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한번쯤, 아니면 이년에 한번쯤 아무 이유없이 (라고는 하지만 뭔가 이유가 있겠지. 내가 그 이유를 찾아내지 못하거나 회피하려 해서 보이지 않을 뿐..) 우울해지는 때가 있다. 무기력해지고 감정이 침잠되어 잠자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시기. 큰일 났다. 지금 내가 그 시기인 듯 하다.

이 떄는 말이다. 말도 하기 싫어서 입에 자물쇠를 채운 것처럼 말수가 적어지고 (참고로 난 엄청난 수다쟁이다) 머리가 깨지게 아플 정도로 자면서도 계속 침대에 누워있고 싶어지고 쌓인 일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안 나게 되며 사람과의 만남을 극도로 피하게 된다. 짧으면 삼사일이고 길면 일이주 그렇게 지낸다. 꼭 가야 할 곳 이외에는 대부분 한 곳에 머물고 전화나 메일, 약속도 삼가하게 되는, 아 정말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블랙홀에 빠진 양 쉽사리 발을 뺄 수 없는 지경이며 결국 몸통까지 잠겨서 소득없이 우울해만 하게 된다. 으으.

네가 한가로와서 그래. 라고 한다면 정말 섭섭하다. 지금 나는 늘 그랬듯이 일이 많고 정리해야 할 일도 산더미이다. 아마 며칠 지나면 메일과 전화로 독촉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올 것이고 나는 그 전화 안 받고 메일 안 읽으려고 노트북 안 켜고 아이폰을 꺼둘 지도 모르겠다...이런 걸 잠정적 잠적이라고 하나.

책은 읽는다. 그대로 앉아서 책장만 넘긴다. 경험상 이런 때 우울한 내용의 책이라도 읽으면 거의 그 효과가 백만배라서 더더더욱 우울의 강에 빠지는지라 가급적 가볍고 즐겁고 해피엔딩일 수 있는 책들만 골라읽는다. 그래서 오늘 멍하니 앉아 있다가 고른 책이 이 책.


내용으로 보았을 때 무척 가벼운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예상적중. 가벼워도 가벼워도 이렇게 가벼울 수가. 대재벌의 딸이 경찰이 되었고 (이 내용은 일드 중의 '부호형사'와 거의 비슷) 그 대재벌 딸의 상사도 중재벌의 아들. 그리고 그들은 말도 안되는 가벼운 어조로 살인사건을 분석하고 결국 해결못하고 헤매다가, 대재벌 딸 (호쇼양) 이 집에 돌아와 부유한 아가씨의 모습으로 돌아온 채 만나게 되는 집사 겸 운전수의 추리를 빌어 해결하게 된다는, 만화같은 이야기 (표지를 보라, 만화다). 호쇼양과 그 집사와의 농담 따먹기도 아닌 말장난은 더욱 가벼워서 아..난 풍선을 타고 날아오를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고 사실 이건 그닥 유쾌하진 않았다.

재미없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우 추천할 만하다고 얘기하기도 곤란한 책이라고나 할까. 여섯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추리하는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그넘의 말장난, 그것도 솜털처럼 가볍고 무의미한 그 말장난의 할애는 좀 줄이는 게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암튼 이걸 읽으면서 내 아무리 우울하다고 해도 이런 류의 책으로는 오히려 불쾌해질 뿐이구나 싶어서 다시 책장으로. 근데 잘 살펴보면 내가 요즘 유쾌한 책을 잘 안 샀던 것 같다. 찾기가 힘들고... 그래서 고른 책이 '곰스크로 가는 기차'이다.


이건 결코 가벼운 책이 아니지. 오히려 생각하고 사색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들었다. 그래..오히려 이게 나을 지도. 책 자체의 두께는 얇아서 가벼우나 내용은 약간 무게감이 있는 것이 지금의 나에겐 더 어울릴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는 이곳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아내는 이곳을 '고향'이라고 부르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우리 아이들 정도는 돼야 이곳을 고향이라 부를 자격이 있지 않을까.

