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라는 이름의 식민지 - 반투스탄
오늘날 팔레스타인을 가리킬 때 쓰는 '반투스탄'은 원래 남아공 백인정권의 인종분리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흑인자치구를 가리키는 용어다. 남아공은 전 국토의 13%에 불과한 땅에 10개의 흑인 자치구르르 만들고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협조적인 자들에게 자치를 허락했다. 그러나 자치는 이름뿐이고 그곳의 흑인들은 어떤 시민권도 인정받지 못했으며 반투스탄은 정치경제적으로 백인 남아공에 예속된 신종 흑인식민지에 불과했다. 그리고 자치정부는 예외없이 부정하고 부패했다.
그 반투스탄이 오늘날 팔레스타인에서 부활했다. 특히 1995년 오슬로 협정(이 지역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개의 국가건설을 인정하고 팔레스타인에 자치권을 인정한 협정)이 체결된후 등장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남아공흑인자치정부와 별로 다르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은 자치라는 환상하에 부패한 자치를 온존시켜 그들의 방패막이로 삼고자 했고 거의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의 압승은 바로 이 팔레스타인 반투스탄적 자치에 대한 불신이자 항의를 의미한다. 그러나 부패한 자치정부는 비싼 외제 승용차를 몰고 다니면서 가자가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는 와중에 하마스 조직원들을 체포하고 고문하고 있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진심
이스라엘은 서안과 가자의 합병을 바라지 않는다. 또한 자기 땅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완전히 밀어내기를 원하는 것도 전혀 아니다. 이스라엘의 바람은 값싼 노동력과 종속된 시장이다. 오늘 서안과 가자가 분리장벽에 의해서 감옥이 되고 있는 이유는 이 두 역할을 완벽하게 실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전체 노동력에서 서안과 가자의 노동력은 7%를 차지했고 특히 건설업에서의 비중은 45%정도를 점령지인 서안과 가자에서 충당하고 있다. 또한 점령지에 들어가는 막대한 군사비 지출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충실히 증가시켜 주고 있다.  

하마스
팔레스타이니 자치정부의 부패와 은밀한 이스라엘, 미국과의 연대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에게는 매국이며 배신이었다. 이것이 2006년 선거에서 하마스의 집권을 가져온 직접적인 원인이다. 하마스가 집권하자 미국과 이스라엘은 즉각 팔레스타인 경제봉쇄를 실시하여 하마스를 압박했다. 동시에 이전의 자치정부 -팔레스타인민족해방운동(파타)에 대한 은밀한 지원이 시작되었다. 결국 분리하여 통치하라라는 고전적 식민주의가 관철된 셈이다. 그 결과 하마스는 민주적 선거에 이기고서도 가자에 고립되었고 이스라엘의 폭격이 지금도 가자에 집중되는 것은 바로 이것때문이다.  

분리장벽
테러리즘으로부터 이스라엘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서안과 가자에 건설한 높이 8미터의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과 온갖 첨단시설로 무장한 철조망.
이 장벽의 건설로 팔레스타인사람들은 땅과 우물을 뺏기고 집이 헐렸다. 또한 농지를 장벽 너머에 둔 농민들은 어렵사리 허가를 얻고도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하고 있으며 많은 가족들이 이산의 아픔을 겪고 있다. 그러고도 모자라 가자의 하늘에는 24시간 무인정찰비행선이 떠다닌다. 적어도 가자에 관한 한 어떤 정보위성도 이 비행선의 감시능력을 앞지르지 못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문제의 해결은 가능한가?
오슬로 협정은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2국가안을 추진했다. 말 그대로 서안과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이후 독립??) 이스라엘 하는식으로... 하지만 이 2국가안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팔레스타인 난민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 2개의 국가가 들어서면 서안과 가자 뿐만 아니라 인근의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등에 흩어져있는 난민캠프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들은 영원한 난민으로 살아야 한다. 이 2개의 국가안이 비판받는 이유다.
또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팔레스타인과 유대인의 공존을 기반으로 한 1국가안이다. 남아공의 예를 따르는 것. 두 민족의 평화와 공존을 통한 민주주의 실현을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이상적으로는 1국가안이 진정한 이 지역의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합리적인 안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이스라엘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현실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1국가안이든 2국가안이든 문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 지역의 팔레스타인 식민지변화를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든 저것이든 다 립서비스에 불과하며 그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언제까지나 노예상태로 두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 이것이 팔레스타인의 진정한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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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9-01-18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투스탄에 대한 정보가 매우 유용합니다.이스라엘의 전정한 의도가 그런 것이었군요.

