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회 추억
신영복 지음,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 돌베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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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교사로서 첫 발령을 받아 간 학교는 이 대도시에서도 외곽지대, 아주 가난한 동네였다.
여기 무슨 학교가 싶을정도로 온갖 공장으로 둘러싸인 낮에는 사람그림자 보기도 힘든 동네.
이 도시에서는 1960, 70년대 한국의 산업을 이끌어갔던 그러나 이제는 대부분 쇠락해가는 공단지역내에서 아직 남은 공장들에서 뿜어내는 온갖 오염물을 들이마시며 사는 곳이었다.

당연히 아이들은 가난했다.
한 해는 우리반에서 제일 잘 사는집 애가 동네에서 쬐끄만 세탁소를 하는 집이었다.
가난했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애정이나 보살핌에도 늘 굶주려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 때는 한 반에 50명정도 됐었는데 3년간 담임하면서 대졸 학부모 한번도 못봤고, 그나마 부모중 하나가 고졸인 경우도 겨우 10여명 정도? 나머지는 중졸, 국졸, 아니면 무학.....
1960년대 얘기가 아니다. 1996년의 얘기다.

다행히 선생님들은 대부분 아이들을 늘 애처롭게 바라보며 뭔가를 더 주기 위해 그들을 좀 더 안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많았다.
몇몇은 내가 보기에도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올인하는 헌신적인 선생님들도 꽤 되었다.
아이들은 중학생인 주제에 늘 담배냄새에 쩔어다녔고 가끔은 술이 덜깨서 헤롱거리며 등교를 하기도 했고 행동도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로 무지막지하게 험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었다.
늘 애정에 굶주린 아이들은 조그만 관심과 배려에도 감격하고 선생님을 졸졸 쫒아다니는....

같이 초임발령을 받은 선생님 중에 남자 체육선생님이 있었따.
적당한 키에 괜찮은 외모에 초임답게 늘 열성적이었던...
그가 특별히 뛰어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그 선생님은 체육시간에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이들만 뛰게 하지 않고 늘 같이 뛰고 하나 하나 아이들을  지도했다.
그리고 방과후에도 늘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같이 축구를 하거나 농구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번씩 아이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아이들이 "체육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라고 자주 말하였다.
나중에 다른 학교에 가서 느꼈지만 다른 곳의 아이들은 선생님을 아무리 좋아해도 그렇게 말하는 아이들은 별로 없었다.

이 가난하고 작은 아이들에게 체육선생님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막 사춘기를 통과하고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중학교 남자애들에게....
나는 그때 깨달았다.
이 애들에게 체육선생님은 그들이 처음으로 제대로 만나는 역할모델이라는 것을.
아이들의 집이나 주변은 생활고에 시달려 늘 아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을 수 없거나 아니면 술에 쩔어있거나, 아니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무책임하게 사라져버렸거나 혹은 폭력적이거나 그런 남자 어른들로 가득차 있었던 것이다.
tv의 스타는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지 그들의 현실적인 모델링의 대상이 될수는 없었다.

신영복선생의 청구회추억을 읽으면서 문득 그때의 일들이 이렇게 장황하게 떠오른다.
아주 오래전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증보판을 보지 못했으니 처음 접하는 에세이다.
아이들을 만나고 청구회를 만든게 신영복 선생님의 20대였던듯 하다.
신영복 선생의 글을 읽을때면 느껴지는 인간으로서의 깊이가 난 오랫동안의 감옥생활로 인한 사색과 관조덕분일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제목만 봤을때는 무슨 노동조합내의 소모임 비슷한 걸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아이들과의 모임이라니... 잠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하다.
20대는 이제 막 사회에 대해 눈을 뜨고 또한 그것이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쉬운, 그래서 거시적인 것에 목을 매고 나머지 자잘하다고 생각하는 인간관계나 상황들은 쉽게 무시되어버리는 그런 시기인듯하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랬다.
그런데 그런 20대에 누가 소풍길에서 생전 처음 만난 아이들을 신경쓴단 말인가?
신영복 선생이니까 그랬겠구나 싶어 그의 사람됨의 깊이가 더 깊숙히 느껴진다.

가난한 동네의 그만그만한 아이들에게 당시의 신영복 선생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내 예전 학교의 그 체육선생님 같은 이는 아니었을까?
그 체육선생님은 모든 조건이 일단 주어졌지만, 신영복선생의 경우 자신이 그 조건을 만들고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정성을 다했다는 면이 다르긴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다가갔으리라 싶다.
아이들의 성장기에 어떤 역할모델을 만나는가는 정말로 중요한 문제이다.
그것은 어쩌면 아이들의 일생을 두고 마음속에 담아두게 되는 그런 믿음이 되기도 한다.
신영복선생은 그것을 이론으로가 아니라 마음으로 알고 있었던 듯 하다.
비단 아이뿐이랴.
누구든 사람을 만날때 내가 어떤 마음으로 한 사람을 대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세상에 나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
세상에 내가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누구를 만나든 나는 나의 진심과 성의를 다하고 있는가?
피상적인, 마음없는 만남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를 돌아보고 나의 주변 사람을 돌아본다.

덧붙이는 글
1. 따뜻한 진달래빛 표지의 그림부터 책속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 그림들은 어떻게 보면 일면 촌스러워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보면 그 색채들은 어릴 적 향수를 아련히 자극하고 과감하게 생략된 얼굴의 이목구비는 오히려 아이들과 신영복 선생님 사이에 흐르는 마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림이 아니라 글이 주인이라며 한 발 물러서 있는 느낌이지만 그럼으로 해서 또한 글에서 느끼는 따뜻한 감성을 포근히 감싸주는 그림이다.

