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 살인사건 - 파일로 반스 미스터리 1
S.S. 반 다인 지음, 김민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동서미스터리 북스에서 나온 S.S.반다인의 추리소설을 통해 파일로 반스라는 걸출한 탐정을 알게 되었다. '그린 살인사건', '벤슨 살인사건', '카나리아 살인사건', '비숍 살인사건' 등을 읽으면서 그와의 만남이 너무나 기뻐 며칠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내가 좋아하는 추리소설은 대개 인간 내면의 심층적인 증오, 욕망, 질투 등을 분석한 종류이다. 그래서 아가사 크리스티니 엘러리 퀸이니 하는 작가들을 매우 좋아하고. 그런데 또 하나의 작가를 발견한 거다! 파일로 반스라는 부유한 미술 수집가이면서 역사와 예술에 조예가 깊고 또한 인간의 심리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 있는 탐정. 엘러리 퀸이 그의 영향을 받았다니..더욱 기뻤다.그래서 이번에 해문출판사에서 이 작가의 추리소설 시리즈 3권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주저없이 꾹꾹 눌러 다 사들였다. 그리고 그 중의 하나, '가든 살인사건'을 읽었는데...와.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부유층 자제들이 매일 모여 벌이는 경마게임. 거기에 얽혀있는 남녀간의 애증, 사촌간의 (미묘한) 질투 등등과 겉보기와는 달리 화목하지 않은 가족. 그 속에서 일어나는 부자연스런 감정의 교감들. 파일로 반스는 어느 제보자에게 들은 의미깊은 말들을 따라 그 모임에 참여를 하게 되고 그 속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사건을 진두지휘하여 해결하게 된다. 그리고..다른 작품들처럼 범인으로 생각되는 사람이 방심하도록 다른 사람들에게 더욱 혐의를 두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점점 그 범위를 좁혀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무엇보다 그 장소에 있던 다양한 사람들과 면담을 계속 하는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들의 세밀한 묘사, 그 감정의 굴곡, 그 중에 있는 미움과 허영 등이 아주 적나라하게 펼쳐지고...결국 드러나는 범인의 실체는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참....소름끼치는 결말이었다.

사람의 욕망. 비뚤어진 성격을 가진 사람이 그릇된 욕망을 가졌을 때에 비롯되는 나쁜 재앙들이 사실은 그냥 아름다운 세상에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반목과 불신들이 존재할 때 불현듯 일어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수작이었다. 범인을 알고 있는 가운데 진실을 끄집어 내기 위해 고민하는 반스의 모습은 더할 나위없이 매력적이었고. 특히 이 작품에서는 반스가 색다른 감정을 가지게 되는 여자가 처음으로 등장하여 더욱 그 분위기를 로맨틱하게 해준다....

S.S. 반다인을 몰랐더라도 심리추리소설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작품 뿐 아니라 이 사람의 작품 모두가(적어도 내가 이제까지 읽은 것들은) 강력추천이라는 것도 말하고 싶다. 아마도 이 작가 자체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었으리라...왜냐하면 범죄라는 것이 인간의 밑바닥에 존재하는. 설명할 수 없는 잠재의식들, 특히 우리가 흔히 감추고 싶어하는 사악한 의식들이 낱낱이 드러나게 되는 양상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작가의 통찰력이 놀라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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