바람돌이 2009-01-19 00:13   좋아요 0 | URL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없앨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 그들의 목적은 하마스의 괴멸이지 팔레스타인사람들 자체는 아니라는 것, 더더욱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희망이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본주의의 야만성이 집중된 곳- 마음이 많이 아파요.

글샘 2009-01-19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나 더 괴롭히는 건 같은편이죠. ㅠㅜ

바람돌이 2009-01-19 22:25   좋아요 0 | URL
그게 더 비감하죠... 이제 같은 민족끼리도 싸워야 한다는건 정말 얼마나 힘을 빠지게 하고 비참하게 할지 말입니다.
 
무서운 그림 -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 무서운 그림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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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그림 -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
제목을 이렇게 뽑아놓으면 도저히 안 읽을수가 없다.
그림을 보는 것도 즐거운데 하물며 그 뒷이야기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제목이 보통 낚시라는 것도 알면서 그런데도 낚인다.)
솔직히 제목만큼 그리 섬뜩하지는 않다. 그리고 어느정도는 알려진 이야기도 많고...
그림에 얽힌 사회적 배경 또는 화가의 개인적 트라우마 이런 것들이 주된 이야기인데 그런 이야기들이 무서우면 얼마나 무섭다고 섬뜩하기까지 하겠는가말이다. 

그래도 다행인건 낚시에 걸린건 맞는데 그렇다고 해서 전혀 헛된 입질은 아니었다는거다.그림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꽤 재밌다. 이야기 자체도 재밌게 읽을 수 있고...
다만 저자가 무서운 내지는 섬뜩한 얘기라고 미리 선을 그어버리는 바람에 무섭다기 보다는 심각하거나 아니면 풍자적이거나 하는 것까지 억지로 무섭다 무섭다 하는 건 좀 지나친 오버가 아닐까 싶어 책을 읽다가 자꾸 걸리게 된다.   

      

왼쪽은 드가의 아름다운 그림 <에투알>이다. 에투알은 '스타'를 의미하는 프랑스어란다.
오늘 날 우리가 보기엔 아름답기만 한 그림이지만 저자는 저 무대뒤의 검은옷을 입은 신사에게 주목한다. 발레가 오늘 날은 고급예술로 여겨지지만 드가가 살았던 저 시대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던 사회적 상황을 얘기해 주는 것이 바로 저 신사의 존재다.
드가의 시대에 무용수는 노동자계급 출신이 대부분이었고 그리고 예술로 여겨지지 않았으며 그럼으로써 무용수는 거의 창녀로 취급받았던 것. 따라서 대부분의 무용수는 좋은 말로 후원자 실제로는 재력가의 정부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단다. 실제로 드가의 그림에서 저런 검은 옷의 재력가스런 남자들은 시시때때로 출몰한다. 뭐 무섭다고까지 하기는 좀 그렇고 아름답게만 여겨지는 그림에서 당대의 사회상을 살펴보는 재미가 이렇게 있다.
오른쪽 그림은 르동의 <키클롭스>이다. 외눈의 거대한 거인으로 무서움을 불러일으켜야 하지만 애기같은 얼굴이 오히려 애처로움을 느끼게 하는 거인은 어떤 의미일까?
이 그림의 키클롭스는 바다의 님프를 짝사랑해서 쫒아다니나 보답받지 못한다. 결국 질투에 눈이 먼 이 거인은 바다의 님프의 진짜 애인을 향해 바위를 집어던져 죽이고 만다.(요즘 말로 하면 스토커..)그런데 르동이 이런 그림을 그린 이유를 저자는 르동의 어린시절에서 찾는다. 르동은 태언난지 불과 이틀만에 다른 집의 수양아들로 보내졌단다. 그는 그곳에서 행복하지 못했나보다. 더구나 자신이 행복하지 못할때 르동의 형은 원래의 집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흠뿍받고 자라고 있었다.(적어도 르동이 보기에는 그러했다는 거다.)르동은 나중에 결국 집으로 돌아가지만 여전히 사랑받지 못했고 버림받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영원히 어머니의 사랑을 뒤에서 숨어서 갈구하는 아이였단다. 그렇다면 르동이 저 거인을 저렇게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그려놓은게 이해가 간다. 저 키클롭스는 르동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거겠지... 역시 무섭다기 보다는 애잔한 이야기다. 