2. 아래에 실린 서평들을 읽다보니 이 책의 출판에 대한 비판적 시각들이 만만찮다.
비판의 요지는 결국 우려먹기이며 출판사의 상업적 의도가 지나치게 드러난다는거 같은데 일면 동의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이미 발표된 글을 다시 우려먹으면서 책 역시 고급재질에 만만찮은 가격이고 책의 분량 역시 턱없이 작으니 이런 비판이 나오는 것일게다.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굳이 여기에 대해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싶은 건 또 왜인지...(내가 출판사 관계자도 아닌데 말이다. ㅎㅎ)
책이라는게 같은 글이라고 해서 꼭 같은 형식으로 한 번만 출간될 이유가 있는지?
또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난 이 책속의 그림들이 맘에 든다.
글 뿐만 아니라 그림 때문에 소장하고 두고 두고 보고싶다는 생각도 들고....
어떤 이에게는 이 길지 않은 글과 그림이 마음의 위로가 되거나 자신을 반추하기에 딱 좋은 그런 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출판사의 상술이라는 것도 이런 책이 시리즈로 나오고 그것에 올인하는 출판사라면 분명히 퇴출되어야 마땅하리라 생각된다.(새로운 책과 작가, 기획에 무능한 출판사일 것이므로...)
하지만 내가 아는 한 돌베개라는 출판사는 그렇지 않다.
돈 안되는 무수한 책을 뚝심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요즘의 사회에서는 고마운 그런 출판사다.
그런 출판사에서 이런 책을 내놨다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구판을 읽고 뒤에 나온 신판이나 엽서 같은 책들을 보지 않음으로써 이 글을 읽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있지 않았을까?
또 굳이 그게 아니라도 글과 그림을 어우러지게 하여 보는 책보다는 하나의 예술품으로서의 책에 방점을 두는 그런 책을 한번쯤은 시도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지 않았을까?
보기에 아름다운 책, 그 자체로 예술이 되는 책 말이다.(그것이 개개인의 취향에 맞아떨어지는가 아닌가의 문제는 순전히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변명 아닌 변명이 길어진다.
그저 돌베개라는 출판사에 믿음을 가지고 있고, 이 책을 두고 두고 읽다가 우리 아이들과도 언젠가는 같이 읽고 싶은 이의 변명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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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8-08-24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장하는 아이들이 어떤 역할모델을 만나는가가 정말 중요한 문제다....그렇군요. 공감가는 대목입니다. 제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뚜렷하게 생각나는 선생님이 안 계십니다. 아마도 제가 무딘 탓이 크겠지만 그래도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왠지 허전해지더군요. 이맘때마다 생각나는 선생님이 계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도 들구요. 자연히 울아이는 저와 같지 않길 바라게 되더군요.
그나저나 '청구회'가 초등학교 아이들과의 모임이라니, 역시 신영복 선생님이란 생각이...^^

바람돌이 2008-08-24 23:5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신영복 선생은 젊을때조차도 약간 도인같은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요즘은 좀 더한 것 같긴하지만... ^^ 학창시절 정말 존경할만한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일종의 행운이란 생각이 들어요. 참 드물었잖아요.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느끼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마노아 2008-08-24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면서 이게 어떤 모임일까 궁금했는데 리뷰 보고서 의문이 풀렸어요. 정말 신영복 선생님 다운 모습이네요. 짠하고 먹먹하고 그래요...

바람돌이 2008-08-25 00:00   좋아요 0 | URL
제목만 보고는 신영복이라는 이름값과 맞물려 뭔가 좀 그래도 불온한게 있는 단체였으리라 지레짐작하기 딱 쉽잖아요. 근데 초등학생이라니... 걔들과 책도 한달에 한권씩 같이 읽는데 로빈훗 이런거더라구요. ^^ 그래서 신영복선생이 더 존경스러워지는건 참 뭔 맘인지... ^^
 

서재 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한게 2004년 9월 20일
첫 리뷰를 썼다.
좀 있으면 만 4년을 채우게 되는구나...
원래 내가 좀 질긴 구석이 있긴 하다만 여기 이렇게 오래 둥지를 틀게 될지는 정말 몰랐다.
내 글에 첫 댓글이 달린건 서재시작하고 한달 보름정도 뒤인 11월 6일
요즘은 글 올라오는게 조금 뜸해지신 키노님이었다. 두번째는 자명한산책님이었구나 세번째는 수선님....
첫 댓글을 받았을때의 기쁨이 소롯이 떠오른다.

뭐하다 이런걸 다시 봤냐고?
오늘 문득 보니 방문자 6만힛을 넘었다.
전에는 이런걸로 하는 이벤트도 많았고 또 내가 안잡아도 누군가 잡아주기도 했었는데... ^^

6만힛을 보면서 이벤트 생각을 잠시 했지만 지금 내가 당하고 있는 금전적인 압박 더하기 왠지 썰렁해진 이벤트 분위기 이런게 또 소심한 나를 주저앉힌다.
그래, 그냥 먼지나 털지 뭐....

중간에 페이퍼들은 나름대로 정리를 좀 해서 뭔가를 찾을때 어려움이 없는데, 리뷰는 달랑 아이들 책, 내책으로만 분류를 해놔서 이거 손 좀 봐야하는데 하던걸 오늘 드디어 실행
내 책들의 카테고리를 6개로 나눠봤다.
순전히 내 맘대로 책을 분류하는거긴 하지만 어쨌든 리뷰들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하기 시작했는데 이거 정말 노가다네....ㅠ.ㅠ
1시간 30분쯤 걸린 것 같네...
하다가 이 오밤중에 무슨 체조도 아니고 싶기도 하고....

