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유골 캐드펠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199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앨리스 피터스라는 추리소설 작가(?)의 작품이다. 오랜만에 공항에서 사든 추리소설을 품에 안고(^^) 비행기를 탔을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이 작품이 내게 좋은 느낌을 준 이유 중에는  정말 좋아하는 추리소설을 너무나 오랜만에 보게 된 기쁨도 있을 것이다. 아뭏든...후배가 괜챦다고 추천을 했고...내가 알지 못하는 작가의 글이기에 선듯 고를 수 있었다. (호기심 많은 나..^^)

일단...배경은 '장미의 이름'과 비슷한 수도원이다. 하지만 다른 점은 주인공은 십자군 전쟁 참여 등 숱한 일들을 겪어낸 50대의 일개 수도사이고 지적인 배경이 뛰어나다거나 뭔가 카리스마적인 특성을 지녔다기 보다는 평범하지 않았던 인생 속에서 지혜를 깨달은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아마도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 와 더 비슷할 수도 있겠다. 수도원이라는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사람과 사람의 갈등, 그 속의 죄악들이 섬세한 묘사로 그려지고 있었다. 좋았던 점은...거창한 주제를 어렵게 덤비려기 보다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심리적 측면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작가의 방식이었다.

수도원을 대외적으로 빛나 보이게 하면서 자신의 야심을 채우려는,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원 장과  신에 대한 경외와 자신의 야심을 혼동하는 수도사들, 맞지 않는 길을 과감히 떨치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 그 속에 스치듯 존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태가 독특하게 구사된 책이었다. 항상 그렇지만 대의명분을 지향하는 속에서 간과되기 쉬운 인간적인 측면들은 느껴질 때마다 가슴에 저릿함을 안겨주고...그것이 추리소설이라는 틀 속에서 참 빛이 나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추리작가들과 구태여 비교하려 들지 않겠다. 나름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한 이 작가에게 관심이 동하게 된 책이라는 건 확실했고. 또한 결말이 여느 추리소설처럼 "너 범인이지?" 하는 식이 아니라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것으로 매김한 것도 맘에 드는 부분이었다. 시리즈로 나와 있던데 심심할 때마다 한권씩 사들고 읽으면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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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5-2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좋아집니다. 개인적으로 캐드펠 시리즈에서 이 작품이 20위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비연 2004-05-2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더 읽어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더 강렬해지네요. 멋진 추리소설 작가를 만난다는 건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저로선, 생활의 색다른 기쁨 중의 하나입니다. 물만두님도 그러시죠? ^^* 당장 두번째 책부터 주문해야겠네요...

물만두 2004-05-27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추리 소설도 그렇고 추리 소설 좋아하는 분을 만나는 것도 기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