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5.6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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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매달 정기구독으로 받아보는 몇 권의 잡지가 있다. 보통 해당 월보다 일찍 도착하기때문에, "아, 벌써?"하는 말이 먼저 나오기도 한다. 지난 5월은 쉬는 날이 많아서그랬는지, 더 짧게 여겨졌다. 어김없이 몇 권의 잡지가 도착했고, 봉투만 뜯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아무래도 전문잡지나 내가 공부하기 위해 구입한 것들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야하는 것이다보니 자꾸 뒤로 제껴두게 된다.


주말을 맞아, 샘터를 집어들었다. 화장실 갈 때 들고 들어가도 될 분량이지만 (나는 화장실에서 책을 보지 않는다) 책상에 앉아 펼쳐들었다. 평소에는 출근길에 잠시 보는 편이다. 펼치자마자 눈에 익숙한 사람이 보인다. 권대웅시인이다.


권대웅 시인의 달시는 나도 좋아하는 시이다. 그의 책, [당신이 사는 달]과 [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 를 갖고 있다. 권시인을 알게 된 건 페이스북을 통해서였다. 수많은 좋아요와 댓글 속에서 시인이 나를 기억할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그의 글을 유심히 읽는 편이다. 실은 '달'이 나와는 묘한 인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SNS에서 활발한 황동을 하는 작가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몇몇 시인들은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그들의 발언에 공감하고, 그들과 내가 사는 세상이 딴 세상이 아닌 것 같아 좋아요를 날린다. 가끔은 그들의 문학적 표현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나의 생각을 그들의 언어로 대신 표현한 것 같은 느낌에 격한 공감을 보내기도 한다.


 


서민 교수의 '기생충에서 배우다'를 읽다가 어떻게 이런 소재들을 찾아낼까 싶었다. 혹시 서민교수 집에서도 시댁과의 마찰이? (^^) "며느리 입장에서 시어머니가 힘든 이유는 아들을 끔찍이 아끼기 때문"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시어머니 입장에서 아들은 이 집안에서 유일한 혈육이니 당연하지 않겠는가? 무슨 말인가하면, 시어머니 역시 며느리였을 것이고, 며느리는 솔직하게 말해서 혈육으로 따지자면 남이 아닌가? (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도 많겠지만) 나는 그 차이를 결코 작은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 나 역시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내가 원래 좀 냉랭한 사람이긴 하지만, 아직도 밍숭맹숭하긴 마찬가지다. 기생충의 세계에서는 부모 자식간의 관계를 떠나 각각의 삶을 살면서도 별 탈없이 돌아간다. 뭐 기생충을 부러워할 것까지는 없지만, 시댁과 며느리의 관계에서는 참조할만하지 않은가?


법륜 스님이 참살이 마음 공부에서 ADHD를 갖고 있는 어머니의 질문에 대한 답을 주셨다. "내 아이가 남의 아이를 해쳐도 병이 있기 때문에 죄가 없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유가 어떻든 내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상처를 줬다면 엄마가 대신해서 사과해야 합니다. 같이 화를 내서는 안 됩니다.-중략- 아이를 위해 싸운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내 아이가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엄마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잘못을 두둔하고 싸워주는 게 아니라 아이를 대신해서 사과하고 그런 잘못을 대신 짊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아이의 병적인 상태때문에 어머니의 인생을 저당잡힌 채 살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아이의 의지가 아닌 상태에서 저지른 일이긴 해도 분명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다면 사과를 하면 된다. 그러면 상대방은 아이의 병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굳이 병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행동에 대해 적반하장 식으로 나오는 부모들을 본다. 그들의 행동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들은 그것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점점 그런 부모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참으로 팍팍하다.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으로 받은 책을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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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 - 선택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법
배리 슈워츠 지음, 김고명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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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변을 둘러보면 꼭 이런 사람 있다.

점심 시간마다 우리 뭐 먹을까? 고민을 하지만, 결국은 늘 먹던 그걸로 결정한다. 항상 가는 식당에, 늘 앉는 자리, 그리고 떡같은 메뉴를 주문한다. 이럴 때 머리 속으론 늘 "구내 식당이 있고, 매일 반찬이 바뀌어 나오는 정식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 때문에 사람들은 오히려 고민을 하고, 비교를 하고, 후회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 나온 상품들이 오히려 하나를 결정하지 못하게 한다. 어쨌거나. 책 제목 하나는 기가 막히게 뽑았다.

