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게 복숭아를 갖다준 일이 이렇게 커질지 몰랐습니다.


지난 여름 폭발 직전의 상황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

지난 해 여름 저는 이웃집과의 갈등으로 이사와 법적 소송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2층의 아저씨와 주차 문제로 갈등이 있었고, 저는 3층 여성과 갈등이 있었습니다. 2층의 아저씨가 차를 댈 곳을 지정하며 우리에게 그곳에 주차할 것을 '명령'하는 듯 했기 때문에 아내는 주차도 마음대로 못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3층의 여성은 밤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통에 제가 몇 번 내려가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사이가 안 좋아졌습니다.
더군다나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 저희 차에 해코지를 하는 바람에 갈등을 더 했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들은 이 일이 2층의 아저씨이거나 3층의 여성일 거라고 단정지으면서 가만히 있으면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3층 여성에게 소송을 걸기 위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저녁 7~8시 이후에 소음을 일으키는 것은 '안면방해죄'에 해당하는데, 증거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지를 적고 전문가에게 소음 측정 의뢰를 하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섣불리 판단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이와 같은 사정을 블로그에 올렸고 많은 분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실비단안개'라는 네티즌 님의 따뜻한 댓글 하나가 빙하처럼 얼어있던 마음을 녹여 주었습니다. 
 


"두 가구의 주인을 만나면 먼저 웃어 드리세요 -^^"

그제서야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라는 노래 제목처럼 다른 사람의 자리를 비워놓지 않은 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내가 마음대로 주차하고 싶고 저녁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고 싶은 열망이 있다면 이웃들도 충분히 그런 것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사정을 좀 들어보자 하는 마음에 시장에서 5,000원에 복숭아 10개를 사서 이웃들에게 다가갔습니다. 2층 아저씨는 이웃들 중 가장 오랫동안 여기서 살았고 건물 전체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건물에만 9집이 살고 있었고 주차공간은 6개밖에 없기 때문에 아저씨로서는 차의 사용 빈도를 검토해서 위치를 지정해준 것이었습니다. 3층의 여성분은 직장인이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악기는 자꾸 다루지 않으면 멀어지기 때문에 야근이 많은 가운데에서도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정은 복숭아를 들고 먼저 찾아가 사과를 하고 나서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충분히 좋은 이웃이었는데 잘못했으면 일을 그르칠 뻔했습니다. 우리 건물에서는 지난 해에만 두 집이 주차 문제로 이사를 가고 말았습니다.



누군가가 저희 차 열쇠구멍에 강력본드를 붙여놔서 차 문을 망가뜨려 버렸습니다. 이를 수리하는 데만 9만원이 들어갔지만, 그보다 더 걱정스러웠던 것은 해코지에 대한 공포였습니다.


방송사에서 오마이뉴스 '잉걸기사'까지 서캐훑이한다는 한승호 CP의 주장 사실로 밝혀져


▲ 지난 6월 말 오마이뉴스 스쿨에 PD수첩 황우석 보도로 대한민국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 한승호 CP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 오마이뉴스 잉걸기사까지 다 뒤지고 다닌다는 그의 주장에 대해서 당시 시민기자들은 반신반의하였지만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이 사건은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조금 비워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나름대로 오랫동안 마음공부를 해왔다고 자부하는 저도 이웃과의 오해 때문에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뻔했습니다. 만약 '온라인 이웃'(네티즌)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지금 어떻게 됐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습니다. 

이 일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오마이뉴스에 송고했는데 제 미천한 글솜씨 때문인지 메인에도 올라가지 못하고 '잉걸'로나마 겨우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이 점이 내내 아쉬웠고 오마이뉴스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기적'은 그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KBS TV동화 행복한 세상>의 작가로부터 오마이뉴스 쪽지가 도착했는데, 그 내용은 다름 아니라 저의 '복숭아 사건' 기사를 방송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KBS TV동화 행복한 세상>은 방송을 통해 방영될 뿐만 아니라 책으로도 출판되고 있습니다. 책의 인세는 불우이웃들에게 쓰여지므로 잉걸뉴스 하나로 저는 소정의 수입과 함께 '선행'도 하게 된 것이죠. 세상 일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데, 이런 마술 같은 일이 제게 벌어질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지난 6월 말 강원도 오마이뉴스 스쿨에서 강연자로 나왔던 (전) MBC PD수첩 "황우석 편"의 주인공 한승호 CP는 방송사에서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오마이뉴스 잉걸뉴스까지 서캐훑이한다고 말했는데 강연을 들은 시민기자들은 반신반의하는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잉걸기사는 MBC, KBS라는 한국의 양대 방송사에서 애타게 찾고 있는 아이템의 보고라는 사실을 이번 사건을 통해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 <TV동화 행복한 세상> 작가로부터 쪽지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KBS에서 날아온 원작사용계약서를 보니 정말 제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겠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저는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오마이뉴스 기사의 대부분은 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는이야기' 섹션에는 글을 많이 쓰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숭아 사건'을 '사는이야기'에 쓴 이유는 이 사건이 주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는 시골 출신이라 이웃들과 나눠야 한다는 교육을 일상적으로 받아 왔는데, 서울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각박해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서글플 때가 있습니다. 제가 지난 해 우리 건물에서 이사를 떠났던 사람들처럼 이사를 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사소한 마음 씀씀이를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점점 법적 소송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는 굳이 소송으로 가지 않아도 될 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변호사 수임이나 재판비 등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복숭아'로 대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절약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마이뉴스로 인해 이 일이 널리 알려지게 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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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ia 2009-03-04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승주나무님. 저번에 얘기하신 그 동화얘기군요. ^^
저도 시골출신이라 베풀고 나누는 문화에 익숙해요. 근데 서울사람들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지방에서 사과며 포도즙, 과일등속을 부쳐 친구가 저더러 먹으라고 봉투에 넣어 가져다주면 서울 사람들은 그런것도 친구가 가져다주느냐고 물어요.
법이 만능은 아닌데 '법대로하자'가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인간관계를 뜻하는 말이었던 어제와는 다르게 효율과 합리주의로 포장이 된 듯 싶어서 쓸쓸할 때가 많아요.

