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밀양 저수지 위양지에는 이팝나무 꽃이 핀다. 요즘 많이 걷지는 못하시는 시부모님과 산책으로 걷기에 딱인 것 같아 다녀왔었다. 늦가을의 쓸쓸한 풍경만 기억하던 나에게 이팝나무 핀 위양지는 싱그러움 그 자체였다. 거의 한 달이 다 되어 가는지라 그냥 패스할까 하다가 사진이 너무 예쁘게 나와서 오늘 페이퍼 쓰는 김에 사진만 몇 장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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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5-25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국 소설에 나올법한 ㅋㅋㅋ 그림 같은 풍경이네요~~

바람돌이 2025-05-25 23:07   좋아요 1 | URL
하하 그 정도는 아니구요. 여긴 아기자기한 곳입니다. ^^ 마 사진 찍으면서 천천히 한바퀴 도는데 30분도 안걸림요.

망고 2025-05-25 2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거울에 비친 풍경이 정말 아름다워요😍

바람돌이 2025-05-25 23:07   좋아요 2 | URL
물거울이라는 단어가 더 아름다워요. ^^

꼬마요정 2025-05-25 2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너무 예뻐요!!

바람돌이 2025-05-26 09:30   좋아요 1 | URL
이쁘죠? 근데 실제보다 사진이 좀 더 잘 나온 느낌이에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5-05-26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풍경 예술인데요?
밀양에 저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있었다니!

바람돌이 2025-05-27 09:29   좋아요 1 | URL
그쵸. 밀양에 저런데가 있다는걸 저도 작년에야 알았어요. 그래서 작년 가을에는 나뭇잎이 다 떨어져 쓸쓸한 곳을 걸었다죠. 올해 이팝나무 꽃이 필때 꼭 가자 해서 갔는데 역시 좋네요. 가을에 단풍들 때 가도 좋을듯해요. 밀양은 시내쪽의 의열기념관과 항일운동테마거리가 생각보다 잘 꾸며놓아서 재미있습니다. 위양지랑 묶으면 하루코스 나들이로 좋을듯요. 아 그리고 시내에 있는 카페 열두달도 추천합니다. 폐교된 대학을 리모델링했는데 2층의 인테리어가 근사하더라구요. ^^

수이 2025-05-27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국 무협영화에 나올법한 영화 같은 풍경에 반하고 갑니다. 뿅.

바람돌이 2025-05-27 16:26   좋아요 1 | URL
사진이 지나치게 잘 나왔다는걸로... 그래도 날씨 탓인지 저날 사진이 너무 잘 나왔습니다. 시내쪽으로 조금만 가면 연포탕 맛있는 집도 있습니다. ㅎㅎ

희선 2025-05-28 0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팝나무 멋지네요 저기 풍경 자체가 멋집니다 언제든 좋을 듯합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5-05-28 09:04   좋아요 1 | URL
그래도 이팝나무 필때가 제일 좋다네요. 그래서 저날 갔을 때 비가 부슬 부슬 오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어요.

레삭매냐 2025-06-08 0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저 사진이 기가 막히네요...

바람돌이 2025-06-09 09:41   좋아요 1 | URL
얻어 걸린 사진이 생각보다 잘 나와서 저도 올렸어요. ㅎㅎ
 

 













작가는 어릴 때부터 다른 것인가? 정녕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말은 진리인 것인가? 이 책에서 한강 작가님이 8살 때 쓴 시라고 내놓은 걸 보니 이게 도대체 무슨 8살이야싶다. 그 무렵 나의 일기장을 보면 딱 4문장이다. "아침에 학교에 갔다. 그리고 집에 왔다. 저녁밥을 먹었다. 참 맛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은 저녁밥을 먹었다가 친구들과 놀았다로, 참 맛있었다가 참 재미있었다로 바뀌고 이 두가지 예제가 무한 반복 되는 것이었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아름다운 금실이지.


여기서 첫 번째 의문 과연 8살이 이런 의문을 가지고 시를 쓰는 것이 가능한가?

두 번째 의문 8살이 문장부호까지 야무지게 맞춰서 글을 썼다. (책 속에 한강 작가님이 사진 찍어서 올린 시집페이지가 있다. 정말 물음표 마침표 완벽하게 찍었다.) 


