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있는 자만이 목적을 달성한다

그녀의 정의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0
글로리아 웰런 지음, 범경화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9월

나는 군부 독재 정권이 우리나라에만 있었던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아르헨티나에서도 이런 정권이 권력을 잡고 사람들을 탄압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정부에 대해서 비판을 하면 무조건 잡아갔다고 한다. 그래서 유신 정권 시절을 다룬 드라마들을 보면 정말 사람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잔인한 짓을 많이 했는데, 아마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로부터 배운 나쁜 버릇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한 사람이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죽을 정도로 고문을 하는 행위는 권력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되는데, 그만큼 권력에 대한 욕심은 사람들의 성격까지 바꿔버리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나 보다.  

 

이 책은 그리 긴 소설은 아니지만, 그 잔혹함과 사실성은 놀라울 정도로 생생한 작품이다. 정말 잔인한 일들을 10대 소녀의 눈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에 다소 순수한 시각으로 서술되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마을이 정전되고 누군가 잡아간다는 상황은 언제 어디서 내가 잡힐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게 삶을 살아야 한다. 나에게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던 일들이 정작 나에게 일어나면 나는 아마 폐인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인 실비아는 정부와 반대되는 글을 썼다는 죄목으로 어느 날 갑자기 끌려가게 된 오빠를 구하기 위해서 그 당시 최고 권력자인 장군의 아들을 유혹하려고 애쓴다. 생각만큼 일이 쉽게 진행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일을 해결하고자 하는 용기가 정말 감탄이 나올 법 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소극적인 어른들보다, 무모하지만 당돌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청년이 좀 더 아름답게 보인다고나 할까. 내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쥐죽은 듯이 생활했을 것 같은데, 실비아는 정말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오빠를 구하겠다는 생각이 기특하게 여겨졌다.

 

마지막 장면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채로 의외의 결말이라, 조금 심심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소설을 읽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는 매력 또한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정의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되든지 나와 주변 사람들만 행복하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러나 사회 문제에 대해서 비판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항상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표적이 되기 쉽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냥 방관자적인 자세로 일관한다는 것도 그리 좋은 태도는 아닌 것 같다. 중도의 길을 간다는 것은 어렵지만, 사회와 개인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진정 정의로운 사회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비교적 민주주의를 잘 실현하고 있는 나라에 살고 있으면서,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의 방향을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녀의 정의가 완벽하게 실현되는 사회가 모든 나라에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박하면서도 실용적인 생활 비법

[타니아의 작은 집]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타니아의 작은 집 - 작은 집도 넓게 쓰는 독일식 정리.수납 생활
가도쿠라 타니아 지음, 조우리 옮김 / 홍시 / 2011년 9월

타니아는 조금 독특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일본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것인데, 두 가지 문화를 함께 받아들이며 자랐기 때문에 일본의 문화와 독일의 문화가 조화된 세계를 나름대로 이루어나가고 있는 것이 책 곳곳에서 보인다. 일본의 대다수의 집이 그렇듯이, 그들이 사는 집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사진에서 본 그 집은 정말 넓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작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수납을 제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비법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간소한 것을 좋아하는 저자의 취향을 반영하듯이 책 자체도 굉장히 작고 얇은 편이다. 그러나 보여줄 만한 사진은 모두 보여주면서 딱 필요한 방법만 실어놓아서 내가 궁금하던 것들은 어느정도 해소되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수납 방법과 라이프스타일이 실려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것은 10cm 남짓 남아있는 공간에도 문을 달아서 수납공간으로 활용한 점이다. 사실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수납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그리 크지 않은 집임에도 불구하고 집안 곳곳에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숨어있다. 일단 거실에 TV를 놓지 않는 것만으로도 거실은 굉장히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될 수 있다. 타니아의 어머니 집은 현관에 외투를 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것은 복도가 긴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라고 볼 수 있겠다. 사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복도라고 할 만한 공간이 없어서 그냥 가지고 있는 신발만 수납을 하기에도 벅찰 정도이다. 그러나 식구가 적고 현관이 여유가 된다면 신발장 한 칸 정도는 옷장으로 활용해도 괜찮겠다.