일단 그동안의 내 독서성향부터 보자
역사 - 여행서도 역사적 성향이 강하면 이쪽으로 넣었다. 리뷰 총43편
         도대체 이게 뭐야? 나 전공 맞아? 지난 4년간 진짜 공부 안했구나... 반성모드 돌입!

문학 - 소설 그리고 만화, 리뷰 총 122편
         이러니 공부를 안했지...

내가 사는 세상 - 역사, 예술분야를 제외한 인문사회과학도서들 리뷰 총25편
                       이것도 계속 공부해야 하는 분야인데 역시 점점 공부랑은 멀어진다.

미술 그리고 예술 - 예술도 붙여놨지만 거의 다 미술서적이다. 리뷰 총 27편

여행 - 여행의 로망을 대신해줄 여행서들과 여행관련 에세이들 리뷰 총 18편

에세이 그리고... - 위의 분야를 제외하면 내가 읽는 책이 음 별로 다양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나중에 에세이를 따로 분리해낼지는 모르겠는데 지금은 에세이들, 육아서적,
                          요리서적, 몇개 안되지만 화장품 리뷰까지.... 리뷰 총34편

꼬맹이들의 서재 - 아이들 책 리뷰 총 55편
                         이상타! 그림책 리뷰는 참 열심히 썼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얼마 안썼네....
                         집에 있는 책들만 해도 좋은 그림책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게을렀다니...

아 역시 분류해놓고 나니 갑자기 썰렁해지는 기분이랄까?
집은 깨끗해졌는데 뭐 있는게 없어서 텅비어있는 느낌....
서재 청소 노가다를 기념하여 공부좀 하고 살자라고 별 실효성도 없고 오래 갈것 같지도 않은 결심을 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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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23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노가다가 그런 노가다였어요.^^
제목을 보고는 서재 정리해서 방출하는 책이라도 있나~ 순간 반짝했어요!ㅋㅋㅋ

바람돌이 2008-08-23 23:35   좋아요 0 | URL
아 이 제목이 그런 오해 내지는 낚시가 되리라고는... ㅠ.ㅠ
그게 제 진짜 서재는 자료용으로 사는 책이 대부분이라 방출용이 별로 없어요. 죄송 죄송... 그래도 모이면 다음에 한번... ^^

세실 2008-08-23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셨군요. 뜻깊은 일 하셨네요.
뭐 책을 많이 읽었어도 리뷰 쓰기 웬지 싫어지는 책도 있잖아요. 나두 해볼까? ㅎㅎ

바람돌이 2008-08-23 23:37   좋아요 0 | URL
뭘 뜻깊기까지요. ㅎㅎ
근데 정리를 하다보니 페이퍼하고는 달라서 리뷰정리는 나름대로 반성도 되고 하던걸요. ^^ 그리고 진짜 리뷰를 뭐라고 쓰야할지 참 감이 안잡히는 책들도 있고 게을러서 안하는 책들도 있고 그렇죠 뭐.. 세실님도 한 번 해보세요. 이거 은근히 시간 많이 잡아먹어요. ㅎㅎ

무스탕 2008-08-2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서재질^^; 을 하셨네요. 일찍 만났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에요..

바람돌이 2008-08-23 23:38   좋아요 0 | URL
4년이면 작은 시간은 아닌것 같아요. 무스탕님은 한 2년쯤?? 근데 사람의 정이란게 시간에 딱 비례하는건 아니잖아요. ^^
가끔은 알라딘에 서재 생기는건 시작부터 알았었는데 그 시절부터 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해요.

마늘빵 2008-08-23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 뿌리신다는 줄 알고. ㅋㅋㅋㅋㅋ
요렇게 한번씩 정리해주는 것도 괜찮은데요?

웽스북스 2008-08-23 16:52   좋아요 0 | URL
이제 곧 아프님 정리글 나올듯 ㅎㅎ

바람돌이 2008-08-23 23:38   좋아요 0 | URL
오해를 하게 해서 죄송 죄송해요. ^^
웬디양님 말처럼 곧 아프님 정리글이 나올듯한데요. ^^

웽스북스 2008-08-2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저는 제대로 알아들었어요 ㅎㅎㅎ
리뷰 분류하고 글 정리하고 이런거 은근히 노가다에요
저도 페이퍼 카테고리좀 다시 정리해볼까 하지만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아서 원 ㅋ

바람돌이 2008-08-23 23:39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웬디양님 1년 정리 보고 아 나도 미루고 미뤘던 리뷰 카테고리 정리해볼까 했던 거예요. 이거 정말 은근히 노가다던걸요. ^^
페이퍼 카테고리 정리하고 싶으시면 빨리 하세요. 그건 미뤄둘수록 더더욱 노가다 강도가 심해지더라구요. ^^
 
한국사傳 2 - '인물'로 만나는 또 하나의 역사 한국사傳 2
KBS 한국사傳 제작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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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전 2권에서는 주로 위기시대의 인물들을 다루고있다. 몇의 예외는 있지만...

