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오브 주얼리 - 추억을 간직하는 보석 이야기
송경미 지음 / 시공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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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보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바로 옆에 반짝이는 보석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기 마련이다. 나도 보석을 소장하고 있는 것이 없고, 악세사리도 즐겨하는 편이 아니라서 주얼리에는 비중을 두지 않았는데, 그래도 예쁜 보석이 있는 것을 보면 한 번쯤 다시 쳐다보게 된다. 이 책을 보면서 주얼리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지 궁금했는데, 의외의 내용이 담겨 있어서 재미있게 잘 보았다. 체계적으로 보석에 대해 쓴 책이 아니라 저자가 그동안 앤티크 주얼리를 다루면서 느꼈던 점들과 앤티크 주얼리의 역사에 대해서 배운 것들을 간략하게 실어놓았는데, 엄청난 전문서적을 원하는 독자가 아닌 이상, 입문용으로는 제격일 듯한 책이다. 사실 앤티크 주얼리라는 장르에 대해서는 지식이 전무한 상태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책인 만큼 무척 쉽게 쓰여져 있다.

 

고가로 판매되는 앤티크 주얼리라고 하면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정석이며, 뉴스에서 들어보았던 경매를 통해 낙찰자들에게 판매된다. 반면에 앤티크 주얼리 가게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도 있다. 일단 신제품이 아니라 누군가가 소유했던 물건임에는 분명한데, 나도 새 제품보다는 뭔가 세월의 흐름이 묻어나는 물건들을 좋아하는터라, 앤티크 주얼리도 굉장히 재미있는 아이템에는 이견이 없다. 사연을 제대로 알 수 없는 물건이라도 그냥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앤티크 주얼리는 매력이 충분히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제품들은 사람들에게 비교적 널리 알려진 아이템을 다루고 있는데 풍부한 사진 자료도 함께 실려 있어서 보석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데 도움을 준다. 아무리 훌륭한 설명이라도 실제로 보는 것만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 한 권으로 보석의 모든 것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다. 그러나 적어도 앤티크 주얼리가 가진 매력과 가치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다. 그리고 대략적이나마 좋은 주얼리를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인데, 일단 보석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주얼리라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 제품으로 구입한 주얼리를 다시 되파는 경우에는 좋은 가격을 받기가 어렵다고 한다. 옷이나 기타 생활용품과 마찬가지로 일단 중고품이 되었기 때문에 새 제품과 동일한 가치를 인정받기는 힘들다. 그러나 유명인이 착용했던 주얼리의 경우에는 사연이 담겨 있어서 더 좋은 가격을 받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한다. 변치 않는 보석이라도 중고품과 새 제품은 분명히 다른 취급을 받는다. 반드시 비싼 보석을 사기에 집중하기 보다는 리어카에서 파는 악세사리라도 나에게 어울리기만 한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사실 비싼 보석을 살 여유는 되지 않으니, 패션의 마무리를 완성해주는 악세사리를 통해 주얼리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고가로 거래되는 주얼리에 대한 환상이 조금은 없어졌다. 물론 비싼 만큼 그 값어치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나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이니 말이다. 비싼 보석 하나 보다는 내 수준과 디자인이 적절한 저렴한 악세사리를 좀 더 다양하게 하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관심을 크게 두지 않은 덕분에 착용하고 다니지 않았으나, 작은 악세사리 하나로 분위기가 많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분명히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앤티크 주얼리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 아무래도 새 제품보다는 사연이 있는 물건을 좋아하는 성품은 어쩔 수 없나보다. 이 책을 통해서 보석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보다 현실적인 합리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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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아 쿠피 - 폭력의 역사를 뚫고 스스로 태양이 된 여인
파지아 쿠피 지음, 나선숙 옮김 / 애플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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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탈레반, 테러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들이다. 분명히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평범한 사람이 있을텐데도 모든 아프가니스탄인들은 테러범이라는 인식이 박혀서 예전에는 나쁘게 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아프가니스탄을 보는 시각은 많이 달라졌다. 아프가니스탄이 가진 지리적인 위치로 인하여 보통 사람들이 얼마나 심한 고통을 겪었는지 알게 되었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여성의 강인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평화로운 시절부터 무자헤딘, 탈레반까지 어려운 현대사 시기를 훌륭하게 겪어낸 한 여성의 이야기에서 무한한 감동을 받았다. 여성을 차별하는 탈레반이 통치하던 시대의 암울함은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안타깝고 화나는 일이었다.

