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자신이 두고 온 고국에서 일어났던 이들을 생각했고, 죽은 자들이 온전히 받지 못한 애도에 대해 생각했다. 그 넋들이 이곳에서처럼 거리 한복판에서 기려질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고, 자신의 고국이 단 한 번도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09쪽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는 히틀러의 보복에 의해 도시 전체가 파괴되었던 곳이다. 폴란드 사람들은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바르샤바에서 찍은 사진과 기록, 엽서를 보내 줄 것을 호소했고, 거기에 자신들의 기억을 더듬어 도시를 이전대로 다시 건설했다. 그리고 그곳에 나치에 이해 총살된 벽을 그대로 두고 초를 밝히고 꽃을 바친다. 한강 작가는 이를 살육당했던 것은 수치가 아니라고 믿는 것이며, 가능한 한 오래 애도를 연장하려 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부다페스트 사람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죄악을 온 세계인이 찾는 다뉴브 강가에 전시한다. 저 강에서 학살당한 유대인들은 나치에 의해 죽은 것이 아니다. 나치에 부역한 헝가리인들에 의해서 살해당한 사람들이다. 오늘 헝가리인들은 자신들의 참회와 애도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보여준다.


 제주의 죽음과 광주의 죽음은 무엇이 달랐을까? 왜 우리는 그들이 죽음을 애도하는 것조차도 눈치를 봐야 하나? 세상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제주도 광주도 얘기하기 전에 한템포 숨을 쉬고 말을 고르고 해야 하는걸까? 심지어 그 어린 아이들이 침몰한 배에 갇혀 죽어야했던 세월호조차도 충분히 마음껏 애도하는 것을 가로막는 자들은 누구인가? 그러고 보면 나는 참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구나 싶어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선 2025-05-12 0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음주에 18일이 돌아오네요 애도를 제대로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군요 어떤 일은 언제까지나 애도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잠깐으로 끝나지 못하는 애도도 있겠습니다 살아 남은 사람도 생각해줘야 할 텐데...


희선

바람돌이 2025-05-12 09:40   좋아요 1 | URL
4월엔 제주 4.3이 있었고 또다시 5월이구요. 마음껏 슬퍼하고 애도받는것이 어쩌면 치유의 가장 첫걸음일텐데 우리 나라는 그걸 못받아주네요. 왜 희생자가 눈치를 봐야하는지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한강 작가님의 저 구절을 읽으면서 그러게 말야 참 이상해 이상해를 연발하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