조선의 지배층을 완전히 뒤흔들어놓았던 위기는 임진왜란보다 오히려 병자호란이었다.
어찌됐든 임진왜란은 이긴 전투였고 병자호란은 오랑캐라 멸시하던 이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항복의 예를 올렸던 치욕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조선 중기 이후 사림파가 집권하면서 조선은 의리와 명분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사회로 이행하였다. 어떤 면에서든 명분을 세우지 못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시기에 실리와 현실은 힘을 잃는다.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가 그러했듯이...
인조에게 항복의 순간은 얼마나 치욕이었을까?
자신이 금수의 앞에 꿇어 엎드려 3번 절하고 9번 머리를 조아리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는 것은 군주로서의 위엄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이었을테다.
게다가 인조가 누구인가?
광해군을 쫒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인물 아닌가?
언제든 자신의 왕권의 부당성이 제기될 수 있는 칼날같은 삶을 살았으리라....
그런 인조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고 와서 이제 청의 문물을 배우고 그것을 조선에 들이려는 것은 아들이라해도 결코 용납될 수 없었으리라...
절대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조선사회에서 다른 세상을 먼저 보고 온 이의 비극!
백성들의 고통을 가장 가까이서 봤던 소현세자 부부가 위정자로서의 도리를 다하고자 노예로 끌려간 백성들을 구하고 위로할때 그것은 아버지 인조에게는 무능한 왕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으리라....
왕조체제의 절대적 한계는 결국 이런 것이다.
어떤 개혁도 어떤 발전도 결국 왕권의 유지강화라는 테두리내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김춘추에 대한 평가는 반갑다.
고구려에 대한 환상은 항상 신라를 특히 신라의 삼국통일의 의의를 내려깎는 요인이 되어왔다.
고구려가 중국과의 전쟁에서 거둔 승리는 김춘추를 항상 사대주의자로 내몰았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승리만을 얘기한다.
수나라와 당나라라는 거대 제국과의 전쟁에서 그것도 고구려 땅 내에서의 전쟁이 불러온 가공할 결과를 무시하는 것이다.
고구려의 승리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 거대제국을 상대로 승리한 고구려의 힘은 정말로 대단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고구려가 수, 당에 대한 강경책덕분에 벌어진 전쟁은 다름아닌 고구려땅에서 벌어졌다.
고구려의 백성들이 모든 경작지의 수확물들이 적의 식량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불태우고 성안으로 들어가 수성전을 벌이는...
전쟁에서는 승리했다 해도 적이 물러가고 성을 나온 백성들은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위정자라면 전쟁이 아닌 다른 방식의 승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닐까?
강대국 고구려와 백제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이 어려웠던 신라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과연 그렇게 많았을까?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벌였던 김춘추의 외교전은 고구려의 환상을 걷어내고 다시 평가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국사전에서는 그 첫번째 발걸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시 병자호란이다.
끝까지 자신의 명분을 지키고 명예를 지키는 것은 위정자로서는 오히려 쉬운 일이다.
척화파의 대표인 삼학사가 그들일 것이다.
그들에게 백성이 있었는가?
아니 그들에겐 자신의 명예가 있었을 뿐이다.
그들이 국가의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위정자가 아니라 단지 초야의 한 선비일뿐이었다면 그들의 지조를 칭찬해주리라....
하지만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유발하고 그 전쟁에서 온통 백성들을 희생시키고 그러고도 그 희생이 모자란다고 명분을 위해 다함께 죽자는 그 발상이 과연 존경받아야 하는가?
이런 무책임한 인사들에 비해 역사에서 자신이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지금의 백성들이 조금이라도 덜 고통받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고민한이가 있었다.
백헌 이경석!
그라고 해서 자신이 항복과 청에 대한 충성을 맹세함으로써 자손 대대로 손가락질 받으리라는 것을 몰랐을까?
하지만 그 길만이 국가와 백성을 구할 수 있는 길이라면 가는 것이 위정자다.
자신의 명예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죽음을 택하는 것은 어쩌면  위정자에게는 자기기만이며 무책임일뿐이다.

이렇게 새로운 역사적 평가를 시도하는 한국사전의 노력을 보는 것은 즐거웠다.
그 외에도 잘 알려져있지 않던 조완벽이란 인물을 통해 임진왜란때 포로로 끌려갔던 이들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고, 정약용의 과학수사관으로서의 면모를 보는 것도 이채롭다.
인물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평가와 잘 알려진 인물이라 해도 그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한국사전 2권을 보는 것은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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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8-23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구려의 농성전법에 대한 지적은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바람돌이 2008-08-23 23:42   좋아요 0 | URL
기록이 없으니 알수 없지만 그렇죠? 고려때 몽고침입때 섬이나 산성으로 피하라고 했던 대책아닌 대책들이 가져온 결과가 그랬거든요.
 

가장 했복했던 때는?
둘째 해아가 뱃속에서 쑤욱 빠져나오는걸 느꼇던 순간
이제 다시는 애 안낳아도 된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면서 너무 너무 행복했다.
동시에 주변에 아이를 앞으로 낳게될 지인들의 얼굴이 파바박 지나가면서 그들이 너무 너무 불쌍하더라.... ^^;;


가장 두려운 것은?
애들 크기 전에 죽지는 말아야지....

가장 어릴 적의 기억은?
6살 4월 모일 - 옆집 이모가 나를 데리고 어딜 갔었다. 그 이모 따라 갔던 길은 기억이 나는데 어딜 다녀왔는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다녀오니 우리집에 처음 보는 애기가 있었다.(지금의 막내동생) 그날 하루종일 울었다. 앞집에 애기가 있었는데 그 애가 왜 우리집에 있냐고..빨리 그 집에 애기 데려다 주라고.... ^^;;


가장 존경하는 생존 인물은, 그리고 이유는?
올바른 신념을 가지고 그 신념을 실천하며 사는 모든 사람


당신 자신에게서 당신이 가장 개탄하는 특성은?
자기 합리화에 굉장히 능하다. 정신건강에는 좋은 것 같으나 인간답게 사는데는 별 도움이 안된다

타인들에게서 당신이 가장 개탄하는 특성은?
돼먹지 않은 권위(나이, 성별, 지위 등)로 남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찍어누르려고 하는 것

가장 당혹스러웠던 순간은?
교사초임시절, 아! 내가 참 아이들에게 별게 아니구나 싶었던 순간들.
지금은 그거 인정하고 나니까 편하다.

