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건 살인사건 - 파일로 반스 미스터리 3
S.S. 반 다인 지음, 이정임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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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다인 시리즈를 읽으면서 이번 소설만큼은 조금 기대에 못 미쳤다. 가든, 카지노, 드래건 살인사건을 몽땅 한꺼번에 산 나로서는 가장 두꺼운 이 책에 가장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추리소설을 이렇게 길게 읽을 수 있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한 일이었기에.

하지만, 읽으면서 약간의 지루함을 느낀 게 사실이다. 일단 무엇보다 이전까지의 반 다인의 추리 중에서 가장 그 논리적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살인범이 왜 살인을 그렇게 어렵게 기획하게 되었는가 왜 심리적으로 그렇게까지 갔는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좀 아연했다고나 할까. 또한 마치 드래건과 물고기에 대한 지식을 설명하기 위해 지은 책마냥 장황하게 말한 많은 얘기들이 사실은 그렇게까지 살인과 연관이 있었는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 그냥 기괴한 분위기를 끝까지 끌어가기 위해 너무 애썼다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또한 범인도 너무나 뻔한 정황이라 쉽게 알 수 있었다. 따라서 그렇게 길게 늘여가며 추리를 유도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물론 해박한 지식이 그렇게 줄줄 엮어지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치명적인 거부감까지는 느껴지지 않았으나 어쨌든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는 결론이다.  한 추리작가의 모든 작품이 다 excellent할 수는 없는 거다 라고 위안하고 있다. 이제 '딱정벌레 살인사건'을 읽을 차례인데 약간 숨을 고르고 시작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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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7-05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딱정벌레는 좀 낫습니다. 정말 파일로 반스 말이 넘 많아요...

비연 2004-07-05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딱정벌레는 낫군요..그래도 조금은 기대를 안고 봐야겠네요..ㅋㅋ^^ 지금은 잠시 수다스런 파일로 반스를 떠나 크로포츠의 '통'을 읽고 있습니다..반 정도 보았는데 정말 괜챦은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연 2004-07-0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이 리뷰는 소개가 안되네요..글쎄 직접 책 소개로 들어가면 제 이름만 뜨고 밑에 내용이 안 나와요..--; 그래서 리뷰 카운트도 안되네..엉엉~~

김혁호 2004-07-14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다인은 일반적으로 가든을 제외한 후기작과 전기6작과는 큰 차이가 있는걸로 알려져있습니다. 물론 전기6작이 우수하죠...
저역시 방금 드래건과 카지노를 읽었는데... 생각만큼 나쁘진 않았지만, 확실히 전기6작과 가든에 비할바는 아니더군요. 그래도 기본 이상은 가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비연 2004-07-15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기본 이상은 간다는 말에 동감임다..다만 워낙 괜챦은 작품들을 먼저 읽은 터라 좀 기대가 컸던 것 같구요. 개인적으로 전 반다인이 쓰는 추리소설류를 매우 좋아하지요...
 
카지노 살인사건 - 파일로 반스 미스터리 2
S.S. 반 다인 지음, 이정임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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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다인의 추리소설 중에서도 이 작품은 비교적 범인을 알아채기가 쉬웠다^^;;   이 사람의 작품을 계속 읽어서인지 그 추리 과정에서 누구를 지목하는 지가 조금씩 보이는 탓도 있겠고 처음에 시작되는 편지글에서 나타나는 사람의 성격이 어느 정도 보인 덕분이기도 하다.

자기가 범인으로 몰리지 않고 싫어하는, 아니 증오하는 사람을 범인으로 몰고 싶어하는..교활한 범인의 잔꾀(본인은 꽤 훌륭하다고 계속 자만하지만 그 얕은 수가 뻔히 보이는...)를 파일로 반스는 아주 훌륭하게 풀어낸다.  그의 늘 하는 방식대로 처음부터 직감으로 느껴지는 범인을 대상으로 하나씩 하나씩 퍼즐을 맞추어가듯 그 음모를 파헤쳐가는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이고....경탄스럽다. 이 추리소설의 재미는 이러한 연역적 추리의 극치를 보는 데 있다. 또 하나는 이 작가의 광범위한 지식이다. 독물학과 물에 대한 지식들을 하나하나 늘어놓는데..아 그 해박함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다(^^) 파일로 반스를 통해 드러나는 작가의 그 경지에 항상 감탄이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점들을 착안할 수 있을까....

