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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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화자 닐은 대학 시절 스승이었던 엘리자베스 핀치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는 그녀의 강의와 사유, 그리고 그녀가 깊이 천착했던 로마 황제 율리아누스―이른바 ‘배교자’라 불린 인물―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소설은 한 인물을 추억하는 형식을 취하지만, 실제로는 역사와 신념, 그리고 삶을 움직이는 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율리아누스는 이미 기독교가 제국의 중심이 된 시대에 고대 다신교의 부흥을 시도했던 황제였다. 그의 집권은 예정된 결과였을까, 아니면 여러 상황이 겹쳐 만들어낸 예외적 사건이었을까. 작가는 이 인물을 통해, 우리가 필연이라 부르는 역사적 흐름이 실은 수많은 우연의 중첩 위에 서 있음을 암시한다.


닐이 엘리자베스 핀치의 강의를 듣게 된 과정 역시 치밀한 계획의 산물이 아니다. 이런저런 사정이 맞물리며 이루어진 선택이었고, 그 만남은 이후 그의 사유와 인생의 방향에 깊은 영향을 남긴다. 사람들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숙명처럼 해석하곤 하지만, 소설은 그것을 사소한 결정에서 비롯된 연쇄 반응으로 바라본다. 삶을 바꾸는 계기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뜻밖의 선택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핀치가 세상을 떠난 뒤, 그녀가 남긴 미완의 노트와 단편적인 기록은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그녀를 기억하는 이들의 회상 또한 완전한 사실이라기보다 각자의 경험이 덧붙여진 조각들이다. 역사가 그러하듯, 한 인물의 모습도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달라진다. 율리아누스가 황위에 오르게 된 과정 또한 권력 다툼과 정치적 공백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겹친 결과였다.


결국 닐이 그려내는 엘리자베스 핀치는 절대적인 초상이 아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 그녀를 기록했다면, 전혀 다른 모습의 인물이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이렇게 묻는다. 우리가 믿는 필연은 정말 필연인가, 아니면 피할 수 없었던 우연을 뒤늦게 정당화한 해석에 불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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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9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양물감 2026-05-06 21:10   좋아요 1 | URL
네^^ 오랜만이네요~~ 유튜브까지 진출하셨네요... 잠깐 들러서 봤는데, 대단하셔요~~~~

2026-05-06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매일기
박소영.박수영 지음 / 무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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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만큼 오만한 발상이 있을까? 나도 나 자신을 잘 모르는데 당신이 날 이해한다고?​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지않기로 했다. 내가 아는 그것이 그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혼에 대한 소영의 생각을 보자. 


"나는 결혼에 무관심한 사람이 되었는데, 

제도 자체에 결연히 반대한다기보다는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컸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결혼이란 원가족과 떨어져 

다른 사람-'반대 성별'을 가진과 새로운 가정을 만드는 것을 뜻하는데, 

이런 공식을 왜 따라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중략)서로 마음이 통하고 화합할 줄 아는 것이 동거(인)의 조건이라면 

수영과 나는 세상 어느 커플보다 이상적인 조합에 가깝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혹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 대부분 일치하고, 

필요한 분야에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상대가 가는 길을 진심을 다해 응원한다. 

더욱이 서로가 원하기만 한다면 

함께 사는 데 별다른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된다."(p.24)


나는 기혼자지만, 굳이 결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않는다. 

그렇다고 동거인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이만큼 살고 보니, 뭐 꼭 같이 살 이유가 있었나싶다. 

퇴근 후 그저 혼자 하고싶은거 하면서, 

때로는 아무것도 안하면서 쉬고싶은데, 

누군가와 같이 있어야한다면 쉽지않기때문이다. 


가족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전통의 가족 개념을 중시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나는, 결혼을 했든, 안했든, 혹은 못했든 각자의 삶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의 어르신처럼 

'결혼을 하지 않으면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 것'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잘 몰라서' 사실이 아닌 것을 입 밖에 내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골탕 먹이거나 조롱하려고 

틀린 이야기를 사실인 양 힘주어 말하기도 하니까."(p.61)


소영은, 

나와 성향이 맞지않거나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은 

그저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세상 사람들이 많지만, 

지키고 싶은 존재가 있는 사람은 자발적 패배자가 되고 만다고 말한다.

더러워서 피하고 싶지만, 

내가 지켜야 할 존재(이들에게는 동물들)가 있어서

그러지 못한다는 말이다.