자산을 별도로 하고, 당신이 구입했던 가장 값비싼 것은?
한꺼번에 합하면 책인데...
39만원 주고 산 디카 정도? 노트북은 학교꺼니까...

가장 소중한 소유물은?
물건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 없다. 잃어버리면 아까운건 많지만 그렇다고 뭐 아주 소중하다고 할것까진...
여기 알라딘 서재에 쓴 글들을 다 날리게 되면 그건 진짜 미칠것 같다.

당신을 침울하게 만드는 것은?
지나치게 바쁜 것. 아 이게 사는건가 싶어 우울해진다.

당신의 외모에서 가장 싫은 것은?
무거운 것. ㅎㅎ

가장 매력 없는 습관은?
뭐 미리 하는게 없음. 딱 데드라인이 돼야 움직인다.

가장무도회의 의상을 고른다면?
예전에 모 광고에서 이영애가 입고 나왔던 빨간 드레스.
근데 내가 그 몸매가 돼서 그걸 입을 수 있는 날이 올것같지 않다. 그래서 가장이고 뭐고 무도회는 절대 안간다. 거기다 난 몸치다.

가장 죄책감이 드는 쾌락은?
컴퓨터 고스톱으로 날밤을 샜을때....ㅠ.ㅠ


부모에게 빚진 것은?
엄마에겐 모든 것. 아버지에겐 뭐 받았지? 태어나게 해줬고 먹여는 줬구나...

미안하다고 가장 말하고 싶은 사람은, 그리고 이유는?
내가 내 생활에 안주하여 행복해 할때 누구는 길거리에서 싸우고 있고, 삶의 전선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사랑의 느낌은?
가만히 있어도 입가에서 배시시 웃음이 흘러나오는 것.
생각만 해도 저절로 행복해지는 것. - 길면 6개월
지금은 그냥 세상의 딱 한명 무조건적인 내편이 있구나 하는 편안함.


일생의 사랑은 무엇 혹은 누구인가?
옆지기(이렇게 써주면 좋아하겠지? ^^) 아이들.

좋아하는 냄새는?
우리 애들 목욕시킨 후 나는 냄새. 소나무 냄새

그런 뜻이 아니면서 "널 사랑해"라고 말해본 적이 있는가?
없다.

가장 경멸하는 생존 인물은, 그리고 이유는?
도대체 한둘이어야 말이지... 대표인물은 명바기지만...


당신의 최악의 직업은?
가난한사람 등쳐먹는 사기꾼. 농사지은 거 훔쳐가는 도둑놈들

가장 큰 실망은?
자기가 힘들때 도움을 요청했던 사람들이 실컷 대신 싸우게 해놓고 나중에 배신때릴때...

당신의 과거를 편집할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겠는가?
교사초임시절 - 첫 해에 우리반에 정말 나랑 안맞는 애가 있었다. 걔는 정말 나를 싫어했던 것 같다. 근데 나도 걔를 싫어했다. 걔정도는 아니었지만.... 근데 이런 어른과 아이들의 관계의 문제는 어른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걸 깨닫는데 참 오래 걸렸다. 나에게는 그저 교훈이었지만 걔는 1년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가겠는가?
내가 돌아가고 싶은 시절은 없다. 항상 나는 지금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것말고 가보고 싶은 시대라고 한다면 구한말 동학농민군들에게 갈까?
지금의 기관총이라도 가지고 가서 농민정권을 꼭 한 번 세워보고 싶다. ㅎㅎ

어떻게 쉬는가?
잔다. 죽은듯이 잔다. 마음이 힘들때는 만화를 한 30권쯤 빌려놓고 보면서 잊는다.

얼마나 자주 섹스를 하는가?
안한지 오래됐다. 섹스상대가 옆지기 밖에 없는 관계로 지금 개점 휴업중이다.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갔던 때는?
87년 거리 시위에서 내 옆에 있던 여학생이 최루탄에 맞아 머리에 피가 터지는 걸 봤을때...

당신의 삶의 질을 향상해줄 단 하나가 있다면?
시간

당신의 최대 업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히 예린이와 해아 ㅎㅎ


삶이 당신에게 가르쳐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라. 세상 모든 일 까보면 모두 단순하다.

우리에게 비밀을 하나 말해달라.
옆지기만 아는 내 비밀. 사람들은 내가 아주 대범하고 호탕한줄안다. 생긴게 푸져서 그런 것 같은데 난 남들앞에서 대범한 척 한 적 없다. 그냥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니 이건 정말 내 책임 아니다.
진짜로는 무지하게 쪼잔하다. 뒤끝 오래간다. 인과응보를 아주 좋아해서 나쁜놈이 벌받는것 아주 좋아하고 나한테 아주 섭섭하게 한사람 꼭 기억한다. 언젠가는 한 방을 날릴테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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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8-21 0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혹시..??? 바람돌이님을 섭섭하게 한적이 있나요..???