그러니까 어린 시절 시골 동네에서 혼자서 학교 입학하기도 전에 한글을 떼서 동네 천재 소리를 들었던 내가 

참 맛있었다와 참 재미있었다를 무한 반복하고 있을 때 한강 작가님은 고도의 추상 능력을 구사하며 사랑에 대해 논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 정도는 돼야 노벨 문학상을 받는것이구나. 작가가 되지 않기를 참 잘한거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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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5-22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결론이 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5-05-23 15:50   좋아요 1 | URL
이 글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쓴 글입니다.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이랄까요? ㅋㅋ

수박 2025-05-22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저도 동의하고 갑니다..

바람돌이 2025-05-23 15:52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가 작가가 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아니면 문장의 결론이 이상하고 문맥에 맞지 않다 중 어느 것에 동의하시는 것일까요? ^^ 반갑습니다. 수박님

단발머리 2025-05-22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다른 결론이었으면, 바람돌이님 못 만났을 수도 ㅋㅋㅋㅋㅋㅋ화면으로만 만나는 사이? ㅋㅋㅋㅋ

바람돌이 2025-05-23 15:54   좋아요 1 | URL
다른 결론이었으면 제가 여기서 이런 글을 쓰지 않고 책을 팔고 있겠지요. 그래서 단발머리님을 알게 되어서 저는 좋습니다. ㅎㅎ

2025-05-22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23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5-05-24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포기하시고 곁에 계셔주셔 감사합니다.ㅋㅋㅋ

바람돌이 2025-05-25 21:32   좋아요 2 | URL
ㅎㅎ 역시 아름다운 댓글입니다.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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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바이크 글의 강점은 무엇보다 상황과 심리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정교하고 섬세하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렇게 생생한 묘사가 가능한 것은 글의 대상에 대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관찰하고 생각하고 되새겼다는 말일 것이다. 그 상황 속에 온 몸이 잠기도록 깊게 침잠해들어가며 마치 자신이 그 일을 겪고 있는 것처럼 대상과 내가 하나가 될 때 츠바이크와 같은 묘사가 나오는게 아닐까?


  이 책에 실린 단편 <거대한 침묵>은 츠바이크가 당대 유럽의 상황에 대해 쓴 에세이다. 그는 그의 장기를 여지없이 발휘해 나치당이 점령한 유럽의 친구들과 친척, 동료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묘사한다. 그 고통을 짐작하고 묘사하는 과정은 작가가 지금 바다 건너 안전한 미국이 아니라 폭력의 한 가운데 유럽에서 그것을 자신이 직접 겪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처음에는 고통과 비명이 소리들, 저항의 소리들이 들려온다. 하지만 거대한 폭력 앞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침묵이 들려온다. 그 끔찍한 침묵을 츠바이크는 이렇게 표현한다.


 침묵, 뚫을 수 없는 침묵, 끝없는 침묵, 끔찍한 침묵, 나는 그 침묵을 밤에도 낮에도 듣는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로 내 귀와 영혼을 가득 채운다. 그것은 어떤 소음보다 견디기 힘들고, 천둥보다, 사이렌의 울부짖음보다, 폭발음보다 더 끔찍하다. 그것은 비명이나 흐느낌보다 더 신경을 찢고 더 슬프다. 수백만 사람이 이 침묵 속에서 억압받고 있음을 나는 매 순간 깨닫는다. 그것은 고독의 정적과 전혀 다르다.  -101쪽


  츠바이크는 1942년 2월 브라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신이 도망쳐 온 곳에서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저렇게 되새김 한다면 이 지독할만큼 예민한 작가의 정신이 버텨내기가 힘들었겠구나 싶어지는 것이다. 


