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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책 속의 글자들이 연결된다는 것

제가 자주 사용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는 'iReadItNow'입니다. 읽은 책과 좋아하는 구절,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아서 스마트폰 사용 후부터는 꾸준히 이곳에 저의 책읽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웹과 싱크를 해두지 않은 상태로 중간에 핸드폰 업데이트를 한 번 하는 바람에 초기 데이터를 싹 날린 적이 있지만, 이제는 싱크를 해둬서 만에 하나 핸드폰을 잃어버려도 데이터는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반드시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읽고 다음 책을 읽는다'는 언제, 왜 세웠는지도 모르는 원칙을 버리고 책 여러 권을 함께 읽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유야 다양합니다. 먼 길 가는 내내 읽어야 하는데 남은 분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든지, 출퇴근길에 가지고 다니기에는 너무 무겁다든지 하면 다른 책을 집어들고 나오기도 하는 식입니다. 그리고 가끔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받은 책은 먼저 읽어야 하니까 그렇게 되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 다 읽은 책은 페터 회의 [콰이어트걸]입니다. 앱의 기록을 보니 지난 9월 7일부터 읽기 시작해서 어제 새벽에 다 읽었으니 무려 2달 보름이 걸린 셈입니다. 그 사이 여러 책을 읽으면서 [콰이어트걸]을 봤는데, 워낙 오래 전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도 그 정도 기간, 혹은 더 오랜 기간에 걸쳐 읽었던 것 같습니다. [에라스무스, 사랑에 빠지다]는 비교적 단숨에 읽었지만 서로 닮은 점이 많은 [콰이어트걸]과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이상하게 빨리 읽어지지 않고, 천천히 읽어서 더 좋기도 했습니다.

 

각설하고, [콰이어트걸]을 읽으며 바하 '샤콘느'에도 같이 빠져 있다가 다음으로 집어든 책은 데이비드 J. 린든의 [고삐 풀린 뇌]라는 책입니다.

 

그런데 읽다가 또 괜히 저 혼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콰이어트걸]에서 돈은 아주 중요한 소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카스퍼가 종종 그 돈에 대해 얘기할 때 덴마크의 500 크로네짜리 지폐에 있는 물리학자 닐스 보어를 언급합니다. 아마 아래의 얼굴이겠죠.

 

 

 

암튼 그 닐스 보어에 대한 이야기가 [고삐 풀린 뇌]에 떡하니 등장하는 것이 아닙니까! 두뇌, 특히 쾌감을 관장하는 영역에 대한 이야기니까 물리학자가 등장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를 읽어보면 닐스 보어는 물리학자로서 관련 이론을 갖고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LSD를 먹은 시험을 앞둔 한 학생의 환각 속에 등장합니다.

 

 

역시나 이런 우연이 저에게 무엇을 말하는 건지, 아무것도 말하고자 하는 바가 없는 건지 또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과 사람과 이야기와 마음들은 이렇게나 다 신기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 별 것 아닌 연결들이 왠지 저를 흥분케해요.

 

오늘은 금요일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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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A692006815 이상하게 김연수 작가님 만나는 행사에는 한번도 당첨된 적이 없는데 이번엔 전원초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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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말에는 회사친구와 도쿄에 다녀왔습니다(사람들은 '회사'에서도 '친구'를 사귈 수 있냐고 의아해하지만 이렇게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행운이기도 하고요). 직장에서 매년 매우매우 바쁜 시기인 5월-7월을 앞두고 일본 저가항공사에서 프로모션 하는 것을 보고는 새벽에 다짜고짜 무려 반 년 뒤인 시월 비행기표를 예약해버렸습니다. 워낙 저렴해서 환불도 변경도 안 되는 티켓이었습니다. 임의로 정한 세 개의 날짜는 이제 빼도박도 못하는 미래가 돼버렸고 저는 이것을 즐겼습니다. 어떤 외부의 핑계도, 또 내부의 사정도 웬만하면 이를 바꾸진 못할 테니까요.

 

오사카는 두 번째 방문이었습니다. 2년 반 전 늘 함께 다니던 대학 친구들과도 삼일을 머물며 무려 오사카, 고베, 교토, 나라를 여행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사카에 머물며 주로 교토를 조금 여유롭게 여행하기로 했습니다. '낮엔 교토, 밤엔 오사카'가 이번 여행의 테마였달까요.