바람돌이 2008-08-21 23:26   좋아요 0 | URL
글쎄요.... 잘 생각해보시라구요. ㅎㅎ

마냐 2008-08-2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막판에....뒤끝 오래간다는 고백에서....마음이 급해지는군요. 먼 실수한건 없는지..ㅋㅋ

바람돌이 2008-08-21 23:26   좋아요 0 | URL
이런 고백을 하면 찔리는 사람이 많구만요. 아! 자주 써먹어야겠다. ㅎㅎ
(그러다 여기서 쫒겨나면 어쩌죠? ㅋㅋ)

책읽는나무 2008-08-21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끝 오래가는 대목은 그러고보니 저도 빼먹은 구절이어요.^^
막내동생의 탄생부분이 재밌었어요.
나도 그때가 쬐끔 기억이 날락말락하는데...한참 밖에 있다가 와보니(아마도 외갓집에 있다가 돌아온날이 아니었을까?) 방에 보자기에 싸인 어떤 물건이 있어서 가보니 그안에 아기가 누워있더라구요.근데 그게 또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이 아기가 태어났을때인지? 낮잠자는 순간이었는지? 미스테리에요.
동생이랑 나랑은 네 살차인데....다섯 살때의 기억이 남아있을까요?
여튼....아이가 누워있는게 넘 신기했었는데....님은??ㅋㅋㅋ
어린맘에 그럴 수도 있었겠어요.ㅎㅎ

바람돌이 2008-08-21 23:27   좋아요 0 | URL
동생을 보는건 남편이 바람피우는걸 발견하는거랑 같은 강도의 충격이라잖아요. ㅎㅎ 아마 님도 다섯살때라도 그 기억이 맞을걸요. ㅎㅎ
 

1.
아침에 해아 유치원에 데려다주었다. 이건 내 방학동안 해아에게 한 약속!
다른 아이들이 엄마가 유치원에 데려다주는게 많이 부러웠나보다.
하지만 힘들어...ㅠ.ㅠ

2.
해아 유치원을 나와 도서관에 가서 도서 반납하고 대출도 하고...
근데 거기서 2년전에 담임했던 머스마 3명을 만났다.
보충 끝내고 봉사활동 시간 채우느라 거기서 도서정리 하고 있더군...
씩씩하게 와서 인사하는게 예뻐서 라면이랑 아이스크림 사주고 무거운 책을 예린이랑 둘이 나눠들고 낑낑거리며 나왔다.(나는 가족회원이라 한번에 12권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3.
다시 예린이와 백화점으로...
결혼초기와 예린이 하나일때는 가끔 백화점엘 갔었다.
뭐 여유가 좀 있었단 얘기겠지...
하지만 해아까지 태어나고 난 이후에는 백화점은 정말 1년에 한번쯤 가는 곳이 되었다.
며칠 뒤 지인의 아이가 돌이어서 옷하나 사주자 싶어 나는 못사입히지만 그래도 선물인데 싶어 갔다.
이제 곧 가을이니 가을 점퍼나 가디건 하나 사주자 싶어...
근데 정말 오랫만에 간 백화점의 아이들 옷가격을 나를 기함하게 만든다.
애들 점퍼 하나가 최소 10만원이라니.....
그냥 추리닝 같은 상하복은 거의 8만원대다.
순간 내가 찜해놓고 지금 가격때문에 사기를 망설이고 있는 책이 떠올랐다.

세밀화로 그린 보리출판사의 도감들....
이 책 두권이 5만원정도였던 것 같은데 아이 점퍼 하나에 들어간 노력과 재료비가 이 책의 4배쯤 될까?
아! 이건 아냐!!!

 

4.
간신히 세일해서 5만원인 가을 가디건 하나 사서 집으로 돌아와 옆지기 점심 챙겨주고...
예린이 피아노학원 보내고 일단 친정엄마한테 데려오는 건 부탁하고 다시 해아 데릴러 유치원에..
아! 바쁘다 바빠...
해아 데리고 벼르고 벼르던 한의원에를 갔다.
그동안 예린이는 친정엄마랑 동생이 치과가는 길에 예린이 치과치료도 부탁하고...
해아의 비염은 상태가 상당히 심각!
의사가 말 안해도 안다.
어릴때부터 콧물을 달고 살았다.
1년의 반은 항생제를 달고 사는듯.... 그동안 한의원도 여러군데 갔었고 홍삼도 먹였고 나름대로 할 수 있는건 다해봤지만 별 효과 없었다.
근데 오늘 간 한의원에 가보라는 소리를 좀 많이 들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가서 치료하고 난 이후에 많이 좋아졌단 사람이 꽤 있었다.
갔더니 이 의사 너무나 자신만만하게 아무리 오래 걸려도 3개월이면 낳을 수 있단다.
근데 3개월약값이 장난 아니다.
따로 따로 그때그때 계산하면 140만원이다.
그냥 믿고 꾸준히 치료를 하겠다고 생각해서 선수납하면 100만원이란다.
잠시 고민하다가 어차피 다른데서 효과못봤고 여기까지 왔으니 시키는대로 해보자 싶어 100만원 카드 긁고 3개월 치료 예약! ㅠ.ㅠ

5.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와서 잠시 한숨 돌리는데 치과에 갔던 예린이와 함께 친정엄마와 동생이 돌아왔다.
근데 갑자기 친정엄마의 상태가 이상하다.
원래 혈압이 높아 혈압약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치과를 나와 차에 타면서부터 토하고 식은땀과 함께 어지러워하며 잘 걷지를 못한단다.
당장 병원가자는데 엄마는 좀 쉬면 괜찮아 질거란다.
근데 이거 내가 보기에는 딱 흔히 말하는 중풍-뇌졸증증세다.
말도 안된다며 다시 바로 엄마를 끌고 다니던 병원으로 직행!
가면서도 계속 토하고 차에서 내려서는 잘 걷지도 못한다.
병원에 도착해서 시간이 늦은 관계로 응급실로 가 엑스레이-CT-MRI까지 시키는대로 다 찍고 나니 엄마가 좀 진정이 되신다.
결과는 괜찮단다. 휴~~ 다행!!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워낙에 여러가지 원인이 있는데 현재로는 원인은 잘 알 수 없지만 뇌졸중은 아니니 그리 크게 걱정하지 말고 집에 가도 된단다.
쓴 돈은 눈물나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말 한마디에 긴장이 다 풀려버려 기진맥진이다.

