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자신이 두고 온 고국에서 일어났던 이들을 생각했고, 죽은 자들이 온전히 받지 못한 애도에 대해 생각했다. 그 넋들이 이곳에서처럼 거리 한복판에서 기려질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고, 자신의 고국이 단 한 번도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09쪽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는 히틀러의 보복에 의해 도시 전체가 파괴되었던 곳이다. 폴란드 사람들은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바르샤바에서 찍은 사진과 기록, 엽서를 보내 줄 것을 호소했고, 거기에 자신들의 기억을 더듬어 도시를 이전대로 다시 건설했다. 그리고 그곳에 나치에 이해 총살된 벽을 그대로 두고 초를 밝히고 꽃을 바친다. 한강 작가는 이를 살육당했던 것은 수치가 아니라고 믿는 것이며, 가능한 한 오래 애도를 연장하려 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부다페스트 사람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죄악을 온 세계인이 찾는 다뉴브 강가에 전시한다. 저 강에서 학살당한 유대인들은 나치에 의해 죽은 것이 아니다. 나치에 부역한 헝가리인들에 의해서 살해당한 사람들이다. 오늘 헝가리인들은 자신들의 참회와 애도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보여준다.
제주의 죽음과 광주의 죽음은 무엇이 달랐을까? 왜 우리는 그들이 죽음을 애도하는 것조차도 눈치를 봐야 하나? 세상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제주도 광주도 얘기하기 전에 한템포 숨을 쉬고 말을 고르고 해야 하는걸까? 심지어 그 어린 아이들이 침몰한 배에 갇혀 죽어야했던 세월호조차도 충분히 마음껏 애도하는 것을 가로막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러고 보면 나는 참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구나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