 

하지만 여행이라는 게 늘 그렇듯 생각한대로 되지 않더군요. 전 여행 전에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는 편이 아닌데, 지난 여행에서는 함께 간 친구 하나가 워낙 준비를 많이 해서 크게 어려움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의 동행은 저처럼 미리 계획 세우지 않는 편이었고 저희 둘은 첫 날부터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간사이 스루 패스 3일권' 대신 '간사이 에어리어 패스 3일권'를 사고만 것이지요. 티켓을 파는 곳에는 스루 패스 대신 에어리어 패스 광고만 크게 실려 있었고 미리 알아본 스루 패스의 가격과 같았습니다. 별 의심 없이 결제하고 오사카로 가 호텔에 짐을 풀기까지는, 워낙 복잡한 일본의 지하철 시스템과 웬만하면 모국어만 쓰는 일본인들 때문에 조금 헤매긴 했으나 그럭저럭 순탄했습니다.

 

하지만 교토로 가는 전철을 타려다 저희는 저지를 당했습니다. 저희가 산 패스는 오직 JR만 자유롭게 탈 수 있는 패스였던 겁니다. JR은 우리나라의 국철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는 수 없이 고민 끝에 저희는 일정을 변경했고 첫 날 오사카를 둘러본 후 이튿날과 마지막날을 모두 교토에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다음 날 교토로 가기 위해 JR남바역에서 JR텐노지역으로 간 후 다시 JR오사카역으로 향했습니다. JR오사카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여러 JR 노선 중에서도 서울의 2호선과 비슷한 순환선인 오사카 루프 라인을 타야 합니다. 그런데 정말 희한한 것은, 그 원형의 라인 안에 든 여러 역 중에서도, 저희가 내려야 할 JR오사카역의 안내 방송만 듣지 못한 채 한 바퀴를 더 돈 것입니다. 다시 한 바퀴를 더 돌아 JR오사카역에 도착하면서도 저희는 오사카역을 지나쳤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JR오사카역이라는 안내방송이 수도 없이 나왔고, 다른 역보다 규모도 컸으며, 그래서 정차하는 시간도 길었는데, 졸지 않고 방송에 집중한 저희 두 사람 모두가 도착 안내 방송을 전혀 못 듣다니요. 그것은 JR의 저주가 분명했습니다.

 

이것은 저희가 이후 겪게 될 사건사고의 서막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제가 이렇게 여기에 관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바로 위의 첫 번째 사진에 있습니다. 24일 목요일 한국으로 돌아와 25일 금요일 출근을 하니, 신간 평가단 선정작인 [결괴 1, 2]권과 [천국에서]가 도착해있더군요. 둘 중 무엇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다 [결괴 1]권을 들고 퇴근했습니다. 그리고 읽기 시작한 이 책에서 'JR 오사카 역'이 등장한 겁니다.

 

도모야가 악마를 만나러 가기 위해 내린 곳이 JR 오사카 역이었고, 이후 절단된 채 유기된 사체가 발견되는 곳은 교토입니다. 그래서인지 그 곳의 풍경과 분위기, 작가의 장소에 대한 묘사가 더욱 생생하게 와닿았습니다. 마침 오사카에 다녀온 바로 다음 날, 히라시노 게이고의 [결괴]를 읽게 된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뭐 이런 생각을 떠나서 이런 우연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히라노 게이치로의 작품은 과연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했습니다. 주말 동안 읽을 요량으로 1권밖에 들고 오지 않은 저를 원망해야 했죠. 2권은 1권보다 더욱 사건의 전개에 집중하고 있어 더욱 책을 놓지 못하고 빨리 읽어내려갔습니다. 일본의 전철에서 마주쳤던 수많은 얼굴들, 관광지에서 만났던 아이들의 모습들을 떠올려보며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습니다. 마주하는 얼굴을 아무리 뚫어지게 쳐다봐도 알 수 없을 심연. 그것이 꼭 일본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설명은 아니겠지만 일본에서 짧은 3일을 보낸 직후라 그런지 이상하게 더욱 두려운 마음이, 더욱 가깝게 들었습니다.

 

[결괴 1, 2]를 읽고 나서 신간 평가단의 두 번째 책인 김사과의 [천국에서]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또 이 곳에서 저에게 유의미한 우연의 단어를 발견했습니다. '라이언 맥긴리'의 서울 전시에 친구와 함께 가기로 약속하고 기다리고 있는 저에게 책 속에 담긴 그 여섯 글자는 그냥 단순한 우연 이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설명할 수 있는 어떤 의미나 연관성이나 혹은 계시(?) 같은 것을 찾아낸 것은 아닙니다.