라는 단락으로 시작하는 소설.

아내와 나는 그저 우연히 여기에 정착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사실 나는 아직도 여기를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떠나고 싶을 뿐이다. 여기 머무는 한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머물게 된 이곳을 뜨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가 쉬운 노릇은 아니다. 게다가 내 노력을 가장 심하게, 그리고 가장 불쾌하게 방해하며 막는 사람은 - 마지못해 말하긴 하지만, 사실이 그러하니-바로 내 아내가 아닌가.

로 이러지는 소설. 왠지 처음부터 느낌이 좋은 책이다. 오늘은 이 책으로 내 우울을 달래보려고 한다. 이럴 때 와인이나 맥주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지만, 어제 맥주 한 캔 먹고 자서 아침에 머리 아팠던 기억이 문득 나서 패스. 그냥 오늘 속에 퍼붓고 있는 커피를 한잔 더 넣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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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07-16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크 리 감독의 '해피 고 럭키'를 주말에 꼭 찾아서 보도록 하세요.

비연 2011-07-16 17:01   좋아요 0 | URL
아..꼭 찾아서 볼께요..^^ 감사~ 메피님!

비연 2011-07-16 17:02   좋아요 0 | URL
제목부터가 '해피'하고 '럭키'한데..내용은 어떨 지 궁금..

비로그인 2011-07-16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해가 없어서 더 심해지는 건 아닐까요?
어딜 좀 다녀오려고 했는데 비가 많이 와 주시네요 흠냥..

저는 축 처지는 날은 몸 좀 움직이면 좀 괜찮던데, 이따 "틈" 타서 밖에 좀 나갔다 와야겠습니다.

비연 2011-07-16 17:02   좋아요 0 | URL
날씨 탓이겠죠? 비는 왜 이리 많이 오는 지. 그칠 기미가 안 보이네요. 저도 몸을 좀 움직여보려고 바깥에 나와 있어요..ㅎㅎ;;;
 


오랜만의 신간관심 시리즈.

오늘은 일요일이라고, 게다가 비가 왕창 쏟아진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아예 집 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침대 위에서 데굴데굴. 빈둥빈둥. 졸먹깨먹. 그렇게 지냈다. 잠은 잘수록 늘고 비가 와서인지 나이 탓인지 삭신이 쑤시고... 약간은 몽롱하게 약간은 알싸하게 지냈더니 벌써 10시가 다 되어가네. 세상에. 암튼 시간은 빨라. 매일 매분매초 느끼는 게 아니라 지나고 나면 확 와닿는 이 말. 빨라 시간은...ㅠ

조르쥬 심농의 책 6권을 일주일에 독파. 오늘만 해도 2권 반을 읽었더니 내 머릿 속 뇌세포 하나하나에 메그레가 새겨져있는 느낌이다. 산 책이 6권까지니까 여기서 스톱이지 사실 더 있었으면 (8권까지 나왔다지 아마) 더 읽었겠지. 암튼 조르쥬 심농 책 몇 권 더 나왔나 확인차 들어왔다가 신간관심으로까지 이어지는 나의 이 수다. 흠...삭신은 쑤시는데 손가락은 멀쩡한 걸 보면 이건 아마도 노환이라기보다는 신경성 근육통??? 내 맘대로 진단하고 내 맘대로 처방하는 비연.




















70권이 목표라는데 이제 10% 나온 거다. 아직도 마아니 남은 걸 생각하면 조바심도 나지만 너무너무 행복해지는 이 시리즈. 왜 이제야 나온 거니! 라며 투정까지 부려보지만, 암튼 이 책들 읽는 낙에 요즘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푹 빠져버린 시리즈. 다른 일은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오로지 메그레반장 생각만 나는데다가 맥주 생각도 간절해지는 걸 보면 난 중독자? 이 두 책도 얼렁 주문해야겠다. 아니면 서점 가서 바로 사버리던가.



