 

파지아 쿠피는 아버지의 두번째 부인인 비비 잔의 막내 딸로 태어났다. 아프가니스탄도 남성 중심의 사회라 여성은 남성에 비해 환영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파지아가 태어났을 때는 아들을 몹시 바랬던 터라, 태어나자마자 하루 동안 사막에 버려졌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머니가 이후 잘못을 깨닫고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 준 덕분에 파지아는 무럭무럭 자랄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똑똑했던 그녀의 인생은 아버지가 무자헤딘에게 살해되면서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된다. 마냥 평화로울 것만 같았던 시절이 이제 끝난 것이다. 바다흐샨에서 카불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그녀는 학교 교육을 받는다. 학교에서도 총명한 학생에 속했지만, 무자헤딘 시절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게 된다. 탈레반은 종교를 앞세운 단체로 특히 여성에 대한 차별 대우가 심했다. 여성이 밖에 다닐 때는 부르카를 입지 않고는 다닐 수가 없었으며, 반드시 남자와 동행해야 했다. 또한 화장이나 하얀색 옷을 입는 것도 금지되었고, 밖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도 불가능하여 여성들은 집안에만 있는 것이 안전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남자들도 조금이라도 반역의 기미가 보이면 무조건 잡아들여서 고문과 감금을 서슴치 않았다. 처음에는 극단적인 종교단체였으나 점점 그 세력을 키우면서 일반 사람들에게도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들을 피해서 파지아는 굉장히 여러곳으로 이동을 해야했다. 마땅한 거처도 없이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생활이 결코 만만치 않았으며, 그나마 힘이 되었던 것은 강력한 혈연 관계로 이루어진 아프가니스탄이 전통 문화였다. 그리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친척이라면 친절하게 잠잘 곳과 먹을 것을 내주었기에 어려운 시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책에는 파지아 쿠피가 어떻게 성장을 해왔으며, 죽음을 피하기 위해 어떤 여정들을 거쳤는지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여성의 섬세한 감정 묘사와 정확한 시대적인 상황에 대한 해석,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원했던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이 뛰어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상당히 두꺼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책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다. 아무래도 전쟁이 일어났던 시기에 대한 이야기가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고, 정치인으로 데뷔한 후에는 간략하게 중요한 사건들만 다루었다. 뒤에 실린 사진을 보니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정치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활동을 했을 것 같은데, 그녀의 정치 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개략적인 내용만 실려있어서 막연히 추측만 할 뿐이다. 그러나 많은 언론들이 후에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면 파지아 쿠피를 강력한 후보로 꼽는 것으로 보아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녀의 위치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이 자리에 오르기 까지 정말 죽음을 앞둔 순간까지 많이 갔었다. 어떻게 보면 운이 상당히 좋은 경우도 있었는데 아마도 그것은 그녀가 가진 운명이 단순한 여성으로서만 끝날 것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좋은 시절이라고 말하는 2,30대를 전쟁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이런 아픔을 겪지 않게 해야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덕분에 이슬람 사회에서는 보기 힘든 여성 정치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뭔가 아쉬우면서도 엄청난 노력을 하는 주인공의 열정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뭔가 나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물스물 기어나온다. 여러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서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아프가니스탄이 이런 나라였는지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이고, 앞으로 그 나라에서 벌어지는 뉴스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마도 파지아 쿠피와 같은 정치인이 많이 나온다면 분명히 아프가니스탄은 새로운 국가로 재탄생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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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서 본 세계는 지금 어디쯤 왔을까?
클라우스 베르너 로보 지음, 송소민 옮김 / 알마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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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발달로 클릭 몇 번이면 물건을 살 수 있다. 한창 불경기인 탓에 사람들은 저렴하고 질 좋은 제품들을 사기 위해 손품을 파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한 물건들 중에는 대부분이 국내 생산이 아니라 외국에서 제조된 물건들이 많다. 비교적 인건비가 싸고 원료가 저렴한 국가에서 제작하여 수입하는 편이 국내에서 제조된 물건보다 원가가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물건들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인데,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무조건 싸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쓰고 있는 물건들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장기적으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은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대기업의 횡포와 욕심, 그리고 대기업 체제 아래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른 뿐만이 아니라 청소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여져 있어서 전체적으로 책을 읽는데 전혀 어려움은 없다. 알기 쉽게 쓰여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아래 우리가 생활해왔는지 깨닫게해준다. 몇 년 전부터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패스트 패션은 저렴한 가격에 좋은 디자인의 옷을 입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런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기 위해 제 3국에서는 어린 아이들마저 옷을 만드는 일에 12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는 충격적인 이면이 자리잡고 있었다. 예전에 이런 사실이 TV에 방송된 이후로 아이들의 노동시간이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부유한 아이들의 옷을 만드는 가난한 아이들이 존재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원은 모든 지구인이 다 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데, 부가 한 쪽으로 편중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나도 그리 많은 것을 가지지 않았지만,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많은 것을 가졌다. 물건을 많이 가진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각종 매스컴에서는 물건을 통해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끊임없이 광고를 한다. 어릴 때부터 그런 광고의 홍수 속에서 살아온 우리들은 본능적으로 물질 만능주의에 빠지게 된다. 보다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돈을 벌고, 물건을 구입하는데 그 돈을 쓰는 것이다. 이런 생활 패턴은 이미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대기업의 배를 불려주는데 한 몫을 한다.

