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하우스
피터 메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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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어두운 갈색이라고 묘사하곤 했다. 우울한 암갈색 세상이었던 셈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며 자란 나의 어린 시절은 보라색이었다.]


스코틀랜드 아우터 헤브리디스 제도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루이스 섬, 그 중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한 네스 지구에 세워진 화이트 하우스는 1920년대에 암석과 석회, 콘크리트 블록으로 지은 하우스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지붕은 슬레이트나 골함석, 타르를 칠한 펠트로 뒤덮혀 있다.

이 지역에 세워진 화이트 하우스는 오래되고 낡은 블랙 하우스 단지를 대체 하기 위해 지어졌다.

블랙 하우스 단지 촌의 집들은 자연석으로 벽을 세우고 짚으로 지붕을 이은 전통적인 가옥 형태로 사람 뿐만 아니라 가축들도 한 공간에서 살 수 있도록 설계 되었다.

하우스 한 가운데 커다란 공간 바닥 한가운데 세워진 돌 무더기는 밤낮으로 토탄을 태우는 기관실 역할을 했는데 애초에 굴뚝이 없이 설계 되어 연기가 짚으로 덮힌 지붕 사이 사이 구멍으로 천천히 빠져나갔다.

하지만 연기가 제대로 지붕으로 배출 되지 않는 집은 내부가 항상 그을음으로 가득 했고 거주자들의 수명까지 빼앗아 가버릴 정도로 폐 건강에 치명적이였다.

이곳 네스 지구 사람들 대부분은 어업 종사자들로 평소에는 해변가를 샅샅히 뒤져야 먹을 것을 찾았고 폭풍우가 몰아 친 후에야 고기들이 잡힐 정도로 매우 팍팍한 삶의 터전이였다.

이 지역 사람들은 잉글랜드 지역에서 사용하는 지역이 거의 사라진 게일어를 사용해서 외지인들과 소통하기 힘든 곳으로 이곳 만의 독특하면서 기이한 풍습과 전설이 서려 있다.


[루이스 섬 북부 지역은 언덕이나 산맥으로 단절되지 않아 편평했다. 대서양에서 이곳을 가로질러 민치 해협으로 이동하는 기후는 언제나 급변 했다. 비가 오다가 해가 나고 시커멓다 가도 푸른 하늘이 얼굴을 내밀기도 했다. 쌍무지개가 뜨는 일도 다반사였기에 돌아보면 나의 어린 시절은 온통 무지개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서쪽 해안으로의 여정은 핀을 과거로 깊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길게 뻗은 텅 빈 도로는 여러 교파의 교회를 둘러싼 채 비바람을 맞고 있는 음산한 분위기의 주택가로 이어졌다. ]


의문의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18년 만에 고향 스코틀랜드 아우터 헤브리디스 제도 루이스 섬으로 돌아간 형사 핀 매클라우드 , 다섯 살 짜리 아들의 의문스러운 죽음과 함께 파탄 나 버린 결혼 생활 그의 모든 지난 시절이 고향 땅을 밟는 순간 악몽처럼 되살아난다.

[피로 얼룩진 곳을 제외하면 콘크리트 바닥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깨끗했다. 일체형 작업복을 걸친 사람들이 정밀한 법의학 검사를 실시하기 위해 작은 부스러기까지 모조리 수거했기 때문이다. 벽은 세대에 걸쳐 내려오는 낙서로 도배 되어 있었다.

'머도는 동성애자다.'

애나는 도널드를 사랑한다.' 따위의 낙서, 예전부터 전형적으로 즐겨 적는 '교황은 엿이나 먹어라.'도 있었다. 핀은 그 문장을 발견하자마자 참기 힘들 정도로 우울해졌다.]


핀은 안식일이면 어린아이들이 그네를 타지 못하도록 쇠사슬로 묶고 자물쇠까지 채웠던 안식일 엄수주의자들의 범죄 행위 같았던 지난 시절을 떠올린다.