독일식 생활 습관 중에서 또 독특한 것이 있다면 추운 겨울에도 집안 환기를 적극적으로 시켜주는 것이다. 사실 여름에는 문을 다 열어놓고 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안 되지만, 겨울에는 따뜻한 공기를 유지하기 위해 창문을 자주 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선한 공기를 안으로 유입시켜주는 것도 가족들의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집안을 넓게 쓰는 비법 중의 하나는 바로 지금 내가 쓰지 않는 물건들은 곧장 정리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쓰겠지,,,라고 쌓아두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집안은 물건들로 가득차서 손을 댈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 때 그 때 필요한 만큼만 사서 물건 사용을 한다면 항상 정돈된 집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재미있는 사진과 운치있는 분위기가 어우러져서 소박한 책 한 권이 완성되었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실용적인 정보를 얻고 싶다면 이 책을 참고해보길 바란다. 의외로 괜찮은 생활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는 똑똑한 질문들

이것은 질문입니까? -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가 최고의 인재를 찾아내기 위해 던지는 60개의 질문과 천재적인 답변들
존 판던 지음, 류영훈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8월

어린 시절, 옥스포드나 케임브리지 대학에 가겠다고 다짐을 하던 때가 있었다. 그 대학들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 지도 모르고. 그냥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외국의 유명한 대학에서는 입학 시험을 볼 때 집중적인 심층면접을 통해 인재를 뽑는다고 한다. 이제 그런 명문 대학에 입학하기는 어렵고, 그 대학에 입학했던 학생들이 받았던 질문들을 살펴보는 것도 대리만족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제도와 비슷하게 만들어서 학생들을 면접으로 뽑는 전형도 있는데, 아직까지는 이 두 대학의 기상천외한 질문을 따라잡기에는 먼 것 같다.
 

옥스브리지에 입학을 하고자 하는 학생이나 부모님 뿐만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한 번 쯤은 생각해보면 좋을 질문들이 한가득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을 해놓은 저자의 재치가 돋보이는 글을 읽고 있자면, 명문 대학에 입학을 하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말도 안되는 질문이나 곤란한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인류의 학문적 깊이가 더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모두가 같은 생각만 한다면 기술이나 철학적으로 궁극적인 발전은 이루어지는 일이 없을테니 말이다. 한 줄 짜리 짧은 질문에 대답은 몇 페이지를 넘길 정도로 상당히 길다. 그만큼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질문이 대부분이라는 의미일게다. 실제로 학문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에 대한 질문도 있고, 사회 현상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는 질문도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생활에서 이렇게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다.

 

나도 좀 더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고 싶은데, 어릴 때부터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머리가 유연해지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함께 답을 생각해보고 싶었으나, 이미 멋진 답변을 쓴 사람의 글을 너무나도 읽고 싶은 욕구 때문에 미처 나만의 답변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래도 세계의 지성이라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질문을 함께 보고 읽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대리만족이 되는 느낌이다. 이 모든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아마도 사회를 이끄는 사람들의 최소한의 도리라고나 할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유하는 사람만이 발전을 할 수 있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사고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쉬운 옷 만들기

[처음 만드는 원피스 & 튜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처음 만드는 원피스 & 튜닉 - my first handmade dress and tunic A to Z ㅣ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핸드메이드 9
구보타 쇼다이 외 지음, 김현영 옮김 / 즐거운상상 / 2011년 7월

사실 집에서 옷을 만들어 입는다는 것은 옛날에나 가능한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로 홈패션이라고 해서 아이들 옷이나 본인의 옷을 직접 만들어 있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나는 워낙 손재주가 없어서 직접 만들어 입는 것은 생각도 못했는데, 책에 나온 옷들이 너무 예뻐서 한 번 쯤은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 사실 동대문에 가면 저렴하게 팔고 있는 옷감들이 많아서 잘만 고른다면 정말 싼 가격에 천을 사서 내가 원하는 대로 옷을 만들어 입을 수가 있다. 물론 이런 작업을 위해서는 재봉틀이 있어야 가능하다. 전체를 손바느질로 옷을 만들기에는 너무나도 힘들고 왠만한 솜씨로는 어렵기 때문에 가능하면 재봉틀을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 만약 재봉톨이 없다면 이 기회에 제대로 된 도구부터 갖추고 작업을 시작하도록 하자.



