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
그리어 헨드릭스.세라 페카넨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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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시작은 무척 강렬하다. 갑자기 지하철 플랫폼에서 사람이 뛰어내렸다. 그 광경을 본 목격자인 주인공 셰이는 굉장히 큰 충격에 휩싸인다. 자살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은 어느정도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중 셰이는 특별한 사람들을 알게 된다. 무척이나 외롭고 정신적으로 힘든 와중에 만난 사람들은 정말 특별한 친구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 작품은 스릴러라기보다는 심리 묘사에 중점을 둔 일반 소설에 더 가깝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시점을 교차하면서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좀 더 자세하게 묘사를 해 줬어도 더 재미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서양 사회에서는 다양한 파티를 통해 만난 사람들간의 교류가 무척 자연스러운 듯 하다. 주인공 셰이가 특별한 친구들을 만난 곳도 추모식 행사 파티장이었는데, 사실 그렇게 잠깐 스친 인연이 나에게 잘 해준다는 게 내가 보기에는 분명 이상한 상황이지만, 미국에서는 그럴 수도 있는 문화적 차이라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이들을 의심없이 믿은 이유는 사실 지독한 외로움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실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외로움을 겪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 작품에서는 단순히 주인공 개인적인 문제인 것처럼 보여도 사실 파편화된 사회적인 구조가 원인일 수도 있다. 더이상 대면하지 않고도 수많은 일들을 처리할 수 있고, 사람 만날 기회가 적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인간 관계가 좁아지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문제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워낙 인간관계가 좁다보니 작품 속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각 장마다 다른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보면서 사실 논리적으로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도 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계속 사건의 실마리를 던지면서 뒷 이야기가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은 대단하다.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동안 시간 가는줄 모르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조금은 심각하지만, 그래도 너무 잔인하지 않아서 매력적인 추리소설이다. 무엇보다 교차되는 시선과 세심한 심리묘사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아마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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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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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 그런 책을 만나게 된다. 그냥 읽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을 받는 책 말이다. 사실 뭔가 대단한 것은 없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자연스럽게 주인공들에게 감정이 이입되고 눈물이 또르르 흐르는 경험을 했다. 그냥 장례식장의 일상적인 이야기일 뿐인데, 이 작품에는 사람의 내면을 울리는 놀라운 힘이 있다.

사실 장례식장은 그리 유쾌한 장소는 아니다. 정말 소중하게 여기던 사람을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장소로 많은 사람들의 눈물이 담겨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미소라는 집 근처에 있는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가끔씩 하던 아르바이트 장소인데, 졸업 시즌이 다가오면서 마땅한 일자리도 찾지 못하던 차에 도움 요청이 와서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주인공 미소라는 조금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 능력 덕분에 어떤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들과 함께 독특한 경험을 나누게 된다.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시간은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오랜 세월동안 장수하고 건강한 삶을 살다가 가신 분은 아쉬움이 많이 없을테지만,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사연이 있는 죽음은 그들만의 사연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연 하나하나가 모여서 따뜻한 기운을 만들어낸다. 사실 대부분의 일본 소설은 너무나도 소소하고 잔잔해서 그냥 담담한 마음으로 보기 마련인데, 이 책만은 조금 더 마음이 쓰였다.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또르륵 흘릴 뻔한 장면이 몇몇 있었다. 무척 소소하지만 감동적인 장면이 분명 있다.

오랜만에 마음을 울리는 책을 만났다. 삶과 죽음에 대해 좀 더 곰곰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예쁜 모습일 때 보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상속의 잔잔한 감동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나도 모르게 마음 한 켠에 조심스럽게 스며드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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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인턴
나카야마 유지로 지음, 오승민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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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사실 겉으로 보기에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일이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 무척 좋아보이기는 하지만 막상 의사 본인의 입장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정식 의사가 되기 전에 거치는 과정이 바로 인턴이다. 의과 대학을 막 졸업하고 병원에서 근무하는 인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때로는 같이 고민하고 때로는 같이 웃음짓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책은 실제 의사인 작가가 쓴 종합병원의 인턴 이야기이다. 최근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슬기로운 의사생활>과도 분위기가 조금 겹치는 작품인데, 그보다 좀 더 주인공 내면 갈등에 집중되어 묘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초보 인턴은 실제 현장에서 사실 아직 의사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의학적 지식은 갖추고 있지만, 실제 환자의 증상을 보고 병명을 판단하는 것은 좀 더 경험치가 쌓인 후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배 의사들의 업무를 옆에서 보조하면서 일을 배우는 것이 인턴의 역할이다.

