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장이 너무 많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24
렉스 스타우트 지음, 김우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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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유쾌한 추리소설이었다. 네오 울프라는 탐정의 캐릭터도 독특했고 그의 수행원(비서라고 해야 하나)인 아치 굿드윈의 묘사도 아주 유머러스했다. 군데군데 드러나는 작가의 기지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를 머금게 한다. 또한 요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 또한 감탄스러웠고. 보기드문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의 15인의 명요리장들 중 10명이 카노와 수퍼에 모이게 된다. 여기에 주빈으로 초대받은 네오 울프와 아치 굿드윈. 미식가인 울프는 교통수단에 대해 극심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 기차 안에서 내내 불안에 떤다. 이 모습 또한 밉지 않다. 이 요리장들 중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있는 한 요리장이 소스 이름 알아맞추기 게임 도중에 등에 칼을 맞은 채 죽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하루라도 빨리 뉴욕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울프와 아치는 여차저차해서 살인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되고. 이 사건을 직접 풀어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실제 탐정들이라면 이렇게 하겠구나 싶게 현실적이다. 그 중간에 벌어지는 일종의 로맨스와 그것을 지켜보는 아치의 센스있는 묘사들이 매우 돋보인다. 결국 범인은 드러나고 이를 궁지에 몰아가는 울프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또한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이 추리소설의 백미라고 생각된다.

나는 특히 아치 굿드윈이라는 사람의 캐릭터가 좋았다. 탐정을 수행하는 비서 역할은 항상 탐정이 하는 일에 입을 벌리고 경탄만 하며 좇아다니거나 아무 가닥도 잡지 못한 채 헤매기 일쑤인데, 이 사람은 아주 철저히 탐정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수완을 발휘하면서 제재도 가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도 한다는 점이 멋있었고 그러면서도 울프가 다쳤을 때 보여주는 의리가 그 사람을 돋보이게 했다. 추리소설에서 흔하게 만날 수 없는 괜챦은 '비서'라고 생각된다.

렉스 스타우트라는 작가의 글은 처음이었는데, 매우 유머러스하고 독특한 인물을 자연스럽게 창조하면서실제 벌어질 수 있는 사람들의 교감과 분노, 복잡한 관계들에 대한 탁월한 이해를 바탕으로 잘 짜여진 추리소설을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주 좋은 만남이었고 계속 지속시키고 싶은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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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수집광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60
존 딕슨 카 지음, 김우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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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슨카의 작품은 이번이 세번째다. '황제의 코담뱃갑', '화형법정' 그리고 이 작품 '모자수집광사건'...이번 작품 또한 전형적인 밀실살인사건의 해결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모자를 훔쳐서 우스꽝스러운 장소에 걸어두는 어느 도둑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한 남자의 죽음. 이를 둘러싼 가족간의 얽히고 섥힘. 결국 드러난 범인은 의외의 사람이었고...펠박사라는 탐정은 이 모든 사실들을 처음부터 짐작하고 하나씩 파고들어간다. 하지만 왜 범인을 계속해서 옹호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끝까지 가시지 않았다, 사실.

런던탑이라는 기괴한 곳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라는 측면에서 음산함을 풍기고 있기는 하나 내용의 구성은 추리소설치고는 좀 평범하지 않는가 싶다. 밀실살인사건이라고는 해도 결국 결론적으로는 그 해결이 그것과 관련이 있었는가 하는 것도 그랬고. 모자 도둑과의 연계도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고....내게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작품이었다.

또 하나. 번역상의 문제인데...'대가리'라는 표현이 조금 걸렸다. 개 대가리를 쓰다듬었다 등의 표현이 많았는데 이 부분을 꼭 '대가리'라는 단어로 번역했어야 하는 지. 다른 표현은 없는 지. 약간 비속어같아 읽으면서 내내 이게 무슨 뜻인가 다시 한번 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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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8-07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요, 1978년거 동판이거든요. 번역에 신경쓰시지 마세요. 그때 번역한 거라니까요. 뭐, 끼워넣기도 했는데 이 정도는 봐줘야죠...