이 책에서 정말로 무서웠던 건 보티첼리의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의 이야기>연작을 해석하는 저자 나가노 쿄코의 관점이었다. 

  

 

이 이야기는 <데카메론>에 나오는 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꾸민 것이다.
한 청년이 어떤 여자를 열렬히 짝사랑했으나 보답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 그림에 나오는 상황을 그 여인에게 보여준다. 자신과 같이 보답받지 못했던 사랑을 했던 한 기사가 자살했다. 얼마 뒤에 죄를 받았는지 그 여인도 죽었다. 그리하여 한 명은 자살, 한명은 냉혹함으로 인하여 죄를 받아 매일
같은 시간에 기사는 여자를 쫒아가 죽이고 여자의 내장을 개에게 던져준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짝사랑하는 여인에게 보여줌으로써 그 청년은 결국 여인의 사랑을 얻어 결혼하게 된다는 잔인하고도 잔인한 이야기.
그런데 이 그림속의 이야기를 살아생전 같이 했어야 했던 연인들이 함께 되지 못함으로써 죽은 후에 영생을 같이 하게 된 궁극적 사랑으로 해석하는 저자의 관점은 도저히 아니올시다이다. 이건 그야말로 남성중심의 오만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저 상황을 보여주고 결혼을 얻어내는 청년 역시 요즘이라면 공갈협박죄로 걸려들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여성 작가인데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지 도통 이해가 안된다. 

그래도 저자에게 동의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다. 


자크 루이 다비드 <마리 앙투아네트 최후의 초상>이다.
단두대로 끌려가던 순간의 마리 앙투아네트를 펜으로 잽싸게 스케치해낸 다비드의 작품이다.
저렇게 선 몇개로 초라해진 프랑스의 왕비의 마지막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낸 다비드는 정말 천재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 한 점의 스케치속에 다비드가 부정하고 싶었고 짓밟고 싶었던 구체제의 모습을 얼마나 잔인하게 드러냈는지...
마지막 순간을 향해 가는 여인에 대한 어떠한 동정심도 보이지 않는 정말 냉정한 스케치가 아닌가말이다.
하지만 이런 다비드가 이후에 또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얼마나 대단하게 그려내는가를 보면 이 그림에 담긴 무서움이 배가된다. 혁명을 옹호하는 순간에도 그 혁명을 배반하는 순간에도 얼마나 철저한지.. 또한 얼마나 천재적인 능력으로 충만한 화가인지 말이다.
권력에 따라 이렇게 마음대로 자신의 신념을 바꿀 수 있는 자가 천재적인 재주를 가졌다는 것은 정말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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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9-01-14 0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바람돌이님은 또 뽐뿌질을 하시고....=3=3=3

바람돌이 2009-01-14 12:00   좋아요 0 | URL
키티님은 안읽어도 대충 아는 얘길듯한데요. ㅎㅎ

프레이야 2009-01-19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비드가 그린 스케치와 리뷰, 인상적이네요.

바람돌이 2009-01-19 01:48   좋아요 0 | URL
그럼에도 다비드가 간과한건 저 여인이 여왕이었다는거죠. 저 자세를 보세요. 죽을때까지 여왕이었던 여자잖아요.
 
1004 모금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식량을 보내주세요!

"빌미만 줄뿐이데..."
무엇 때문에 무력행동을 도모하느냐고 어느 (팔레스타인) 전사에게 물은 적이 있다. 분노 때문일까 지레 짐작해보았지만 예기치 못한 대답을 들었다. 

