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회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1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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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프 부인이 공부방에 들어서면서 문을 하도 세게 닫는 바람에 샹들리에 유리 장식들이 일제히 흔들리며 맑고 가벼운 방울 소리를 냈다. 하지만 앙투아네트는 책상에 머리카락이 닿을 정도로 고개를 쳐 박은 채 책 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캉프 부인은 아무 말없이 잠시 딸을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팔짱을 낀 채 앙투아네트 앞에 버티고 서서 소리 쳤다.

'넌 엄마가 왔는데 고개도 안 드니?

계속 그렇게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을 거야?

참 대단도 하지. 미스 베티는 어디 있니?

                                                                                         -'무도회' 중에서

상류 사회에 막 진입한 캉프 부인은 14살 딸 앙투아네트에게 상류층 부인들에게 멸시 당한 화풀이를 하며 예의를 갖춰 자신을 대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엄마다.

딸 앙투아네트는 이런 엄마를  가끔씩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했고 어떤 날은 칼로 얼굴을 그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앙투아네트 가족은 허름하고 비좁은 아파트에서 살았지만 아버지 알프레드 캉프가 증권으로 큰 돈을 손에 쥐자 마자. 시내 중심 큰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타자수로 일했던 엄마는 부촌으로 이사를 오자 마자 머리카락을 황금 빛 색으로 염색을 하고 매일 매일 손톱을 다듬었다.


'앙투아네트 혹시라도 누가 너한테 뭘 물으면 일 년 내내 남 프랑스에서 살았다고 말해... 칸인지 니스인지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는 없고, 그냥 남 프랑스라고 만해... 꼬치 꼬치 캐물으면 칸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그게 더 품격이 있으니까...'

매일 밤 엄마는 상류층에게 보내는 200통 가까운 초대장을 딸 앙투아네트에게 떠넘기며 그날, 무도회 준비를 하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200통에 가까운 초대장을 쓰는데 딸 앙투아네트와 그녀의 영국인 가정 교사 미스 베티까지 매달리는데 부유한 상인 계층 부터 남작,후작들 까지 두루 두루 초대장을 쓰면서 자신의 이름에도 후작과 백작 같은 칭호가 붙어 있길 간절히 바란다.

돈을 주고 작위를 살려면 10년을 꼬박 모아야 할 정도로 쉽지 않았던 일이라 캉프 부인은 자신의 집에서 여는 무도회에 엄청난 공을 들인다.

근사한 사람들이 찾아 오는 무도회 , 화려하게 치장한 귀부인들과 정장 차림의 남자들 틈에 끼고 싶은 열 네 살 소녀 앙투아네트, 엄마는 하인들에게 이런 저런 지시를 내리면서 벌써 부터 무도회장에 울려 퍼질 음악, 화려한 옷 차림을 상상하며 잔뜩 도취되어 있었다.

열 네살 앙투아네트는 9시에 취짐 해야 하기에 무도회에 참석하지 못하기 때문에 엄마에게 가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참석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매달린다.


'이런, 이런, 요망한 것이! 이 코흘리개가 벌써 무도회에 참석하겠다고, 기가 막혀서! 이리 와봐, 그런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생각이 사라지게 해줄 테니.'

엄마의 반대에 감정에 복 받쳐 눈물을 흘리는 앙투아네트, 가정교사 미스 베티는 위로를 하지만 앙투아네트는 더러운 이기주의자들, 위선자들이라며 자신을 억지로 재우고 벌주고 가르치는 이들 모두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며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어느 날 졸부가 된 아버지는 볼품 없는 외모의 유대인이라는 자신의 약점을 감추고 싶어 했고 엄마는 딸의 일상을 쥐고 흔들어 댔다.

열 네살 앙투아네트는 레슨과, 엄격한 규율 속에 숨통이 막혀 버릴 지경이다.

그녀는 만일 무도회가 시작 되기 전에 자신이 피투성이가 된다면 무도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상상을 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열 다섯 살 나이에 로미오를 따라 독약을 마셔 버린 줄리엣 같은 죽음을 꿈꾼다.

무도회 준비로 집안이 주문한 음식들과 온갖 사치스러운 장식품들로 가득 채워지는 동안 캉프 집안의 하인들 제대로 끼니를 챙겨 먹지도 못한 채 캉프 부인의 자잘한 잔소리에 시달린다.


[그녀는 꼼꼼하게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가끔 화장을 멈추고 거울을 집어 열정과 불안이 동시에 묻어 나는 눈길로 냉혹하면서도 의뭉스럽고 교활한 눈길로 자신의 모습을 집어 삼킬듯 바라 보았다. 갑자기 그녀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에 난 흰 머리카락 한 올을 꽉 집어서 온갖 인상을 써가며 뽑았다.아! 삶은 온통 어긋나 있었다.!]


캉프 부인은 일 평생 동안 누군가에게 쫓기듯 떠밀리듯 서둘러서 살아 왔다.

서둘러서 남자 마음에 들어야 했고 서둘러서 사랑을 했고 서둘러서 커다란 집으로 이사를 와서 서둘러서 화려한 무도회를 준비 하고 있다.

그녀는 더 늙기 전에 젊고 잘 생긴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어쩌면 이번 무도회가 캉프 부인의 인생에 있어서 마지막 기회이자 마지막 시간 일지 모른다.

그녀는 보석함에 들어 있는 목걸이는 전부 꺼내 목에 걸었고 반지란 반지는 손가락 마디 마디 마다 끼었다.

