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행복한 청소부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 풀빛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난 미네르바의 글을 이전에 읽은 적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옛날 옛적에 경제학 책이랍시고 기본서를 읽을때조차도 돈과 관련된 부분만 나오면 갑자기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게 내 머리를 죽어라고 쥐어박았으니...
지금에 와서 외환이니 금융이니 하는 글들을 찾아 읽을리가 없는것이다.
다만 인터넷 논객의 글 정도에 저리 부르르 하는 인간들의 얄팍함과 유치함에 분노했을뿐...
동시에 저들이 참 두려운 것이 많구나 그러니 저렇게 발악을 하는거지 싶기도 했었다.
그런데 결국 미네르바가 구속이 된 이즈음에 와서는 우리 사회의 얄팍함에 진저리를 치게 된다.
곳곳에서 미네르바의 학력을 가지고 난리를 치는 이 현실이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
듣기로는 그의 경제지식이나 식견이 상당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지금 그의 학벌때문에 평가절하된다는게 말이 되는 얘기인가 말이다. 드디어는 예상했던대로 진짜 미네르바라 아닐 것이다. 전문대 학력으로 그런 글을 쓸 수 없다는 말까지 등장했다.
학력이 곧 인격이고 능력이라는 이 말도 안되는 현실이 현재 대한민국의 수준이다.  

이 즈음에 행복한 청소부를 다시 읽는다.
독일의 거리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 아저씨가 있다.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멋지게 반짝반짝 거리의 표지판을 닦는 아저씨!
어느날 아저씨는 우연히도 자신이 닦고 있는 표지판에 등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너무 아는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한 사람씩 한사람씩 공부를 시작한다.
먼저 음악가부터
글루크-모차르트-바그너-바흐-베토벤-쇼팽-하이든-헨델
음악가들의 음악을 찾아 듣고 음악회를 찾아가고 휘파람으로 곡들을 연주하고...
그 다음은 작가
괴테-그릴파르처-만-바흐만-부슈-브레히트-실러-슈토름-케스트너
이들이 쓴 책을 찾아 읽고 연구서를 읽고...
그리고는 휘파람으로 음악을 연주하고 열심히 표지판을 닦으며 자기 자신에게 문학가들의 얘기와 그들이 쓴 글을 강의한다.
청소부는 정말로 행복한 청소부가 되었다.
음악가와 작가들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거리이름 표지판을 닦으면서 늘 그들과 이야기하고 만날 수가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 청소부의 혼자말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듣게 되고 청소부는 곧바로 유명해지게 된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청소부의 강연을 들으러 오게 되고...
드디어는 대학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까지 들어오게 된다.
청소부는 자신의 일을 너무나 사랑했기에 교수직을 정중하게 거절한다. 그리고 오늘도 표지판을 닦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청소부의 강연을 듣기위해 거리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있을게다. 

사랑하면 알게된다.
진정한 앎이란 학력과 관계없다.
만약 우리나라에 이런 청소부가 있다면 곧 그의 학력으로는 그런 문학, 음악강연을 할 수 없다는 둥, 그가 말하는 내용이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둥 얼마나 많은 험담으로 괴롭힐까?
미네르바의 학력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하는 대한민국의 얄팍한 인간들에게 진정한 앎은 어떻게 오는지 이 책을 보여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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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9-01-1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니카 페트의 동화 다 좋지만, 행복한 청소부 이야기는 생각을 좀 더 하게 만들지요. 오래 전에 애들과 공원에서 이 책으로 수업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내 등 뒤에서 말없이 청강하셨던 오리지날 청소부 아저씨가 계셨지요..수업 끝나자 조용히 자리를 뜨면서 꼬부라진 등을 펴지 못하는 걸음으로 자루를 끌고 다시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시던 그 할아버지 청소부..그 분도 행복할까요? 미네르바의 학력을 갖고도 난리법석인 우리나라에선 좀 힘들런지도 모를..일..

바람돌이 2009-01-13 23:40   좋아요 0 | URL
그 분이 정규직이었다면 좀 나았을테고 비정규직이었다면 행복하기는 힘드셨겠죠. 직업에 정말 귀천이 없는.. 어떤 직업을 가져도 성실하게 열심히 살면 생계걱정은 없고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 하나 정도는 가질 수 있는 사회가 왜 그렇게 어려운걸까요? 그렇다면 정말 청소부할아버지도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춤을 추고 그런 사회말예요. 우리 나라의 절대적 부는 이미 그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은데 말예요. 어디나 차별이 문제죠. 근데 그걸 정권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게 어느정도의 기득권층에만 들어갔다 싶으면 그 쥐꼬리만한 것도 절대로 내놓지 않을려하는 우리 모두 안에 들어있는 이기심은 더 큰 장벽이 될 것 같아요.

