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면 놓쳐서는 안 될 유대인 교육법 - 평범한 아이도 미래 인재로 키우는 유대인 자녀교육 6가지 키워드
임지은 지음 / 미디어숲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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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브루타'란 히브리어로 '친구'라는 뜻에서 나온 말로, 둘씩 짝을 이루어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논쟁하는 토론식 공부법이다. 이들은 나이와 성별, 계금에 차이를 두지 않고 동등한 친구 사이로 서로 배우고 가르친다. 토론이 끝나면 서로의 역할을 바꾸어 토론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을 설득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서 자신의 의견을 굽히기도 한다. 이러한과정을 거치며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내용을 깨달으며 이해할 수 있게 된다.(p.27~28)

유대인 교육법 하면 가장 유명한 것이 이 '하브루타'가 아닐까. 서로 마음껏 질문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이 키워진다. 지난번에 읽었던 메타인지 학습법 역시 하브루타 공부법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메타인지능력'이란 자신을 객관화하여 바라봄으로써 자신의 장점과 단점,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다. 메타인지를 키우기 위해서는 남을 가르쳐보는 방법이 효과가 좋다. 그런데 이 '하브루타'가 바로 공부법인 것이다. 아이들은 자기가 읽고 이해한 것을 설명한다. 말로 설명하다보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유대인 아이들은 '하브루타'를 통해 '메타인지'를 키우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하브루타를 통해 지식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터득하는 법을 배운다. 흔히들 '생각의 근육을 키운다'고 하는 바로 그것이다. 생각하는 연습을 어려서부터 꾸준히 한다. 하브루타는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남과 다른 자신만의 해답을 찾는데 집중한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 거기에서 창의성이 드러난다.

하브루타는 쳬계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력을 키워준다.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고 자신의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다. 로봇과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힘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요즘 유대인들의 하브루타가 주목받는 이유기도 하다. 미디어를 통해 우리나라의 토론문화를 간접경험해볼 수 있다. 그때마다 느끼는 실망감이란!! 우리 아이들은 제대로 된 토론을 보거나 들은 적이 거의 없다. 물론 부모인 나도 그렇다. 그러므로, 토론과 논쟁 이전에 질문하고 대화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책을 읽고 함께 생각을 나눠보는 것이다.

메타인지를 키우기에도, 토론과 논쟁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데도 '독서'가 좋다고 한다.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고, 함께 읽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또 한가지 방법은 소리내어 읽는 것이다. 낭독과 이해력의 관계는 아주 밀접하다고 하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와있기도 하다. "독서는 사고력과 창의력, 통찰력, 상상력, 타인과의 공감 능력을 키우는 최고의 도구이다."(p.45) 유네스코 조사에 따르면 유대인 평균 독서량은 연64권이라고 한다. 매주 최소 1권 이상 읽는다.

유대인들의 독서교육은 베갯머리 독서라고도 한다. 뱃속에 있을 때도 읽어주고, 돌이 지나면서부터는 자기 전에 읽어준다. 말을 할 때쯤이 되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사고력과 표현력, 상상력, 창의력을 키워나간다. 어릴 때부터 책읽기 습관이 형성된 유대인 아이들은 상당한 어휘력을 갖게 되며 해를 거듭할수록 이 격차는 벌어진다.

이러한 독서의 중요성은 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주 접하는 정보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독서를 장려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부모와 함께 책을 읽는 경험을 통해 책을 좋아하게 된다. 그런데 일부 부모들은 자신은 읽지 않으면서 자녀들에게만 독서를 강요하며 글자를 빨리 익혀서 혼자 읽기를 기대한다. 그러니 아이들은 부모에게 혼나지 않으려고 책을 읽으며, 내용도 모르고 글자만 읽으니 독해가 되지 않는다. 가끔 질문을 받는데, 아이가 책을 정말 많이 읽고, 여러 번 읽는데도 줄거리 요약이 되지 않거나 무슨 이야기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것과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아이들이 평생 책을 좋아하고 책을 가까이 하게 하려면 기분좋은 독서경험이 필요하다.

"유대인의 창의성은 독서에서 시작해 글쓰기로 완결된다." (p.54) "글쓰기는 생각을 확장하는 도구이자 생각의 최종결과물이다. 학교와 직장에서 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큰 기준이며, 리더의 핵심 자질이기도 하다."(p.55)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기억이 좋아하야 함은 물론이다. 글을 쓰고, 칭찬과 격려를 받은 경험이 계속 쓰게 하는 힘이 된다.