오쿠다 히데오의 <야구를 부탁해>. 예전에 읽은 <야구장 습격사건>을 떠올려보면 꼭 사야 하는 책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그 범상치 않은 유머는 읽는 내내 넘 즐겁게 하는 구석이 있는 오쿠다씨. <올림픽의 몸값>과 같이 좀 진지한 책들도 쓰곤 하지만 역시나 이 분은 유머나 해학이 넘치는 책들이 훨씬 매력적이다. 김경문 감독 은퇴하고 졸렬 야구 펼쳐대는 두산 덕분에 야구를 멀리 해온 내가 갑자기 야구장에 한번 가봐?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의 등장은 나를 자극시킨다는. 나는 진정한 두산의 팬인데 말이지....좀 못 한다고 이러면 되겠어...라는 갸륵한(?) 생각마저 드는 건, 오로지 이 책의 덕? 암튼 기대가 많이 되는 책이라는 것이 내 결론..ㅎ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모더니즘편>. 진중권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신뢰가 가긴 하지만, 책 이름에 진중권의..라고 붙인 건 좀 깬다. 미학오디세이나 등등의 책들에서 보면 역시나 미학이라는 관점에서 쓸만한 책들을 내고 있는 몇 안되는 분 중 하나이시니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불끈불끈. 가끔 트위터에 올리는 글들을 볼 때도 그 촌철살인이 무지하게 웃기기도 한데, 책에서도 가끔씩 엿보이는 그 나름의 문체와 글빨이 사람을 끌어당기곤 한다. 말할 때보다는 글로 접할 때가 더 매력적인 분 중의 하나이시고^^



 

 

 

 

 

 



<핀치의 부리>를 지은 작가 조너던 와이너가 <과학, 죽음을 죽이다>라는 신간으로 다가온다. 영원한 삶과 노화방지에 대한 인류열망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고 하니  솔깃.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장수하냐 안하냐를 떠나 역사적 철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꽤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에코 아저씨의 글은 내게 늘 감동이다. 처음으로 접했던 <장미의 이름>부터 시작해서 날 실망시킬 때가 없었지. 소설 뿐 아니라 에세이도 감동. 그래서 이 분의 책을 전부 가지고 싶은 바램을 가지고 있는 나. 못 읽어도 소장하고 싶은, 바라만 봐도 흐뭇한 책들. 제목들. 이 책도 또한 엄청난 양의 독서량과 동서양 고금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 에코 아저씨가 풀어내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읽고 쓰는 즐거움'이 주제라니 말 다했지 뭔가. 으으으. 떨려. 넘 좋아서..ㅎㅎ

















블랙캣 시리즈. 마가릿 밀러의 <내 안의 야수>... 현대 심리서스펜스 소설의 개척자이며 미국 에드거상 최우수장편상 수상작이란다. 인간 정신의 어두운 면을 파고들어간 명작이라는 말에 올리긴 올리는데.... 표지가 안습이네..;;;;;; 블랙캣 시리즈의 표지가 내 맘에 쏘옥 들었던 적이 그닥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아도 이번 것은...흠흠....나만 이런가. 암튼 내용상으로는 챙겨보고싶은 책.


여기까지. 요즘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고는 있는데 다 옮기기 힘들다. 헥헥. 암튼 덕분에 읽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갑절은 더 빨라진 이 여름. 우리나라도 7월 8월은 우기라니 (아열대다..ㅜ) 우기에는 역시나 배깔고 책 보는 게 최고지 뭔가. 올 상반기에는 바쁘고 정신없어 책 읽는 데 게을렀었지만 하반기에는 정신차리고 좀 읽어보련다. 지금 들고 있는 것은 무엇?