6.
병원에서 놔준 주사를 다 맞고 엄마 모셔다드리고 집에 돌아오니 밤 10시
아이들은 안자고 기다리고있다.
그래도 저녁밥은 동생이 다 챙겨서 먹이고 갔는데, 문제는 복숭아랑 모닝빵이 너무 먹고 싶은데 못먹어서라는 것. ㅠ.ㅠ
병원에 있는데 예린이가 문자를 보냈다.
"엄마 복숭아 너무 먹고싶어"
전화를 해서 "예린아 복숭아 다 먹었어?" "아니 있는데 아빠가 못깎아주잖아"
이런 한 팔을 못쓰는 옆지기가 복숭아를 깎아줄 수 가 없어서 못먹는 거였다.
모닝빵은 다 먹어서 없는거고.... ㅠ.ㅠ

아! 정말 사는게 왜 이러냐?
가만 생각해보니 이건 옆지기나 엄마가 운이 나쁜게 아니다.
방학 전부터 시어머니 3주정도 입원으로 병원 쫒아다녔고(시집에 며느리가 셋이지만 옆에 사는건 나밖에 없는 관계로 시어머니 병원수발에 시아버지 식사문제까지 몽땅 내몫이었다)
바톤 받아 바로 옆지기 25일간 입원했었고, 옆지기 퇴원하자마자 친정엄마 나를 기함하게 만들고...
문제는 바로 나야!
내가 올해 무슨 마가 끼이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가...
아 정말 어디 가서 부적이라도 쓰야 되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솟구치고 있는 순간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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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8-08-2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아 병원비에 어머니 엑스레이 등등 오늘 엄청난 출혈을 하셨네요. 우리가 1-2만원 아끼려고 아둥바둥하다가도 이렇게 큰돈을 뭉쳥뭉쳥 계산하다 보면 어떤때는 사는게 좀 허무해요. 저도 이상하게 몇만원짜리 책 한권은 참자참자하다가도 카드로 몇십만원 긁을때는 차라리 용감해지더라고요. 나한테 쓰는 돈이 아니어서 그런가라는 생각을 하면 더 슬퍼지고요.

바람돌이 2008-08-21 01:27   좋아요 0 | URL
여기선 말안했지만 옆지기 병원비도 있다죠? ㅎㅎ (물론 이건 보험 들어논게 있긴한데 그게 다 나올것 같진 않아요. ㅠ.ㅠ) 진짜 일이만원 아낄려고 바둥거리다 이렇게 한꺼번에 왕창 출혈이 생기면 허탈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게 사는건데... ^^

하늘바람 2008-08-20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제가 다 기진맥진 이네요. 얼마나 힘드셨어요. 돈도 장난아니고요.
어른들 아프신건 정말 넘 힘들지요. 해아가 이번에는 꼭 완치될 거예요. 그렇게 믿으면 더 잘되겠지요 힘내셔요 님

바람돌이 2008-08-21 01:28   좋아요 0 | URL
내가 나이들어간다는 생각이 팍팍 들때가 한 번도 안아프던 어른들이 자꾸 아프기 시작할때네요. 위로 감사해요. ^^

Kitty 2008-08-20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읽다보니 제가 다 헉헉헉 ㅠㅠ
바람돌이님 힘내세요!!!!!!!!!!!!!!!!!!!!!!!!!! 화이팅!!!!!!!!
한국 옷값은 정말 너무 비싼것 같아요.
애들 점퍼 10만원 ㅠㅠㅠ 한국가면 저도 헐벗고 다닐 듯 ㅠㅠ

바람돌이 2008-08-21 01:29   좋아요 0 | URL
백화점 안가면 괜찮아요. 일반 양판점 가면 2-3만원대 옷도 많으니까... 거기서 조금 더 맘에 드는 것 사자면 4-5만원대로.... 한두벌 정도는 보통 4-5만원대 사고 나머지는 무조건 제일 싼 것 중에서 고르면 돼요. ㅎㅎ 근데 우리집은 이제 둘이 체격이 거의 같아서 옷을 물려주지 못하니 미치겠네요. ^^

아영엄마 2008-08-20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이 괜찮으시다니 정말 다행입니다만 응급실 거쳐 CT 며 MRI 찍었으니 비용이 장난 아니겠어요. @@ 부군, 시어머니 병수발까지 하시느라 몸도 많이 힘드실텐데 한동안은 경제적으로도 벅차시겠어요. 암튼 해아가 이번에는 한약 잘 먹고 비염을 떨쳐버리길 바랍니다! (저도 올 봄에 석 달을 두 아이 한약 지어 먹였더니 가계 허리가 휘청하더이다. 여름에는 두 아이 치과 다니느라 또 휘청..-.-)

바람돌이 2008-08-21 01:32   좋아요 0 | URL
친정어머니 병원비는 동생들한테 얘기했어요. 같이 내자고... 나 요즘 조금 짜쳐니까(힘들어서라는 경상도 말인데) 그냥 같이 내자 하고요. ^^;;
그래도 옆지기랑 해아병원비는 확실하게 부담되네요. 해아꺼는 보험도 나올데도 없으니... 정말 아이들 한약 너무 비싸지 않나요? 어른들 한약도 비싸긴 하지만... 자꾸 감기 걸리고 하면 안먹일수도 없고... ㅠ.ㅠ

hnine 2008-08-20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 내세요.
바람돌이님, 수퍼우먼이십니다.