동물보호에 관한 내용이 많을까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그들 자매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러니 제목도 자매일기겠지.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두 사람 중에서 유독 소영의 글에 밑줄을 치고 있었다. 

자매의 이야기를 따라 읽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각자의 삶을 각자의 방식으로

그저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는 것.


그래서 나는 이제 조금 덜 이해하려고 한다.

대신 조금 더 지켜보려고 한다. 그리고

조금 더 함부로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동물보호에 적극적인 찬성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걸 또 말리거나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기에

내가 못하는 걸 그들이 대신 해주는구나 생각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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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한다는 것
최강록 지음 / 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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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한다는 것

요리사, 셰프, 요리연구가.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최강록이라는 요리사에 대해 알지 못하였다. TV를 안보기도 하거니와 요리에도 큰 관심이 없었기때문이다.


아, 물론 맛있는 음식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래서 요리에 대해 특별한 생각은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요리를 하는 것도 인생과 다를 바 없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과 가치를 느낄만큼 최선을 다했을때 그 과정과 결과는 삶을 운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혼밥의 장점은 의외로 많다. 누군가와 취향의 합의를 볼 필요가 없고 나만 결정하면 되니 번거로움이 없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같이 먹을 때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하는데 혼자서는 그렇게 신경을 안 써도 된다. <요리를 한다는 것> p.59


나는 혼밥을 잘 하는 편이다. 30여 년전부터 혼밥을 하였으니 꽤 익숙하다. 당시 거주형태와 하던 일이 일정치않고 시간도 들쑥날쑥하고 가끔은 이동하느라 끼니를 놓치기도 해서 혼밥은 일상이었다.


그때 알았다. 아, 나는 외향인의 껍데기를 쓴 내향인이라는 사실을. 그런 점에서 최강록 요리사의 성향과 내 성향이 일부 일치하니 그의 인생과 요리를 담은 이 책이 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혼밥, 혼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고독'이다. 혼자서 무언가를 먹는다는 게 두려운 사람에게도 고독을 추천한다. 고독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인식하는 것이다. <요리를 한다는 것> p.61


혼자 먹는 게 두려운 사람에게 굳이 혼자 먹어야한다고 권할 일은 아니다. 다만, 혼자 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을 때 굶기보다 한끼 챙겨먹을 정도의 넉살은 필요한 세상이니, 그럴 때 '고독'을 추천한다.


나는, 자기만의 속도로 식사를 하고, 누군가와 보폭을 맞추듯 한식, 일식, 양식, 중식이라는 한계를 설정하지 말고 오로지 나만의 욕구에 따라 식사를 해보는 것도 꽤 좋다고 생각한다.


'혼자' 하는 것은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쉽다.


한번 칼이 지나간 자리는 다시 붙일 수 없다는 건 생선회를 조리하는 데도 필요한 말이지만, 우리가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좋은 말인 것 같다. 진지하되 두려워하지 말 것, 장난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 될 테니까. <요리를 한다는 것> P.81


한참 육수 내는 일은 꽤 많이 했지만, 그래도 '오늘 제대로 잘 뽑혔다!' 싶으면 짜릿하다. 한 번 할 때마다 시간이 오래 걸리니 앞으로 얼마나 더 해볼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데이터를 쌓아볼 수 있을까 싶다. 이럴 때만 수명이 한 300살이면 좋겠다. <요리를 한다는 것> P. 91


매 순간을 긴장하면서 살 일은 아니다.

그렇게 살다간 숨이 턱턱 막히는 경험을 계속 쌓아가게 될 테니까. 다만, 매 순간을 허투루 보내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 적어도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를 위해 한 걸음 내딛었다는 생각을 하려고 한다.


자기 업에서 성공한 사람을 보면, 그럴 만하다고 여겨진다. 대부분은 그 자리에 오기까지 그냥 운이 좋아 쉽게 온 사람은 없다. 물론, 개개인의 환경이 그 자리에 가는 데 좀 더 빠르게 갈 수 있도록 도움은 받았겠지만.. 적어도, 그냥 쉽게 되지는 않는 법이다.


지금의 나에게 다짐해 본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의미를 잃지 말고 살자고.


오래 경험을 하다보면 결국엔 밑손질이구나. 깨닫게 된다. 밑손질은 요리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식당 전체의 컨디션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게 착착 준비되어 있어야 주방의 흐름도 원활해지고 식당의 전반적인 위생도 좋아지고, 직원들도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밑손질이 식당 운영의 60퍼센트라고 나는 누누이 강조한다.