유대인은 배움의 즐거움이 공부의 토양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진짜 공부의 시작이다. 그래서 남보다 먼저 시작하는 '조기교육'이 아닌 아이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때에 하는 '적기교육'을 한다. 몰입의 즐거움, 남과 비교하지 않고 해답을 찾는 기쁨을 알게 된다면 공부는 즐거운 일이다.

유대인 부모는 아이의 의지를 존중하면서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지지하고, 칭찬과 격려를 한다. 이러한 부모의 전폭적인 믿음은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수능시험이 끝난 후 학교 옥상에서,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지는 아이들에 관한 뉴스를 들을 때마다, 무엇을 위해서 공부를 하고,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시험점수가 전부가 아니라고, 너는 너대로 살아갈 이유가 있다고 말해줄 수 없을까?

유대인들은 2천년 넘게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았다. 어느 곳에서도 그들을 반기고 맞아주지 않았기때문에, 새로운 곳에 정착하고 문화를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능력이 발달하게 되었다. 서로 다른 종교, 인종, 문화,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들은 서로 다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불가피하게 떠돌아다녔지만 이제는 그 여행의 경험이 세상을 읽고 뇌를 자극한다는 것을 안다. 새로운 경험은 뇌에 자극을 주며, 새로운 변화가 있을 때 뇌는 활성화되고 창조성을 발휘하게 된다. "독서가 머리로 하는 것이라면 여행은 몸으로 하는 공부다"(p.77) 이 책에서는 아이의 상상력에 필요한 것으로 '독서, 예술, 놀이'를 든다. 창의성은 상상력으로부터 출발한다.

하브루타, 독서, 여행, 예술, 놀이를 통해 유대인의 창의성은 키워진다. 그동안 자녀교육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의 내용이 그리 새로울 것은 없다. 대신, 알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한번 상기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런가하면 이제 자녀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이라면 도움 되는 내용이 많다. 특히 미래 역량을 키워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내용이 많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내용이 공부력이나 창의성이라면, 이 책의 중반에서부터 등장하는 인성, 소통, 마음력 등은 사실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영역이다. 그러나 이제는 집단지성의 시대로 혼자 잘한다고 해서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타인과 더불어 사는 능력,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유대인 부모는 아이에게 먼저 베풀라고 강조한다. 좋은 사람을 곁에두려면 먼저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친구를 사귈 때 먼저 베푸는 것뿐만 아니라 '경청'과 '관심'도 중요하다. 친구의 이야기를 잘 듣고, 관심을 가지는 습관은 아이의 큰 자산이 된다. 또한 말조심도 중요하다. 아이에게 말조심을 가르치는 최고의 방법은 부모가 남의 험담을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가장 못하는 것이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유대인 부모는 아이가 어려서부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실패와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나는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쳤는지, 어떤 부모의 상을 보여주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많은 아이들이 꿈이 없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것도 없다고 말한다. 아무 것도 꿈꾸지 않고,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미안해진다.

유대인의 교육법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내 아이의 성향과 특징을 잘 살펴서 적용해야 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남에게 좋은 것이라고 나에게도 좋은 것이라는 보장은 할 수 없다. 내 아이에게 알맞은 교육법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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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 학습법 - 생각하는 부모가 생각하는 아이를 만든다
리사 손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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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아무래도 무슨무슨 학습법이나 공부법 같은 책이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물론, 아주 유명한 학습법이거나 공부법이라 할지라도 우리집 아이에게 딱 맞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참고를 하기 위해 읽는 편이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리사 손 교수의 '메타인지 학습법'이다.

얼마 전 EBS방송에서 관련된 내용을 방송했나보다. 나는 그것을 보지 못했는데,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그 방송을 봤다고 하였다. 책으로 나온지도 몰랐다며 읽어보겠다는 사람들이 제법 되는 걸 보면, 방송을 보고 공감하는 바가 있었던 듯하다.