온갖 보석으로 치장한 캉프 부인은 스스로 빛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밤 9시, 그리고 30분을 넘어가자 피투성이가 된 채로 죽고 싶었던 앙투아네트는 무도회 현장을 엿보기 위해 유리창을 닦아 대며 초대장을 들고 찾아 올 화려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무도회장에 첫 번째로 찾아 온 손님은 바로 사촌 이자벨로 어느 날 졸부가 된 캉프 부부에 대한 시셈으로 딸 앙투아네트가 조금이라도 피아노 음정이 틀릴 때면 기다란 자로 사정 없이 손바닥을 때리며 분풀이를 해 댔다.

사촌 이자벨은 캉프 부부의 무도회장을 둘러 보며 화려한 장식품을 비웃었고 자정이 가까워 지도록 초대한 손님들이 찾아 오지 않자 비야냥에 가득 찬 목소리로 캉프 부부를 위로 한다.

[바로 그 순간, 어디선가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악사들이 힘차게 블루스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울음 터트리는 엄마를 지켜보고 있던 딸 앙투아네트는 자신의 존재를 귀찮아 하고 하찮게 대하면서 이깟일로 슬퍼 하는 엄마를 이해 하지 못했다.

돈으로 상류층 삶을 살고 있지만 좀처럼 상류 사회로 진입하기 힘든 캉프 부부, 언젠가 작위를 이름에 붙여 놓고 무도회장에 찾아 오는 젊은 남자와 연애 하고 싶은 엄마, 자신의 모든 생활을 감시하는 엄마를 증오 하는 딸 앙투아네트


[아! 가엾은 딸, 내 가엾은 앙투아네트, 넌 정말 행복한 거야. 세상이 얼마나 부당하고 악하고 음헌 한지 넌 아직 모르잖아. 나에게 미소를 보내고 날 파티에 초대했던 그 사람들, 실은 내 등 뒤에서 날 비웃고 있었어. 내가 그들 세계의 사람이 아니어서 날 멸시 했어 천하에 몹쓸 것들, 빌어 먹을,,,,]

1929년의 프랑스 상류 사회의 모습을 담은 단편 <무도회>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유대계 작가 이렌 네미롭스키의 자전적인 모습이 많이 투영 되어있다.


1919년 러시아 혁명의 불길을 피해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 이렌 네미롭스키는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해서 문학을 전공했다. 그녀는 대학 재학 시절 첫 번째 단편 <오해 Le Malentendu>를 발표 하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1930년대에 들어서자 프랑스 비시 정부는 나치 정부에 적극 협력 하며 유대인들은 사악하고 탐욕스럽고 부르주아적이며 동시에 혁명을 일으키는 침략자, 전쟁 도발자로 매도 하고 사회적 법적 지위를 모두 박탈해버린다.

2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 1939년 이렌 네미롭스키 가족은 비시정부의 유대인 탄압을 피해 프랑스 시골 에-루아르의 이씨-레베크로 이주 한다.


1940년 서서히 조여 오는 나치의 압박 속에 가슴에 노란 색 별을 달은 작가 이렌 네미롭스키는 단편들 <다른 젊은 여자> <로즈 씨 이야기> <그날 밤>들을 잇따라 완성 하고 5부작으로 구상했던 대하 소설 <프랑스 조곡>을 완성하지 못한 채 1942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 돌아 오지 못한다.

[따스한 눈길로 가게를 둘러 본다. 빈 마룻바닥과 계산대 보잘 것 없고 허름한 상품들로 가득한 상자들이 나름대로 잘 분류되어 놓여 있는 서글픈 선반들을 바라본다. 고양이와 함께 난롯가에서 보내는 외로운 나날들, 아마 늘 똑같은 꿈이 되풀이되는 불면의 밤들도 있을 것이다. 영광이나 사랑, 그리고 피의 추억이 얼굴이 상한 그 자그마한 여자는 한때 영웅이었다.]

                                                                          -다른 젊은 여자 중에서


혁명과 박해 , 전쟁으로 파괴 되어 피로 물든 세상에 남겨진 사람들,생애 가장 눈부셨던 순간을 놓쳐 버린 사람들의 꿈과 사랑이 이 작품 집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결국 우리는 늘 이 세상에서 가장 격렬하게 욕망 하는 걸 얻게 돼, 그게 우리가 받는 가장 큰 벌이야.]

                                                           -그 날 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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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5 11: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리뷰에서 너무 감명깊게 읽었던 이렌의 책이네요 ~ . 무도회 배경묘사며 심리가 살벌하면서 넘 재미있겠어요 ~~ 이 책도 찜 ㅠㅠ 5월은 어린이날 아니라 어른의 날이라 우겨봅니다 ㅎㅎ

scott 2022-04-25 11:35   좋아요 3 | URL
여기 수록 된 단편들 모두 빼어 납니다!
반세기를 훌쩍 넘는 시대에 쓰여진 작품이라는 게 믿기 힘들정도로!
5월은 어른의 날!
미니님의 5월 알라딘 영상 기대 합니다 ^^

새파랑 2022-04-25 12: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첨들어본 작가인데 ㅋ 사강 이후에 새로운 프랑스 소설 작가를 찾고 있었는데 이 책으로 시작을 해봐야겠습니다 ㅋ 가격도 착한거 같아요 ^^

scott 2022-04-25 23:13   좋아요 2 | URL
이렌 네미롭스키가 우크라이나 출신이지만 작품 활동은 프랑스어로 해서
프랑스적입니다 (모파상 단편들과 비슷 )