 

마침 오사카나 교토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 날 [결괴]라는 책을 읽은 사람보다는 라이언 맥긴리의 전시를 기다리며 김사과의 신작 [천국에서]를 읽게 된 사람은 더욱 많겠지요. 그런데 연달아 이런 경험을 하고 보니, 뭔가 무언가를 찾고 싶어지는 겁니다. 이건 뭘까. 이렇게 책 속에서 내 일상의 특정 단어들이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솔직히 말하면 그냥 우연일 뿐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이런 경험은 처음이 아닙니다. 페이스북이나 다른 어떤 곳에 쓰고 지금은 잘 찾을 수 없지만, 라디오헤드의 수많은 곡들 중에 어떤 특정곡을 듣고 있는데 마침 읽고 있는 책에서 그 노래가 언급된다던지 하는 듣고 있던 음악과 읽고 있던 책이 연결되는 경험은 한 번이 아니었고요. 아직도 놀랍게 기억하고 있는 일은 코맥 맥카시의 [더 로드]를 읽을 때였습니다.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을 읽고 있을 때 옆에서 주무시던 엄마가 악몽을 꿔 흐느끼시는 걸 깨운 적이 있습니다. 물어보니 엄마는 제가 읽고 있던 [더 로드] 마지막 장면의 어떤 장면과 똑같은 꿈을 꿨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과연 이 우연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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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읽은 책과 읽는 책이 또 다시 연결되고
    from hey! karma 2013-11-22 16:57 
    제가 자주 사용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는 'iReadItNow'입니다. 읽은 책과 좋아하는 구절,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아서 스마트폰 사용 후부터는 꾸준히 이곳에 저의 책읽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웹과 싱크를 해두지 않은 상태로 중간에 핸드폰 업데이트를 한 번 하는 바람에 초기 데이터를 싹 날린 적이 있지만, 이제는 싱크를 해둬서 만에 하나 핸드폰을 잃어버려도 데이터는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반드시 지금
 
 
 
알라딘 중고매장 부천점 내부소개 (방문 후기를 남겨주세요)


중고책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새 책을 사서 보고 그 책은 제가 계속 보관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누울 자리가 없이 책을 쌓아두어야 해도 읽은 책을 버리거나 팔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일까요? 중고서점은 좋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사서 읽었거나 다 못 읽었거나 그냥 가지고 있던 책들이 모여있는 곳이 중고서점입니다. 그래서 갓 찍어낸 새 책들만 모여있는 서점과는 또 다른 냄새가 납니다. 오래된 종이의 냄새, 그리고 그 책이 있던 장소나 그 책을 갖고 있던 사람의 냄새가 섞여 특유의 냄새를 뿜는 것이죠. 시뻘건 음식 양념을 묻히거나 커피 등의 액체류를 쏟아서 우그러진 책을 제가 사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것들이 모여있는 정취에는 분명 인간적인 면모가 있습니다. 새 책을 파는 서점에는 책 냄새가 더 진하고 중고책을 파는 서점에는 사람 냄새가 더 진하달까요.



직장이 있는 부천에도 중고서점이 생겼습니다. 부천역 5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한 모퉁이에 중고서점이 있습니다. 부천역의 개성이기도 한 복잡함이나 난잡함과는 확연히 분위기가 다른 입구라 서점에 딱히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새로운 장소 앞을 지나간다면 한 번쯤 돌아볼 것 같습니다.



중고서점을 다녀온 지는 꽤 됐습니다. 한 달 남짓 된 것 같습니다. 그 날 그 시각까지 알라딘 중고서점 부천점에 들어온 책은 1,799권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종이의 원료가 되는 나무로 된 입구와 마치 요술을 부려줄 것 같은 램프가 그려진 입구 앞에서 순간 맘이 설렜습니다.




서점 내부의 모습은 다른 중고서점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벽면에는 유명한 작가들의 얼굴과 그들의 대표작에서 발췌한 명문장들이 씌어 있습니다. 비록 진짜 얼굴은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서점에 입성하기 전에 뭔가 설렘과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달까요. 멋진 예술가들은 그저 자신의 얼굴만으로도 아우라를 풍기는 법이니까요.


 

종로에 생긴 알라딘 중고서점에 처음 갔을 때 신선하다는 인상을 줬던 이 안내도 그대로입니다. 분명히 못하게 하는 것들이 많은 '금지 조항'들임에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금지나 부정의 느낌보다는 부드러운 권유와 유머를 느끼게 합니다. '애완동물 입장 금지', '음식 반입 금지'와 같은 말을 사용하지 않고도 서점에서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을 못 하게 만듭니다. 






계단 위에서 보는 전경은 이렇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다 똑같은 마음이겠지만 그저 보기만 해도 흐뭇합니다. 다 내 책이 아니고 아마 죽기 전에 이 책들을 다 읽는 것도 불가능하겠지만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의 서재에 이 책들이 다 꽂히는 기분이랄까요. 평일 오후에 갔는데도 생각보다 사람도 많았습니다.