'메타인지'라고 하면, 독서교육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개념이다. '메타인지는 자기가 자신을 아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자신을 들여다 보는 것'(P.18)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부 잘하는 방법으로 메타인지를 알고 있다고 한다. 어째서일까? 메타인지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아주 중요한 능력일 수밖에 없다(P.19). 스스로 평가하는 '모니터링'전략과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학습 방향을 설정하는 '컨트롤'전략은 학습에서의 메타인지 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모니터링에 문제가 생기면 컨트롤도 잘하지 못한다. 자신이 잘 모르는 것도 스스로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되면, 공부를 일찍 끝내버리거나 지나치게 오랜 시간 동안 공부를 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효과적인 학습전략을 구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메타인지는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부모로써 나는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저자는 메타인지는 본인 스스로 키워야 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부모가 아이들의 인지를 판단하고 결정하게 되면 아이들 스스로 메타인지를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부모는 '학습화된 세 가지 착각'(빠른 길, 쉬운 길, 실패없는 길이 좋다고 생각한다.)을 하는데 이로 인해 자녀의 메타인지 발달을 저해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배우는 것'보다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메타인지 기술이다.

많은 아이가 모니터링 실수를 반복한다. 이렇게 되면 컨트롤에도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잘못된 단서에서 비롯된 자신감을 바탕을 한 메타인지 착각은 실수를 하게 만든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를 떠올려보면, 나를 비롯하여 많은 아이가 '아는 건데 실수했다'라거나, '아, 착각했어'라거나, 문제를 제대로 읽지 않고 답을 적거나 하여 문제를 틀리곤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내가 안다고 착각했던 것들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또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고 해서 메타인지가 좋아하지는 것은 아니다. 경험을 지나치게 신뢰하면 자신의 행동을 검토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자기과신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메타인지에도 골든타임이 있다고 한다. 부모의 노력으로 초등저학년 때 메타인지가 연습된 아이들은 고학년이 되어서도 '공부가 보통 일이 아님'을 '지금은 아는 지식이지만 곧 잊어버릴 것'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학습법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학습한 내용을 어랫동안 안정적으로 기억할 수 있으려면 맥락과 단서의 가변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변성에 대한 접근 능력을 증진시키려면 여러 가지 맥락 안에서 학습할 필요가 있는데 이 과정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P.84). 조용한 환경이 아이의 기억력을 방해할 수도 있고, 오랜 시간을 앉아 공부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스스로 수업 내용을 설명해 보거나, 다른 아이들에게 가르쳐볼 것을 권한다. 새로 배우는 지식을 장기 기억에 저장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학습한 정보를 온전한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남을 가르쳐보는 것만큼 효과가 좋은 것도 없다.

어른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긴 해도 아이들에게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 아이마다 특성이 다르고 각자 처한 학습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에게 통하는 방법이란 것이 있을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누구라도 자신에게 맞는 학습방식에 집중해야 하고, 학습 과정에서 실수를 하거나 힘들어해도 혼자 결정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메타인지를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고, 스스로 자기 수준을 판단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가르쳐보는' 것이다. 또한, 독서도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메타인지를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예전에는 제 아무리 머리 좋은 사람도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을 당해내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학습 전략과 전술을 잘 계획해야 한다.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는 것보다 자신이 부족한 것을 찾아 공부를 하는 것, 아는 것은 장기기억에 저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때문에 아이가 아직 개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을 자유학년제로 시험 한 번 치지 않고 보낸데다가 12월 말부터 지금까지 근 3달 동안 개학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학원을 다니지 않기 때문에 말 그대로 '자기주도학습'이 필요한데 쉽지 않다. 이 책의 내용을 함께 이야기해보고, 모니터링 기회를 가져볼까 생각 중이다.

*이 글은 21세기북스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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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의 배신 - 길들이기, 정착생활, 국가의 기원에 관한 대항서사
제임스 C. 스콧 지음, 전경훈 옮김 / 책과함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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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초기 국가의 형성과 인류와 환경에 일으킨 결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간이 불, 식물, 동물을 길들인 과정을 번식력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과정이었음과, 곡물이 국가 형성에서 중요한 조세의 수단이 되었음을 알려준다. 거기에 또 하나, 인구 과밀화에서 기인한 (전염성) 질병들의 중요성을 거론한다.