가격 많이 착합니다
요즘 물가에 만원짜리 책이라는 건 ^^

독서괭 2022-04-25 12: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대장 200통 썼는데 1명 오다니ㅠㅠ 엄마가 앙투아네트에게 너무했던 거는 별개로, 너무 안됐네요;;; 엄마의 허영이 집약된 무도회라는 이벤트가 허망하게 끝나는 걸 보며 앙투아네트의 마음은 어땠을지,,

scott 2022-04-25 23:14   좋아요 1 | URL
결정적 스포는 뺐지만
프랑스 상류층들 당시 졸부 된 유대계를 무시 했던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춘기 앙투아네트 엄마를 향한 연민 질투 한 가득 ^^

거리의화가 2022-04-25 13: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설 속의 캉프 가족의 삶보다 작가 이렌의 삶이 너무 비극적이라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ㅜㅜ 그럼에도 이 책은 찜해놓습니다! 무도회란 제목이 저에겐 중의적으로 느껴집니다 화려한 무도회 이면의 그림자!

scott 2022-04-25 23:15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이렌의 삶 너무나도 비극적 ㅠ.ㅠ
그럼에도 이렇게 그녀의 분신 같은 작품들은 살아 남아서 다행!

무도회 이면의 그림자!
화가님의 표현 넘 ㅎ 멋집니다 ^^

페넬로페 2022-04-25 2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번 페이퍼에서 이렌의 삶을 써주셔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무도회의 내용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겪을 수 있는 그런 것 같아요. 졸부가 되어 상류사회의 틈을 노리고 자신들의 인생을 파괴해 나가는 과정요~~
저도 찜합니다^^

scott 2022-04-25 23:17   좋아요 2 | URL
그쵸! 상류사회 진입 하고 싶어서 온갖 사치 부려서 차려 놓은 무도회! ㅎㅎ

여기 수록된 단편들(무도회를 제외하고) 작가가 나치에게 쫓겨 다닐 때 썼던 작품들이여서 안타까움이 ^^

서니데이 2022-04-25 2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공하고 싶고,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은 가족의 이야기는 조금만 변주하면 어디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재미있게 쓰기는 쉽지 않겠지요. 잘읽었습니다. scott님, 좋은 하루 되세요.^^

scott 2022-04-25 23:18   좋아요 2 | URL
그쵸!
<무도회> 작품 프랑스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하니 연극이나 영화로 만들어 질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서니데이님 굿!밤 ^^

persona 2022-04-25 2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렌 네미롭스키 진짜 읽어보고 싶은 작가였는데 이렇게 소개를 읽으니 너무 재미나요. 읽어봐야겠어요!

scott 2022-04-25 23:19   좋아요 2 | URL
페르소나님 냉큼! 읽어 보세요
이 작품 번역자
제가 믿고 있는 몇 안되는 프랑스어권 번역자 입니다. ^^

persona 2022-04-26 01:09   좋아요 2 | URL
네. 기억해둘게요 _ 읽어보고 싶어요!!

scott 2022-04-27 21:56   좋아요 1 | URL
페르소나님 굿!밤 ^^

persona 2022-04-27 22:00   좋아요 1 | URL
굿밤이요!^^

희선 2022-04-26 03: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설 <무도회>에서 일어난 일은 어디에서나 일어날 것 같네요 어디나 돈으로 귀족이나 높은 신분을 사려는 사람은 있고, 돈으로는 잘 안 되기도 하잖아요 그런 사람은 끼워주지 않기도 하죠 남편 있는데 젊은 사람과 연애를 하려고 하다니, 하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이렌은 죽임 당하고 말지만, 아이들은 살아서 다행입니다


희선

scott 2022-04-27 21:58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돈으로 지위를 사고 파는 사회
현재 까지 이어지고 있죠
이렌의 자전적인 모습이 많이 담겨 있는 단편집입니다

잊혀질 뻔한 작가,
아이들만 살아 남아서 이렇게 읽게 되어서
문학의 힘 대단 한 것 같습니다. ^^
 
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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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밥벌이를 위한 공부가 아닌 일상의 좌절과 슬픔 근심, 혼란스러운 시름의 고통을 잊기 위해 오늘도 공부 할 것들, 지식을 흡수 한다. 공부는 살아가는데 가장 안전한 보호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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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4-19 18: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험이나 성적이 필요한 것만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평생 해야 하는 것 같아요.
scott님, 좋은 하루 되세요.^^

scott 2022-04-20 16:16   좋아요 2 | URL
평생!공부!
뇌를 늙지 않게 하는!ㅎㅎ
서니데이님 햇살 가득한 수요일 오후!
행복하게 ^^

mini74 2022-04-20 1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부는 살아가는데 가장 안전한 보호막이란 말 넘 위로돼고 좋습니다 *^^*

scott 2022-04-20 16:19   좋아요 1 | URL
미니님의 안전한 보호막!
똘망 똘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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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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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亠ノ  
  U ̄U ̄ ̄ ̄U ̄ ̄U
 
엔드 오브 맨
크리스티나 스위니베어드 지음, 양혜진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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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0일

독점 공개: 최초의 환자를 치료한 스코틀랜드 의사

'이것은 새로운 역병이며 악화일로만 남았다.'

-일리노어 멜드럼

최근 스코틀랜드 글레니글스 리조트에 각각 묵으며 골프 여행을 하고 돌아온 세 남성의 예사롭지 않은 죽음을 전한다. 그들은 글러스의 발발로 보지 않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WHO는 직무를 유기하고 있습니다. 졸음 운전이나 다름없죠. 스코틀랜드 보건국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들이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데 얼마나 처참히 실패 했는지를 생각하면 황당할 뿐입니다.'