"우린 인간입니다. 이렇게라도 싸우지 않는다면 우리가 인간이란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습니까. 팔레스타인인이 벌레가 아니란 것을 팔레스타인인이 어떻게 확인할 수 있습니까."
그런 분노가 아니라 막다른 벼랑 끝에서 밀리고 있는 자의 절규였다.
                      - 유재현의 <샬롬과 쌀람, 장벽에 가로막힌 평화>중에서 

지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또 하나의 인종학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먼댓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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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1-14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아이들에게도 미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바람돌이 2009-01-16 01:07   좋아요 0 | URL
지금 전쟁 이전에 이곳을 방문했던 유재현씨 글에 보면 전체적으로 가자를 휘감는 분위기는 무력감과 허무 이런 것들이랍니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전하는 투쟁적 폭동적 분위기가 아니란거지요. 60년간이나 모든 것을 빼앗겨왔던 이들에게 미래를 꿈꾸는 무언가를 얘기하기가 참 힘들것 같아요.

마늘빵 2009-01-1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마다 신문보면서 대통령 욕보다 이스라엘 욕이 먼저 나오고 있습니다. 얘네들 아주 국제 깡패더군요. 유엔학교까지 폭격하고, 온갖 무기들 실험하면서 잔인하게 죽이고. 뒤에는 물론 침묵하면서 지지하는 미국이 있죠. '악의 축'이라는 말은 이때 써야하는데.

바람돌이 2009-01-16 01:08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가 유엔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결의에서 기권했답니다. 물론 미국과 함께... 이놈의 유엔 결의라는 것도 거의 립싱크에 불과한 것인데 그 립싱크조차도 거부하는 나라라니... 쪽팔려 죽겠습니다.

물만두 2009-01-14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엄마도 무지 열받고 계세요.

바람돌이 2009-01-16 01:08   좋아요 0 | URL
저곳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정말 열이 안 받을 수가 없어요.

메르헨 2009-01-15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 .....

바람돌이 2009-01-16 01:09   좋아요 0 | URL
인간이 인간을 이렇게 말살할 수 있다는게 안 믿어지는데 너무나 많이 벌어지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행복한 청소부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 풀빛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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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난 미네르바의 글을 이전에 읽은 적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옛날 옛적에 경제학 책이랍시고 기본서를 읽을때조차도 돈과 관련된 부분만 나오면 갑자기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게 내 머리를 죽어라고 쥐어박았으니...
지금에 와서 외환이니 금융이니 하는 글들을 찾아 읽을리가 없는것이다.
다만 인터넷 논객의 글 정도에 저리 부르르 하는 인간들의 얄팍함과 유치함에 분노했을뿐...
동시에 저들이 참 두려운 것이 많구나 그러니 저렇게 발악을 하는거지 싶기도 했었다.
그런데 결국 미네르바가 구속이 된 이즈음에 와서는 우리 사회의 얄팍함에 진저리를 치게 된다.
곳곳에서 미네르바의 학력을 가지고 난리를 치는 이 현실이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
듣기로는 그의 경제지식이나 식견이 상당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지금 그의 학벌때문에 평가절하된다는게 말이 되는 얘기인가 말이다. 드디어는 예상했던대로 진짜 미네르바라 아닐 것이다. 전문대 학력으로 그런 글을 쓸 수 없다는 말까지 등장했다.
학력이 곧 인격이고 능력이라는 이 말도 안되는 현실이 현재 대한민국의 수준이다.  