길들인 식물과 동물, 그리고 사람이 북적거리며 한곳에 모여사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특성이다. 그렇다면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는 언제부터 이렇게 집중화된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이동생활을 버리고 정착하게 되었을까? 저자는 농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인구가 한곳에 모여들어 정착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서사를 거부한다. 농경 이전에는 생태적으로 풍요롭고 다채로운 환경에서는 정착생활이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작물을 재배하면서도 이동생활을 하고, 흩어져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1장에서는 불, 식물, 동물의 길들이기와 식량과 인구의 집중화를 다룬다. '불'은 식용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사냥감을 유인할 새싹을 만들어냈으며, 음식을 익힐 수 있게 되자 소화하기 좋은 상태로 바꿀 수 있었다. 매년 심을 수 있고 열량과 단백질을 제공하는 곡물을 재배하게 되면서부터 인구의 집중화가 심화된다. 길들여진 식물과 동물은 인간이 모여 살기 좋은 조건들을 창출했다.

3장에서는 초기 국가에서 비지배층의 고충을 이야기한다. 즉, 대부분의 환경에서 농경은 수렵이나 채집보다 힘이 훨씬 더 들었다. 게다가 사람, 가축, 작물이 한곳에 집중되어 있는 환경은 전염병이 발생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질별등(홍영, 볼거리, 디프테리아를 비롯한 감염)이 초기 국가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매우 많은 초기국가들이 전염병으로 붕괴되었다. 전염병은 초기국가뿐만 아니라 최근까지도 인간을 위협하고 국가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초기 국가는 세금을 매길 수 있는 곡물이 재배되는 경관을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그런 땅에서 부역, 징병, 곡물 생산에 동원할 수 있는 인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앞 부분이 좀처럼 읽히지 않아서 고생을 했다. 고비를 넘기고 후반부로 갈수록 읽기에 속도가 붙었다. 지금은 이 책에서 전염병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보다 크기가 작고 에너지 효율이 적은 동물 자원 등에 치중하게 되면서 그에 따라 이동식 수렵, 채집의 빈도가 줄어들고 출산률이 증가하게 된 '광역혁명'과 농경은 영얀 면에서도 해로웠고, 건강 악화와 사망률 상승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저자는 5천년에 걸친 신석기 시대의 인구정체는 만성적이고 치명적인 전염병 확산의 중심이 되었기에 주민들이 파멸에 파멸을 거듭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전염병은 후기 신석기시대 과밀하게 집중된 가축과 작물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은 그들을 직접 위협하는 전염병 외에도 그들의 가축이나 곡물 경작지를 휩쓸고 가는 질병에 의해서도 쉽게 파멸될 수 있었다.

최초의 성문 기록에 보면 메소포타미아인들이 전염병을 퍼트리는 감염의 원리를 보여준다. 그들은 식별가능한 발병자가 나타나면 그들을 제한된 구역 안에 가두고 어느 누구도 거기서 나오거나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상인이나 병사 같은 장거리여행자들이 병을 옮길 가능성이 많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고립과 회피정책을 썼다. 지금의 상황과 하나도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전염은 과밀화 현상과 결부되어 있다. 수렵, 채집민들은 큰 정착지를 기피하고 흩어져 사는 것을 전염병과의 접촉을 피하는 방법으로 인식했다. 과밀한 사회적 장소들은 역사적으로도 사람들이 전염병에 걸리는 곳이었고, 전염병이 널리 확산되는 곳이었다. 역사적으로 신종이었던 콜레라, 천연두, 볼거리, 홍역, 인플루엔자, 수두, 말라리아 등은 농경이 시작된 결과로서 발생했다고 본다. 이들 질병은 최근까지도 그리고 지금도 전반적인 인류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정착 생활 이전의 인간이 걸린 질병들은 과밀화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과밀화에서 비롯된 질병은 의존적 질병이라고도 불린다.