대 역병이 시작은 2025년 11월 3일 영국 글래스고 한 병원에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찾아 온 젊은 남자 환자로 부터 시작 되었다.

그 환자는 독감 증세를 보였지만 병원에 도착 했을 당시에는 일반 독감 환자들과 증세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병원 측은 링거 액과 해열 진통제를 투여 했다.

병원 측도 환자도 단순 독감이기에 몇 시간 후 퇴원 할 거라 예상 했다.

하지만 환자는 호흡이 점점 가파지더니 체온은 순식간에 올라서 신체 작동 체계까지 위협하는 상태로 악화 되었다.

환자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르자.급히 몸 속에 관을 꽂고 링거액과 산소를 투여 하며 다량의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 그리고 스테로이드를 투여 했지만 신장 작동이 멈춰 버렸다.

독감 증세를 호소 하며 응급실로 실려 온 환자는 응급 치료 후 약 세 시간 만에 심장 박동이 멈춰버렸다.


'사망 시각, 2025년 11월 3일, 오후 12시 34분'


이렇게 독감 증세를 호소 했던 젊은 남자가 첫 번째로 사망하지 몇 시간 간격으로 응급실로 실려 온 총 8명의 남자 환자들이 줄줄이 사망하기 시작한다.

11월 초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최초로 발생한 전염성이 강한 변종 독감 증세는 생후 2개월의 사내 아이 환자 부터 예순 두살의 환자까지 사망자 모두 양성 이였다. 이후 런던-맨체스터-리즈-리버풀-버밍엄-브리스틀까지 광범위한 지역으로 변종 독감이 퍼져 나가면서 한 달 만에 5천명 이상이 사망한다.


'남자만 걸리는 스코틀랜드 독감' 치료 시기를 놓쳐 버린 스코틀랜드 보건 당국은 전염병의 발병 원인은 커녕 누가 어디에서 전염 되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뷰트 섬에서 온 그 남자를 치료 했던 의사 어맨더 매클린 박사는 환자가 사망했던 그날 11월 3일 스코틀랜드 보건국에 전화와 이메일로 사망 사실을 알렸고 WHO에 수십 통의 이메일을 보냈지만 어떤 답장도 받지 못한다.

어매던 매클린 박사는 '백신이 개발 되지 않는다면 이 전염병은 곧 남성들의 생명을 순식간에 집어 삼켜 버릴 것이 분명 하다며 여자든 남자든 사람이 많은 곳, 대중교통을 멀리하고 장거리 비행기를 타지 말 것, 누구든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 한다.

2025년의 의학 기술과 치료제로 이 치명적인 전파력을 가진 바이러스가 소년과 성인 남성의 생명을 빼앗아 가버리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스코틀랜드 보건국과 영국 공중 보건국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시오'라든가 '의사의 진찰을 받으시오'라는 공식 성명이나 시민 건강 안전을 위한 어떤 지침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얼마나 더 많은 생명, 남성들의 목숨을 빼앗아가게 될까?


남성이 사라지는 세상, 지구의 종말이 다가 온 것일까?


과학계가 남자만 병에 걸리는 이유에 대해 아무 성명도 발표 하지 못하자 사람들은 '남성 대 역병(Great Male Plague)'이라고 부르며 무서운 속도로 확산 되는 전염병으로 인해 모두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되어 버린다.

에이즈 감염 속도 보다 1.5배 빠른 속도로 전파 되고 있는 '남성 대 역병'의 빠른 치료를 위해 영국 보건 당국 담당자는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미국 측에 도움을 요청한다.

바이러스 감식과 백신 개발을 전공한 미국 질병 관리 본부 소속 병리학자 엘리자베스 쿠퍼가 영국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정장 차림에 늙은 백인 남자가 자리를 차지 하고 있는 영국 공중 보건국의 태스크 포스가 빈 깡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병리학자 엘리자 베스 쿠퍼는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다고 추정되는 충분한 수의 남성들의 혈액과 DNA 검사를 실시해서 백신이나 치료제의 실마리가 이들의 면역에 있는지 여부 부터 확인한다.

'남성 대 역병(Great Male Plague)' 바이러스는 HIV바이러스와 유사해 보이는 규칙성을 보이며 변이를 일으키고 있다. 병리학자 쿠퍼 박사는 일단 계속 변이 되고 있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청사진을 밝혀내는데 주력 하며 일반 남성들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이 변이를 이겨낼 면역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전염병은 여성이 숙주 일 때 조차 영향을 끼치지 않고 오로지 남자에게만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약 삼 주 만에 영국 내에서 약 십 만명에 이르는 남성 사망자가 발생한다.

아직 미국에는 감염자가 발생 하지 않았지만 치명적인 역병은 이미 미 대륙 땅에 도달 했을 것이다.

2025년 영국 전역은 심각한 공황 상태에 빠져 버리며 남성 중심으로 움직였던 사회 안정 장치 시스템(경찰, 소방, 응급 의료, 군대 그리고 첩보 기관)이 마비 되고 대규모 경제 붕괴 ,식량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치명적인 사망률을 무시 했던 보건 당국과 정확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하는 영국 정부,우왕 좌왕 하는 과학자들, 7천만이 넘는 영국 땅의 여자들은 자신들의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공포가 만연 된 세상에서 어떻게 해서 든 이들의 목숨을 살려 내기 위해 발버둥 친다.