  뛰어난 작가의 글을 읽는 다는 것은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곳을 보게 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해주는 시간이다. 그것이 소설이든 에세이든 학술서든 모두 마찬가지이다. 츠바이크의 여기 실린 글들이 주는 울림의 비밀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나보다 예민한 감각을 가진 이가 나에게 세상이 더 많은 면들을, 다른 면들이 이렇게 많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더 많이 본다고 해서 삶이 무조건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의 차이는 명백하다.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무심함으로 인해 일으킬 수 있는 수많은 잘못으로부터 나 자신을 구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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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5-22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민한 작가의 정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울림과 희망을 줄 수 있고, 또 그럴 테지만, 본인으로서는 무척 힘들었을 것 같아요.
츠바이크의 글을 치열하게 관찰하고 생각하는 바람돌이님과 같은 독자가 있어서 그나마 츠바이크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바람돌이 2025-05-22 14:41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저는 한강작가의 책을 읽을 때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답니다. 특히 작별하지 않는다는 책 내용보다 작가님의 고통이 더 크게 느껴졌었어요. 그래서 참 걱정도 되고 했는데 이번에 나온 에세이 빛과 실을 읽다보니 그 한강 작가님은 참 강한 사람이구나 느껴져 마음이 좀 놓이기도 하구요.
우리는 작가가 아니니까 둔하게 둔하게 살아요. ^^

새파랑 2025-05-2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츠바이크의 심리 묘사는 정말 대단한거 같아요. 소설이든 산문이든 평전이든 안좋았던적이 없었습니다 ㅋ

바람돌이 2025-05-22 14:42   좋아요 1 | URL
저도요. 츠바이크 책은 읽을 때 다 좋았어요. 그래도 저는 그 중에서도 특히 소설이 정말 좋더라구요.

레삭매냐 2025-05-22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 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그것 참 -

츠바이크 선생이 꿋꿋하게 생존하
셔서 더 좋은 작품들을 남겨 주었
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상상을
해보았답니다.

곁에 두고 계속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바람돌이 2025-05-22 14:44   좋아요 2 | URL
맞아요. 오래도록 좋은 글을 더 많이 썼더라면 후대의 우리 독자들에겐 더 큰 기쁨이었겠죠. 이분의 책은 다 좋아요. 이번 책은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ㅎㅎ
 















그녀는 자신이 두고 온 고국에서 일어났던 이들을 생각했고, 죽은 자들이 온전히 받지 못한 애도에 대해 생각했다. 그 넋들이 이곳에서처럼 거리 한복판에서 기려질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고, 자신의 고국이 단 한 번도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09쪽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는 히틀러의 보복에 의해 도시 전체가 파괴되었던 곳이다. 폴란드 사람들은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바르샤바에서 찍은 사진과 기록, 엽서를 보내 줄 것을 호소했고, 거기에 자신들의 기억을 더듬어 도시를 이전대로 다시 건설했다. 그리고 그곳에 나치에 이해 총살된 벽을 그대로 두고 초를 밝히고 꽃을 바친다. 한강 작가는 이를 살육당했던 것은 수치가 아니라고 믿는 것이며, 가능한 한 오래 애도를 연장하려 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부다페스트 사람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죄악을 온 세계인이 찾는 다뉴브 강가에 전시한다. 저 강에서 학살당한 유대인들은 나치에 의해 죽은 것이 아니다. 나치에 부역한 헝가리인들에 의해서 살해당한 사람들이다. 오늘 헝가리인들은 자신들의 참회와 애도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보여준다.


 제주의 죽음과 광주의 죽음은 무엇이 달랐을까? 왜 우리는 그들이 죽음을 애도하는 것조차도 눈치를 봐야 하나? 세상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제주도 광주도 얘기하기 전에 한템포 숨을 쉬고 말을 고르고 해야 하는걸까? 심지어 그 어린 아이들이 침몰한 배에 갇혀 죽어야했던 세월호조차도 충분히 마음껏 애도하는 것을 가로막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러고 보면 나는 참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구나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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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5-12 0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음주에 18일이 돌아오네요 애도를 제대로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군요 어떤 일은 언제까지나 애도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잠깐으로 끝나지 못하는 애도도 있겠습니다 살아 남은 사람도 생각해줘야 할 텐데...


희선

바람돌이 2025-05-12 09:40   좋아요 1 | URL
4월엔 제주 4.3이 있었고 또다시 5월이구요. 마음껏 슬퍼하고 애도받는것이 어쩌면 치유의 가장 첫걸음일텐데 우리 나라는 그걸 못받아주네요. 왜 희생자가 눈치를 봐야하는지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한강 작가님의 저 구절을 읽으면서 그러게 말야 참 이상해 이상해를 연발하게 되었답니다.
 
