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왜냐하면 책 속에서 제일 먼저 예시로 나온 공간이
바로 내가 정말 좋아했던 현대카드 디자인라이브러리였기 때문이다.
나는 1-2년 전에 종종 그 공간을 찾았다.
카드만 있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그곳에서,
도서관보다 더 오래 머무를 수 있었고
도서관에선 찾을 수 없는 책들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그 공간이 주는 전체적인 감각이었다.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향, 고요한 소리,
눈이 편안한 조명, 세련된 인테리어,
모든 게 조화롭고 쾌적해서
그 근처에 살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편해졌던 기억이 난다.
(물론 화장실은 살짝 불편했지만! 😂)
책에서는 그걸 ‘오감센싱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브랜드가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경험을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모든 감각을 통해 풀어내는 전략.
현대카드는 그 안에 들어서기만 해도
향기로 기억을 만들고,
공간의 결로 감정을 정리하고,
책을 넘기며 생각이 깊어지게 만드는
그야말로 브랜드의 감정 설계가 잘 반영된 공간이었다.
책에선 그 향을 ‘슬로우 스탑(Slow Stop)’이라 부르며
“깊은 숲 속, 잠시 발걸음이 멈춰지는 푸르른 향”이라고 표현하는데,
그 한 줄에서 내가 그 공간을 좋아했던 이유가 설명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