4장에서는 초기국가의 농생태를 다룬다. 국가는 반드시 한곳에 집중된 인력이 필요하다. 습지는 부와 도시를 산출했지만 국가는 등장하지 못했다. 습지에서의 생계활동은 밭을 갈아 경작하는 농업 경관과 달리 국가 형성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큰 강의 삼각주 지역이 초기 국가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집트의 초기 국가들은 나일강 상류 지역에서 생겨났다. 대규모의 곡물 생산은 곡물만이 조세의 토대로 사용될 수 있게 하였다. 곡물은 쉽게 눈으로 볼 수 있고, 나눌 수 있고, 가치 산정이 가능하고,저장할 수 있고, 운송할 수 있고 배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땅위에서' 동시에 익는다는 점에서 세금징수에도 유리하였다.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관점과는 다른 관점에서 역사적 사실들을 볼 수 있었던 책이다. 특히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는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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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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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1960년대 출간된 책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더라도 충격적이다. 왜냐하면, 이 책이 발간된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들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연이 주는 선물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것을 착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연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혼란하게 만들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는 바로 인간이라는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을 집필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정부 소속 비행기가 모기를 방제하기 위해 숲속에 DDT를 살포했는데 친구가 기르던 새들이 죽었고, 당국에 항의를 했지만 DDT가 무해하다며 항의를 묵살한 일에 대한 편지를 받고 나서이다. 책에는 정부 당국의 무관심과 살충제 살포를 묵인 또는 허가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화학 물질을 이용한 살충제의 유해성을 고발하는 글을 써서 발표하자 당연히 이익단체들이 반발하였다. 인간의 편익을 위해 사용한 화학 물질들이 오히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침묵의 봄》은 아름다운 작은 마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 돌고 생명을 잃어가다가 봄의 소리, 새들의 소리가 사라진 어느 봄을 이야기한다. 해충을 없애기 위해 사용한 살충제가 먹이사슬을 거쳐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게 되면,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레이첼 카슨은 해충을 없애지 말자고 주장하거나 살충제를 전면적으로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살충제를 비롯한 화학물질을 남용하였을 때 자연과 생태계가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설명한다. 구체적으로는 DDT를 예로 들고 있다. DDT는 우리나라에서도 낯설지 않은 살충제이다. 1950년대 한국전쟁과 그 이후 이를 박멸하기 위해 몸에 뿌렸다던 그 살충제이다. DDT는 아주 적은 양이 축적되었다고 해도 체내에 저장된 지방이 생물학적 증폭기 구실을 하기 때문에, 100배나 많은 양이 체내에 축적된다고 한다. 이러한 독성물질은 엄마의 몸에서 자식 세대로 전달되기도 한다. 염화탄화수소 성분은 태반을 자유롭게 통과하므로 화학 물질에 접촉한 적이 없는 신생아에서도 발견된다.

살충제를 비롯한 화학 물질을 남용함으로써 토양과 수질, 공기의 오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자연 파괴가 일어난다. 1949년 캘리포니아 클리어 호수에 서식하는 각다귀를 없애기 위해 DDD를 살포했을 때, 농병아리 100여 마리가 죽었다. 농병아리의 지방조직을 분석하자 엄청난 DDD가 검출되었는데, 호수에 살고 있는 작은 유기체들에 함유된 화학물질이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화학 물질은 토양이나 물속에서 다양한 변형을 통해 독성이 지속된다.

자연 생태계는 수십만 년,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다. 어떤 곳에 어떤 생물이 존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인간의 관점에서 보기 싫다는 이유로, 필요 없다는 이유로 제거하다보면 당연히 자연 생태계가 파괴된다. 지금 당장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과도한 화학 물질의 사용은 언젠가는 우리 인간에게로 되돌아온다. 레이첼 카슨은 살충제나 화학 물질을 사용하기보다 천적을 이용하거나 자연스럽게 개체 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사용하기를 권한다. 인간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생명체를 없애야 한다면 최대한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파괴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 속에도 생태계가 존재한다. 염화탄화수소계와 유기인산계 화학물질은 신경계에 직접 손상을 가하기도 한다. DDT는 주로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친다. 해충을 없애겠다고 신경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화학 물질을 계속 사용하다가는 인간이 여러 가지 정신병에 시달릴 수 있으며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경고한다.

미세한 효소들의 집단인 미토콘드리아는 산화 과정에 필요한 각종 효소가 세포벽과 세포막에 배열되어 있는데, 에너지의 대부분을 만들어낸다. 산화 과정의 단계에서 만들어지는 에너지를 ATP(아데노신삼인산)라고 하는데, 근육세포에 기계 에너지를, 신경세포에는 전자 에너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정자세포와 난자들,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세포에도 ATP가 공급된다. 유리 상태의 ADP와 인산기가 결합해서 새로운 ATP를 만들게 되는 과정을 공여 인산화라 하는데, 공여 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면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정자세포는 운동성이 감소하고, 난자는 분열과 합성을 할 수 없다. 살충제에 들어 있는 화학 물질이 산화를 방해하는 것이다. 인류 전체를 생각할 때 유전 형질을 전달하지 못하는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것이다.

화학 물질의 남용은 발암물질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나는 얼마 전 암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았는데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발암물질이 존재하는가를 알고 놀랐었다. 화학적 발암 물질을 모두 없앨 수는 없지만, 음식과 식수와 대기를 오염시키는 발암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암 치료법 개발도 계속 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암의 예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화 과정에서 더 많은 발암 물질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반성해야 한다.