겨울 여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4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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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운명이란 그런 것이다. 서사의 전체가 아닌 일부분만을 제멋대로 보여준 채, 아닌 척 모호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속이려 든다.   - 49쪽


 자신의 책에 대해 책 속에 이렇게 딱 소개하는 글을 넣을 수가 있나? 책 속 저 문장이 말하듯 자우메 카브레가 만들어 낸 14개의 이야기들도 그들이 처한 운명의 일부분만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삶의 다른 공간, 다른 사람, 다른 시간에서 이야기는 되풀이되고 변주된다. 내가 음악을 잘 알았다면 음악의 변주와 함께 이 이야기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음악을 모른다고 해서 이야기의 감동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하나 하나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완결되어 이야기의 탁월함과 감동을 가져다주면서 동시에 뒷 이야기의 장면에서는 다른 식으로 변주되어 무릎을 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내 삶의 운명 역시 이렇게 어딘가 다른 곳에서 변주되는 것일까?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떤 이야기가 가장 좋았나라고 질문하면 대답하기 어렵다. 첫 번째 이야기 사후작품에서 이건 뭐야라며 예감이 안좋은데 하다가 두 번째 이야기 유언장에서 빵 터져 주변 사람한테 막 이야기하면서 진짜 인생 너무하지 않냐라고 한탄하게 하다가 세 번째 이야기 손안의 희망에서는 주인공의 마지막 결단이 너무 가슴에 맺혀 찌릿한 감동을 느끼게 만든다. 그런 감정의 변주를 널 뛰듯 경험하다가 마지막 겨울 여행은 첫 번째 작품 사후 작품과 겹치며 사후 작품을 완전히 새롭게 읽게 만들어버린다. 


 이 책의 14가지 이야기 어느 하나도 스포일러를 하고 싶지 않다. 그 말은 이런 재밌는 책을 널리 알리고 싶은데 내 글솜씨로는 그걸 알려 줄 능력이 안된다는거다. 그냥 재밌어요 읽으세요 한다고 누가 읽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어렵고도 어렵구나. 어쨌든 피해가 보자! 스포일러!


  사후 작품은 마지막 작품 겨울 여행과 만날 때 완성된다. 슈베르트를 연주하는 피아노연주자 앞에 진짜 슈베르트가 앉아 있다니.... 누가 감히 슈베르트를 연주할 것인가? 친구이자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이 보내준 알려지지 않은 악보로 훌륭한 연주를 해내지만 그는 절망에 빠진다. 나는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을것인가 아니 피아노가 지긋지긋해지는 그 절망적인 순간에 나를 붙들어줘야할 친구이자 내 사랑은 다른 데 정신이 팔려있어 나의 절박한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 친구 역시 지금 절박하다. 25년을 기다린 사랑이 다시 사라졌다. 제대로 인사조차 못했는데.... 


  삶은 언제나 나의 뒷통수를 칠 준비가 되어 있다. 유언장에서 예고없이 다가온 아내의 죽음은 나를 절망하게 하지만 그것이 진짜 절망이 아니라며 강렬한 뒷통수를 준비하고 있다. 이 남자 앞으로 살아나갈 수 있을까? 작가는 왜 이렇게 비관적이지 하는 순간 다음 손안의 희망은 다시 우리에게 삶이 그렇게 암울하지 않음을 이야기해준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인생의 빛이 내게 다가오는 것이다. 남에게는 네가 여태까지 쌓아온 계획을 한 순간에 포기해버리는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이지만 나는 알것 같다. 내 인생을 지탱해주던 단 하나의 소망이 이루어진 그 순간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음을....다음 단편 이분(진짜 시간 2분, 바로 그 2분이다.)에서는 짧은 시간 2분 단위로 물고 물리는 상황들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그 시간들의 어느 순간에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또 누군가의 삶에 끼칠 결정적 영향의 순간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나의 2분이 어쩌면 앞 단편들의 사람들의 삶에 폭풍을 일으킬 작은 날개짓이 될지 어찌 알겠는가?


