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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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이 결코 남자들이 떠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유태인도, 사색가도, 혼자 배를 타고 여행하는 순수한 여행자도 막지 못했다. 또한 여자들이 그들을 그냥 떠나게 내버려 두는 것도 막지 못했다. 여자들은 결코 떠나지 않고, 태어난 고장, 민족, 재산과 남자들이 돌아올 이유를 지키며 남아 있었다. 수 세기 동안 범선들은 여행을 오늘날보다 훨씬 느리고, 더욱 비극적이게 했다. 여행 거리가 멀어지는 만큼 자연히 여행 기간도 길어졌다. 사람들은 육지 위에서나 바다 위에서나 이런 인간적인 느린 속도에 익숙해 있었다. 그리고 연착에 대해서나 바람, 안개가 걷히는 것, 난파, 태양, 그리고 죽음에도 익숙해 있었다.-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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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박물관 2 민음사 모던 클래식 28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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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에는 점심때 먹은 음식, 목덜미에는 햇살, 머릿속에는 사랑, 영혼에는 조급함 그리고 가슴에는 아픔이 있었다.-22쪽

오로지 퓌순이 옆에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시적으로 보였던 기와와 아연 지붕, 가는 연기가 나오는 굴뚝, 불 켜진 창 안으로 보이는 집 안에서 움직이는 가족들을 내다보면서,-52쪽

터키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사이에 어떤 친밀감이 형성되면, 아무리 눈치 없는 관객이라도 상황을 알아채고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속 깊은 아주머니가 행복한 눈길을 던지곤 한다. 네시베 고모는 바로 그런 눈길로 나와 퓌순을 바라보았다.-165쪽

이렇게 많은 가족들이, 세상의 거의 모든 곳에서, 왜 텔레비전 위에 사기로 된 개 인형을 올려놓을 생각을 했을까?-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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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박물관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27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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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나눌 때 아주 몇몇 여자들에게만 보았던, 그 순간 하고 있는 일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재능이 내 마음속에서 커져 가는 질투의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117쪽

게다가 이 문제를 언급하는 순간 내가 느끼고 있는 열정의 강도를 숨길 수 없을 거라는 것도 감지하고 있었다.-118쪽

"영리한 사람들은 인생이 아름다운 것이며,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라는 것을 잘 알지. 그런데 나중에는 바보들만 행복해져.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지?"-175쪽

두서없이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필요한 신상 정보를 기입한 후, '나의 문제'에 대해 물어 오자, 그 순간 나는 의사에게 연인을 잃은 후 나 자신이 우주로 보내진 개처럼 외롭게 느껴진다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289쪽

그녀는 어떻게 이렇게 무심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걸 물어본다면, 애인을 수소문하면서 "뭐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야!"라고 말하는 실연으로 바보가 된 남자 같을 것이다.-3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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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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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기억은 외려 생생해지기만 하는데, 새로운 경험은 그에 터무니없이 미달한다는 것을 거듭하여 깨닫게 될 때, 인생은 시시해진다.-29쪽

"신은 원래 그런 존재야. 신은 비대칭의 사디스트야. 성욕은 무한히 주고 해결은 어렵도록 만들었지. 죽음을 주고 그걸 피해갈 방법은 주지 않았지. 왜 태어났는지는 알려주지 않은 채 그냥 살아가게 만들었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어?"
"없어."
제이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134쪽

승태가 볼 때, 태주와 같은 소년들은 폭력에 의한 굴복에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 이들은 패자로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부분을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부분과 구별하지 못한다. 힘에서 졌기 때문에 뭐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면이 가련한 수컷들에게는 있는 것이다.-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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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리
아니 에르노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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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장, 불러야 할 장의사의 수준, 장례미사, 부고, 상복 등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모든 준비가 아버지와는 무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아버지는 모종의 이유로 불참하게 된 어떤 의식일 뿐이었다.-13쪽

아버지와 어머니는 항상 상대를 힐난하는 듯한 어조로 얘기를 나누었는데, 심지어 서로를 염려해 주는 말을 나눌 때조차 그랬다. <밖에 나갈 때는 머플러 좀 두르라고요!>-77쪽

난 런던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멀리 떨어져 있으니 아버지는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는 어떤 추상적인 애정으로 환원되었다.-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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