사악한 인간은 첨엔 그 꾀함이 치밀할 수 있으나 갈수록 스스로에게 도취되면서 헛점을 나타내게 마련이다. 그래서 악의 끝은 멸망임을..추리소설마다 밝혀내고 있는 것일 테고. 이 작품에서도 자신의 범죄를 완전하게 이끌기 위하여 주제넘게(!) 탐정을 끌어들이는 바람에 자멸하는 범인의 모습이 적나라하고..좀더 충격적인 것은 마지막 단락. 그의 부재 속에서도 일상생활을 잘도(!) 영위하는 뒤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있는 것 같다. 잘난 척하며 자기 혼자 욕심부리고 그것을 나쁜 방법으로 얻고자 한 사람의 남겨진 자리에는 누구도 회한을 남기지 않는 법인가....그래서 약간의 씁쓸함마저 느낀다.

히스 경사의 다정함도 돋보인다. 처음 '벤슨 살인사건' 때 반스의 친구인 마크햄 지방검사의 부하로서 반스를 만나 그의 현학적이고 심리적인 분석에 코웃음을 치며 경멸해마지 않던 그가...이젠 마치 반스의 오른팔처럼 행동대원으로 열렬히 참여하고 반스가 위기에 처하자 진심으로 걱정하는 그가 인상적이었다. ㅋㅋ

요즘 반 다인 시리즈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이제 장마도 곧 시작된다는데 이 책 한권 손에 쥐고 비오는 창문을 등진 채 지내봄이 어떨까...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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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살인사건 - 파일로 반스 미스터리 1
S.S. 반 다인 지음, 김민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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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미스터리 북스에서 나온 S.S.반다인의 추리소설을 통해 파일로 반스라는 걸출한 탐정을 알게 되었다. '그린 살인사건', '벤슨 살인사건', '카나리아 살인사건', '비숍 살인사건' 등을 읽으면서 그와의 만남이 너무나 기뻐 며칠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내가 좋아하는 추리소설은 대개 인간 내면의 심층적인 증오, 욕망, 질투 등을 분석한 종류이다. 그래서 아가사 크리스티니 엘러리 퀸이니 하는 작가들을 매우 좋아하고. 그런데 또 하나의 작가를 발견한 거다! 파일로 반스라는 부유한 미술 수집가이면서 역사와 예술에 조예가 깊고 또한 인간의 심리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 있는 탐정. 엘러리 퀸이 그의 영향을 받았다니..더욱 기뻤다.그래서 이번에 해문출판사에서 이 작가의 추리소설 시리즈 3권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주저없이 꾹꾹 눌러 다 사들였다. 그리고 그 중의 하나, '가든 살인사건'을 읽었는데...와.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부유층 자제들이 매일 모여 벌이는 경마게임. 거기에 얽혀있는 남녀간의 애증, 사촌간의 (미묘한) 질투 등등과 겉보기와는 달리 화목하지 않은 가족. 그 속에서 일어나는 부자연스런 감정의 교감들. 파일로 반스는 어느 제보자에게 들은 의미깊은 말들을 따라 그 모임에 참여를 하게 되고 그 속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사건을 진두지휘하여 해결하게 된다. 그리고..다른 작품들처럼 범인으로 생각되는 사람이 방심하도록 다른 사람들에게 더욱 혐의를 두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점점 그 범위를 좁혀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무엇보다 그 장소에 있던 다양한 사람들과 면담을 계속 하는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들의 세밀한 묘사, 그 감정의 굴곡, 그 중에 있는 미움과 허영 등이 아주 적나라하게 펼쳐지고...결국 드러나는 범인의 실체는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참....소름끼치는 결말이었다.

사람의 욕망. 비뚤어진 성격을 가진 사람이 그릇된 욕망을 가졌을 때에 비롯되는 나쁜 재앙들이 사실은 그냥 아름다운 세상에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반목과 불신들이 존재할 때 불현듯 일어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수작이었다. 범인을 알고 있는 가운데 진실을 끄집어 내기 위해 고민하는 반스의 모습은 더할 나위없이 매력적이었고. 특히 이 작품에서는 반스가 색다른 감정을 가지게 되는 여자가 처음으로 등장하여 더욱 그 분위기를 로맨틱하게 해준다....