해리 백위드의 <언씽킹>. 사둔지 꽤 되었고 계속 뒤적거리기만 하다가 오늘 본격적으로 읽으려고 펼쳐들었다는. 나는 행동/진화 심리/경제학에 관심이 많고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정신/마음을 이렇게 분석한 책들이 좋다. 읽고 있으면 정말 어떻게 이리 내 머릿 속을 다 들여다보는 것처럼 쓰고 있을까 감탄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사는 모양새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무엇보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의 깊이가 더해지는 것 같아 늘 흡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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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르주 심농, 더 정확히 말하자면 메그레반장에게 꽂혀 있다. 다른 읽을 책들도 많아서 시작하지 말아야지 했었는데, 결국 1권을 손에 들고 나서는 계속 연속으로 2권 3권 읽어내려가고 있다. 조르주 심농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에 좀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정말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던 작가여서 이 사람에게서 나오는 글들은 어떨까 흥미를 유발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가 만들어낸 형사 메그레반장은...이제까지 내가 좋아라 한 탐정들, 콜린 덱스터의 모스경감과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존 르 카레의 조지 스마일리(탐정이라 하기엔 좀 그렇지만), 첸들러의 필립 말로 등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는 사람. 거구에 트렌치 코트를 입고 파이프담배를 늘상 입에 물고 사는, 그리고 시원한 맥주를 즐겨 먹는 남자.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직관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또한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을 잃지 않는 인간미 넘치는 남자..으으으. 반하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다. 그저 메그레반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하는 독서는....은근한 행복이다.

<수상한 라트비아인>도 그랬지만 <갈레씨, 홀로 죽다>는 마음 한켠 참 쓸쓸해지는 소설이었다. 제목을 보고 대충 내용을 짐작하긴 했었지만 그래도 뭐랄까. 한 사람의 가여운 일생이, 무엇하나 손에 제대로 쥐어보지도 못했던 그 일생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져서 보는 내내 마음이 짠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기다리던 모습. 그것은 상상만 해도 처연하지 않을 수 없다. 일생이 힘들었고 부인에게나 자식에게나 친척들에게 능멸받은 소시민으로서의 에밀 갈레. 그의 일생은 정말 뭐였을까..그리고 <수상한 라트비아인>이나 <갈레씨, 홀로 죽다>에서의 메그레반장의 활약도 활약이지만, 그들을 대하는 마음, 고독함을 함께 느끼는 그 깊은 속내에 함께 빠져들고 말았다.

지금 나온 6권 전부 가지고 있는데 이 속도라면 이번 주 내에 다 보지 않을까 싶다..무섭다..ㅜ 70권이 완간되기를 빠른 시일 내에 완간되기를 바라면서도 시간조절 못하고 읽어대는 내가 무서워서 말이다. 존 르카레나 콜린 덱스터의 소설들은 이제 신간이 잘 나오지 않으니 아쉬울 뿐이고. 체스터튼과 첸들러의 책들은 다 나와버렸으니 시시하고. 이제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조르주 심농의 메그레반장 시리즈. 게다가 가볍고 종이질도 좋고 표지 디자인도 맘에 들어서 들고 다니기 좋은 책들이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지금 <생폴리엥에 지다>를 읽고 있는데, 이 역시 내 마음을 울릴 조짐을 첫장부터 보이고 있다. 탐정이나 스파이가 등장해도 그것이 유독 범죄소설이나 추리소설로 느껴지지 않고 그저 '소설'로 심지어는 '명작소설'로 다가오는 것은 작가가 인간에 대한 깊은 혜안을 가지고 그들의 삶에 뛰어들어 표현하고자 하기 때문이 아닌지. 특히, 사람의 본성, 저 밑바닥에 깔린 감정들, 미묘한 느낌, 어떨 때 드러나는 사악함, 욕심, 그리고 이어지는 씁쓸함 등이 마치 나의 옆에서 일어난 양 자연스럽게 그리고 너무 야단스럽지 않게 묘사되는 글들을 만나는 건...진정한 행운이다. 따라서 조르주 심농의 책들을 만난 나는, 아무리 힘들다 힘들다 투덜거리기 바빠도 행운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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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ck 2011-07-07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바쁘다는건 다 거짓말~~~~~

역시 옛말이 틀린게 하나 없음... 바쁜척 하는 사람치고 정말 바쁜 사람 없다고...