이건 다른 직업, 다른 업계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결과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 업계 사람들, 전문가들에겐 아주 잘 보이는 작업이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요리를 한다는 것>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매 순간 자기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확연히 드러나는 차이가 있다. 기초 자료를 충분히 조사하고 그것을 내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만들어놓는다는 것. 결국 나의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기회가 와도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


요즘 회사의 화두는 업무생산성 향상이다. 주52시간을 맞출 때도 그러했고, 지금처럼 주 35시간 근로를 지향하고 있는 지금은 더 그렇다. 아마도 처음 그 자료들을 준비할 때는 지금 당장 필요없는 일을 하느라 바빠죽겠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그런 자료들이 쌓여서 나의 기초체력이 되어주었을 때 그 진가는 발휘된다.


이게 비단, 최강록 요리사가 요리를 할 때에만 그럴까? 우리가 하는 모든 업무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든 행적들이 그렇다.


요즘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생선 수급이 안 될 때가 있다. 이런 기후변화의 시기에는 주문을 하거나 메뉴를 구성할 때도 신경이 고슴도치처럼 뾰족뾰족 서 있다. 그래도 그런 돌발상황에 대비가 어느 정도는 돼 있다. 냉동실에 반조리한 생선과 고기를늘 준비해놓는다. 생선이 안 들어온다는 사실을 당일날 알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재료를 사서 급하게 만드는 일은 없다. 그런데 냉동실도 만년 보관이 가능한 게 아니라서 준비해둔 메뉴는 자체적으로 소비기한을 정해놓는다.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게 머리가 계속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어야 한다. 작은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은 책임을 혼자 짊어지고 가는 것이다. 물건이 없어도 내 책임, 비상상황에 대처를 못한 것도 내 책임이다. <요리를 한다는 것>


이 부분은 특히 더 직장인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게 머리가 계속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어야 하는 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그렇다. 전체 구조를 알고 하는 일과 눈앞에 일만 처리하는 것은, 당장의 결과는 어떨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것은, 경험이 쌓이고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지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는 점이 안타깝다. 젊은 혈기가 강할 때는 잘 보이지 않더라.


아침 9시쯤 직원이 출근한다. 직원이 출근하기 전에 가게를 깨끗이 해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근했는데 가게가 지저분하면 기분이 상할 테니까. 자기가 벌여둔 일은 자기가 정리하는 게 나에게 중요한 원칙이다. 벌이는 사람, 치우는 사람 따로 있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직원은 늘 1500원짜리 커피 두 잔을 사온다. 커피를 마시면서 30분 동안 오늘 할 일들, 필요한 것들을 점검하고, 어제 손님들의 피드백을 공유한다. 가벼운 잡담이면서도 일종의 조회 같은 것이다. 어제 손님이 짜다고 그랬는데 원인이 뭘까?" 같은 주제로 얘기를 나눈다. 질책하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가 작업을 하면서 놓치는 포인트가 있는지를 짚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직원과 단 둘뿐이면 설령 직원이 명백한 실수를 저질렀더라도 집중 추궁은 못 한다. 그러다 직원이 그만두기라도 하면 더 무서운 상황이 펼쳐지니까. <요리를 한다는 것>


그렇다. 2명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든, 100명이 일하는 가게든, 몇 천명이 근무하는 기업이든 기본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좋은 '피드백'은 일이 되게 만들지만, 나쁜 '잔소리'는 서로를 피곤하게 만든다. 질책이 아닌 '피드백'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소심해서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걱정은 극복하는게 아니라 같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번 체크하면서 그때그때의 걱정을 지워나간다. (곧 다시 그만큼 걱정이 생긴다.) 또 걱정이 스트레스로 연결되니 건강에는 안 좋겠지만 가게 운영

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처럼 가스를 잠갔는지 세 번씩 확인하면 사고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 예전에 가게 밖에 흡연구역이 있던 시절에, 퇴근을 하는 길에 손님 재벌이에 물을 부었는지 걱정이 들었다. 직원에게 전화를 했더니. 글쎄요" 한다. 그래서 바로 차를 돌려 가게로 돌아와서 하나하나 확인을 했다. <요리를 한다는 것> P.189


나도 이런 사람을 알고 있다. 그는 항상 자신은 걱정이 많아서 잠을 설치면서까지 대책을 세우는 사람이라고. 결과적으로는 직원들보다 앞서서 업무를 점검하고 대안을 내놓고, 한발바국 앞서 나간다. 물론 이걸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서라고 퉁 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업무를 알면 알수록 현재의 상황이 불러올 미래를 예측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우니 그것이 걱정으로, 대책으로, 그렇게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결국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최강록이라는 요리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기보다, 일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요리'라는 '일'을 하면서 최강록은 인생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은 나 역시 그의 '일'을 들여다보면서 나의 '일과 인생'을 정리하게 되었다.