 

 

 

 

 

 

이 책은 선택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법을 크게 4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각 장에서는 다양한 선택의 상황과 그 상황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여주고, 그 상황에 맞는 이론을 덧붙여 설명을 한다. 선택의 상황은 흥미로우나 이론을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감이 있다. 그래서 중간 부분 넘어가기가 조금 힘들었다. 1장에서 나는 왜 늘 머뭇거리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한다면 4장에서는 선택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현대인의 생활에서 선택의 성격이 어떻게 변했냐고 한다면, 예전에는 인생의 많은 영역에서 선택이 무의식적으로 행해졌고, 잘 인지되지 않았으나, 이제는 그런 선택이 의식적으로 행해지면서 피부에 생생하게 와 닿는다고 하겠다. 그래서 현재 우리는 인류사에서 유래없는 선택의 부담감을 떠안게 됐다." (p.53)

 

결국 우리는 지금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다 제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매번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 부담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소개한다.

 

 

 

 

 

 

선택을 잘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것 또한 선택지의 수에 따라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된다. 선택안이 늘어날수록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더 노력을 해야 하고, 이 점이 우리에게는 짐이 된다. 책에서는 극대화자와 적당한 만족자, 그리고 완벽주의자의 입장에서 선택의 상황을 보여준다. "극대화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점수가 낮은 사람들보다 생활 만족독 떨어지고 덜 행복하고 덜 낙천적이고 더 우울했다."(p.99)고 한다. 물론 이런 연구결과는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이므로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저자는 그렇지만 극대화가 불행의 원인 중 하나라고 믿고 있으며, 우리가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는 '적당히 만족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장 흔히 하는 말 중에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 그렇다면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어차피 후회를 한다면 거기에 쏟는 노력과 힘을 아껴 다른 것을 해보는 것이 나는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을 통틀어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개 어떤 행동을 하지 않은 것"(p.176)을 꼽는다며, 우리는 이미 내린 결정에 대해서도 마음의 문을 닫지 않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행동하지 않은 것을 더 크게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선택에 대처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이 나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선택 과잉은 행복한 일이 아니다. 어떤 선택이 정말로 중요한지 파악하고 거기에 시간과 공을 들이라고 말한다. 선택안을 줄이면 선택은 더 적게 하고 기분은 더 좋아진다. (p.258)

최근에 한 선택들을 살펴 연습을 하면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해진다. 또한 '적당히 좋은'것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앞서 말했듯이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고 나면 가능하다. 덜 후회하기 위해 기대를 낮추고, 사회적 비교를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예전에는 그 선택의 폭이 좁았다면, 지금은 엄청나게 많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하는데도 많은 선택이 필요하다. 아주 사소한 것 하나에도 수많은 선택이 필요하다. 선택을 피할 수 없다면 선택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상대적으로 선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인데, 그렇게 하고도 별로 불평이나 불만을 갖지 않는 것도 딱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나만의 기준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적당히 만족하는 사람일 것이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안다면, 선택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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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6-09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무엇을 바라는가를 알지 못하면
참말 아무것도 못 고르지 싶어요..

하양물감 2015-06-09 06:5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사람마다 적당한 만족자와 극대화자의 특징을 다 갖고 있대요.
어떤 것에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어떤 것에는 한없이 까다롭지요.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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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1월 18일, 이오덕과 권정생이 처음 만날 날이다. 내가 1973년 1월 12일에 태어났으니, 그 해 그 즈음에 그들의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권정생은 자신과 이오덕 선생이 주고 받은 편지를 책으로 내기를 원하지 않았었다. 익명의 대중에게 쓰는 편지가 아니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이니 나라 하여도 그랬을 것 같다. 그들이 주고 받은 편지가 이렇게 한 권의 책이 될 만큼 남아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내가 어렸을 때 주고받은 편지들은 한 줌 재가 되어 사라졌는데, 훗날 누군가가 나의 흔적을 찾는다면, 블로그의 글을 살펴보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하니 솔직히 조금 부답스럽기도 하네. 어쨌든, 이오덕과 권정생이 주고 받은 편지글을 지금 이렇게 읽을 수 있다니, 슬쩍 그들의 삶을 엿보기로 한다.


