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때 왠만하면 출석해서 받는 연수같은 건 안받는데 올해는 어쩌다 보니 일주일 연수를 신청했다. 뭐 옆지기가 아픈 까닭에 여행이 완전히 물건너간 이유도 있고, 또 강의 주제가 불교회화에 대한 것이다보니 관심이 가서이기도 했다. 사실 불교회화쪽은 전공자가 워낙에 적은지라 사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이런 연수를 들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기도 하고 해서 욕심을 냈다.
오늘이 그 첫날. -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빡빡한 일정이다.
일단 아침에 아이들을 동생네 집에 맡기고 강의장소까지 갔는데 장소가 좀 황당하다.
당연히 일반적인 의자 책상이 있는 강당을 생각했는데 이게 강의 장소가 법당이다.
큰 법당 바닥에 방석깔고 앉은뱅이 책상 한개씩 끼고 강의를 들어야 한단다.
하루 6시간동안 저렇게 앉아서 강의를? 에고 죽었다.
근데다 첫날 첫시간부터 불화 실습이란다.
각자가 불화를 하나씩 완성해야 하는데 오늘 한 건 화선지에 가는 붓으로 주어진 도안에 맞춰 그림을 그리고 배접까지 마치는 것.
내가 받은 도안은 관세음보살상인데 이게 보기에는 간단해보이는데 장난 아니게 노가다였다.
방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서 1시간 반동안 도안을 베끼는데 이놈의 붓이란걸 마지막으로 잡아본게 도대체 언제였던지....
붓에 먹물을 묻혀 선을 그어가는데 이놈의 손은 수전증마냥 덜덜 떨리고 손가락 힘이 조금이라도 빠진다 싶으면 선은 여지없이 굵어지면서 삐뚤삐뚤~~~ 거기다 시간은 의외로 촉박하고....
그래도 완성된 모습을 보며 나름대로 잠시 흐뭇해 했으나 이걸 배접하기 위해 풀칠을 하고 붙이는 과정에서 좀 잘 붙일려고 가져가 걸레로 꾹꾹 눌러줬더니 먹물이 여기 저기 번져서 참 지저분한 관세음 보살님이 돼버렸다. ㅠ.ㅠ
나머지는 마지막 날에 4시간동안 색채 작업을 한다는데 오늘보다 훨씬 더한 노가다가 될 듯....
나머지 두 강좌가 더 있었는데 하나는 완전 초보수준의 강의 내용에 강사도 어찌나 강의를 못하는지 옆지기와 내가 해도 저것보단 낫겠다를 연발, 동시에 이 강좌를 계속 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강사 약력을 보니 이 강사가 전공자고 관련업무를 계속 하는 사람은 맞는데 강의가 주업인 사람은 아닌것 같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얼어붙은 듯하기도 하다.)
그나마 다음에 이어진 강의가 쉽게 들을 수 없는 해외 고려불화의 현황에 대한 것이라 관심있게 들을 수 있었고 강사 역시 자신감 넘치게 좌중을 휘어잡는 스타일이라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사람은 강의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니 당연하다 해야 할까? ㅎㅎ
내일도 관심가는 강의들이 모여있는데 오늘 갑자기 예린이가 아프다.
내가 집에 있는 내내 한 번도 안아프더니 엄마 딱 나가니까 아프다니...
연수 마치고 와서 병원 다녀오고 약을 먹였는데도 아까 자다깬 아이를 만지니 열이 장난아니게 난다. 아 내일 연수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중이다.
일단 내일 아침 아이 상태 보고.....
이 연수 제대로 하면 어쨌든 불화는 하나 그려서 여기다 사진도 올리고 할까 했더니 이대로는 불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