 

대기업들의 사업으로 인해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이 책에서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에 많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공정무역으로 거래된 상품을 구입하거나 외국에서 제조된 상품이 아닌 내가 살고 있는 근처에서 생산된 상품을 사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공정무역 상품은 아직까지 많은 편은 아니라서 구입할 수 있는 품목이 한정되어 있지만, 그만큼 인력 착취가 심한 상품 분야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흔히 마시는 커피와 초콜렛이 대표적인 상품이라고 한다. 맛은 달콤하지만, 그 원료를 재배하는 사람들은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하루종일 일하고 제대로 보수를 받지 못한다. 반면에 공정무역을 통해서 만들어진 제품은 그에 합당한 가격을 받고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생산자가 이득을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중고 물품들을 많이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즘에 나온 물건들은 워낙 튼튼하게 잘 만들어져서 왠만하면 잘 부서지거나 헤지지 않는다. 단순히 싫증났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물건을 버리고 새로 사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이 쓰지 않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아름다운 가게'라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기증한 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함으로서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외국에서도 옥스팜이나 기타 유명한 중고 물품 가게들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더이상 중고품을 사고 파는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소품류를 판다면 각 지역의 재활용 센터에서는 큰 가구들을 주로 거래하고 있으니, 필요한 것이 있다면 한 번 방문해서 구입하는 것도 환경 뿐만이 아니라 지구인들을 구하는 방법을 몸소 실천하는 결과가 된다.

