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는 눈은 죽으라고 안오고(올해 눈 한번도 못봤다 ㅠ.ㅠ) 비만 추적 추적...
아침마다 아이는 엄마 오늘은 몇도야?라고 묻는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갈만큼 추워야 눈이 온댔더니 그러는 것.
아이의 바램도 부질없이 이건 무슨 장마철도 아닌데 빨래가 안말라 방안에 들여놔야 한다.
지금도 널린 빨래를 마주보며 앉았다.
그냥 갑자기 기분도 꿀꿀한데 어제 혜경님 서재에서 미장원 얘기를 듣다보니 갑자기 옛날에 미장원에서 봤던 아주 나를 웃겨줬던 남자가 떠올랐다.
아주 오래전이었으니까 그니까 10년은 훨씬 넘은 것 같고 하여튼 그때만 해도 미장원에서 머리 자르는 남자를 그리 자주 볼 수 있는 때는 아니었었다.
그날 여동생과 내가 같이 큰 맘먹고 파마를 하러 동네 미장원에 같이 갔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20대의 남녀가 미장원 문을 열고 들어왔던 것.
근데 이 둘의 분위기가 그 당시 생각에도 참 안어울렸었다.
남자는 온갖 멋을 부릴대로 다 부려서 왠 날라리? 할정도로 날티가 났었고, 그에 비해 여자는 참 수더분해 보이는 약간은 촌스러워보이는 분위기라고 할까?
어쨌든 들어오자 마자 이 남자
미장원 주인 아줌마에게 아주 반갑게 인사하며
"아 내가 몇달 다른 지역에 가 있다 와서예. 그동안 좀 못왔어예. 그동안 잘 지내셨지예?"하면서 끊임없이 재잘재잘 친분을 과시.
본론은 "아 얘가 오늘 우리집에 인사갈건데 좀 예쁘게 잘해주이소~~"였던 것.
어울려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마 여자친구를 처음 자기 집에 인사시키러 가는 길이었던가보다.
근데 그 여자친구를 자기 동네까지 데리고 와서 아는 미장원에 손끌고 머리해주러 온 남자란 정말 그때는 내 주변에서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인간형이었기에 그때부터 나의 온 신경은 이 남자가 어떻게 하는가를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신기한 인간이 정도??? ㅎㅎ)
별로 손님도 없어 미용사언니가 그녀의 머리를 매만지기 시작하자 그 남자
그 옆을 떠나지 않고 끊임없이 여기는 어떻게 저기는 어떻게 하며 미용사 언니의 가위질에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더만.....
그렇게 해서 손질이 거의 끝나간다 싶자 드디어 애인의 옆을 벗어난 그 남자.
이제는 거울을 보며 열심히 자기 머리를 다듬기 시작했다.
아!!! 자신의 머리를 다듬는 그 손길도 어찌나 능숙하고 세심하던지...
미용실 드라이기도 마음대로 빼서 머리에 드라이러를 넣고 드디어 마무리
옆 선반에 놓여있던 통을 열어 크림을 잔뜩 발라 자기 머리에 바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터진 미용사 언니의 비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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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 그거 가구 왁슨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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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감고 가라는 미용실 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늦었다는 이유로 그 남자는 여자를 데리고 황망히 미용실을 떠났다.
그들은 나중에 결혼했을까?
그러고 보니 그녀의 목소리는 그 남자의 목소리에 가려 한번도 못들었던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