비연 2011-07-07 21:47   좋아요 0 | URL
으으으. 이게 다 없는 시간 쪼개서 읽는 거라궁....ㅜ 지하철 이런 데서.
 

 

이매지님의 페이퍼를 읽고는 냉큼 보관함에 다 넣어버린 책들.  
http://blog.aladin.co.kr/imagination7/4771006  

 


 

 

 

 

 

 

 

세상에...75권이 나오리라 예상되는 조르주 심농의 책들. 오오오오오. 세상에. 드디어 나와버린 것이다. 시리즈물이라는 게 여러번 기획되고 여러차례 나오기도 했지만, 끝까지 힘을 받아 나오는 건 별로 없는 작금의 현실에서..(으으으. 떠올라지는 그 많은 시리즈물들..) 제발 제발 이 책들이 인기가 왕 많아져서 75권까지 무사히 나오기를 기도할 뿐이다. 일단, 일단, 나온 거 먼저 사보고..ㅎㅎ며칠 전에 구매한 책들이 아직 도달도 하지 않았는데 (7일날 온다고 하더니!) 또 책을 사야 할 운명의 비연..흠..그래 받아들이자. 어쩌겠는가 운명인 것을...키득키득...



셍택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가 나왔다. 어버이날이라 그런가, 제목이 주는 상징성이 꽤 크다. 기숙학교에 다니던 10대 시절부터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하기까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들을 묶어서 어머니가 직접 낸 책이라고. 편지라는 문학장르가 주는 재미는 여러 책들에서 입증된다. 대표적으로 <키다리 아저씨>. 주디 애보트라는 고아소녀가 얼굴도 모르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대학생활을 시시콜콜히 적어서 보내던 그 글은 읽을 때마다 너무 재미있고 실감났었다. 최근에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책. 따뜻하고 정감있는 그 글들. 마음이 훈훈해지는 느낌으로 읽었더랬다...아마도 생텍쥐페리의 글들도 그런 느낌을 주지 않을까. 어린 남자아이로부터 성인이 되고 전쟁에 참여하게 되기까지의 그. 작가로서의 생각들..그런 것들이 오롯이 담겨져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치 영원히 살아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남기며 하늘 어느 곳에서 사라졌던 그이기에 신비감마저 가지게 되고. 그 어머니는 가슴에 먹먹한 아픔을 담은 채 아들의 글들을 정리했겠지. 정말 살아있다고 믿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래도 영원히 살아있을 것만 같은 아들을 기억하며. 마음이 아리다.



 
일본판 마플할머니의 이야기, 고운초 이야기. 평범하고 지혜로운 할머니가 동네의 소소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연작단편집이다. 아마도 시끌벅적하거나 매우 잔인하거나 하기보다는 그저 소소한 이야기들,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지 않을까.  50년대부터 한 집안이 대대로 운영하던 시골 잡화점에서 커피 원두와 전통도기를 파는 아담하고 세련된 카페로 바뀐 작은 가게 ‘고쿠라야’. 소박하고 조용한 마을 고운초에 자리한 이 가게에서는 매일같이 향기로운 커피 냄새와 함께 이곳의 주인인 일흔여섯 살 스기우라 소우 할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젊은 시절 이혼 후 세 살배기 어린 아들을 잃고 줄곧 홀몸으로 살아오면서도 주위 사람들을 챙기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잃지 않은 그녀는, 가게를 찾아오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심상치 않은 수수께끼들을 하나둘 발견하게 된다.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불안해하는 여고생과 주부들, 컴퓨터 과외를 해주는 착실한 대학생, 갑자기 고향에 나타나 소란을 일으킨 전직 야구선수, 기억에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옛 친구와 그의 가족 등이 얽힌 크고 작은 사건들. 이에 직접 지팡이를 짚고 나선 소우 할머니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증거를 확보하고 기억을 더듬어 엉킨 실타래를 풀며 사건을 해결하려 하고, 그와 함께 일견 평화로워 보이는 사람들의 숨은 사연들이 밝혀진다. - 알라딘 책소개 중에서.. 를 보더라도 그렇다. 그냥 궁금하다, 이 이야기들.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라는 경제학자 던컨 폴리의 책,  아담의 오류. 주요한 경제학자들의 이론과 그 쟁점들을 통해서 경제학의 중심을 이루는 사상들을 요약함으로써 경제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라고 한다. 이런 책들을 몇 권 읽어보았었는데 너무 얕은 내용이라 늘 조금 실망하곤 했었는데 이 책은 좀더 깊이있는 내용을 전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아마도 마르크스주의자이니 기존의 경제학의 문제점들도 짚어줄 것이고 풍요와 부귀만을 보며 달려온 현대의 자본주의에 대한 시각에 대해서도 제시하고 있지 않을까.