 

 이 책을 읽고나서 물건을 구입할 때는 환경 뿐만이 아니라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 동원된 사람들도 생각을 해야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싸다고 막 구입할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그 물건을 만든 기업의 도덕성은 투명한지 등을 체크해보고 구입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현명한 소비자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한다. 지금이라도 무분별한 소비 생활을 멈추고 자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만 합리적으로 구입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그것은 지구 환경과 인류를 구하는 한 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특히 무작정 대기업 제품이라면 좋다고 썼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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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기억의 파괴 - 흙먼지가 되어 사라진 세계 건축 유산의 운명을 추적한다
로버트 베번 지음, 나현영 옮김 / 알마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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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어린 건물이 파괴되는 것을 보는 일은 상당히 고통스럽다. 만약에 그 건물이 너무나도 낡아서 사용하기 어렵고 미관을 흐린다면 모를까, 의도적으로 단순히 사람들의 정복욕에 의해서 파괴된 건물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 한 구석이 떨어져나가는 느낌이다. 그런데 통치자들은 사람들의 이러한 상징성을 가진 건물에 대한 의미를 이미 파악하고 정복하기 위한 사람들을 공격하는 동시에 그들의 문화를 상징하는 건물을 파괴함으로서 피해자들의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노력한 역사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고대 뿐만이 아니라 현대에 이르러서 더욱 조직적이고 지능적으로 저질러지고 있는 만행이기에 고등 교육을 받았다는 현대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 책에서는 19세기, 20세기에 들어 파괴된 건물의 사례와 그 의미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사실 요즘 세워진 건물에 대해서는 최근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하지만, 과거에 사라진 건물에 대해서는 그 정보를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가해자는 그 사실을 숨기려 하고, 피해자는 앞으로 나아가기 바쁘기 때문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하다. 저자가 책을 쓰면서 각 장을 나눈 주제는 극히 개인적으로 분류를 했는데, 어떤 한 사례를 가지고도 다양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고 바라보았는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있기에 이런 관점으로도 이 사건을 바라볼 수 있다는 신선한 시각을 갖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건축과 기억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서술을 하고 있고, 그 뒤에 이어지는 장에서는 문화청소, 정복, 테러, 분할, 재건, 보호의 주제를 통해서 그 동안 일어났던 사건들을 재조명해보고자 한다.

 

사실 익숙하게 접했던 주제가 아니고, 인물 이름이나 건물명, 지명 들이 그리 익숙하지 않은 탓에 이 책을 소화하기에는 약간 버거운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건물을 파괴한 해당 사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책을 소화하려니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건물 파괴가 인류 학살만큼이나 잔인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에 현대 문화 파괴의 현실을 좀 더 정확하게 보고 싶다는 욕구에 의해서였다. 어떤 사람들은 사람의 목숨보다 건물 하나가 뭐 중요하다고 여길 수도 있으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사람의 목숨은 100년에 지나지 않으나, 잘 지어진 역사적인 건물은 천 년 이상을 이 땅에서 살아 남아 대대손손 문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건물이 없어진다는 것은 그 민족이 쌓아온 문화가 한 순간에 사라지고 절멸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민족의 문화를 상장하는 건물은 필수적으로 보존하고 가꾸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세계 곳곳에서는 알게모르게 수많은 건물의 파괴, 약탈 행위가 이루어져 왔다. 이미 파괴된 건물을 온전히 원상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슷하게는 만들 수 있으나, 재건된 건물은 이미 옛 시대의 문화가 훼손되어버려서 예전의 미학을 되찾을 수는 없다. 이미 저질러진 인류의 만행을 되새김으로서 앞으로는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람들의 의식을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는 차원에서 저자는 열심히 이 책을 쓰지 않았나 싶다. 비록 우리나라에 대한 설명은 없지만, 일제시대에 우리나라 건물들도 많은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 것의 소중함, 더 나아가 세계 문화 유산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고 보존하기 위해 전 인류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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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 인턴십 분투기
이종현 엮음 / 하다(HadA)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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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아련히 국제기구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 국제기구에 들어가서 세계를 방방곡곡 돌아다니면서 전문가의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그런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차에, 인턴십을 경험했던 친구들이 직접 쓴 체험기가 책으로 나왔다고 해서 보게 되었다. 사실 워낙 거시적인 문제를 다루는 기구인 만큼 세계에서 많은 인원들이 지원을 한다. 그래서 인턴십마저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순수하게 일을 배우기 위해서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기구의 인턴십은 무급으로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항상 넘친다고 하니, 국제기구의 인기가 어느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겠다.