매장안내도입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참 예쁩니다.



엘리베이터 입구 위에도 문인들의 인자한 미소나 매서운 눈초리와 함께 그들의 명문장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장정일이 쓴 '애서광 체크리스트' 역시 알라딘 중고서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문장입니다. 기쁘게도 거의 모든 항목에 해당되는 저는 장정일과 알라딘 중고서점의 인증을 받은 애서광입니다. 이 중에 해당되지 않는 것은 '책에 낙서를 하지 못한다'인데, 저는 책에 밑줄을 그으면서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책이라는 것이 참 희한하게도 이렇게 진열된 책을 구경하기만 해도 책을 읽은 것 같고 책을 사기만 해도 읽은 것 같은데 정작 책을 읽고 나면 그 책을 읽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아주 오래전 사서 읽은 책을 또 산 적도 있습니다. 사놓고 안 읽은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읽은 책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책을 읽으면서 좋은 구절이나 인상적인 부분에는 연필로 밑줄을 치고 책을 읽기 시작한 날짜와 다 읽은 날짜를 적어넣기도 합니다. 요즘은 읽은 책에 대해 꼼꼼하게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도 열심히 활용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책에 일정부분 영역 표시를 하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내용도 잊고, 문장도 잊고, 심지어 내가 읽었는지조차 잊겠지만 다시 펼쳐보면 그 때 그 기억이 차르르르 넘어가는 책장 사이사이로 배어나올 테니까요.



알라딘에서 이벤트용도로 제작하는 다양한 제품들도 이렇게 진열이 돼 있습니다. 분명, 상술입니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많이 사야 주기 때문입니다. 부정할 수 없는 것은, 효과적인 상술입니다. 아직 읽을 책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품들이 탐 나서 책을 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후회한 경우는 크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사고 싶었던 책을 사는 거고 사두면 결국은 읽게 되고 또 만들어지는 제품들도 책이 아니지만 책 향기를 더하는 데 충실한 제품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유혹 때문에 지갑이 가볍거나 읽어야 할 책이 너무 쌓여있을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가보던 알라딘에 오랫동안 아예 로그인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저기 두 번째 칸에 보이는 빨간 색 머그에 내린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






간 김에 필요한 책을 검색해봤습니다. 사려고 하는 책의 위치가 적힌 종이를 은행번호표처럼 뽑을 수 있지만 왠지 종이가 아깝게 느껴져서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찍었습니다. 이 날은 손홍규 작가의 책을 많이 찾아봤습니다. 손홍규 선생님에게 글 쓰기를 배우러 가는 첫 날이었거든요. 



보이는 이 곳은 유아 도서가 있는 구간입니다. 계단에서는 아이가 내려오고 계단 왼쪽에는 유모차가 놓여있습니다. 유모차에는 장바구니도 걸려 있습니다. 식구들 먹일 것을 사고 마음의 양식도 잊지 않은 어머니가 참으로 멋집니다.



여기는 계산대입니다. 



중고서점에도 베스트셀러는 있습니다.



역시 유명한 작가의 베스트셀링 제품은 중고서점에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책들도 금세 다른 주인을 찾을 것 같습니다.



중고서점에는 책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 씨디도 살 수 있습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책을 담아주는 비닐봉지입니다. 벽이나 천장에 그려진 작가의 얼굴들이 책을 담는 봉지에도 그려져 있습니다. 기쁘게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기형도 시인의 얼굴에 새로 산 3권의 책을 담아왔습니다. 그리고 이 이후 2번 더 중고서점에 가서 책을 사왔는데 두 번 다 기형도 시인의 봉지였습니다. 기형도 시인의 얼굴을 모아 한 쪽 벽을 장식해보고픈 욕심이 생겼습니다.  



세 권의 책을 산 가격이 얼마일까요? 피고름으로 작품을 쓰셨을 작가님들에게는 왠지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새 책을 사지 못해 죄송합니다. 대신 이렇게 사서 읽은 책은 다시 중고서점에 내놓지 않을게요. 다른 책들은 절판이 아닌 이상 새 책으로 사서 볼게요. 손홍규 선생님은 작가 생활을 하면서 가장 씁쓸한 경험 중 하나가 사인을 해서 선물한 책이 중고서점에서 발견되는 일이라고 했는데요, 이렇게 구매한 책 중에는 다행히 그런 책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산 책 중에는 선물하는 사람이 직접 책 앞 장에 길고 짧게 편지를 썼거나 실제로 작가의 사인이 돼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편지가 씌어 있거나 저자 사인을 받은 책을 어떠한 사연으로 중고서점에 내다 파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혹시나 이 글을 보는 분들은 그러지 않으셨으면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을 표현해봅니다.



