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고 철수해야 할 캠프 안에서 정성껏 화분을 기르는 사람도 있었다. 고통의 비명이 왁자한곳에서도 제 몫의 귀한 물을 식물에게 나눠주며 하루에도몇번씩 푸른 잎과 시선을 맞추는 동료 의사를 볼때마다규는 자신에게 없었던 게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 깨닫곤했다.  - P58

 살림과 육아로 바쁜 와중에도 굳이 만날 때마다 모임의 과제를 정하고 실행에 옮겼던 건 아마도 우리가 시간이 남아돌아 한가롭게 놀러 다니는 유한부인들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어디 한번 증명해보라고요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한결같이 증명의 압박을 느꼈다. - P115

끊임없는 자기명의 압박을 가하는 이병의 이름은 무엇일까? 우리는 언제부터 재난의 한복판에서 천근만근이 되어버린 아이를 업고 달리는 (그러나달리지 못하는 꿈을 반복해서 꾸는 걸까? 이 바이러스의진짜 이름은 무엇일까? - P121

지울수록 힘만 들고 얼룩이 남아 흉해지잖아요. 차라리다른 색으로 덮어버려요. - P196

오히려 소년은 화사한 꽃이며천사의 날개가 그려진 담벼락을 지나갈 때마다 궁금했다.
카메라를 든 구경꾼들은 벽 너머에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수챗구멍이 사시사철 입을 벌리고 있는 걸 알기나 할까?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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