TV에는 언제나오나요? 아주 반가운 소식이에요. 축하드려요. ^^

ps. 인사가 많이 늦었죠? ^^

승주나무 2009-03-04 01:38   좋아요 0 | URL
알리샤 님~ 안녕하세요. 지난번 술자리에서 인사했었죠.
제가 먼저 눈물을 머금고 퇴장했던 것이 내내 아쉬웠어요.
반갑습니다^^

프레이야 2009-03-04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좋은 일이요.^^
승주나무님 축하합니다~~

승주나무 2009-03-04 17:14   좋아요 0 | URL
혜경 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행운이 오게 될 줄이야.. 막판 반전 화끈하죠 ㅎ

무스탕 2009-03-04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숭아 씨앗이 멋있는 나무로 자랐네요 ^^
축하합니다~~

승주나무 2009-03-04 17:16   좋아요 0 | URL
무스탕 님~ 표현력 쮝이는데요.. 복숭아 씨앗이 나무로 ^^

하늘바람 2009-03-04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단하셔요 정말 대단합니다.
모두 승주나무님의 덕같아요 저느 그떄 이사가시라고 했던것같아요.
역시 큰 그릇은 다릅니다

승주나무 2009-03-04 17:16   좋아요 0 | URL
네.. 그때 진지하게 이사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여러 네티즌 분들이 격려를 해주셔서 견딜 수 있었어요.
온라인 세상이 아니라면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죠 ㅎㅎ

마노아 2009-03-04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승주나무님 서재에서 많은 걸 보고 배우고 느끼고 돌아가요.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자본론 구절은 흠칫했는데, 그래도 이 글을 보니 다소 안심이 되네요. ^^

승주나무 2009-03-04 17:17   좋아요 0 | URL
자본론이요? ㅋㅋ
제가 북한처럼 화전양면전술을 구사하거든요...
따뜻한 부분도 많이 보여드릴게요^^

2009-03-04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9-03-04 17:35   좋아요 0 | URL
계약날짜로부터 3개월 이후에 제작된다고 하니까 두 달 하고 좀 더 남았어요..
원고료는 당연히 있죠.. 원고료가 아니라 저작권료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그나저나 이것저것 감사합니다~~

감은빛 2009-03-04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할 일이네요! 이웃과의 갈등이 생각보다 심각했네요.
지혜롭게 잘 헤쳐나가셔서 이런 복이 생긴 것 같네요!

승주나무 2009-03-04 17:35   좋아요 0 | URL
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뭐 이런 거지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03-04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승주나무 2009-03-04 18: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뷰리풀말미잘 2009-03-04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은 호를 엔젤로 정하면 좋겠어요. 이퇴계나 이율곡처럼 훗날 오엔젤도 유명해질 겁니다.

승주나무 2009-03-04 21:40   좋아요 0 | URL
기왕이면 한자로 지어주세요. 안절(安絶)..뭐 이런 건 어떨까요..안절부절 ㅋ

2009-03-04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9-03-04 21:40   좋아요 0 | URL
네~ 역지사지가 이제야 제대로 먹혔네요. 언제 한 번 써보나 생각했었는데..
감사합니다.

순오기 2009-03-05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사람의 감성은 같은가봐요. 다들 복숭아 이야기 들으며 잘했다고 했는데, 방송에 책까지 나오게 되었으니 정말 아름다운 동화를 만들어내는 건 마음의 여유인 것 같습니다.^^
축하합니다~ 순수청년 승주나무님!

승주나무 2009-03-05 13:38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께 순수청년이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 째지는데요.. 오늘은 승주나무가 아니라 복숭아나무라고 닉넴을 바뀌볼까요^^

물만두 2009-03-05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승주나무 2009-03-05 13:39   좋아요 0 | URL
왕감사합니다. 물만두님께 댓글을 하나 얻은 날이네요^^

찌리릿 2009-03-05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잘 됐군요. 사람 관계는 작은 것 하나에 웃고 울수 있네요. 모르는 건 아니지만 막상 실천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복숭아를 사들고 말씀을 잘 나누셨네요. 이것도 용기인데, 정말 대단하세요. ^^ 행운이 앞으로도 쭈욱~~

승주나무 2009-03-05 13:39   좋아요 0 | URL
아니~ 알라딘의 찌리릿 님 아니십니까.
작은 용기인데 실천하기 참 어려운 용기입니다. 문 앞에서 서성거리던 시간들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감사합니다.

Mephistopheles 2009-03-05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송 타는 겁니까..^^ 승주나무님 뿐만 아니라 알라딘 페이퍼 곳곳 뒤져보면 정말 방송용으로 만들고 싶은 내용들이 많고도 많죠..^^ 승주나무님이 시작으로 저런 따뜻한 이야기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군요..^^

승주나무 2009-03-05 13:39   좋아요 0 | URL
네~ 그런 것 같아요. 메피 성님도 알라딘의 미담꾼 아닙니까. 요즘처럼 삭막할 때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앨런 2009-03-05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승주나무 2009-03-05 13:4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