"아홉 살 때 찾아 온 고국 땅이, 왜 그토록 정이 들지 않는​"(p.12)지 권정생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삶이 그리 녹록치 않았던 듯하다. 그에게 고국은 "전쟁과 굶주림, 병마만을 안겨"(p.12)준 곳이다. 지금 권정생이 살아있다면, 여전히 똑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을까?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시대를 본다면 그의 고국에 대한 생각도 70년대 그 시절과 별반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정생은 동화를 쓰고, 아이들의 마음을 이야기하였다. 이오덕은 권정생에게 "동화란 것을 심심풀이 오락물로 읽는 백만 명의 독자보다 단 백 명의 가난한, 그러나 슬기로운 어린이들과 진실한 삶을 찾는 젊은이들이 읽어 주는 것이 더욱 기쁘고 보람 있는 것"(p.58) 이라고 하였다. 아동문학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글귀들이 많다. 이 두 사람의 편지는 서로의 글에 대해 용기를 주고, 때로는 비판을 하며 창작의 의지를 붇돋우려는 글로 가득하다.


이 세상에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 혹은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살 만하다. 두 사람의 삶은 서로 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닮아있는 듯하다. 권정생이 쓴 편지를 읽다보면 '강아지 똥'이 왜 쓰여졌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종교적 의미는 어떠한 지는 잘 알지 못하나, 세상에서 가장 쓸모 없는 강아지 똥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권정생의 글은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한낱 강아지똥이었던 권정생을 가치있는 강아지똥으로 알아 봐 준 이오덕, 그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이오덕은 권정생처럼 훌륭한 작가가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계속 지면에 발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책으로 펴낼 수 있게 주선을 한다. 살면서 이런 친구 하나 얻는다면 그 무엇이 두려울까? 권정생은 힘들고 아팠지만 자신의 생활에서 도피하고자 하지 않았다. "생활이 없이 어떻게 글을" 쓸 수 있는지, "저는 결코, 제가 겪어보지 못한 꿈 같은 얘기는 쓸 수가 없습니다. 쓰려고 노력하지도 않겠습니다"(p.159)라고 말한다. 그리고 책은 "수수하게 만들어 값싸게 내어 주면" 좋겠고, "호화판 동화책, 값만 비싸고 내용이 따르지 못하면" (p.166) 그만큼 괴로운 일이 또 있겠냐는 권정생의 말을 읽으며, 지금의 우리 아동문학은 그 가격만큼의 내용을 담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오덕과 권정생은 서로의 문학을 공유하였고. 서로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며 살아 왔다. 지금의 문인들도 이들만큼 서로의 글과 삶을 공유하며 서로 다독이는지는 모르겠다. 나도 죽는 날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 하나쯤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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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6-04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렇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음 좋겠어요 ㅎ 거기에 더 바램을 말한다면 가끔 엽서나 편지 주고 받으며 안부 이야기하는 그런 사람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ㅋㅂㅋ,,

하양물감 2015-06-05 06:52   좋아요 0 | URL
어렸을 때는 이렇게 편지 주고받으며 마음을 나누던 사이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없어요.
하긴 요즘은 이런 댓글 주고받기가 그걸 대신하는 것같긴 합니다^^

숲노래 2015-06-05 0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마음이 되어서
서로 아끼고 기댈 수 있는
튼튼한 나무로
이 땅에서 즐겁게 노래할 수 있기를... 하고 꿈을 꿉니다

하양물감 2015-06-05 06:53   좋아요 0 | URL
이 책 읽으면서, 두 분의 관계라고해야할까요? 참 부러웠습니다.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 - 날 때부터 클 때까지, 독서교육 현장에서 만난 질문들
김은하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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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직업인지라, 이런 류의 책이 나오면 주저 없이 구입하여 읽게 된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과 맞다면 신이 나서 읽게 되고, 내가 몰랐던 부분을 발견하면, 메모하고 챙겨놓았다가 활용하곤 한다. 이 책은 읽고 나서 여러모로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독서교육, 독서지도라고 하면 보통은 책을 갖고 뭔가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교육이나 지도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선입견과 편견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때 누구에게도 책 읽는 방법에 대해서 지도를 받거나 배운 적이 없지만 책 읽는 즐거움을 알고 있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은 늘 즐겁다. 남들도 다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책 읽는 재미를 알기도 전에,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먼저 접하기 때문이다. 마치 공부의 재미를 알기도 전에 공부는 해야만 하는 것이고, 이왕이면 잘 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는 것처럼.