이 책에는 처음 옷을 만들어 보는 사람들을 위해 모든 과정을 그림과 사진으로 함께 세세하게 실어놓았다. 나 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천천히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책의 내용을 따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실제로 만들어볼 수도 있겠다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실제로 만든 옷을 입은 사진과 실제 크기의 옷본이 포함되어 있어서 디자인을 고르고 옷을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처음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보니 비교적 간단한 디자인의 옷을 실어놓았다. 그래서 이 책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옷 디자인이 표지에 나외있는 옷의 디자인과 비슷하다.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아도 길이의 차이와 자세히 보면 알만한 디테일이 다를 뿐, 전체적인 느낌은 같다고 보면 된다. 동봉되어 있는 실제 크기의 옷본은 두장으로 앞뒤로 그려져 있는데, 좁은 지면에 제대로 된 옷본을 만들다보니 여러개의 선이 엉켜있어서 실제로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옷본을 본따서 다른 종이에 그려야 한다. 또한 2장의 옷본을 이어붙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아예 하나의 종이로 만들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아마 책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두 장을 이어붙이는 과정에서 선이 잘 안 맞아서 조금 애를 먹었다.



옷이라곤 시장에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나인데, 이번 기회에 옷을 만들어보았다. 생각보다 그리 만만치는 않은 작업이었다. 그래도 일단 시작한 이상, 끝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끝까지 만들었던 것 같다. 풍덩한 스타일의 튜닉을 만들었는데, 내가 키가 작은 탓인지 미니 원피스처럼 보인다. 나중에 길이만 잘라서 깜찍한 상의 블라우스로 활용해야겠다. 나같은 초보자도 이정도 만들어었으니 왠지 스스로가 대견스럽게 여겨진다. 원래 단순한 디자인을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 책에 나와있는 옷들이 모두 깔끔하면서 무척 예뻐보인다. 이제 간단한 여름 옷 정도는 집에서 만들어 입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홈패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글을 통해 배우는 그림그리기

존 러스킨의 드로잉
존 러스킨 지음, 전용희 옮김 / 오브제 / 2011년 8월

드로잉 책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그림 예시를 통한 실질적인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책을 생각하기 쉽다. 나도 그런 예상을 하고 이 책을 받아보게 되었는데, 그동안 내가 드로잉 관련 서적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완전히 깨버린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이 책을 펼쳐보면 마치 소설책과도 같이 깨알같은 글들이 가득 쓰여 있는데, 이 내용들이 모두 뭔가 하니, 그림을 그리는 방법에 대해서 세세하게 써 놓은 책들이다. 원래 학자이면서 화가라서 그런지, 글을 쓰고 사물을 묘사하는 실력도 일품이다. 그러나 가독성은 조금 떨어지는 감이 있어서 정신차리고 읽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부분들이 많다. 평소에 독서를 즐겨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솔직히 이 책을 읽기도 만만치 않겠다.

 

존 러스킨이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하는 점은 한결같다. 일단 사물을 굉장히 꼼꼼하게 관찰하고 그대로 옮겨 그리는 연습을 충실하게 해야하며, 아주 기본적인 점부터 꾸준히 연습을 해야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한다. 요즘 같으면 추상화나 자신의 나름대로 개성을 살려서 그리는 일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만, 이 시대에는 사진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물의 특징을 잘 잡아내어 그대로 그리는 것을 가장 그림을 잘 그린다고 여겼나보다. 그리고 또 특징적인 것이, 인물화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고, 풍경화나 정물화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논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중요하게 여긴 것이 아닐까 싶다. 물감과 유화, 연필에 걸쳐서 다양한 기법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일단 연필로 세밀하게 그리는 연습을 해야 다른 종류의 그림들도 잘 그릴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두 컷은 따라 해볼까 싶기도 했는데, 워낙 상상력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라, 사실 포기했다. 그 시대에는 어떤 식으로 그림을 배웠는지 엿볼 수 있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존 러스킨이 평소에 그림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기도 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나중에는 꼼꼼하게 관찰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꼭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이런 습관을 통해 주변의 아름다움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다. 그림실력보다는 그 시대의 사회상이나 자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살펴보고자 한다면 좋은 참고 서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