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생각날 때마다 책을 샀기에, 7월은 좀 자중했었다. 쌓이기만 하고 읽지도 못하니, 좀 읽고 사자... 했건만, 흠. 그게 잘 지켜졌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8월 들어서는 책을 사기로 했다. 인생 그리 길지도 않은데 읽고 싶은 책 좀 사서 쌓아두면 어떠리.. 라는 막무가내적, 막가파적 생각이라고나 할까.
여름이라, 쟝르소설을 여러 권 구매했다. 캬캬. 더운 여름에는 그저 스릴러가 최고지. 근데 더운가? .... 심지어 춥다. 서늘하다. 비가 연일 내린다. 2달 가까이 내린다. 앞으로도 더 내린다고 한다. 맑은 하늘을 보면 가슴이 뛰고, 날이 더워서 땀이 나면 괜히 좋다. 이게 뭔 일인지. 기후위기가 이렇게 기상청도 예측을 못하는 장마를 낳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말이다. 좀 찾아봐야겠다. 어쨌든, 오늘은 책 산 얘기를.
<너는 여기에 없었다> 이 책은 계속 읽고 싶기는 했다. 심지어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영화로도 나왔다고 했고. 근데 표지가.. 난 개인적으로 이런 표지를 선호하지 않는다. 일단 읽겠다고 저녁에 들 때 무섭고 자다가 눈을 게슴츠레 뜰 때 보면 무섭고.. 책 내용이 그런 내용이라도 좀 상징적으로(?) 표지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램이 있다.. (아멘) 뭐 아뭏든 요즘 <섹슈얼리티의 매춘화>를 읽고 있어서 이 책 내용이 더 끌렸던 건 사실이다.
맨해튼의 성매매업소 ‘놀이터’에 갇힌 뉴욕 상원의원의 딸 리사. 고작 열세 살에 불과한 그녀를 구하기 위해 해결사 조가 고용된다. 그러나 위험한 음모와 우연히 마주친 조는 자신을 죽이려는 자들과 싸우는 것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깨닫는다
- 출판사 제공 책 소개 中 (알라딘)
소설에서 이들을, 이 더러운 남자들을 처단해줬으면 하는, 현실세계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쾌감을 내게 선사해줬으면 하지만, 우선 읽어봐야 알겠지.
<눈의 살인> 우선 1권만 구입한다. 아마도 2권을 또 구입하겠지만 그래도 양심상 1권만. 프랑스 사람의 추리소설은 다른 나라와는 좀 차별적인 부분이 있다. 사건보다는 주변 배경을, 물질적 실체보다는 내면적 흐름에 초점을 더 맞춘다고나 할까. 그래서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데.. 평을 보니 아주 음산하면서도 흡인력 있는 소설이라는군. 땡큐.
<왼손잡이 숙녀> 에놀라 홈즈 시리즈 2편이다. 1편을 읽고 나서 이어서 읽을까 말까 좀 망설여지긴 했으나, 시작했으니 3편까지는 읽어보자 라는 마음에 구매. 아주 실망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좋지도 않았던 책이라 그냥 심심할 때 가볍게 읽기에 좋을 것 같아서 말이다. 게다가 2편부터는 에놀라 홈즈가 직접 탐정 사무소를 열어서 사건을 해결한다고 하니, 그 지점까지는 읽어줘야겠지. 라는 마음이다.
<나의 사촌 레이첼> 이 책은 순전히 단발머리님의 추천(?)에 의해 구매한 책이다. 대프니 듀 모리에의 책은 <레베카> 정도 아주 예전에 읽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어쩌면 영화를 책으로 착각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듀 모리에의 나이 44세, 작가적 기량이 정점에 이르렀을 무렵 발표한 이 소설은 머나먼 타국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은 한 남자와 그의 아름다운 미망인 레이첼, 그리고 레이첼을 살인범으로 의심하고 증오하면서도 서서히 그녀에게 빠져드는 젊은 상속자 필립의 이야기를 그렸다. - 알라딘 책소개 中
'서스펜스의 여제'라고까지 불린다는데 히치콕의 영화 원작으로 정도만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영국의 기사작위에 해당하는 데임 작위도 받은 사람인데 말이다. 우선 이 책부터 시작해보리라.