이 책은 "책 읽는 자녀를 보고 싶은 부모"를 위한 책이다. 물론 나처럼 직업적으로 이 책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그래서 각 장에서는 독서교육 현장에서 쉽게 접하는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글을 알면서도 읽어 달라고 해요. / 가정은 아이의 독서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요? / 전집과 필독도서를 꼭 읽혀야 하나요? / 편독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 정독과 다독 중에 무엇이 더 좋은가요? / 아이의 수준에 맞는 책이라는 걸 어떻게 아나요? / 만화책을 좋아하는데 계속 보여줘도 될까요? / 이미지 읽기가 왜 중요한가요? / 책 읽기 싫어하는 남자아이들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 책을 안 읽는 사춘기 아이가 걱정이에요. / 고전은 어떻게 읽혀야 하나요? / 독서, 토론, 논술 학원에 보내야 할까요? / 전자매체 읽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나도 독서교육현장에서 제법 오랜 시간을 일하고 있지만, 부모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잘(^^) 할 수 있다면, 꽤 괜찮은 강사소리 들을 것 같다. 일단 나는 나의 경험을 빚대어 설명을 해 준다. 이제 막 10대에 들어 선 나의 딸이 나의 밥줄에 영향을 가장 많이 끼치는 존재가 되어서 별별 사례를 다 만들어주고 있다.


우선,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항목이 있다면 그것부터 보는 것이 좋겠다. 순서와는 상관없는 책이니 사례별로 훑어 볼 만하다.


첫장은 유아맘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글을 아는데도 책 읽어달라고 하는데 도대체 몇살까지 읽어줘야하나요? 우리 아이가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아요라고. 책에서는 당연히 글자를 아는 것과 글을 이해하는 것이 다르다는 말부터 한다. 그렇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글자는 알지만 내용을 이해할 수 없으니 혼자 읽기 싫은 것이고, 누군가가 책을 읽어주기를 원하는데 부모는 아이가 글자를 읽을 수 있으니 스스로 읽으라고 한다. 글자는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책을 읽는 시늉만 하다보면 초등학생이 되고, 교육적 목표가 있는 글읽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들어서면 아이의 뇌는 더욱 포화상태가 되어 책 읽기에서 자연스레 멀어진다. 부모는 그때부터 우리 아이가 왜 책을 읽지 않을까 고민을 시작한다.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속시원한 대답이 있는 책이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평균적으로 그러한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부모의 관심과 적절한 개입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어린 시절 경험을 보면, 똑같은 환경이지만 우리 형제들의 행동은 다 달랐다. 결국은 아이 하나하나의 특성에 맞는 방법이 필요한데, 그것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부모이다.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은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보면 된다. 부모의 고민뿐만 아니라 독서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에게도 도움되는 내용이라 할 만하다.


이 책에서 또 하나 살펴볼 만한 것은 8장 이미지 읽기에 대한 글이다. 나 역시 초등고학년은 물론이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수업에서 그림책 읽기를 활용하는 편이다. 그림책 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넘쳐나는 이미지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미지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공부는 반드시 필요하다. 텍스트뿐만 아니라 그림이 주는 수많은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하므로 어린 유아들만이 보는 그림책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청소년기의 독서는, 대학입시라는 복병을 만나 교과서 텍스트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나는 청소년기에 더 많은 문학작품과 고전을 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에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관에 대한 간접경험을 하지 못하고, 사고의 확장도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여러모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독서는 꼭 필요하고, 해야만 하는 거라고 주장하기보다는 책을 읽어서 얻는 즐거움을 제대로 즐기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많은 부분에서 부모들의 의문을 풀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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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5-06 0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그저 어머니나 아버지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책을 읽어 달라기도 해요.
어른은 시낭송회라든지 책잔치(북콘서트)도 하면서
아이가 혼자 글을 읽을 줄 안대서 책을 안 읽어 주려 한다면...
책 읽는 재미를 아이한테 안 주겠다는 생각이 되기도 할 테지요 ^^;;;


하양물감 2015-05-06 09:18   좋아요 0 | URL
네. 우리집 아이도 4살때부터 글을 읽었지만, 10살이 된 지금도 제가 책을 읽어줍니다.
여전히 읽어주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자몽 2015-05-06 0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아이들 독서지도 때문에 고민이 많은데 꼭 읽어봐야겠어요.