마음의 시계. 스스로의 사고방식이 우리를 늙게 하고 질병에 걸리게 한다는 내용이다. 방금 <긍정의 배신>이라는 책을 읽었기에 정신과 마음이 우리의 신체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은 약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다만, 인간 본성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고 싶은 마음에 한번 사서 보려고 한다. 마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 육체의 시계도 거꾸로 돌릴 수 있다고 하니...어쩌면 노화와 질병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주는 심리학적 발견인지도 모르겠다. 읽어봐야 알 일이다. 조금 비판적인 마음으로 보겠지만. 

 

 

 

 
타이완의 최고 작가 중 하나인 리앙의 눈에 보이는 귀신. 대만에 자주 다녀와서인지 타이완 작가의 작품이라는 글에 눈이 번쩍 뜨였다. 우리의 독서 편식, 우리나라와 미국, 그리고 유럽권의 작가들에게 편중된, 아 그리고 일본 작가. 더 많은 세상의 작가들이 묻혀서 그들의 재능을 우리에게 보여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까지 한데, 타이완의 작가라니! 오호! 여자귀신이 펼치는 다섯개의 모험담이라.  작가는 귀신들의 우화적인 모험을 통해 해묵은 양안 문제의 역사적 연원과 본질을 이야기하고, 그 너머에 있는 자율적인 인간(이는 억압의 상태에 처한 모든 인간으로 확장할 수 있는 대표성을 지닌 존재)의 존재와 그를 구속하는 억압을 말한다. 그럼으로써 작가는 ‘정치政治’와 ‘성性’이란 이중의 질곡을 어떻게 풀 것인지 파고들어, 어둠을 뚫고 저편의 ‘출구’로 나선다. - 알라딘 책소개 중에서..

 

 

흠. 암튼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신간들이 와르르. 즐겁기도 즐겁지만 부담도 부담인. 요즘 나오는 신간들은 다 찾아 읽고 싶어지는 문제야 문제..ㅜ 그래도 책이 계속 나온다는 것은 즐거움이 더 큰 것이겠다. 냐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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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11-05-08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우리 열심히 심농 사 읽어요! ㅋㅋㅋ
고운초 이야기는 저 어제 다 읽었는데요 곧 리뷰 쓸께요.
정말 따뜻한 미스터리 :)

비연 2011-05-08 20:48   좋아요 0 | URL
ㅋㅋㅋ 매지님, 그래요 그래요^^ 심농 다 읽어버려요, 우리!
요즘 LG 잘 해서 더욱 좋으실 듯..^^ 전 두산 기세가 좀 꺾여서 불안중요 ㅠ

2011-05-09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9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오늘 좀 아팠다. 몸살기가 발동. 으슬으슬 춥더니만, 이런이런. 몸져 눕고 말았다. 덕분에 오늘 하루는 요양하고..이제야 좀 살겠다 싶어 꾸역꾸역 일어나 일 처리 중. 이제부터 또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게 좀 부담이긴 하지만, 그래도 몸이 좀 나으니 살 만하다.