기형도 시인의 얼굴에서 세 권을 책을 꺼내 방바닥에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역시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옛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꺼내놓고 사진을 찍기만 해도 배가 부른 것을 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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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찾아서> 성석제 작가와의 만남 초대 이벤트 당첨자 명단

 

1. 

요즘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다보면 나는,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원래' 혹은 '항상'이라는 말을 유독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도 이 단어들이 습관적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왔던 걸 보면 정말로 나는 편견을 많이 가진 사람이다. 

어쨌든, 내 편견 중에는 이런 게 있었다. 문학을 좋아하는 여자들은 좋게 말하면 대개 수수하고 솔직히 말하면 별로 예쁘거나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 그런데, 카페꼼마를 못 찾아서 부득불 전화하게 됐던, 그래서 카페꼼마 밖으로 나와 나에게 위치를 알려준 문학동네의 관계자분은 참 예뻤다. 그리고 카페꼼마도 책이 많아서 참 예뻤다. 

 

 

   

 

 

 

2.   

어릴 때 나는 내 이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주로 옛날 기생들 이름으로 별명을 붙여주기 좋아했던 이름이다. 그리고 무슨 마음에서였는지, 내 이름은 내가 정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이름의 한자풀이를 영문으로 바꾼 후 그 약자를 따보기도 하고(막상 해보니 SBS가 돼서 별로였지만),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부터 스스로 '별**'라는 닉네임을 써보기도 하고, 작가가 되면 쓸 필명도 꽤 많이 생각해뒀다. 인터넷에서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수많은 이름을 갖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내 이름을 좋아하게 됐다. 그 어떤 멋진 단어를 떠올려도 내 이름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된 것. 그리고 오늘, 조금은 기계적으로 책에 싸인을 해주던 소설가 성석제씨가 꽃분홍색 포스트잇에 미리 써뒀던 내 이름을 보고 멈칫, 잠시지만 머릿속에 있는 어떤 기억을 급하게 마구 끄집어내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내 이름이 좋아졌다. 

 

  

 

 

 

3.  

좋아하는 연예인과의 팬미팅에 가는 여고생의 마음가짐으로 회사를 뛰쳐나왔었다. 예전에 좋았던 영화의 감독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글쎄 그게 대화라기보다는 강연이라는 점이 그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던 건지는 몰라도, 내가 영화에서 받았던 느낌과는 너무 달라서,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조금 실망했었다. 그래서 소설이 주는 느낌과 비슷한 사람일 거라는 기대는 말고 가자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했었는데, 미리 그런 마음의 준비를 한 것이 별 소용이 없었다. 그냥, 처음 봤지만, 아- 소설가 성석제 같다. 그랬다. 

예전 모 가수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 베테랑 가수 겸 기획자가, 말하는 목소리와 노래하는 목소리가 너무 다른 것을 단점으로 지적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소설가 성석제는 소설쓰는 목소리와 말하는 목소리가 비슷했다. 기존에 내가 가진 이미지를 나쁜 방식으로 뒤집거나 갱신시켜버리지 않아서 고마웠다. 그런 경우도 참 드물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또 그를 통해서 기형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시청탁 얘기를 하다가 기형도 이야기가 나왔는데, 기형도가 그렇게 이야기했다는 건지, 성석제씨가 그렇게 이야기했다는 건지, 누가 꼭 했다랄 것도 없이 대화 중에 그런 결론이 나왔다는 건지는 미처 잡아채지 못했지만 이런 이야기였다. 

이렇게 줄여버리면 약간의 왜곡이 있을지 모르나, 요는, 그들이 소설가가 되고 시인이 되는 이유는, '청탁'의 힘을 빌려 계속해서 소설을 쓰고 시를 쓰기 위해서라는. 뭐든 좀 해야돼야 하는 편인 내게는 돌팔매질 같은 이야기이기도 했다. 나는 작가를 꿈꿀 것이 아니라, 작가가 됐어야 했다.  

그래서 평생 글을 쓰겠다는 그분이 멋있었고 또 질투도 났다.

 

 

4.  

그리고 이곳에서 만난 너무나 반가운 또 한 사람. 

청년 이성복. 

 

 

 

자꾸 이런 말을 많이 입에 담는 게 '나이듦'의 징표처럼 느껴져 좀 조심스럽긴 하지만, 행복했다. 

 

진행을 해주셨던 신용목 시인 

 

 

[왕을 찾아서]를 낭독해주신 김유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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