 

사실 국제기구가 이름만큼이나 워낙 방대하고 조직이 커서 한눈에 이 조직들을 다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도 이름을 들어본 몇몇 기구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는데, 실제로 여기서 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느정도 조직의 특성에 대해서 파악이 가능해졌다. UN 이라고 해서 모두 사무실이 도시에 있는 것은 아니며, 각 국가의 지역 사무소에서 실제로 인턴들을 뽑는 경우가 상당하다. 일을 배우기 위해서 인턴 생활을 하는 만큼, 국제 기구의 직원들도 가능하면 인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많이 해준다고 한다. 물론 상사마다 특성은 있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 실린 경험담에 등장하는 상사들은 모두 친절했다. 무엇보다도 공짜로 일한다고 대중대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이 조금이라도 국제기구의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이라 배울 점도 많았다.

 

이 책을 통해서 국제기구의 역할과 실제로 하는 업무들에 대해서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는데, 국제기구에서는 실질적으로 활동을 벌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지원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현장에서 실제로 많은 경험을 쌓고 싶은 사람은 국제기구보다는 NGO에서 활동하는 편이 좀 더 적성에 맞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세계 각 국가들이 내는 돈으로 운영되는 기구이다보니 서류작업이 무척이나 많다고 한다. 모든 의사결정은 서류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정말 민감한 사항일 경우에는 작은 문구 하나도 세심하게 다루어진다. 인턴들에게 주어지는 일은 단순 업무 파악과 보조 지원 정도이지만,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것이 많다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인턴 생활을 끝내고 나서 계속 직원으로 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단기 프로젝트를 위해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 채용까지 이르는 경우는 가끔 있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보다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적성에 정말 맞는다고 생각한다면 기회를 좀 더 쉽게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이들의 경험담을 통해서 많은 좋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결국 이들이 말하는 국제기구에 들어가는 좋은 방법은 끊임없이 지원하고, 자신이 관심가는 기구의 홈페이지에는 수시로 들어가서 채용공고를 확인하는 길만이 보다 빠른 취업의 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자신의 전문분야 및 사회문제에 대한 지식과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놓는 것은 평소에 해놓아야 하며, 국제기구의 공용어인 영어를 비롯하여 불어, 중국어까지 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서류작업이 많기 때문에 영어를 잘 하지 못하면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모든 국제기구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국제 기구 분위기는 비슷한 것으로 여겨졌다. 어떻게 보면 정말 우연히 인턴 생활을 하게 된 경우도 있었는데, 이것또한 평소에 외국어와 세계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아직 내가 국제기구에 갈만한 단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행동하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적합한 직장은 아니며, 가능하면 석사 이상의 학위를 요구하고 있는 덕분에 학사 학위만 있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높은 벽이다. 또한 영어에 능통해야하는데 아직까지 나의 영어 실력은 한참을 갈고 닦아야 한다. 나중에 전문가로서 활동할 기회가 있다면 그 때 지원해보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영어는 꾸준히 준비를 해 놓는 것이 무엇을 하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기구 취업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과연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 내가 상상하던 것과 일치되는지 확인을 할 수 있고, 실제 생활환경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국제기구에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대학생때부터 충실하게 준비를 해야 좀 더 쉽게 할 수 있으므로 미리 이런 정보들을 접한다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좌절할 것도 없고, 자신이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 그것으로 성공한 것이다. 이 책은 피상적인 아닌 실제 국제기구의 생활에 대해서 상세히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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