이 즈음에 행복한 청소부를 다시 읽는다.
독일의 거리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 아저씨가 있다.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멋지게 반짝반짝 거리의 표지판을 닦는 아저씨!
어느날 아저씨는 우연히도 자신이 닦고 있는 표지판에 등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너무 아는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한 사람씩 한사람씩 공부를 시작한다.
먼저 음악가부터
글루크-모차르트-바그너-바흐-베토벤-쇼팽-하이든-헨델
음악가들의 음악을 찾아 듣고 음악회를 찾아가고 휘파람으로 곡들을 연주하고...
그 다음은 작가
괴테-그릴파르처-만-바흐만-부슈-브레히트-실러-슈토름-케스트너
이들이 쓴 책을 찾아 읽고 연구서를 읽고...
그리고는 휘파람으로 음악을 연주하고 열심히 표지판을 닦으며 자기 자신에게 문학가들의 얘기와 그들이 쓴 글을 강의한다.
청소부는 정말로 행복한 청소부가 되었다.
음악가와 작가들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거리이름 표지판을 닦으면서 늘 그들과 이야기하고 만날 수가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 청소부의 혼자말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듣게 되고 청소부는 곧바로 유명해지게 된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청소부의 강연을 들으러 오게 되고...
드디어는 대학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까지 들어오게 된다.
청소부는 자신의 일을 너무나 사랑했기에 교수직을 정중하게 거절한다. 그리고 오늘도 표지판을 닦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청소부의 강연을 듣기위해 거리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있을게다. 

사랑하면 알게된다.
진정한 앎이란 학력과 관계없다.
만약 우리나라에 이런 청소부가 있다면 곧 그의 학력으로는 그런 문학, 음악강연을 할 수 없다는 둥, 그가 말하는 내용이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둥 얼마나 많은 험담으로 괴롭힐까?
미네르바의 학력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하는 대한민국의 얄팍한 인간들에게 진정한 앎은 어떻게 오는지 이 책을 보여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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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9-01-1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니카 페트의 동화 다 좋지만, 행복한 청소부 이야기는 생각을 좀 더 하게 만들지요. 오래 전에 애들과 공원에서 이 책으로 수업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내 등 뒤에서 말없이 청강하셨던 오리지날 청소부 아저씨가 계셨지요..수업 끝나자 조용히 자리를 뜨면서 꼬부라진 등을 펴지 못하는 걸음으로 자루를 끌고 다시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시던 그 할아버지 청소부..그 분도 행복할까요? 미네르바의 학력을 갖고도 난리법석인 우리나라에선 좀 힘들런지도 모를..일..

바람돌이 2009-01-13 23:40   좋아요 0 | URL
그 분이 정규직이었다면 좀 나았을테고 비정규직이었다면 행복하기는 힘드셨겠죠. 직업에 정말 귀천이 없는.. 어떤 직업을 가져도 성실하게 열심히 살면 생계걱정은 없고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 하나 정도는 가질 수 있는 사회가 왜 그렇게 어려운걸까요? 그렇다면 정말 청소부할아버지도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춤을 추고 그런 사회말예요. 우리 나라의 절대적 부는 이미 그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은데 말예요. 어디나 차별이 문제죠. 근데 그걸 정권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게 어느정도의 기득권층에만 들어갔다 싶으면 그 쥐꼬리만한 것도 절대로 내놓지 않을려하는 우리 모두 안에 들어있는 이기심은 더 큰 장벽이 될 것 같아요.

조선인 2009-01-13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 슬프네요. 정말.

바람돌이 2009-01-13 23:41   좋아요 0 | URL
지금은요. 앞으로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없다면 어떻게 살겠어요.

혜덕화 2009-01-13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반 꼬마들에게 이 책을 읽어준 적이 있어요. 5학년에게 읽어줄 때와 1학년에게 읽어줄 때의 반응이 달랐던 기억이 납니다.
물리학 박사 수료를 한 사람이 환경 미화원 시험에 응시했다는 기사를 어제도 오늘도 보았습니다. 그래서?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래들의 80%가 대학을 가는 지금 현실에선 4년제대학을 나오고도 비정규직으로 몰리는 상황을 알리려는 의도도 크겠지만 고학력자가 겨우 이런 일을 하는 마음으로 쓴 기사같아 속상했습니다. 다들 행복한 청소부처럼 살지는 못하겠지만, 무슨 일이든 해서 자립하려는 의지를 그렇게 기사화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요?
살기 어려운 시절을 우리 후배들이 살아내어야 한다는 것이 마음 아픕니다.