자그만한 섬 전체를 수 백년 동안 통치 했던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 교회들은 상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에게 고리대금을 받아가며 이자를 갈취 했고 통행 허가증까지 발급 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중세 시대의 마녀 사냥 같은 형벌과 교회의 규율을 어기면 섬 밖으로 내쫓아 버렸던 악습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곳은 전통적인 추악함과 현대적인 추악함이 뒤섞여 있는 곳이다.

인간의 즐거움과 순수한 쾌락을 죄악 시 했던 교회가 지배했던 이곳의 경제는 내리막길을 걸었고 실업률이 하늘을 찌르면서 알콜에 의존하는 이들로 뒤 덮였고 자살률이 날로 급증했다. 사시사철 폭풍우가 몰아치고, 본토와의 거리 탓에 생활 양식마저 유폐되 버린 루이스 섬,새끼 새를 대량 학살하는 잔혹한 연례 행사처럼 시신 한 구가 해변가에서 발견 된다.

[핀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애쓰면서 시신을 응시했다. 죽어 있는 에인절은 여전히 배가 뒤틀릴 만큼 핀을 긴장 시켜서 실제로 몸이 아픈 것 처럼 느껴졌다.]


본격적으로 수사 본부가 살해 현장과 범인을 추적하고 형사 핀은 살해된 에인절 사건 뿐만 아니라 강간 사건과 폭행 사건에 고소 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하던 중 18년 전 자신의 대학 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과 저질렀던 그날, 그 일을 떠올린다.


[플루토는 블랙 하우스로 돌아갈 때 운반하기 쉽도록 목이 잘린 새들을 차곡차곡 쌓았다. 처음에는 내가 맡은 일이 너무나 역겨워서 느릿느릿 해치웠다. 두 손에 묻고 작업복에 흩뿌려진 피에 비위가 상했다.

수 천 마리 가넷새와 풀머바다 제비 떼가 비명을 지르며 우리의 머리 주위를 끊임없이 맴돌았다. 우리는 죽은 구가를 항적 기록처럼 무더기로 쌓아 놓은 채 경이로운 속도로 죽음의 파도를 일으켰다. 사냥한 곳을 돌아보니 검은색 절벽이 흘러내린 피로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포획한 새들을 올 굵은 포대에 담아 내장을 적출 하고 훈제 해 버린 새들 소년 핀은 불에서 빠져 나와 해골만 남은 새의 끔찍한 모습을 똑바로 보지 않기 위해 고글을 썼고 불길에 그을리지 않은 새들은 토치 램프로 태워버렸다.

핀의 고향 섬 사내들은 계곡을 샅샅이 뒤져서 새들의 서식지를 급습해서 포획해서 산 채로 털을 뽑고 훈제하고 해체 하는 작업을 무한 반복하며 살았다.

이들에게 새들을 죽이는 건 일상이였고 그날의 근사한 식사를 위한 것이였다.

온 몸을 적신 새들의 핏물은 성경 한 구절로 깨끗하게 지워 버리며 신에게 용서를 구했다.

지난 시절 소년 핀의 주변에서 발생했던 일들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면서 형사 핀이 추적하고 있는 현재의 살인 사건과 함께 맞물리게 된다.


[핀이 차를 몰고 언덕을 되 돌아 내려갈 때 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구름 층이 길게 갈라지더니 하늘이 파래졌다. 부모님이 살던 농장을 지나칠 무렵 핀은 폭삭 내려앉은 지붕을 보고는 속이 뒤틀리는 슬픔을 느꼈다.

인생을 온통 허비했다는 생각, 미련하거나 게을러서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어깨를 짓눌러 핀을 점점 더 깊은 시름으로 끌어내렸다.

크로보스트 공동 묘지는 학교 너머 서쪽 해변에 있는 맥허에 자리했다. 마을 사람들은 지난 수백 년 동안 그 땅에서 죽은 삶을 떠나 보냈다.

핀이 맥허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이름을 훑어보며 나아가는 동안, 저 아래쪽에서는 밀려오는 파도가 해변을 쓸며 허연 거품을 내뿜었다.]


핀은 공동 묘지에서 지난 시절 고향 섬에서 함께 했던 이들의 이름을 하나 씩 찾아 낸다.