영국 정부는 영국 섬과 멀리 떨어진 외딴 곳에 14세 부터 18세 비감염 소년들을 수용하는 '하일랜드 대피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이곳으로 가는 소년들은 백신이 개발 되는 즉시 우선적으로 접종을 실시 해서 신속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낸다는 조건까지 달았다.

10대 소년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보내 버린 후 스코틀랜드 당국은 본격적으로 감염자 경로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0번 환자, 유언 프레이저는 스코틀랜드 서해안에 위치한 뷰트 섬 출신으로 그가 만졌던 마지막 물품에 뭍은 흔적, 금빛 원숭이에게 첫 번째로 감염된 사실을 알아낸다.

남성 감염자의 치명적인 사망률은 수천 년에 걸쳐 진화한 Y염색체 대부분의 유전자를 상실해서 여성의 염색 채의 23번째 쌍 XX처럼 한 쌍으로 이뤄지지 않은 XY염색체로 한쪽에서 문제가 생겨 날 경우 Y염색체나X 염색체는 서로 보완해 주거나 복제를 하지 못한 채 소멸해 버린다.

역병 바이러스는 특정 유전자 서열의 결핍을 요구 하는데 역병에 대한 신체의 저항력은 높은 백혈구 수치를 이겨내는 능력이 있어 빠르게 증식한다.

서로 같은 XX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여성은 X염색체가 감염되어도 금새 X염색체를 복제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안전하지만 남성 중 약 9퍼센트만이 X염색체에 필수적인 유전자 방어력을 갖고 있다.

인류 최대 위기에 맞서는 용감한 여성들 최초 감염자를 진료 했던 영국 글래스고의 의사 어맨더 매클린, 미국 질병관리 본부 소속 병리학자 엘리자베스 쿠퍼박사, 정부와 보건부의 무능함을 폭로한 마리아 기자, 자신의 남자 상사 모두가 바이러스에 전염되어 사망하고 텅 빈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는 영국 정보국 소속 공무원 '던', 바이러스 학자 리사 그리고 바이러스에 무너져 가는 세상을 기록하는 인류 학자 캐서린 한 번 감염 되어 발병 한지 단 5일 만에 사망에 이르는 이 전염병을 치료하고 극복 할 수 있는 비책을 갖고 있을까?

이들은 바이러스를 물리칠 백신 개발에 657일 동안 매달려서 끝없는 실험과 임상 실험을 통해 96퍼센트 환자의 상태가 호전 되는 효과를 보게 된다.

백신에 거부 반응을 일으켰던 여성 염색체를 분리하는데 성공한 의료진 매클린과 쿠퍼 박사 팀은 이년의 세월 동안 총 253마리의 침팬지들의 임상 실험을 마치며 100퍼센트 예방 효과를 보이는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

2026년, 약 2년의 세월 동안 목숨을 잃은 남자들의 빈자리를 차지 한 소수의 바이러스에 전염 되지 않은 남성들 중에서 각 기관의 고위직을 차지 했다가 무능한 실력으로 인해 여성들에게 해고 당하는 세상이 된다.

0번 환자의 행적 추적-역병의 발견-여성들로 구성된 의료진 합동 팀 운영을 통해 약 2년 만에 백신을 개발 하게 되자 스코틀랜드 보건부를 비롯해 정부의 주요 인사들, 남성들의 무능함이 영국 전역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

역병으로 인해 바뀌어 버린 사람들의 생활 패턴, 가치관 그리고 각종 사회 시스템까지 변화 시켜서 이제 사람들은 거주지 증명서와 함께 백신 인증 코드 번호를 받으며 '인증 구역'안에서만 이동이 가능한 세상을 살게 된다.

2032년의 세상, 약 10퍼센트의 남성만 바이러스에 대항할 면역력을 갖고 있는 시대에 여성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시대 ,종말의 시작이 아닌, 개개인의 노력과 헌신 독창성이 인정받는 시대가 된다.

살아 남은 여성들이 바이러스 전파를 추이 하며 통제하고 치료 백신을 개발 하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남성들의 생명을 구하는 시대 분명 바이러스는 인류의 성 평등에 기여 한 것이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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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18 17: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딱 영화화 될 것 같은 시나리오 독특한데요. 남성만이 죽는 역병의 시대라니 ㅠㅠ 스콧님 리뷰에도 긴박감이 흘러요.

scott 2022-04-18 21:40   좋아요 3 | URL
이미 판권 계약 했다고 합니다 ㅎㅎ
미니님 예지력 !👍👍👍

역병의 시대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치 북극 남극 얼음덩어리에 갇혀 있었던 미생물들이 인체에 보복 하고 있는 것 같아요 ㅠ.ㅠ

페넬로페 2022-04-18 18: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섬뜩합니다.
이런 소재의 글을 전에는 그저 소설이나 영화로만 받아들였는데 코로나 시국을 겪고나니 이제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봐요.
제 2, 3의 전염병이 또 올 것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scott 2022-04-18 21:41   좋아요 4 | URL
저도 영화속에서 봤던 치명적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류 반이 사라지는 이런 스토리가 현실에서 일어 나고 있다는 거 ㅠ.ㅠ
변이의 끝이 없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ㅜ.ㅜ

프레이야 2022-04-18 2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이거 무서운 이야기네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는 세상이죠.

