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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철학에 로그인하다 - 크고 작은 철학문제의 발자취를 따라
미하엘 슈미트-살로몬 & 레아 살로몬 지음 / 하늘아래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철학이라고 하면 보통 무척이나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 중의 한 명이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표지는 꽤나 무미건조하고 언뜻 보기에는 심심한 책인 것 같아서 좀 걱정도 되었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이렇게 재미있는 철학책은 처음 읽어보았다. 아버지와 딸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실제로 부녀가 나눈 이야기들이 주제가 된다.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를 하던 아버지가 젊은 사람들이 쉽게 철학을 접근할 수 있도록 대화체로 풀어서 설명을 하니, 이렇게 쉬울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평소에 관심만 기울이려고 노력을 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아마도 보물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사실 우리의 모든 생활은 철학과 연결되어 있다. 요즘에는 지나치게 세분화되어서 학문적인 영역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은 있지만, 옛날에는 과학과 철학은 거의 동등하게 취급되었다.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과학자이기도 했다는 사실은 교과서에도 실려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금도 과학의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은 수많은 사유와 관찰이 필요하기에 철학자와도 같은 사유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반드시 이런 특정 직업의 사람들만 철학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철학은 알아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으며, 어떤 행동을 함에 있어서 깊이있는 사고가 가능하게 해준다. 그런데 철학이라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이야기할 수록 재미있는 주제가 바로 철학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현대 사회와 결부시켜서 철학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철학자인 아버지가 딸에게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형식인데, 딸도 그냥 수동적인 청자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평범한 대학생이기에 그들의 대화를 읽는 재미는 배로 늘어난다. 우리가 존재를 하는 이유, 삶의 의미, 신의 존재, 훌륭한 삶 등 굉장히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접근 방법은 상당히 쉽게 되어 있어서 부담이 없다. 해당 주제에 대한 철학의 역사와 함께 현대적인 의미 해석까지 곁들여서 배울 수 있으니 이처럼 즐거운 철학책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다만 이 책의 저자가 독일인이다보니 나치의 유태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독일인들의 세계 제 2차 대전에 대한 충격은 아직까지도 깊이 남아있는 듯 하다. 이것은 우리가 막연하게 일본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과 동일하다고 본다. 나치에 빗대어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의미를 나누는 대화도 무척이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책을 다 읽고나서 과연 철학이 우리의 생활에 얼마나 깊이 관여를 하고 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유한한 삶을 살면서 어떻게 해야 좀 더 의미있는 삶이 될 수 있을지 그 해답을 찾는 것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다. 적어도 헛되이 살았다는 생각만은 나중에 죽음에 이르러 하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지금까지 철학이 어렵게만 여겨졌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꼭 권한다. 이미 우리 모두는 철학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철학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