여전히 내게는 요리는 어려운 영역이고, 귀찮은 영역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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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한자 암기 마스터 (본서 + 핵심 스토리북 + MP3 및 암기 프로그램 무료 제공) - 30일 완성, 3단계 학습 프로젝트 한자 암기 마스터
김안나 지음 / 다락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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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새해 계획에는 당연히 외국어 학습이 포함되어 있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영어를 참 잘하던데, 나는 영어가 영~~ 시원찮다. 

그래서, 예전에, 10대 후반부터 일본어, 중국어를 왔다리 갔다리 하며 배웠다. 

영어가 안되면 뭐라도 외국어 하나쯤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중국어는, 회화를 한다면 제일 좋겠지만,

못해도 한문을 보고 이해할 정도까지는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래서, 회화는 계속 공부하면서, 우선적으로 중국어 한자(단어)를 공부하기로 했다.


이 책은, 중국어를 어느 정도 공부한 사람보다는

초급 단계에서 보면 좋을 것 같다. 

기최회화에 나오는 단어들을 학습하면서, 

하루에 정해진 분량만큼 중국어 한자를 공부해나간다면

꽤 효과가 좋을 것이다.


중국어 학습 시간이 좀 부족하다면, 

이 책의 1일 분량은 2일 정도로 늘려 잡는 것도 괜찮다. 

개인적으로는, 바쁜 회사 업무를 하면서 1일치 분량을 다 소화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물론, 쉬운 단어도 많기 때문에 자기 학습 패턴에 맞추면 된다. 



출퇴근 시간에는, mp3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들었다. 

보통 때는 EBS 라디오 방송을 듣기 때문에, 매일 듣기는 조금 어려웠다.

집에서 단어 암기할 때, 한번 쭈욱 듣는 방법을 사용했다.

사실, 읽기가 쉽지 않아서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중국어 한자 암기 마스터라고 되어 있지만, 

한자를 배운 세대인 나는, 단어장이라고 생각하고 공부했다.

한자 파자 풀이 같은 것이, 한자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세대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한국한자, 일본한자, 중국한자를 비교해가며 공부를 했다. 

그러니까 나는 대충의 뜻은 알지만, 정확하게 쓰기 어려운 한자를 공부했던 것이고,

가끔 세 나라의 한자를 섞어쓰고 있는 내 머릿속의 한자를 구분하기 위해 노력한 셈이다.


좀더 쉽게 한자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니, 

혼자 중국어를 공부하는 독학자들에게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가 가장 어려웠던 것은, 내가 생각하는 단어의 뜻과 다를 때였는데

결국은, 이해보다 암기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했다.


한자가 어렵다면 이 책으로 한번 도전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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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걷기 - 몸과 마음을 살리는 걷기는 따로 있다
애너벨 스트리츠 지음, 김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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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읽었던, [길 위의 뇌] 이후에 읽게 된 책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달리기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내게 '걷기'는 심리적 편안함을 제공한다. 그래서 이 책이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치유의 걷기」는 인터뷰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이 땅·공기와 나누는 신비로운 대화와 몸, 마음, 장소 사이의 상호 작용을 살펴보고, 이것이 인간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소개(p.9)하는 책이다.


유의미한 연구결과들과, 효과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읽다보면,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이 나의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경험으로 나 역시 알고 있다. 다만 내가 심증적으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공신력 있는 연구의 결과로 듣게 되면 신뢰도가 상승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작가이자 심리학자인 샤론 블래키Sharon Blackie 박사는 우리에게 특정 장소가 가장 필요할 때 그 장소가 우리를 끌어당긴다고 믿으며, 작가이자 팟캐스트 진행자인 세라 윌슨Sarah Wilson은 정서적 고통을 완화해야 할 때는 해안가를 따라 걷고, 관대함과 용서를 발휘해야 할 때는 숲속을 거닌(p.13)다고 말했다.