바람돌이 2008-08-21 01:33   좋아요 0 | URL
저 슈퍼우먼 싫어해요. 자기 혼자 할 수 없는걸 하겠다고 자기 몸 축내가며 버티는 인간형이잖아요. 저는 젊어 게으름이 늙어 보약보다 낫다라는 말을 제 신조로 하며 사는 인간인데 요 며칠은 정말 어쩌다보니 눈코뜰새없이 이렇게 되었네요. ㅠ.ㅠ 그래도 위로 감사해요. ^^

조선인 2008-08-20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휘어이훠어이~ 이제부터는 좋은 바람만 불 거에요.

바람돌이 2008-08-21 01:33   좋아요 0 | URL
그쵸? 올해 액땜 이제 다했다고... 아니 한 몇년 액땜은 다했다고 생각해도 되겠죠? ^^

치유 2008-08-20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제허리가 휘청거리는것 같아요..살다보면 그럴때가 있는것 같더라구요..하기엔 너무 벅차네요..이젠 좋은일들만 기다리고 있을거에요..^^&

바람돌이 2008-08-21 01:34   좋아요 0 | URL
그래도 뭐 결정적인 불행은 없으니 그리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야죠. ^^
좋은 일은 고사하고 나쁜 일들만 안 일어났음 좋겠어요. ^^

미설 2008-08-20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 피곤하시겠어요.. 일단 어머님이 진정 되셨다니 게중 다행이구요..
그런데 그런 때가 늘 겹치더라구요. 봄이 수술 하던때 저희 친정이 말이 아니었거든요, 그동안은 그 많은 식구가 참 복도 많지 돈은 없지만 누구하나 아픈 사람 없고 다들 건강하니 참 복이다 그러고 살았는데 언니도 입원 수술하고 봄이는 말할것 없고 여차저차 여러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니 참 버겁더라구요..
어떻게 보면 저는 봄이 하나 끼고 병원에 있느라 모든 상황이 수습되고 다른 사람들 신경쓸 여력도 없었지만 그 때 참으로 이상하게 뭔가 나쁜 기운이 정말 떠나질 않았던 것 같아요..
요즘은 병원비 많이 나가면 그래도 이정도 병원비 들여서 괜히 걱정하거나 고생하지 않을 정도의 여력은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고 살아요.
알도도 다음달에 엠알아이 어쩌고 다 찍어보라는데 100만원쯤 깨지게 생겼더라구요.. 돈이 문제가 아니지만 참.. 그래서 정말 건강이 최고라는 건가봐요..

바람돌이 2008-08-21 01:36   좋아요 0 | URL
알도는 어디가 안좋은거예요? 어른들 아픈것도 참 큰일이지만 아이들 아픈건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정말 24시간 병원에서 옆에 있어야 하고, 아이들은 작은게 아프니 맘이 더 아프고... 알도가 별 이상없이 건강하길, 100만원이 헛돈쓰는게 되길 진심으로 기원할게요.

마노아 2008-08-20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고생 많았어요. 어머니 괜찮으시다니 천만다행이지만 바람돌이님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겠어요. 쓴돈과 소모한 에너지에 정비례해서 모두 다 효과 보고 차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다 안쓰럽네요...ㅜㅜ

바람돌이 2008-08-21 01:36   좋아요 0 | URL
그렇죠? 세상일이 한만큼 딱 효과가 돌아와주면 정말 좋을텐데요. ㅎㅎ
위로 감사해요. ^^

순오기 2008-08-20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비염이라면 저도 만만치 않게 병원 출근부 도장 찍었는데요~~ 일단 체질적으로 열이 있는 아이들이 비염이 심하다네요. 제가 해본 방법으론 식염수 사다가 약국에서 주는 시럽약통(플라스틱 용기)에 넣어서 수시로 콧속에 넣어보세요. 하루 열번도 좋고 스무번이면 더 좋고...이거 일주일만 계속해도 완전 효과있고요 한달간 하면 심한 축농증도 깨끗이 낳으니까 속는 셈 치고 한번 해 보세요. 제가 완치를 본 사람이라 자신있게 권합니다.

바람돌이 2008-08-21 01:38   좋아요 0 | URL
아! 해아가 무지 열이 많은 체질이예요. 정말 남보다 땀을 한바가지는 더 쏟는 형인데... 그렇군요. 식염수 사서 코에 넣는건 저도 비염으로 고생하고 있는지라 예전에 제가 해봤거든요. 근데 그게 참 힘들더라구요. 나중에 습관들면 괜찮아 지겠지만 처음이 어찌나 어렵든지... 저는 그냥 저냥 견딜만해서 버티고 있는데 엄마가 못하는걸 아이한테 못시키는거 있죠... ㅠ.ㅠ 이번에 한약 먹고도 도저히 안되면 해아랑 둘이서 마지막 방법으로 같이 해볼게요.

노이에자이트 2008-08-20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식물 세밀화 저런 그림을 저도 그리고 싶어요.하지만 전지현 사진 놓고 그리면 이상하게 전원주 아줌마 그림이 되니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08-08-21 01:40   좋아요 0 | URL
그래도 사람이 되잖아요. ㅋㅋ
저는 전지현사진 놓고 해도 사람이 아닌 형체를 알수 없는 뭔가가 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