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傳 2 - '인물'로 만나는 또 하나의 역사 한국사傳 2
KBS 한국사傳 제작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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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전 2권에서는 주로 위기시대의 인물들을 다루고있다. 몇의 예외는 있지만...

조선의 지배층을 완전히 뒤흔들어놓았던 위기는 임진왜란보다 오히려 병자호란이었다.
어찌됐든 임진왜란은 이긴 전투였고 병자호란은 오랑캐라 멸시하던 이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항복의 예를 올렸던 치욕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조선 중기 이후 사림파가 집권하면서 조선은 의리와 명분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사회로 이행하였다. 어떤 면에서든 명분을 세우지 못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시기에 실리와 현실은 힘을 잃는다.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가 그러했듯이...
인조에게 항복의 순간은 얼마나 치욕이었을까?
자신이 금수의 앞에 꿇어 엎드려 3번 절하고 9번 머리를 조아리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는 것은 군주로서의 위엄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이었을테다.
게다가 인조가 누구인가?
광해군을 쫒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인물 아닌가?
언제든 자신의 왕권의 부당성이 제기될 수 있는 칼날같은 삶을 살았으리라....
그런 인조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고 와서 이제 청의 문물을 배우고 그것을 조선에 들이려는 것은 아들이라해도 결코 용납될 수 없었으리라...
절대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조선사회에서 다른 세상을 먼저 보고 온 이의 비극!
백성들의 고통을 가장 가까이서 봤던 소현세자 부부가 위정자로서의 도리를 다하고자 노예로 끌려간 백성들을 구하고 위로할때 그것은 아버지 인조에게는 무능한 왕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으리라....
왕조체제의 절대적 한계는 결국 이런 것이다.
어떤 개혁도 어떤 발전도 결국 왕권의 유지강화라는 테두리내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김춘추에 대한 평가는 반갑다.
고구려에 대한 환상은 항상 신라를 특히 신라의 삼국통일의 의의를 내려깎는 요인이 되어왔다.
고구려가 중국과의 전쟁에서 거둔 승리는 김춘추를 항상 사대주의자로 내몰았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승리만을 얘기한다.
수나라와 당나라라는 거대 제국과의 전쟁에서 그것도 고구려 땅 내에서의 전쟁이 불러온 가공할 결과를 무시하는 것이다.
고구려의 승리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 거대제국을 상대로 승리한 고구려의 힘은 정말로 대단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고구려가 수, 당에 대한 강경책덕분에 벌어진 전쟁은 다름아닌 고구려땅에서 벌어졌다.
고구려의 백성들이 모든 경작지의 수확물들이 적의 식량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불태우고 성안으로 들어가 수성전을 벌이는...
전쟁에서는 승리했다 해도 적이 물러가고 성을 나온 백성들은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위정자라면 전쟁이 아닌 다른 방식의 승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닐까?
강대국 고구려와 백제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이 어려웠던 신라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과연 그렇게 많았을까?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벌였던 김춘추의 외교전은 고구려의 환상을 걷어내고 다시 평가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국사전에서는 그 첫번째 발걸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시 병자호란이다.
끝까지 자신의 명분을 지키고 명예를 지키는 것은 위정자로서는 오히려 쉬운 일이다.
척화파의 대표인 삼학사가 그들일 것이다.
그들에게 백성이 있었는가?
아니 그들에겐 자신의 명예가 있었을 뿐이다.
그들이 국가의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위정자가 아니라 단지 초야의 한 선비일뿐이었다면 그들의 지조를 칭찬해주리라....
하지만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유발하고 그 전쟁에서 온통 백성들을 희생시키고 그러고도 그 희생이 모자란다고 명분을 위해 다함께 죽자는 그 발상이 과연 존경받아야 하는가?
이런 무책임한 인사들에 비해 역사에서 자신이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지금의 백성들이 조금이라도 덜 고통받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고민한이가 있었다.
백헌 이경석!
그라고 해서 자신이 항복과 청에 대한 충성을 맹세함으로써 자손 대대로 손가락질 받으리라는 것을 몰랐을까?
하지만 그 길만이 국가와 백성을 구할 수 있는 길이라면 가는 것이 위정자다.
자신의 명예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죽음을 택하는 것은 어쩌면  위정자에게는 자기기만이며 무책임일뿐이다.

이렇게 새로운 역사적 평가를 시도하는 한국사전의 노력을 보는 것은 즐거웠다.
그 외에도 잘 알려져있지 않던 조완벽이란 인물을 통해 임진왜란때 포로로 끌려갔던 이들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고, 정약용의 과학수사관으로서의 면모를 보는 것도 이채롭다.
인물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평가와 잘 알려진 인물이라 해도 그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한국사전 2권을 보는 것은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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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8-23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구려의 농성전법에 대한 지적은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바람돌이 2008-08-23 23:42   좋아요 0 | URL
기록이 없으니 알수 없지만 그렇죠? 고려때 몽고침입때 섬이나 산성으로 피하라고 했던 대책아닌 대책들이 가져온 결과가 그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