  돌고 도는 삶의 순간들은 사람만이 겪는 것은 아니다. 바흐의 자폐 아들의 멜로디를 음악으로 만든 바흐의 작품은 실수를 은혜하려던 제자 고트프리트에 의해 불길 속에 사라지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 그 작품을 다시 살려낸 고트프리트에 의해 세상을 돌고 돈다. 그리고 사후 작품의 피아니스트에게 돌아간다. 렘브란트의 작품 <철학자> 역시 그렇게 세상을 떠돈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수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그들을 파멸 시킨다. 하지만 작품과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돌고 돌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출구가 없는 끝도 존재한다. 나는 기억한다 속 이자크의 마지막은 삶의 첫 재채기의 순간으로부터 시작된 죄책감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원죄를 보여준다. 그것이 이자크의 의도가 아니었더라도 평생을 따라붙는 죄책감은 결국 그를  파괴시킨다. 나를 그 자리에 대입시킨다고 해도 별다른 방법이 있을 듯하지 않다. 결국 파멸을 향해 갈 수밖에 없는 그 인생에 연민을 보낼 밖에는..... 단편 발라드 속에서 아이를 빼앗긴 어머니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여실히 느끼게 한다. 나의 파멸과 나의 사랑이 만나는 그 지점 인생은 아이러니이고 비극이다. 


 작가의 마지막 문장이 이 단편집 전체를 관통하여 그가 하고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작가의 말대로 우리 인생은 그저 여행의 중간 지점일 뿐.....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인생은 하나의 경로도 목적지도 아닌 여행이며, 우리가 사라질 때는 그 위치가 어디든 우리는 언젠 여행의 중간 지점에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의 불운은 하필이면 가혹하기 짝이 없는 겨울 여행에 당첨되어, 영혼이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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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5-05-10 17: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진짜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ㅋㅋㅋ 여태 내공을 숨기셨구먼요!!

바람돌이 2025-05-10 18:53   좋아요 1 | URL
Falstaff님 내공이라니요? 저 그런거 없어요. 없는 내공을 어찌 숨길까요? ㅎㅎ
그래도 재미나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책이 너무 좋았어요. 자우메 카브레를 알게된건 순전히 Falstaff님 덕분이니 모든 영광을 Falstaff님께 돌리겠습니다. ^^

새파랑 2025-05-10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나보군요~!! 읽어봐야겠습니다~!! 민음사 북클럽 사은품으로 신청했는데 아직 안왔다는... 근데 저 표지처럼 발을 노출안하고 자면 답답하지 않나요? ㅋ

바람돌이 2025-05-10 23:16   좋아요 1 | URL
실망하지 않으실거예요. 진짜 막 주변에 권하고싶은 그런 책이에요. 음 저는 발을 노출하면 뭔가 허전해서 못자는 쪽이라... ㅎㅎ

단발머리 2025-05-12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포도 안해 주시면서 ㅋㅋㅋㅋㅋㅋㅋ 이 근사한 책을 소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책 선물 받아서, 저도 가지고 있거든요. 예쁘게 꽂아 두었는데, 얼른 읽어야겠어요!

바람돌이 2025-05-13 14:36   좋아요 1 | URL
이 책의 스포는 범죄입니다. 안돼요 안돼 ㅋㅋㅋㅋ
저는 앞으로 이 작가 책은 나오는 족족 읽겠다 다짐했답니다. 장편과 단편을 모두 잘 쓰는 사람이라니 정말 드문 재능 아닌가요? ^^ 얼른 얼른 읽으세요.

책읽는나무 2025-05-13 0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스포 없이 리뷰 쓰기 쉽지 않은데 그 어려운 걸 바람돌이 님이 해내시는군요.?^^
읽은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그새 기억이 또 가물하던차, 바람돌이 님 리뷰 읽으니 조금씩 기억이 떠올라 리뷰를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어요.
저도 어떤 이야기가 좋았다고 꼽기가 힘들 정도로 다 인상적이면서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바람돌이 님 리뷰의 마지막 문단이 최고네요. 맞아, 맞아…끄덕끄덕했습니다.^^

바람돌이 2025-05-13 14:44   좋아요 1 | URL
스포때문에 리뷰쓰기가 진짜 어렵긴한데 너무 너무 이 책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어요. 간절하면 써지나봐요. ㅎㅎ 나무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정말 좋죠. 하나의 책에서 이렇게 여러가지 감정을 다 느낄 수가 있다니 막 감탄하면서 읽었다니까요?
장편도 단편도 다 훌륭하다니 이건 뭔가 재능의 반칙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