비연 2004-08-07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렇군요. 그래서 좀 어색한 번역들이 많았군요.. 알겠슴다^^
 
소름 동서 미스터리 북스 99
로스 맥도날드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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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맥도널드의 작품은 처음이다. 알라딘 마을에서 이 작품을 많이 추천해서 대뜸 사보았는데...정말 뛰어난 추리소설이었다. 신혼여행지에서 사라진 신부. 그녀를 찾아나선 신랑. 신부는 어느 대학에 학생으로 들어갔고 교수님 집에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일어난 살인. 신부의 정신착란적 증상. 그러면서 속속들이 파헤쳐지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살인, 인간들의 관계, 그 내면의 추악함. 그것을 하나하나 실타래를 풀어가듯 해결해나가는 탐정 루 아처의 활약이 돋보인다.

상류사회라는 것이 무엇인데 한 가정을 무참히 짓밟고 가족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도 버젓이 그 비뚤어진 우아함을 내세울 수 있는 건지. 참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씩 밝혀지는 참담하기까지 한 진실들 속에서 나는 주인공 탐정과 마찬가지의 심정으로 그 모두를 대하고 있었다. 너무나 어이없고 분하고 어리석기까지 한 기만과 위선, 속임수들이, 어떻게 자신과 집안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우습기 짝이 없는 이름으로 타인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게 할 수 있는 건지 말이다. 그리고 끝내 드러난 범인의 실체는..아연하기까지 했다. 많은 추리소설을 읽었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범인만큼 복잡하고 다중적인 캐릭터를 가진 존재는 드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추리소설은 아주 멋들어진(!) 인간 형상을 하나 창조한 셈이다.

탐정 루 아처의 평범하지만 인간적이고 상대를 꿰뚫고 있으면서도 바라고자 하는 바를 얻어내기 위해 자신을 적절히 안배할 줄 아는 모습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이다. 무심한 듯 하지만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있는(죽은 헬렌의 아버지를 대하는 모습) 아처 탐정에게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끌렸더랬다. 내가 좋아하는 파일로 번스나 에르큘 포와로처럼 현학적이고 수다스럽지 않아도 사건에 진지하게 개입하여 해결해나가는 전형적인 탐정의 형상을 잘 그려내었다고 본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꼬옥 한번 봐야할 작품이다. 강력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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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7-2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탐정이에요. 루 아처... 로스 맥도널드 전집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비연 2004-07-2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로스 맥도널드라는 작가에게 부쩍 흥미가 가네요...^^ 전집이 나오길 기도기도~~
근데 물만두님이 젤로 좋아하는 탐정은 누군데요? 궁금하네..
저는 뭐니뭐니 해도 에르큘 포와로입니다..ㅎㅎㅎ

물만두 2004-07-21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정들의 미사에 등장하는 매튜 스커덥니다. 로렌스 블록의 탐정이죠...

비연 2004-07-22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모르는 사람이네...한번 읽어봐야겠다.
물만두님이 좋아한다고 하니 커다란 관심이 뭉게뭉게~~^^*

마냐 2004-08-05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물만두님...고수는 다르십니다. 댓글의 수준마저...^^
 
딱정벌레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9
S.S. 반 다인 지음, 신상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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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딱정벌레 살인사건을 끝으로 시중에 나온 반 다인 시리즈 여덟권을 다 섭렵했다. 가든, 카지노, 그린, 카나리아, 비숍, 드래건, 벤슨...그리고 딱정벌레. 일단 흐뭇함으로 마무리^^

딱정벌레 살인사건은 반 다인의 다른 추리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으로 진행된다. 고대 이집트 유물 발굴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어느 노인의 처참한 죽음.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풀어지는 이집트 고고학에 대한 번스의 박학다식함. 그리고...그 절묘한 조화속에 더해지는 기괴함. 처음부터 범인을 꿰뚫은 번스의 추리완성은 퍼즐맞추기처럼 진행되고..끝내 범인은...번스의 번득이는 재치(?)로 밝혀졌을 뿐 아니라...