매클라우드,매켄지,맥도널드, 머리, 도널드, 모래그 그리고 케네스 마거릿

마침내 핀은 부모님의 무덤을 찾아 낸다.

존 앵거스 매클라우드, 38세 그리고 35세 에이리의 사랑스러운 남편

루이스 섬에서는 남자만 죽은 자를 따라 묘지 까지 갈 수 있었다.

핀은 부모님을 이곳에 묻어 버린 후 두 번 다시 찾아 오지 않았다.

18년 만에 귀환한 이 섬에는 그저 과거의 유령들과 고통스럽게 만났을 뿐이다

.

'우리는 그날 밤에 그를 심판했네. 동료들이 배심원이 되었지 우리는 유죄라는 결론을 내렸어, 그에 따라 녀석을 블랙 하우스에서 추방했고 녀석이 받은 처벌은 우리가 여기 머무는 이 주 동안 섬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이었네. 돌 무덤 옆에 먹을 걸 남겨 놓고 사냥이 끝나면 데리고 돌아갈 생각이었지. 그 이후 다시는 이 섬에 발을 들이지 못했을 테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아이들에게 손을 대지 못했을 거네.'


중세시대 규율과 처벌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곳, 그 틈새에서 빠져 나오 도랑과 계곡 그리고 동굴에서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인간 사냥꾼들

이들이 쌓아 놓은 돌 무덤 아래에서 비명을 지른 채 숨을 거둔 이들


'녀석이 사라졌을 때는 우리가 자네를 15미터나 위로 끌어 올린 후 였네. 핀 아무도 녀석을 밀지 않았어. 하나님의 손이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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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책장 2022-07-22 23: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왕 첫 댓글 도장 쾅♥

scott 2022-07-22 23:06   좋아요 2 | URL
하나님 오셨돵!

ฅ🐾

햇살과함께 2022-07-22 23: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계의 얼리어답터 scott님!
매번 새로운 작가 추천에 관심 담아갑니다!

scott 2022-07-22 23:07   좋아요 3 | URL
오! 햇살님
이 책 대거상 수상 작이여서 덥석 했는데
넘 재밌게 읽었습니더

여름에는 무조건 호러 스릴러 ㅎㅎㅎ

청아 2022-07-22 2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별5개 무조건 장바구니!!
제목부터 명언을 써주셨네요!
저도 지금 스릴러 읽고 있어요😆

scott 2022-07-22 23:30   좋아요 2 | URL
과거 현재 시간이 교차 하다가
마지막에 뙁🤗
여름엔 스릴러 😎

청공 2022-07-23 05: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루이스섬은 중세때부터 피가 설인 곳이네요. 과거현재가 섞이고 새를 죽이는 설정이 살인사건과 연결되는 게 독특해보여요. 스콧님이 올려주신 지도 보며 런던에서 울라풀까지 운전하고 올라가는 루트를 상상해 보았네요^^ 비오는 날 고성을 지나가면 으스스 할듯요~~

scott 2022-07-24 23:17   좋아요 1 | URL
고립된 섬에서 발생한 단순 살인 사건이라기 보다
중세 시대 부터 종교로 압박하고 탄압 했던 역사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곳이여서
참혹하면서도 기이한 풍습이 남아 있는 섬이라고 합니다(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묘사)

청공님 잉글랜드에서 운전 하는 모습 상상 만으로도 멋짐요! 👍

북부는 에딘버러와 글래스고우만 가봤는데
풍경은 고풍스러운데
이쪽 지역 말을 못알아들었어요 ㅎㅎㅎㅎ

새파랑 2022-07-23 07: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코틀랜드 작품이라니 좀 특이하네요. 옆동네 아일랜드에 있는 트레버가 떠오릅니다 ㅋ 역시 사람은 죄를 짓고 살수 없는 법인가봐요. 스릴러도 장인 스콧님 ^^

scott 2022-07-24 23:19   좋아요 2 | URL
역쉬! 새파랑님은 트레버 일등 👆 매니아!^^
죄지으면 안됌요 ㅎㅎㅎ

새파랑님, 이제 장마 끝
본격 무더위 시작이라고 합니다
무조껀 시원하게 ^^

persona 2022-07-23 07: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ㅎㅎ 뭔가 위대한 유산의 핍이랑 우먼인블랙의 킵스 이미지가 같이 떠올랐어요.