하양물감 2015-05-06 09:19   좋아요 0 | URL
어머님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내용들이 나와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아이의 문제는 다른 아이의 문제와 동일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한다는 것이지요.
참고는 하시되(^^) 적용은 개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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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나물반찬 -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나물 추천 요리 90
서향희 지음 / 경향BP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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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리책 중에서도 알록달록 예뻐서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황홀해지는 요리책을 좋아한다. 즉, 요리하고 싶어서 보는 요리책이 아니고, 눈요기를 위한 요리책을 좋아한다고나 할까? 예를 들면 떡만드는 책이나, 케이크, 빵 만드는 책. 그래서일까? 집밥이나 반찬이나 요런 것에 대해서는 좀 심드렁한 편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맛내는데 별 소질이 없기도 하고, 집에서 요리하는 즐거움을 못느껴서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남편의 반응은 큰 영향을 주었는데... 애써 요리라고 만들어 밥상을 차려주면 묵묵히 달다 쓰다 말도 없이, 뚝딱 먹어치우곤, 밥상을 그대로 둔 채 냄비에 라면물을 올리는 모습을 몇 번 보다보니 애써 요리 할 필요를 못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나마 아이가 "엄마가 해주는 건 뭐든지 제일 맛있어"하는 말 정도에나 보람을 느낀다.


요리에, 아니 반찬에 관심을 안가지다보니 나물 이름 하나 제대로 모르는 것 투성이다. 이 책을 그나마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본 것은, 남편이 육류도, 어류도 안좋아하는데, 그나마 채소라면 만족감을 표시하기 때문이랄까? 우리집은 단독주택이고, 경사가 심한 오르막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어서 시장에서 뭔가를 사가지고 들어온다는 생각은 잘 안하는 편이다. 그나마 인터넷슈퍼에서 주문해서 배달받는 것이 전부일 정도. 어쩌다 시장에 가도 무슨 나물인지 이름도 모르는 것들 뿐이라 선뜻 손에 잡지도 못할 때가 많고, 인터넷슈퍼에서 살 수 있는 품목도 정해져 있다보니 계절감각 없는 밥상을 차린지도 오래다.

 

 


이 요리책의 장점은, 일단 요리법이 간단하다는 것이다. 나물 양념이야 거기서 거기이고, 맛을 내는 특별한 비법도 있는 것이 아니어서, 나에게 길잡이 역할만 해준다면 50점은 먹고 들어간다. 기본 육수가 나와있었는데, 아, 나물 반찬할 때도 육수 쓰는구나...하며 바보 도 통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


 

 

 


 

아침에 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골목에서 야채트럭 소리가 나서 달려나가 몇 가지를 샀다. 시장 가기 힘든 곳이다보니 매일 아침 9시면 야채트럭이 올라온다. 직장을 다니니 그나마 만날 일이 드문데, 오늘은 어린이날이라 집에서 쉬고 있었기에 나갈 수 있었다. 야채트럭에서 내가 구입한 것은 오이, 콩나물, 부추, 애호박, 달걀 한판. 조금만 달라고 했는데도 아저씨가 콩나물 천원어치를 너무 많이 줘서 조금 고민이다. (오늘 해서 먹어치우지 않는다면 우리집에서는 썩어나가는 형국이라)


 

 

 

 


그래도 요리책을 쭈욱 훑었으니 오늘은 뭐라도 하나 만들어봐야겠는데..

어제 인터넷슈퍼에서 주문한 샐러드용 야채와, 두부를 이용해서 샐러드 만들고, 무추는 겨자넣고 무쳐봐야겠다. 아이는 고사리와 도라지 말고는 나물을 잘 먹지 않아서 계란으로 끝내야겠다.


 

 

 

 


계절별로 나물반찬을 제법 소개해놓았는데, 요즘은 계절이라는 것이 따로 없다보니 아무 때나 만들어먹어도 괜찮겠다. 이왕이면 제철 나물이 좋겠지만, 그것까지는 안되더라도 두어가지 해보면 되겠다싶다. 내가 좋아하는 무나물과 무생채. 아, 아까 야채 트럭왔을 때 무도 하나 살 걸 그랬네.


 

 

 

 


가족들 건강 생각하고, 제철 재료 사용해서 풍성한 밥상을 차리고픈 마음은 10, 한끼 후다닥 먹고 치우자가 90인 내 마음 상태가 달라지지 않는 한 이 요리책도 그림의 떡이겠지. 그래도 이 책은 구구절절 잔소리가 없고, 딱 반찬 만드는 방법만 간단하게 나와있어서 시도해볼 용기는 난다. 그걸로 만족.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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