역시나 체력관리가 필요. 근간에 좀 무리하긴 했지만, 그 정도에 이렇게 쓰러져서야(ㅜ)..

요즘은 바쁘다고 여러 책들 꺼내놓고 뒤적거리만 하지 끝까지 제대로 읽는 책이 없는 것 같아 괜히 불안해지고 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똑같겠지만, 이 세상의 이 수많은 책들을 다 읽어내야 겠다는 묘한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 나 모르게 새 책들이 쉭쉭 지나가는 게 영 불안한 요즘이다.



잘 될 거라는 믿음..이 나쁜 건 아니겠지만, 체제적인 문제를 부정하고 모든 것을 개인적인 힘으로 돌리는 것은 늘 불편했다. 그러니까 네가 더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더 긍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야, 더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등등의 이야기는 긍정의 오바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마약처럼 이런 것들에 수이 동화되는 경향이 있다. 어쩌면 그런 방법이 살기에 편할 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함으로써 현실을 바로 보는 것을 회피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난 이 책이 매우 흥미로운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유방암에 걸렸었고 그래서 그 병에 대처하는 많은 방법들 중 하나가 긍정적인 사고를 강요하는 것이며 그것이 마치 미국 사회에 이데올로기처럼 퍼져 있는 것에 대해서 심도깊게 분석한 글들이 마음에 와닿는다. 번역도 매끄로와서 읽는 것도 편하고 말이다.



누가 추천해줘서 읽게 된 책이다. 오호. 보물같은 책이다. 생물학자인 저자는 모든 생명체의 크기가 규정하고 있는 바에 대해서 처음부터 차근히 풀어나가고 있다. 아직 반 정도 읽었는데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크기는 무게를 담보하고 따라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크기라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크기가 다른 동종의 개체 즉 걸리버여행기처럼 거인과 소인이 공존하는 세상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잘 풀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사실 한번도 그런 것에 대해서 고민해보지 않았으나 이 책을 읽다보니 왜 모든 개체는 그렇게 자기만의 크기를 살아가도록 되어 있는가에 대해서 호기심이 일게 된다. 하늘 아래 당연한 것은 없는데 말이다. 매우 재미있는 책이다.







도대체 이 책들은 몇 주째 붙들고 있는 것인지. 사실 어렵지도 않고 매우 재밌기까지 한 이 책들을 다 읽어내지 못한 것은 내 일정의 빡빡함 탓인게지. 으으으으. 둘다 무지하게 흥미롭고 내가 늘 재밌어 하는 주제인데도 말이다. 노는 날들에 시간 내서 슬슬 (?) 읽어봐야겠다 싶다. 미학 오디세이는...진중권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다른 시각을 가지게 한다. 평상시에 나오는 모습과는 다른, 학문적인 견지에서의 그를 발견할 수 있음에 만족하고 있는 중이다.





이 와중에 이 책도 집어들었다. 이건 언제 샀더라..ㅜㅜ 벌써 번역이 되어 나왔지만, 나의 말도 안되는 고집으로 영어로 읽겠노라 하고 있는 책들 중의 하나이다..(더 있다..ㅜ) 제프리 디버의 책은 쉬우면서도 경쾌한 리듬을 담고 있는 책인지라 영어로 일기에 적합하기는 하지만, 읽는 책들도 다 소화 못 해내는 판국에 이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고집고집..)










 

그리고 나는 어제 알라딘에서 책을 사기까지 했다. 암튼..비연. 뭔가 병인가?  사실 <중원의 무지개>는 3권과 4권을 마저 샀는데, 이넘의 책그림이 안 올라가서 그냥 비슷한 1권과 2권으로. 다음주에 미국 갈 때 이 중에 2권은 들고 갈 생각이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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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5-04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셨군요. 빨리 낳으셔서 산책들 읽으셔야죠

비연 2011-05-04 20:15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감솨^^ 좀 쉬었더니 많이 좋아졌어요 ~ 책 읽어야죠 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