scott 2022-07-24 23:19   좋아요 2 | URL
위대한 유산과 우먼인 블랙 속 인물들은 순한 맛 ㅋㅋㅋㅋ

섬은 외지인들이 함부로 가면 안될것 같습니다 ㅎㅎㅎ

페크pek0501 2022-07-23 12: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릴러 소설이 학창시절의 세계사 시간을 갖게 하나 봐요. 지도까지 올리시고...
리뷰를 읽어 보니 빨려들어갈 책 같군요. 여름엔 이런 책이 쵝오, 이긴 하죠.
신간인데 벌써 리뷰 남기는 발 빠름, 을 존경하옵니다. 덕분에 정보 얻고 갑니다.^^

scott 2022-07-24 23:20   좋아요 2 | URL
이 책에 지도가 수록 되어 있습니다

지도를 아주 많이 사랑해서
네비나 실시간 앱보다
종이 지도 멍 때리고 보는 걸 좋아 합니다

페크님 무더위 속 건강 잘 챙기세요 ^^

mini74 2022-07-23 15: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립된 장소의 폐쇄성은 그것만으로도 두려움을 주는 것 같아요. 이 책도 무지 궁금해집니다.

scott 2022-07-24 23:21   좋아요 1 | URL
코로나로 우리도 이동의 자유(감염의 공포)가 제한되어서
고립된 것 같습니다 ㅎㅎㅎ
미니님, 똘망이랑 무조껀 시원하게 ^^

서니데이 2022-07-23 1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앞부분 읽으면서, 이거 조금 무서워... 했는데, 호러 장르였네요.
100년도 되지 않았는데, 그 사이 달라진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scott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scott 2022-07-24 23:22   좋아요 2 | URL
100년!
앞으로 지구의 시간은 100년도 안남았을 것 같습니다
무서운 코로나 변이 ㅠ.ㅠ

서니데이님 무조껀 시원하게
건강 잘 챙기세요 ^^

그레이스 2022-07-23 2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요새 올리시는 책들이 다 추리쪽이네요. 더위를 싹 날려주는...^^

scott 2022-07-24 23:23   좋아요 2 | URL
추리물 읽다가 정통 문학 읽다가 이론서 읽다가
잡글 읽다가...
미술 책도 펼치능 ㅎㅎㅎ

여름 독서 만큼 좋은게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님 무조껀 시원하게
건강 잘 챙기세요 ^^

희선 2022-07-24 01: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섬은 거기에 사는 사람만이 하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어딘가로 가기 쉽지만 가지 않고 거기에만 머물기도 하겠습니다 핀은 떠났다 다시 돌아오다니... 사건 때문이겠네요 그때 일과 지금 일이 상관있어서겠습니다 핀이 몰랐던 일을 알기도 할지...


희선

scott 2022-07-24 23:25   좋아요 1 | URL
제가 몇 몇 섬에서 장기 거주 (한달 정도) 해 본 적이 있는데

섬의 환경이 갖고 있는 특이한 풍습과 섬 사람들 만의 사고 방식(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이 있는데 외지에서 온 이들 중에 수 십년을 살아도 이해를 못하고 동화 되지 못한다고,,,ㅎㅎㅎ

희선님 무더위 건강 잘 챙기세요 ^^

어쩌다냥장판 2022-09-06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재미있을려나 했는데 스캇님 갈에 고민않고 담에 읽을 책으로 선택했어요 감사합니다~~

scott 2022-09-06 12:32   좋아요 0 | URL
냥이님 이책 너무 좋습니다
주요상을 석권 해도
막상 읽으면 실망 할 떄가 많은데
이 작품은 차분하게 읽으면서
생각할 점들이 많았어요

냥이님 읽다가 가슴 아픈 내용도 나옵니다!

냥이님 오늘 하루 행복 ^^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