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간 수집가의 빈티지 여행
이화정 지음 / 북노마드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중고 제품을 무척 좋아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물품 중 안 쓰는 것을 파는 것도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이 파는 중고 물품 중 보물을 찾아내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도시를 갈 때면 그 도시만의 벼룩시장이 있는지 꼭 찾아본다. 물건을 구입하려는 목적보다는 어떤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물건들이 많아서 그 구경만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의 저자도 벼룩시장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벼룩시장을 다니면서 겪었던 일들과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 본인의 감상들을 자유롭게 적어놓았다. 아무래도 직업이 글을 쓰는 사람이다보니, 이 책에 있는 글은 어려움없이 술술 읽어진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벼룩시장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본인의 감상이 전체 글의 70%를 차지한다. 그래서 내가 정말 알고 싶어하는 벼룩시장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는 편이다. 물론 그 공간에서 저자가 느꼈던 경험들을 함께 공감하는 것도 좋지만,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사진과 객관적인 정보도 같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개인적인 감상 위주의 글이 대부분을 차지하다보니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덕분에 세계 각국 벼룩시장의 다양한 모습을 알게 되었다. 어떤 나라의 어떤 시장을 가면 어떤 물건들이 많은 편이고, 그 나라 사람들의 분위기는 어떤지 등등 단순히 객관적인 정보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벼룩시장의 모습들이 이 책에 가득 실려있다. 이 책에 담겨있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보면 저자는 어떤 특정한 물건을 위주로 구입하는 빈티지 애호가가 아니라, 그냥 그 때 그 때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입하는 편이다. 물론 그릇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예상하다시피 그릇은 많은 양을 구입해서 가져오기가 만만치 않은 품목이다. 좋은 물건은 어느정도 가격이 할 뿐더러 파손되기도 쉬워서 무척 예민하게 다루어야 한다.
기자라는 저자의 직업 특성상 전 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점도 왠지 부럽다.그래도 그 직업 나름대로 고충이 있을터이니, 나는 가 가지고 있는 현실에 만족을 해야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자주 물건들을 정리하는 편이라 집에 오래된 물건은 별로 없는 편이다. 그래도 집에 한 가득 쌓여있는 물건들을 보면 나도 역시 소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소비적인 현대인인 것 같기는 하다. 너무 새 것이라 쓰기가 망설여지는 물건보다는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물건이 더 좋다. 공유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이런 인식들이 사회적으로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 왠지 기쁘다. 지금도 세계 어느 곳의 벼룩시장에서 모두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