최근에 신진 작가들의 좋은 글들도 계속 발굴되고 있는 것 같고. 34회나 되었으니 정말 역사가 오래 되었지 않은가. 여기 글한번 올리지 않은 작가들은 이 시대를 담아내는 글을 쓴다고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좀 비약일 지는 모르지만. 생각난 김에 이번 이상문학상 당선자인 박민규의 소설을 한번 챙겨서 볼까 싶다...라고는 하나....

참 볼 건 많고 시간은 없고. 사실 일한다고 앉아서도 책에 정신 팔려 벌써 시간이 1시..ㅜㅜ 이제부터 하자니 졸리고. 자고 나서 하자니 그냥 자버릴 것 같고. 암튼 독서여행이 필요하다, 나에겐. 오늘도 도착해버린 몇 권의 책과 더불어 책장 미어터지게 차지하고 있는 저 책들을 다 내 머릿속에 넣어버리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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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0-01-22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안그래도 이상문학상 얘기 쓰다가 시간이 없어서 비공개로 돌려놓았는데 찌찌뽕 ㅋ
박민규는 저도 몇 권 읽어보았는데 삼미 슈퍼스타 강추해요. 비연님 야구도 좋아하시니 쓰러지실 듯. ㅎㅎ 그 외 몇 개 읽은 작품들은 그저그랬습니다. 저도 왕년에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매년 샀었는데 어느 작품(?)을 계기로 손 뗐지요;;; 요즘 대상작들보다 예전 작품들이 더 좋은거 같아요.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상문학상 수상작 중 최고의 작품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ㅎ 뭐 제가 다 읽은건 아니지만요 ^^;;;

비연 2010-01-22 09:24   좋아요 0 | URL
앗. 찌찌뽕, 키티님^^ 저도 박민규 작품 중에 <삼미슈퍼스타즈..>가 가장 보고 싶다는..ㅋㅋㅋ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정말 명작이죠~ 저도 예전작품들에 더 정이 가요. 정서에 더 맞는다고나 할까~

머큐리 2010-01-22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매년 이상문학상이 출간되면 사서 읽었는데...어느 사이엔가 멀어져 버렸어요... 90년대를 넘어서면서 무언가 소설들의 감성들이 바뀌기 시작한 그 시점인 것 같은데..이상문학상하면 마치 떠나간 옛사랑의 추억같은 느낌이.. --;

비연 2010-01-22 11:13   좋아요 0 | URL
아..정말 떠나간 옛사랑의 추억이라는 말씀이 딱 와닿네요.
그러게요..요즘엔 정말 안 보게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