scott 2022-04-18 21:44   좋아요 2 | URL
소설이 아닌 실화라고 생각 하며 읽었습니다

백신 부작용까지 겹친다면 ,,,

책읽는나무 2022-04-18 2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헐!!!!
영화 나온다면 남자들 가만 있지 않겠네요?ㅋㅋㅋ
근데 실제로 그런 바이러스가 생길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드네요.
갑자기 남편과 아들, 아버지, 남동생 모두 생각나게 만든....죄 짓지 말고 착하게 살라고 말해줘야겠어요^^;;;

scott 2022-04-19 00:08   좋아요 1 | URL
다 죽어버리능 ㅎㅎㅎ

염색체 이상이 올 것 같습니다
백신 4차-5차 이렇게 3개월 간격으로 맞다가능 ㅠ.ㅠ

나무님은 부디 코로나를 비켜 나가시길 바랍니다!^^

그레이스 2022-04-19 1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전염병으로 완전 세상이 바뀌는 얘기네요
전염병은 싫지만...!

scott 2022-04-20 16:19   좋아요 2 | URL
이미 세상은 예전으로 돌아 가기 힘든 것 같습니다 ㅠ.ㅠ

희선 2022-04-21 0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25년이라니... 아직 코로나19도 사라지지 않았고 변이가 자꾸 나타나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쓴 소설인가 봅니다 이 소설이 2021년에 나온 걸 보니... 남자만 걸린다니...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기도 합니다


희선

scott 2022-04-21 15:33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이 책이 단순히 작가적 상상력이 아닌
인류의 대재앙은 이미 수년 전 부터 진행 되어 왔던 것,,,
북극 남극의 얼음 녹는 속도 만큼
우리는 변이 바이러스에 치명적인 생명의 위협을 ㅠ.ㅠ

희선님 꼬옥 마스크 ^ㅅ^
 
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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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하고 절실하게 세상에 시달리고 가족들로 부터 모진 말을 들어도 견디고 버티고 인내 했던 우리 어머니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 했던 사람들, 이 책은 그렇게 우리 어머니들의 삶에 관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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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12 15: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리뷰보고 이 책 읽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

scott 2022-04-12 16:31   좋아요 3 | URL
밝은 밤!
이제서야 100자평 !ㅎㅎ

미니님도 100자평 올려주세요^ㅅ^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장성주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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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천재성이란 본질적으로 적응력이자, 집요하고 긍정적인 집착이다. 거기서 집요함을 빼면 남는 것은 한 순간의 열정에 지나지 않는다. 적응력을 빼면 남는 것은 파괴적인 광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긍정적인 집착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로런 오야 올라미나 <지구종; 산 자들의 책>에서

2024년 7월 20일 토요일

로런은 꿈에서 날아다니는 법을 저절로 공중에 뜨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매번 방향 잡기가 서툴지만 꿈 속에서 집안 곳곳을 날아 다니며 움직이고 있다.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도 로런은 꿈을 꿀 때 마다 조금씩, 조금씩 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제 열 다섯 살이 된 로런은 내일 쉰 다섯 살 생일을 맞게 되는 아버지를 기쁘게 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로런의 가족들은 육중한 장벽으로 둘러 싸인 소도시 '로블리도'에 살고 있다.

일곱 살 무렵 부터 이곳에 들어온 로런, 그녀에게 장벽은 마치 웅크린 거대한 짐승으로 보여서 언제든지 달려 들어 위협 할 것 처럼 느껴진다.

사방이 장벽으로 막혀 있는 폐쇄적 공동체 삶 속에서 밤 하늘에 빛나는 별빛은 로런에게 유일한 희망의 빛이였다.

'로블리도'의 침례 교회 목사인 로런의 아버지는 주말 마다 집안에서 찾아 오는 주민들과 함께 예배를 보지만 노숙인 무리들이 이따끔씩 집안 교회를 점거 하고 휘발유를 뿌리며 불을 질러 버릴정도로 위협 했기에 가족 모두 무기로 무장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30킬로미터 쯤 떨어진 이옷 '로블리도'는 한 때 초록 잎으로 우거졌던 곳으로 장벽으로 둘러 쌓여 있지 않아도 평화로운 곳이 였다.

하지만 무고한 시민들이 하나 둘 씩 습격 당하거나 살해를 당했고 로런의 조부들도 2010년 누군가에게 살해 당한 채 거주지 마저 화염에 휩싸일 정도로 끔찍한 살해, 약탈 범죄 소굴이 되어 버렸다.

피를 흘리는 사람을 보게 되면 자신의 살갗에서도 피가 나는 '초공감증후군(hyperempathy syndrome)'을 타고난 로런은 자신의 의지로 느끼는 공감을 떨치기 힘들 정도로 타인의 고통과 쾌락을 공유 하며 느끼는 능력을 갖고 있다.

대학 교수이면서 학장이였던 로런의 아버지는 자신의 첫 번째 아내가 마약에 중독 된 채 아이를 출산 했고 그 아이가 의학적으로 증명 하기 힘든 증후군을 타고났다는 사실을 주변에 숨기고 있다.

사춘기에 접어든 로런은 엄마의 약물 중독으로 인해 타인의 고통과 쾌락까지 느끼게 되었으니 이제 타인의 섹스까지 공유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끼는

극심한 기후 변화로 인해 식수가 부족해지자 사람들은 물이 흘러 나오는 곳을 점거 하고 비싼 돈을 받고 물 장사를 하기 시작한다.

휘발유 가격보다 더 비싸진 물을 쟁취 하기 위해 살해를 하고 불을 질렀고 식량난 까지 가중 되어 경제가 순식간에 무너져 버린다.