지난 번 드래건 살인사건에서 맛보았던 약간의 실망감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 작품이었다. 역시 반 다인의 전기 6작이 후기 6작보다 낫다는 평이 맞기는 맞는 모양이다. 현장 검증이라는 물질적인 현상에 급급하지 않고 인간의 내면 심리와 잔인성에 촛점을 맞추어 사건을 해결해가는 번스의 모습은...추리소설이 그냥 싸구려 소설에 그치지 않고 범죄라는 측면을 도드라지게 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이라는 부분을 고찰할 수 있는 훌륭한 쟝르임을 보여준다. 사실, 범죄보다 인간의 저변에 깔린 심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주제가 있겠는가. 거기에는 질투, 명예욕, 자존심, 금전욕 등 일반 사람도 가질 수 있는 욕망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다만, 그것을 범죄로 연결시키느냐 아니냐는 여러가지 정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누구나 어쩌면 그 경계를 넘어서기만 해도 완전범죄를 꿈꾸는 한 인간으로 오롯이 남게 될 지도 모른다.

심원한 학문의 세계와 추리소설과의 만남이라는 멋진 조화를 느껴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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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미스터리 북스 6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 지음, 오형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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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리소설은 이제까지 내가 읽은 추리소설 중에서 단연 압권이다. 내가 선호하는 소설은 주로 명석하고 말많은 사설 탐정(에르큘 포와로니 파일로 반스니 등등)이 나와 사건을 전반적으로 주도하면서 거기에 현학적인 지식까지 가미하여 결정적으로 범인을 밝혀내는 류의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와는 정반대로 탐정과 경시청 경감 등이 중간쯤 되면 예측이 되는 범인을 좇아가는 궤적들을 하나씩 따라가며 그 알리바이를 캐가고 논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이 묘미가 대단했다. ^^

우연히 발견된 통 속의 시체. 그리고 금화들. 알 수 없는 내기와 편지들. 처음에 이렇게 시작된 살인사건은 런던과 파리를 오가며 그 실마리들이 조금씩 밝혀지게 된다. 여기에 번리경감과 르빠르쥬 형사의 우정이 돋보이고 서로 발견해낸 증거들을 열심히 토의해가며 사건을 파헤치는데...이렇게 밝혀진 범인은 무고함을 호소하고 여기에 새로운 탐정이 나타나 다시한번 논리를 역전해가는 과정이 너무나 실감나게 묘사되고 있다. 마치 내가 탐정이나 경감이 된 것마냥 범인이 교활하게 꾸민 그 내용들을 모아진 증거와 대조해가면서 가정을 해보고 알리바이를 생각해보게 하는 데다 가끔씩 펼쳐지는 낭만이, 이 소설이 그냥 팍팍한 탐정소설에 그치지 않게끔 도와준다. 그리고 마침내 해결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러면 그렇지..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독특한 추리소설이다.

철저하게 현장 중심으로, 뭔가를 상상하거나 억지를 부리지 않는 모습들이 우리네 일선 형사들도 이렇게 사건을 탐문하겠구나 하는 감마저 가지게 한다. 아마도 이 소설이 씌어진 건 1920년대이지만 현재까지도 이러한 방법으로 많은 수사들이 이루어질 것이다. 놀라운 건 역시 사람들은 돈에 약해서(ㅋㅋ) 생각나지 않던 것도 얼마간의 돈과 우회적인 말로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역시 추리소설은 인간의 심리는 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놀라운 쟝르이다.

기존에 다른 류의 추리소설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적극 추천한다. 정말 잘 씌어졌고 논리가 탄탄하며 정교하게 짜여진 그 틀이 놀라운 미스터리물이며 마치 수수께끼나 퍼즐을 풀어나가는 것마냥 사람을 즐겁게 몰두할 수 있도록 하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나도 처음엔 이거 시시한 거 아냐? 하는 의문으로 시작했으나 책을 덮을 때는 누구에게나 권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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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hj 2004-07-31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뛰어난 탐정이 있는것도 아니고 대단한 반전이 있는것도 아니었지만
오직 꼼꼼한 수사과정을 따라가는 재미만으로도 정말 좋은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비연 2004-07-31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넹^^ 정말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 읽는 내내 했습니다...
이 책을 많이들 추천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