S.S. 반다인을 몰랐더라도 심리추리소설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작품 뿐 아니라 이 사람의 작품 모두가(적어도 내가 이제까지 읽은 것들은) 강력추천이라는 것도 말하고 싶다. 아마도 이 작가 자체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었으리라...왜냐하면 범죄라는 것이 인간의 밑바닥에 존재하는. 설명할 수 없는 잠재의식들, 특히 우리가 흔히 감추고 싶어하는 사악한 의식들이 낱낱이 드러나게 되는 양상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작가의 통찰력이 놀라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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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형법정 동서 미스터리 북스 19
존 딕슨 카 지음, 오정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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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딕슨 카의 작품은...'황제의 코담뱃갑' 을 읽은 적이 있었다...그 때도 신통치 않다고 생각했는데...이건 어떨까 싶어 손에 들었다. '화형법정'...소개글을 보니 약간 등이 오싹한 내용일 것 같아 호기심도 동했고. 결론은....글쎄다. 뭐..좀 오컬트적인 내용을 좋아한다면 읽을만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추리소설이라 하면 뭔가 원인적 연관성을 보이고 거기에 개입된 사람들에 대한 심리적 묘사도 있어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취향에 딱 맞는다 할 수 없었다. 추리소설도 쟝르가 여러가지고 그래서 저마다 좋아하는 작가도 틀리고 주로 읽는 책도 다양하게 분포하니 나만의 취향을 누군가에게 강요하기는 그렇지만.

첨엔 뭔가 있어 보였다. 전반적인 상황이 그랬고 범인이 누굴까 하는 것에 대한 생각에 몰입할 수 있었다. 약간은 음침한 분위기와 등장인물들의 실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들이 내 몸을 감싸고 이게 뭔가...하는 생각에 바짝 긴장하여 읽었는데...좀 실망이었다. 작가는 아마 독자에게 이중의 트릭을 던짐으로써 이 글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책을 덮으며 'so what?" 이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더랬다.

있을 수 있는 얘기가 아닌 것 같아서가 아니라 사건의 전개가 앞뒤가 안 맞고 지목된 범인이 몰아세워지는 과정이 논리적으로 빈약하여 그냥 한편의 2류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존 딕슨 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나의 평에 엄청 반발하겠지만 말이다...(^^;;) 추리소설 중에서도 심리묘사와 치밀한 상황전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별로 유익하지 않겠다. 심령적인 내용을 좋아한다면 전혀 무방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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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유골 캐드펠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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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피터스라는 추리소설 작가(?)의 작품이다. 오랜만에 공항에서 사든 추리소설을 품에 안고(^^) 비행기를 탔을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이 작품이 내게 좋은 느낌을 준 이유 중에는  정말 좋아하는 추리소설을 너무나 오랜만에 보게 된 기쁨도 있을 것이다. 아뭏든...후배가 괜챦다고 추천을 했고...내가 알지 못하는 작가의 글이기에 선듯 고를 수 있었다. (호기심 많은 나..^^)

일단...배경은 '장미의 이름'과 비슷한 수도원이다. 하지만 다른 점은 주인공은 십자군 전쟁 참여 등 숱한 일들을 겪어낸 50대의 일개 수도사이고 지적인 배경이 뛰어나다거나 뭔가 카리스마적인 특성을 지녔다기 보다는 평범하지 않았던 인생 속에서 지혜를 깨달은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아마도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 와 더 비슷할 수도 있겠다. 수도원이라는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사람과 사람의 갈등, 그 속의 죄악들이 섬세한 묘사로 그려지고 있었다. 좋았던 점은...거창한 주제를 어렵게 덤비려기 보다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심리적 측면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작가의 방식이었다.

수도원을 대외적으로 빛나 보이게 하면서 자신의 야심을 채우려는,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원 장과  신에 대한 경외와 자신의 야심을 혼동하는 수도사들, 맞지 않는 길을 과감히 떨치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 그 속에 스치듯 존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태가 독특하게 구사된 책이었다. 항상 그렇지만 대의명분을 지향하는 속에서 간과되기 쉬운 인간적인 측면들은 느껴질 때마다 가슴에 저릿함을 안겨주고...그것이 추리소설이라는 틀 속에서 참 빛이 나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추리작가들과 구태여 비교하려 들지 않겠다. 나름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한 이 작가에게 관심이 동하게 된 책이라는 건 확실했고. 또한 결말이 여느 추리소설처럼 "너 범인이지?" 하는 식이 아니라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것으로 매김한 것도 맘에 드는 부분이었다. 시리즈로 나와 있던데 심심할 때마다 한권씩 사들고 읽으면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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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5-2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좋아집니다. 개인적으로 캐드펠 시리즈에서 이 작품이 20위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비연 2004-05-2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더 읽어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더 강렬해지네요. 멋진 추리소설 작가를 만난다는 건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저로선, 생활의 색다른 기쁨 중의 하나입니다. 물만두님도 그러시죠? ^^* 당장 두번째 책부터 주문해야겠네요...

물만두 2004-05-27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추리 소설도 그렇고 추리 소설 좋아하는 분을 만나는 것도 기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