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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는 당신에게 - SBS 스페셜
S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최근 들어서 나는 화를 내는 경우가 잦아졌다.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굉장히 온순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회사에 입사를 하고 나서 본격적인 사회 생활을 하다보니 마냥 착하기만 한 사람은 바보 취급을 받는 것 같이 느껴졌던 것 같다. 무의식 중에 그런 말들을 듣다보니 점점 속에 있는 화가 치밀어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화를 내기 시작했는데, 왠지 모르게 화를 내도 기분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화에 중독되는 듯한 것이 화를 내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이 슬슬 걱정이 된다. 명목은 일을 잘 하기 위해서라지만 나의 정신적인 건강에도 별로 좋지 않은 것만은 분명했다. 화를 한 번 내고 나면 머리가 아프고 그 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해결을 해야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별로 내용에 대해서 기대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해당 다큐멘터리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사전 지식은 전혀 없었지만, 심도깊은 내용은 없을 것이라 지레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정말 재미있고 그동알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무척이나 많이 알게 되어 이 책을 읽는 내내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후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유난히 화를 많이 내는 한국인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책의 처음에는 화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왜 화를 내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화를 내는 기본적인 원인은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음에 있다고 한다. 내가 왜 화를 내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해서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나는 나의 자존감을 해치는 일을 당했을 때 화를 가장 많이 내었던 것 같다. 특히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거나 모욕적인 언사를 했을 때 나도 모르게 화를 내게 된다. 화를 내는 과정은 굉장히 순간적인 일이라 나 자신도 제어를 하기가 힘들다. 나도 나름대로 중증의 환자라고 생각을 했는데, 책에 나와있는 사례들을 보니 정말 화를 잘 내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쉽게 화를 내고 물건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신기하게 여겨졌다. 이 과정에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본다면 조금은 화를 내는 일에서 이성을 찾을 수 있겠다.
그리고 다음 장에서는 다양한 화의 유형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는데, 화에도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동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나는 두 가지 경향을 모두 같이 가지고 있는 타입에 속하는데 모든 상황에 똑같이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화를 참으려고 하다가 나중에 폭발하는 유형이다. 그냥 일상적으로 내는 화는 가벼운 장난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묵은 화의 경우에는 사람의 성격에도 관여를 하고 평생을 좌우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 책의 앞에서 나왔던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에 화를 내는 케이스였다. 나도 곰곰히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상당부분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주변 어른들이 무심코 하는 말이나 행동에서 나름대로 가치관이 형성되던 때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 이런 점들 때문에 나의 화 잘내는 성격이 이제 와서 나타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사람은 궁지에 몰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방어 기제로 화를 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이 중요한데, 굉장히 예민해져있는 상태라 앞에 쌓여있던 스트레스도 미처 풀지 못했는데, 또 다시 자극을 받게 되면 나도 모르게 더 약한 자극에도 화를 내게 되는 것 같다.
책의 마지막에는 화를 조절하는 방법을 굉장히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실용적이지는 않다. 일단 여기서 말하는 요지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화를 낼 만한 상황인지 두고보라는 것인데 불같이 화를 잘 내는 사람의 경우에는 이것마저도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성격을 다루기 위해서는 일단 심신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정감이 있다고 여겨지면 마음이 좀 더 여유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화난 감정과 원인에 대해서 상대방도 분명히 알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한다. 가장 마지막에는 '용서'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하는데, 만약에 오랫동안 묵은 화라면 그것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의 불같은 성격에 대해서 이처럼 자세하고도 현실적으로,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는 책도 무척 드물 것이다. 평소에 화를 잘 내는 사람으로서 이 책의 내용들은 나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내가 왜 화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으며, 어떻게 하면 좀 더 온화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한 번에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매일 조금씩 노력한다면 예전의 밝은 모습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스스로가 생각했을 때 내가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자신의 화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