레이첼 카슨은 정말 효과가 있는 곤충 방제는 인간이 아닌 자연에 의해 이루어지며, 환경 저항이 약해지면 종족을 재생산하려는 폭발적인 힘이 발휘된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살충제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해충들이 많아져, 더 강력한 화학 방제는 성공하지 못한다. 내성이란 수많은 세대를 거치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얻어지는 것인데, 인간은 100년 동안 세대가 평균 세 번 바뀌지만, 곤충은 며칠 또는 몇 주 단위로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병을 옮기거나 해를 끼치는 곤충을 방제하기 위해서는 좀 더 창의적인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경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요즘, 화학 물질 사용은 얼마나 줄어들었을까? 핵 물질과 방사능에 대한 공포만큼이나 화학 물질도 위험하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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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인생을 만나다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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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에 읽기 시작한 책. 책 제목에 나이가 들어간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책이 『서른, 잔치는 끝났다』이었다. 20대의 끝에서 만났던 그 책이 꽤나 와닿았던 탓이다. 그런데 마흔 끝자락에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을 만났다.

"곧 오십이거든"을 입에 달고 다니던 터라 이 책을 보는 순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로 신정근 교수의 강의를 몇 번 들었기 때문에 낯설지 않은 저자명도 책을 고르는데 한몫 했다. 강의스타일처럼 이 책도 '중용'이라는 고전을 다루고 있지만, 쉽게 풀이하려고 애쓴 티가 난다. 다만, 전체적으로는 집중력을 조금 떨어뜨리는 서술(어색한 문장)이어서 아쉬운 면이 있다.

전국시대의 극단의 논리와 극혐의 언어는 '중용'을 등장하게 하는 배경이 된다. '중용'을 통해 삶의 중심을 잡고자 하였던 것이다.

저자는 쉰의 나이는 조명이 쏟아지는 특별하고 화려한 것보다 공기처럼 편안하고 일상처럼 부담없는 보통에 다시 눈이 가는 때라고 말한다. 보통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평범하다는 점에서 『중용』과 쉰의 나이는 어울린다. 2~30대에는 자신감도 넘치고 경험을 쌓느라 이것저것 도전하는 삶을 산다. 그러다가 40대가 되면 나름대로 좋은 결과를 확신하며 움직이게 되는데 50대가 되면 몸도 마음도 슬슬 문제가 생기면서 새로운 시작을 주저하게 된다.

또한 중용에서는 사람이 하는 언행은 완전히 숨길 수도 없고 언젠가 만천하에 드러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자신의 언행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면 도를 벗어나 잘못을 할 일탈의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점을 경고한다"(p.43) 따라서 사적 공간에서도 공적 공간에서만큼이나 조심하고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중용대로 살아야하는 이유는 뭘까? 공자는 중용대로 살 수는 있지만 그것을 지속해서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중용대로 살려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도 알아야 하고, 알았다면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 또한 이를 평생에 걸쳐서 풀어야 하니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중용대로 살아야한다고 말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용대로 살기란 추상적이고 고원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즉 아내와 남편의 관계)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의 일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용이 좋은 더목이라고는 하지만 무조건 덮어놓고 실천할 수는 없다. 옳고 그름을 따져가며 명확하고 분명한 형식을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 'a하지만 b하지 않는다'는 형식을 중용으로 제시한다. 즉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더라도 지나치게 의존하여 자립심을 잃지 않도록 하라고 하는 것이다. 중용대로 살려면 이러한 형식을 찾아서 자신에게 적용해야 한다.

요즘 같은 때에 나이 오십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중용대로 살기에 오십이라는 나이만큼 잘 어울리는 것도 없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베이비부머 세대로 태어나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진학을 했건만 졸업과 함께 IMF를 맞았던 동기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게다가 100세 시대라 하니 앞으로 못해도 40년, 길게는 5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오십에 중용대로 살기가 쉬울까 싶다. 이렇게 일상에서 갸우뚱거릴 때 마음의 근육을 바탕으로 중심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꽃보다 할배처럼 70대가 되어서도 멋진 삶을 누리는 사람들을 보면 50대 중년은 좀더 격렬하게 움직여도 되지 않을까? 다가올 나의 50대를 멋지게 보내기 위해 삶의 중심을 잘 잡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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