바람돌이 2009-01-13 23:43   좋아요 0 | URL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네요. 우리집 애들은 아직 이런 편견 자체를 모를 어린녀석들인지라 그냥 그렇게 당연한듯이 듣더라구요.
오늘은 그 물리학 박사 수료자라 결국 떨어졌다는 기사가 실리더군요. 정말 뭐하는 짓인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볼려는 그 사람에게 이건 지나치게 큰 상처가 될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꿈꾸는섬 2009-01-13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청소부는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다는 말, 정말 절대적으로 공감해요.

바람돌이 2009-01-13 23:44   좋아요 0 | URL
행복한 청소부가 나오기 힘든 사회에 사는 어른들의 꿈이 반영된거겠죠. 아이들에게 이런 책을 많이 읽혀준다면 앞으로는 좀 나아질까요? 근데 그렇지 못한 교육, 반대의 상황이 너무 많은 사회라 걱정입니다.

혜덕화 2009-01-14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학년들은 그야말로 눈을 반짝이며 재미있게 들었는데, 5학년쯤 되면 그런 집중을 기대하기 어렵죠. 청소부를 하면서 정말 행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편견을 아이들이 가지고 있다고 보기보다는 그림 동화책 하면 왠지 자기들이 더 어려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인지 집중도가 떨어지더군요. 그래도 몇 편 계속 읽어줬는데, 나중엔 저도 시큰둥 해지더군요.진도 나가기 바빠서 사실 여유롭게 읽어줄 만한 시간도 없었지만...^^

바람돌이 2009-01-16 01:10   좋아요 0 | URL
아 그런 얘기군요. 5학년쯤 되면 아이들이 인제 스스로는 어린애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할터인데 그러다 보니 그림책은 다 유치하다고 생각하겠네요. 어른도 읽는데 말입니다. ㅎㅎ

노이에자이트 2009-01-1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런 식으로 공부해보고 싶군요.청소부가 연구한 작가 중에도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있네요.그릴파르써와 슈토름.

바람돌이 2009-01-19 00:14   좋아요 0 | URL
저는 모르는 작가입니다. ㅠ.ㅠ 노이에자이트님은 이미 그렇게 공부하고 계신거 아닌가요? 경제사 말예요. ^^

노이에자이트 2009-01-20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토름의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본이 많아요.사실 독일소설은 잘 안 읽히잖아요.그중에서 비교적 많이 팔리는 소설이죠.경제사...헤헤헤...어려워서 환장하겠습니다.

바람돌이 2009-01-21 01:2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독일소설 책장 안 넘어가요. ^^

노이에자이트 2009-01-2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울 하이제나 아르투어 슈니츨러,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중단편이 재미있으니 검색해서 한 번 구경하세요.재미있어요.19세기독일 소설도 재미있는 게 꽤 많아요.

바람돌이 2009-01-25 02:30   좋아요 0 | URL
네 구경해볼게요. 노이에자이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세실 2009-01-24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청소부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 많이 했었는데.....며칠을 가지 못했네요. 님 덕분에 다시 생각해 봅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그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긍심을 갖는것. 참 좋지요. 그러다보면 정말 플러스 알파로 좋은 일이 많이 생기잖아요.
학창시절에 주입식 공부 하기 싫은 사람도 사회에 나와 독학으로 전문적인 책 많이 읽으면 진정한 전문가인데 자꾸만 현실은 외면하려 하네요.
님 마음이 따듯한 명절 되세요^*^

바람돌이 2009-01-25 02:32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따뜻한 명절 되세요. 그리고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고요. ^^
정말 전문가든 뛰어난 또는 훌륭한 사람이란건 어떤 학교를 나왔는가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던데 말이죠...
 

 

 

 

 

 

 

 