작가 본인의 경험담이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인지, 이 책에서의 인턴은 무척 현실적이면서도 인간적이다. 소설의 형식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내용이 어렵지도 않다. 인턴이기 때문인지 아직 의사의 냉철함보다 평범한 사람의 따뜻한 면이 더 많이 보인다. 여러 사람들의 죽음과 회복 과정을 보면서 의사로서의 면모가 조금씩 쌓이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소소한 재미 중의 하나이다. 죽음 앞에서 하염없이 마음이 무너지는 일도 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이겨내고 차츰 회복하는 환자를 보면서 이 일의 보람을 느끼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어느새 나도 모르게 같이 감정이입이 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실제 종합병원의 인턴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재미있게 봤거나 평소에 의학 관련 소설을 좋아한다면 이 책은 꼭 챙겨봐야 할 작품이기도 하다. 인간적인 따뜻함이 묻어나는 소설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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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재단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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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조금 의아했다. "재단"이라니, 설마 내가 알고 있는 그 단어인 "재단"을 말하는건가하고 말이다. 책 내용을 읽어보니, 책을 재단한다는 의미였다. 일본에서는 책등을 잘라내고 책장을 스캔해서 보관하는 방법이 비교적 널리 알려져있는 듯 했다. 그런데 책을 무척 좋아하는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책을 자르다니, 그것은 책의 생명을 끝내는 일이나 다름없다. 그런 일을 서슴지 않고 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다니, 조금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실 책 재단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아니다. 우연한 기회에 책을 재단하게 되면서 주인공이 겪는 일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작가인데, 출판사 직원과 잘못된 관계로 얽히게 되었다. 사실 나의 정서로 보면 어느쪽이 특별히 잘못했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애매한 상황인데, 일단 상대방 남자의 잘못으로 주변 사람들에게도 인지가 되어 정리가 되었다. 여자 주인공은 남자와의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 방황한다. 이렇게 막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이라 그렇게 여겨질 수도 있겠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작품의 호흡이 꽤나 느린 편이라 약간은 답답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소설의 중반으로 넘어서면서부터 주인공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어릴적 가지고 있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이성과의 관계도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과정이 무리하게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내면에서 조금씩 일어난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다. 원인은 외부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나의 내면에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내용이다.

1년동안 주인공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조금 답답하다고 여겨졌던 마음이 나중에는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는 모습으로 바뀐 내 자신도 신기하다. 무엇보다 여성의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가의 표현력이 상당히 세밀하다. 여느 작가라면 이렇게까지 심리 상태를 세부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성장소설이라고 해서 청소년만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성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내면의 성장은 끊임없이 이루이진다고 본다. 따라서 이 책의 주인공도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어릴 때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을 해결함으로써 마음의 짐을 덜어냈다.

뭐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했다. 혹시나 옛날에 받은 상처가 아직 남아있다면 이 책의 주인공처럼 조금만 용기를 내서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사실 생각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저 필요한 것은 본인의 작은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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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사이드 클럽 스토리콜렉터 83
레이철 헹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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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람의 기대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아마 이 속도로 계속 진행이 된다면 100세 시대가 아니라 300세 시대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 소설은 지금보다 현격하게 수명이 길어진 미래 사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사실 영생은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꿈꿔왔던 소망이기도 하다. 오래 산다고 해서 무엇이 좋아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오래 살아서 보다 더 오랫동안 미래를 보고 싶은 욕망일지도 모르겠다. 오래 전에 중국의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사방팔방으로 사람들을 보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 소설에서는 그런 의약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 심장이나 인공 혈액, 인공 피부와 같은 것들로 하나씩 우리 신체를 대체해가면서 수명을 늘리는 것을 가정한다.

그런데 이런 선택이 자율적으로 된다면 좋겠지만, 미래 사회는 인구 수가 극단적으로 줄어든다는 배경이기 때문에 수명을 단축시키는 모든 행위는 심각한 범죄 행위로 간주한다. 물론 지금도 자살과 같은 행위를 방조하는 것은 나쁜 일이지만 이 책에 나온 미래 사회에서는 보다 엄중한 처벌이 가해진다. 이런 사회적 제재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만든 단체가 바로 수이사이드 클럽이다. 주인공은 건강하고 오래 사는 삶을 살기 위해 어릴 때부터 많은 것들을 제한해왔다. 꾸준한 운동과 시술, 정기 검진 등 오랫동안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처방은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했었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일상 생활이 깨져버렸다. 기존에 살던 울타리에서 나오고 나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떻게든 다시 이어붙이려고 하지만 한 번 깨진 그릇은 붙이기 어려운 법이다.

개인적으로는 하염없이 장수하는 것만큼 지겨운 것도 없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이 소설처럼 극단적인 배경을 가진 사회에는 다소 반감이 든다. 하지만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서 조금씩 운동이라도 해보려고 하는데, 그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것처럼 정부나 사람들의 극단적인 선택말고, 모두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회가 변화한다면 참 좋겠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오래 사는 삶의 모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장수, 영생과 같은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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