2024년,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 미쳐 버린 미국. 총성과 마약, 방화와 살인이 들끓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리거나 돈이 되는 모든 것을 팔아 치우며 살아 남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강도에 습격 당하는 무고한 이웃들의 모습을 목격 한 로런은 스스로 신앙을 이해 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하느님은 힘이다.

무한 하고, 무적이고, 무자비 하고, 무심한 힘,,,

그러면서도 하느님은 유연하다.

사기꾼 처럼 스승처럼 혼돈 처럼 진흙처럼

하느님은 빚어지기 위해 존재한다. 변화가 곧 하느님이다.'


서로를 향한 혐오와 불신이 넘쳐나는 세상, 어린 여자 아이가 살해를 당하고 강간을 당하며 노약자들이 거주 하는 곳마다 불길에 사로 잡히는 세상에서 로런은 변화가 필요 하다고 믿고 있다.

굶주리고 절망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에 둘러 쌓인 폐쇄형 주택 단지를 벗어나 자신이 믿는 것을 글로 기록하고, 장벽 안에서 숨을 죽이며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목소리를 내며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꿈꾸며 장벽 밖으로 나가겠다고 결심한다.

2025년

지성이란 계속 발달하는 개별적인 적응력이다. 지적 생물 종에서는 한 세대 만에 가능한 적응이 다른 생물 종에서는 선별 적 번식 및 사멸을 통해 여러 세대에 걸쳐 이뤄지기도 한다. 그러나 지성은 다루기가 힘들다. 실수로 또는 고의로 그것을 오용 한다면, 지성은 제 나름의 마구잡이식 번식과 사멸을 조장하기도 한다.

2025년 7월 19일 토요일

열여섯 살이 된 로런은 생존 배낭을 꾸리면서 문득 자신의 생일 선물을 떠올린다.


'지구종의 숙명은 별 들 사이에 뿌리내리는 것이다.'


로런은 자신의 열여섯 살 생일을 앞두고 발견된 새로운 행성에 흥미를 느끼며 사격 연습에 몰두 하는 동안 두 살 아래 동생 키스가 돌연 장벽 넘어 세상 밖으로 나가 버린다.

사흘 밤은 골판지 상자에서 자고 음식은 훔쳐 먹었다는 동생 키스의 배낭에는 탄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누군가의 총을 훔쳤는지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내뱉는 동생 키스는 알래스카로 건너 갈 꿈에 부풀러 다시 장벽 밖으로 나가지만 총에 맞아 시신으로 발견 된다.


2026년

개인에게 지성이 있듯이 집단에는 문명이 있다. 문명은 연속적인 집단 적응을 성취하기 위해 다수의 지성을 결합하는 수단이다.

문명은 지성과 마찬가지로 적응 기능을 훌륭하게 수행하기도 하고 적절히 수행하기도 하며 수행하지 못하기도 한다. 문명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내부 또는 외부의 통합된 힘마저 문명을 행동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면 그 문명은 무너져야 마땅하다.

2026년 11월 17일 화요일

쉰 일곱살의 로런의 아버지는 평소와 다름 없이 근처에서 볼일을 보고 몇 몇 동료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중 실종된다.

동료들이 마지막으로 로런의 아버지와 헤어진 곳은 집에서 고작 다섯 불록 떨어진 곳이였다.

로런은 친구들과 완전 무장을 한 채 목숨을 걸고 산과 주변을 수색하며 수많은 오물과 시신 그리고 들개들 무리 속에서도 아버지의 흔적을 찾지 못한다.

모든 동네 주민들이 총 동원 되어 수색을 벌였지만 로런의 아버지는 흔적 조차 없이 사라져 버렸다.

-2027년

우리는 지구종 우리는 육신 스스로를 잘 알고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육신 우리는 지구 생명 가운데 하느님의 모습을 가장 잘 알고 똑같이 빚을 줄 아는 부류, 우리는 성숙해가는 지구 생명, 부모 행성에서 떨어져 나올 준비를 하는 지구 생명, 우리는 새 땅에 뿌리 내릴 분비를 하는 지구 생명, 스스로의 사명을 약속을 숙명을 다하는 지구 생명

2027년 7월 31일 토요일

로런이 탈출 하는 순간 동네는 불에 활 활 타올라서 사방이 혼돈의 도가니였다. 사람들은 달아나며 비명을 질렀고 총을 쐈다.

순찰 대원들은 비상벨 조차 누르지 못한 채 총에 맞아 죽었다.

열 여덟 살 로런은 길거리 부랑자가 되어서 폐허로 변해 버린 도시에서 몸을 피할 곳을 찾으며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 종이지만,

아는 우주의 다른 부분들 또한 마찬가지다.

존재하는 것은 모두 -변화하는 것은 모두

하느님 종이다. 지구 종은

지구 생명을 새로운 땅에 퍼뜨리는 모든 것이다.

우주는 하느님 종이다. 오직 우리만이 지구 종이다.

지구 종의 숙명은

별들 사이에 뿌리내리는 것이다.

로런은 장벽 밖에서 강간 당하는 여성들 그리고 장벽 안 여성들은 돈 많은 남성에게 사고 팔리는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한다.

로런 처럼 부랑자가 된 사람들은 중성적인 외모와 이름(로런Lauren/ Loren)으로 인해 남성으로 착각하지만 로런은 혼돈의 시기에 자신의 이런 모습에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믿음을 글로 기록하고, 소수자와 연대하며 새로운 공동체 ‘변화’를 신으로 믿는 ‘지구 종Earthseed’의 창시자가 된다.