이스라엘의 하레디 
- 초정통파 유대인을 가리키는 말.
이스라엘의 하레디는 유대인 집단 중에서 가장 빈곤한 계층이다. 유대인의 토라의 율법이 살인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군복무를 거부하는 집단. 그러나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서는 랍비들의 교육기관인 예시바의 학생신분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율법을 지키고자 하는 하레디들은 예시바를 떠날 수 없고, 병역을 자원하지 않는 한 노동할 수 없는 인간이 된다. 징집을 피하기 위해 40세가 될때까지 예시바의 학생신분을 유지하게 되면 학교를 나온 후라도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업게 됨으로써 가장 가난한 유대인 집단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의 8-11%로 유대인 내에서 차별받고 억압받는 자가 돼 버린 것.
진짜 큰 문제는 이스라엘이 이들을 서안지구의 점령촌 이주민으로 이용해먹는 다는 것이다. 위험한 서안 내 점령촌에 왠만한 유대인들이 가지 않으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 따라서 가장 빈곤층인 이 하레디층을 몇가지 특혜를 주면서 점령촌으로 이주를 시키고 있는 것이다. 유대인 주류층이 치루고 있는 전쟁을 결국 최전선에서 대신 치뤄주고 있는 셈이다.  

팔레스타인 난민의 발생
- 1950년 이스라엘은 '부재자 자산법'을 실시하다. 1947년 11월 29일에서 1948년 9월 1일 사이에 이스라엘 영토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아랍인의 토지와 가옥, 금융자산 등을 아무런 보상없이 몰수하는 법. 이 9개월은 유엔이 총회에서 이 지역을 유대-아랍국가 분리안을 선언했으며 이에 반발한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전쟁 즉 1차 중동전쟁 기간이다.
이 기간에 대략 36만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발생했고 전쟁이 끝나고도 난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었다.  

엑소더스 1947의 비밀
- 헐리웃 영화 <영광의 탈출>로 잘 알려진 사건
영국의 위임통치 아래 있던 팔레스타인에서 시온주의자들은 무장조직을 동원해 불법이주를 금지한 영국에 맞서 투쟁을 벌였고, 풍부한 자금으로 대형 화물선과 상선들을 구입해 서유럽으로부터 유대인을 옮기는 대대적인 밀항작전을 펼쳤다. 이 시기에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엑소더스 1947.
1947년 7월 12일, 4515명의 유대인들을 태운 미국 국적의 증기선 워필드호가 팔레스타인을 향해 프랑스의 마르쎄유항을 출발. 엿새 뒤 워필드호는 팔레스타인 해안에서 40킬로 떨어진 공해에서 영국 해군에 나포되어 항구도시 하이파로 예인. 이들은 다시 프랑스, 독일을 거쳐 결국 영국군 점령지의 난민수용소로 옮겨졌다. (워필드 호가 영국군에 나포되자 유대인 무장조직인 하가나는 배의 이름을 '엑소더스 1947'로 고쳤다) 나포 당시 무력 충돌로 3명의 희생자가 생겼지만 그 이후에는 수용소 이송까지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이 사건을 모티프로 만든 영화가 <영광의 탈출>이며 이 영화는 사실을 전혀 다르게 왜곡함으로써 할리웃이 우회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원하던 태도(십계, 벤허같은 영화들)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시온주의 옹호로 선회할 수 있게 한다.  

홀로코스트
- 홀로코스트는 유대인 또는 이스라엘이 독점해버림으로써 인류의 비극에서 유대인의 참사로 절하되었고, 급기야 시온주의자들의 음모따위로 전락해버렸다. 또한 유대인은 홀로코스트를 유대인의 감옥에 가둠으로써 나찌가 응당 받아야 할 형벌을 턱없이 감해주었다. 나찌 인종주의자들은 유대인만이 아니라 집시, 장애인, 공산주의자들을 학살했다. 인류는 이런 나찌의 인종주의를 심판대에 올려야 했으나 유대인이 독점한 홀로코스트는 그것을 무산시키고 이스라엘을 탄생시켰고, 범죄자들은 터무니없이 값싼 면죄부를 얻었다. 전후 독일은 유대인에게 사죄하고 보상함으로써 집시와 장애인과 러시아와 동유럽인, 그리고 공산주의자들의 학살에 대한 면죄부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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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9-01-13 0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팔레스타인 난민 발생의 배경을 들으며 분개했는데 ... 자산까지 몰수했었군요. 기가 막힌 일입니다. 하레디, 홀로코스트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야기에요.

바람돌이 2009-01-13 23:45   좋아요 0 | URL
팔레스타인 내부의 상황, 레바논, 요르단 등 주변의 상황으로 가면 더더욱 기가막혀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