조선인 2009-01-13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 슬프네요. 정말.

바람돌이 2009-01-13 23:41   좋아요 0 | URL
지금은요. 앞으로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없다면 어떻게 살겠어요.

혜덕화 2009-01-13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반 꼬마들에게 이 책을 읽어준 적이 있어요. 5학년에게 읽어줄 때와 1학년에게 읽어줄 때의 반응이 달랐던 기억이 납니다.
물리학 박사 수료를 한 사람이 환경 미화원 시험에 응시했다는 기사를 어제도 오늘도 보았습니다. 그래서?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래들의 80%가 대학을 가는 지금 현실에선 4년제대학을 나오고도 비정규직으로 몰리는 상황을 알리려는 의도도 크겠지만 고학력자가 겨우 이런 일을 하는 마음으로 쓴 기사같아 속상했습니다. 다들 행복한 청소부처럼 살지는 못하겠지만, 무슨 일이든 해서 자립하려는 의지를 그렇게 기사화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요?
살기 어려운 시절을 우리 후배들이 살아내어야 한다는 것이 마음 아픕니다.

바람돌이 2009-01-13 23:43   좋아요 0 | URL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네요. 우리집 애들은 아직 이런 편견 자체를 모를 어린녀석들인지라 그냥 그렇게 당연한듯이 듣더라구요.
오늘은 그 물리학 박사 수료자라 결국 떨어졌다는 기사가 실리더군요. 정말 뭐하는 짓인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볼려는 그 사람에게 이건 지나치게 큰 상처가 될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꿈꾸는섬 2009-01-13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청소부는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다는 말, 정말 절대적으로 공감해요.

바람돌이 2009-01-13 23:44   좋아요 0 | URL
행복한 청소부가 나오기 힘든 사회에 사는 어른들의 꿈이 반영된거겠죠. 아이들에게 이런 책을 많이 읽혀준다면 앞으로는 좀 나아질까요? 근데 그렇지 못한 교육, 반대의 상황이 너무 많은 사회라 걱정입니다.

혜덕화 2009-01-14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학년들은 그야말로 눈을 반짝이며 재미있게 들었는데, 5학년쯤 되면 그런 집중을 기대하기 어렵죠. 청소부를 하면서 정말 행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편견을 아이들이 가지고 있다고 보기보다는 그림 동화책 하면 왠지 자기들이 더 어려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인지 집중도가 떨어지더군요. 그래도 몇 편 계속 읽어줬는데, 나중엔 저도 시큰둥 해지더군요.진도 나가기 바빠서 사실 여유롭게 읽어줄 만한 시간도 없었지만...^^

바람돌이 2009-01-16 01:10   좋아요 0 | URL
아 그런 얘기군요. 5학년쯤 되면 아이들이 인제 스스로는 어린애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할터인데 그러다 보니 그림책은 다 유치하다고 생각하겠네요. 어른도 읽는데 말입니다. ㅎㅎ

노이에자이트 2009-01-1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런 식으로 공부해보고 싶군요.청소부가 연구한 작가 중에도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있네요.그릴파르써와 슈토름.

바람돌이 2009-01-19 00:14   좋아요 0 | URL
저는 모르는 작가입니다. ㅠ.ㅠ 노이에자이트님은 이미 그렇게 공부하고 계신거 아닌가요? 경제사 말예요. ^^

노이에자이트 2009-01-20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토름의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본이 많아요.사실 독일소설은 잘 안 읽히잖아요.그중에서 비교적 많이 팔리는 소설이죠.경제사...헤헤헤...어려워서 환장하겠습니다.

바람돌이 2009-01-21 01:2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독일소설 책장 안 넘어가요. ^^

노이에자이트 2009-01-2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울 하이제나 아르투어 슈니츨러,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중단편이 재미있으니 검색해서 한 번 구경하세요.재미있어요.19세기독일 소설도 재미있는 게 꽤 많아요.

바람돌이 2009-01-25 02:30   좋아요 0 | URL
네 구경해볼게요. 노이에자이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세실 2009-01-24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청소부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 많이 했었는데.....며칠을 가지 못했네요. 님 덕분에 다시 생각해 봅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그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긍심을 갖는것. 참 좋지요. 그러다보면 정말 플러스 알파로 좋은 일이 많이 생기잖아요.
학창시절에 주입식 공부 하기 싫은 사람도 사회에 나와 독학으로 전문적인 책 많이 읽으면 진정한 전문가인데 자꾸만 현실은 외면하려 하네요.
님 마음이 따듯한 명절 되세요^*^

바람돌이 2009-01-25 02:32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따뜻한 명절 되세요. 그리고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고요. ^^
정말 전문가든 뛰어난 또는 훌륭한 사람이란건 어떤 학교를 나왔는가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던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