어떤 장소에서 걷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달라진다는 말인데, 환경이 사람의 몸과 마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그 장소에 있다고 해서 가능할지, 걷는다는 행위를 통해 효력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책을 계속 읽어보고 개인이 판단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고 믿는 사람이다)


내가 관심 깊게 읽은 부분은 숲, 해안, 꽃과 초원, 이행대, 강, 야경이다.




숲은 나무와 덤불로 덮인 넓은 지역으로 믿음의 상실, 고독에 대한 갈망, 불면증, 여성의 분노, 남성의 우울 등 간략히 요약하자면 거의 모든 문제에 효과가 있다. 숲과 산은 조금 구분하기가 그런데 우리 나라는 산이 있는 곳에 숲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풀이나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곳을 숲이라 할 때, 한국적 지형에서 대부분은 산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우리 동네에는, 삼각주 지대에 갈대숲이 우거져 있어서 산이 아닌 숲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기는 하다.


어쨌든, 일본 연구진들이 '숲이 건강에 미치는 주목할 만한 효과'를 최초로 확인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p.35)


- 항암 특성을 지닌 자연 살해natural killer, NK 세포의 증가

- 혈압, 심박수, 체내 순환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감소

- 부교감신경(신체 이완과 소화 작용) 활성화 및 교감신경(투쟁 또는 도피 반응) 비활성화

- 면역력 향상

- 우울, 분노, 혼동, 불안, 피로의 저하

- 활력과 에너지의 폭발적 증가


삼림욕 전문가인 리칭 박사에 따르면 숲의 효능에는 깨끗한 공기, 평온함, 기분 좋은 향기, 매력적인 풍경 등도 한몫하지만, 나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성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즉, 피톤치드가 신체적 상태와 심리적 상태를 큰 폭으로 회복시키며 불안과 우울을 완화한다. 그리고 숲에서 걷는 '동적' 삼림욕이 '정적' 삼림욕보다 정신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p.36)고 한다.


그래서 피톤치드, 피톤치드 하는구나.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귀가 길에 만날 수 있는 갈대숲을 떠올리고 있으며, 나는 그곳을 몇 번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장소를 언급하고 있지만, 한국 사람에게는 숲이나 산이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아, 강이나 해안가도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내가 살고 있는 부산은 이러한 자연 장소들이 풍부한 곳이다. 나무숲이든 갈대숲이든 숲이 있고, 산이 있으며, 낙동강 큰 줄기 따라 많은 강이 있고, 부산하면 떠올리는 바다(해안)이 있으며, 해안길 따라 조성된 절벽길이 있다. 바다(강)와 육지가 만나고, 바다(강)과 하늘이 만나는 곳이라 이행대 생물들도 만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주로 새들을 이야기하는데, 낙동강 하류는 철새들의 서식지라서 수많은 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부산을 좋아할 수 있는 이유가 하나 생긴 셈이다. 이 모든 자연 공간들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결핍을 보완하고, 치료해주는 역할들을 한다.


나는 학교 다닐 때, 억지로 해야 하는 체육 시간이 너무 싫었다. 빨리 달려야 하는 것도, 멀리 뛰어야 하는 것도, 공을 피해 도망쳐야 하는 것도, 힘 없는 팔로 철봉에 매달려야 하는 것도 정말 싫었다. 그래도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오래 달리기였다. 100미터 달리기는 못해도, 오래 달리기는 (남보다 빠르게) 완주를 했다. 그런가하면, 나는 잘 걷는다. 물론 교통수단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산도 잘 올라간다. 부산 인구의 70%이상이 경사지에 살고 있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주거지가 언덕에 있다보니 언덕을 오르는 일도 잦다. 그러니, 나는 '건강을 위해' 걷기 위해 조금 더 긴 시간을 투자하면되니,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셈이다.


굳이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자연은 나를 즐겁게 한다. 내가 바라보고, 숨쉬고, 느끼는 곳들이 내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면 안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이 책을 쓴 저자가 한국 사람이 아니다보니 공동묘지, 호수, 버려진 기찻길, 치유적 경관, 운하 견인로, 순례길, 야경 등의 파트는 (확실히) 남의 나라 이야기같다. 그래도 내 주변에 있는 자연의 장소들을 찾아 걸어본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우리 나라에서 만날 수 없는 그곳으로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단, 저자도 말했듯이 야간 도보 여행이나 등산으로 야행성 동물과 산에 끔찍한 악영향을 미치거나, 맑은 공기를 마시러 가면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차를 타고 가거나,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 등의 행동은 삼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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