<배를 엮다> 권남희의 에세이 <귀찮지만 행복해볼까>에서 본인이 번역한 책 중에 칭찬을 많이 한 책이라 관심이 좀 갔다. 예전에도 흥미가 돋았던 기억도 있었고, 뭔가 사전 편집 이야기라고 하면 꽤나 지루할 것 같은데 일본 드라마로도 만들어지고 서점 대상 1위 수상도 했다고 하니, 한번 볼까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는 거지. 생각해보니, 미우라 시온의 글을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이 책이 처음이려나.
<아무튼, 술> 아무튼 시리즈의 20번째 책. 한번도 찾아 읽어본 적 없는 김혼비 라는 작가의 에세이이다. '세상 모든 술꾼들을 위한 책'이라는 광고 문구에도 혹했고, 미국 사는 선배 언니가 재미있다고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공쟝쟝님 글에서도 재미있다고 하길래, 흠? 사서 읽어봐? 이러면서 산 거다.
소주, 맥주, 막걸리부터 와인, 위스키, 칡주까지 주종별 접근은 물론 혼술, 집술, 강술, 걷술 등 방법론적 탐색까지… 마치 그라운드를 누비듯 술을 둘러싼 다양한 세계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작가를 좇다 보면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주종과 방법을 시도해보고 싶은 애주가나 여태 술 마시는 재미도 모르고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비애주가 할 것 없이 모두가 술상 앞에 앉고 마는, 술이술이 마술에 빠지게 된다. - 알라딘 책소개 中
<젠더> 이반 일리치 전집 중 하나이다. 묘하게 이반 일리치의 책은 잘 안 읽혀지는 책 중의 하나인데 (여러권 있다ㅜ) 사월의책 출판사에서 야심차게 이 사람의 책을 계속 시리즈로 내고 있어서 제목을 보고 자꾸 사게 된다.
일리치는 주장한다. 원래 남자와 여자는 불평등한 게 아니라 비대칭적일 뿐이며, ‘젠더’라는 서로 비교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진 존재들이었다고. 일리치의 이 책은 현대의 성차별적 현실을 뿌리로 거슬러 올라가 조명한 역사서이자, ‘경제적 인간’의 탄생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이기도 하다. - 알라딘 책소개 中
일리치 선생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회학자로서 역사학자로서 어떻게 글을 엮어나갔을 지 궁금해진다. 이번엔 잘 읽어봐야지. 읽다 만 일리치 선생의 책들을 흘깃 바라보며... (한숨...)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이 책을 제목만으로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책인데, 우에노 지즈코의 책은 처음이다. 세계적 권위의 사회학자라고는 해도, 일본 사람들의 책은 추리소설 외에는 잘 안 읽는 나로서는 그냥 그런 얘기겠지 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지나쳐왔던 것 같다. 근데, 한번 읽고 싶다는 생각을, 뭣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하게 되었다. 읽고 판단하자. 무엇보다 일본이라는 나라, 여성의 지위가 한없이 낮은 저 나라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는 지 어떤 생각을 하고들 있는 지 한번 보자. 뭐 이런 생각이 들어서인 것 같다.
세계적 권위의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는 이 시대에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 혐오적인 일면을 통렬히 비판한다. 저자는 일상의 여러 단면 속에 숨겨진 여성 혐오적인 부분을 꼬집고, 예술 작품 속에서의 여성 혐오적 설정을 들추어낸다. 독자들에게 결코 유쾌한 책은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불쾌한 책을 쓴 이유에 대해 단호하게 말한다. "아무리 불쾌하다 하더라도 눈을 돌리면 안 되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앎으로써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알라딘 책소개 中
이것이 끝인가... 아니다. 알라딘에서 산건 아니지만, 또 오고 있는 책들이 있다...
서재에 책장이 모자란다. 이사올 때 결심한 게 책 그만 사고 쌓아두지 말고... 내가 지금 산 책장을 넘어가는 책들은 전부 팔거나 기증하자. 그랬었는데 약속은 물건너 가고... 책장을 더 사서 꽂아야 하나 라는 심각한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