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읽은 소설 2권이 좀 극단적으로 달라 걱정이었는데 에세이는 너무 좋다.
지금 반쯤 읽었는데 소설 <자두>만큼 또는 어떤 에세이는 그보다 더 좋다.
내가 심었던 눈물들이 이제 누군가에게 어루만져져 싹이 올라오는 그런 기분?
내가 내 맘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어 그저 좋다고만 할뿐이지만 작가는 그런 내 마음을 어떻게 알고 이렇게 위로와 공감의 글을 썼을까?
얼마전에 읽었던 <몸으로 읽는 세계사>에 선사시대 손바닥 동굴벽화 이야기가 나와서 그걸 책 리뷰에 썼었다. 동굴벽화는 알타미라나 라스코처럼 동물을 그린게 최초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그게 아님을 알려주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해서 여기저기 검색을 하며 손바닥 그림들을 찾아봤었다. 스텐실 기법으로 그려진 그 많은 여성과 아이들의 손바닥을 보며 내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왜 선사시대의 여성과 아이들은 들어가기도 쉽지 않은 동굴 깊숙한 곳에 저렇게 자신의 손바닥을 남겨야 했을까? 어떤 의미로? 아니 의미보다는 그들의 마음이 더 궁금했다.
우연인지 이주혜 작가 역시 그게 궁금했나보다.
아르헨티나의 리오 핀투라스 동굴 그림이야기 끝에 이주혜 작가는 이런 말을 한다.
만 년 전 그 사람은 동굴 벽에 선명하게 찍은 손 모양을 문자 삼아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여기 내가 있어. 이건 내 손이 하는 일이야. 나를 기억해주겠니? 존재증명 혹은 조난 신호, 만 년 후 나도 비슷한 행위를 한다. 하얀 종이에 뭔가를 끼적이고 키보드를 두드려 활자를 찍은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그랬듯이 나도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뭔가를 기록한다. - 59쪽
기억과 존재 증명으로서의 그리기와 글쓰기.
나도 어쩌면 그를 위해 읽고 쓰고 이렇게 열심히 존재 증명중인지도......
손바닥 그림이 있는 리오 핀투라스 동굴과 동굴 안의 벽화들은 역시 또 북플로 올려야 하려나 보다.
여전히 컴으로는 사진이 올라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