'일주일에 한 두 차례 지구종끼리 모이는 것은 유익하고 필요한 일이다.

이를 통해 감정을 발산하고 마음을 진정 시키므로 이로써 정신을 집중하고 사명감을 북돋고 사람들을 하나로 묶으므로'

-<지구 종:산 자들의 책>에서

101번 고속도로에서 지구 종 은 탄생 했다.

한 때 이곳은 북쪽을 향해 거센 물 줄기가 흘러 내렸던 강으로 에스파냐 식민지 시절 캘리포니아 주가 사들여서 강한 물살을 막아서 시멘트로 채워 버린 곳이다.

이제 로런을 따라 사람들은 안전 한 곳 물이 흐르는 곳을 찾아 떠난다.

야영 할 곳을 찾으면서 로런은 자신의 동생 또래 아이들을 하나 둘 씩 만난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시대, 사람이 사람을 잡아 먹는 공포의 순간 예전의 세상, 서로에게 총을 겨누지 않는 시절로 돌아 갈 수 있을까...

[그 곳에는 집이 없었다. 건물이 한 채도 없었다. 거의 아무것도 없다시피 했다. 산기슭에 널따랗게 나 있는 시커먼 흔적, 잿더미에서 비죽 불거진, 개중에는 서로 기대선 것도 있는 불탄 기둥 몇 개, 그리고 높다란 벽돌 굴뚝 한 개가 외로이 시커멓게 오래된 묘지 그림 속 묘비 처럼 서 있을 뿐이었다. 뼈와 재 사이에 묘비 처럼..]

로런은 잔해 속에서 유골을 찾아 매장하면서 사라져 버린 이웃들과 지인들의 뼈를 땅에 묻어 준다.

그녀가 뿌린 씨가 자라 나무가 되고 나무가 자라 숲을 이루어서 비가 내려 애벌레가 자라 벌이 되어 생명이 움터 나가는 땅을 일궈 나갈 수 있을까...

서로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성서 구절과 지구 종시, 산사람이나 죽은 사람이 가장 좋아했던 노래와 시를 읊고 망자들을 묻은 땅에 떡갈 나무를 심었다.

이 땅의 이름은 에이콘(Acorn) 도토리,살아 있는 세상이 지구 종 스스로를 변화로 여기는 생명들에게 요구하는 것에는 한계가 없을 것이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그가 씨를 뿌리는 데 더러는 길가에 떨어지니 발에 밟히기도 하고 하늘의 새들이 쪼아 먹기도 하였다.

또 더러는 돌짝 밭에 떨어지니 싹이 돋아났다가 물기가 없어서 말라버렸다.

또 더러는 가시 덤불 속에 떨어지니 가시 덤불이 함께 자라서 그 기운을 막았다.

그런데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져서 자라나, 백 배의 열매를 맺었다.

-누가 복음 8장 5-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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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4-11 16: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누가복음 구절은 요한복음12장24절과도 비슷하네요.“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행방불명된 아버지는 아마도 누군가의...ㅠ.ㅠ 현실과 비슷하면서도 끔찍한 디스토피아군요. 시기적으로도 2024년이면 지금과 멀지 않은때라 더 무섭게 느껴집니다.

scott 2022-04-11 21:48   좋아요 3 | URL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오! 정말 비슷하네요. 미미님 성경 공부도 1등!👍👍
미래(2022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디스토피아 세계를 다룬 작품인데
현재 세상과 비슷해서 읽으면서 많이 놀랬습니다.

행방 불명된 아버지 가족들,,,
결국 로런 홀로 남습니다
2024년,,,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전쟁-기후 변화 -질병 그리고 치솟는 인플레로
우리 모두 힘든 시기 ㅜ.ㅜ

희선 2022-04-12 0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을 보면서 2024년 얼마 안 남았는데 했습니다 지금이라고 아주 좋은 건 아니기도 하겠지만, 갈수록 안 좋아질지... 무엇보다 기후변화가 심하네요 거기다 전쟁까지 일어난 곳도 있고...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희망을 가지고 싶기도 합니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희선

scott 2022-04-12 16:32   좋아요 1 | URL
시간이 지날 수록 미래가 밝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스크를 벗어도 감염에서 영원히 해방 되지 못한 인류 ㅜ.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 희망을 잃지 말아야 겠죠. ^^

mini74 2022-04-12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좀 무서운데요. 지구 종의 숙명은 별들 사이에 뿌리내리는 것 이란 문장 강렬합니다. 사이좋게 행복하게 좀 뿌리내리길. ㅠㅠ 현실감 느껴져서 더 오싹합니다 ㅠㅠ

scott 2022-04-12 16:34   좋아요 1 | URL
오싹하기 보다
페이지가 술술 넘어갈 정도로 재밌습니다 ㅎㅎ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에서 작가가 우화의 이야기를 한다는 설정도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을 예견 한 것 같지만
이 작품은 이미 20세기에 썼던 것이지만
현실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많아서 넘 충격 ㅜ.ㅜ
두번째 시리즈 우화는
미쿡 또뢈프 등장을 예견 한 듯 비슷한 또라이 정치인이 나옵니다 ㅎㅎㅎ

psyche 2022-04-13 0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봐야겠네요. scott님 서재 올 때마다 ‘읽고 싶어요‘의 리스트가 길어진다는...

scott 2022-04-14 00:23   좋아요 1 | URL
이 책 완죤 페이지 터너 입니다 버틀러 천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