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디자인하라
유영만.박용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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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인정하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어른이 많다. 미성숙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내뱉는 어른은 어리석어 보인다. 뭔가 다른 어른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부터 다르다. 하지만 그들은 늘 어제와 다른 낯선 세계를 탐험하기때문에 경이로운 순간을 만날 때마다 언어의 부족을 느낀다. 오늘 만난 언어의 틈새를 메우기 위해 내일의 나는 어떤 언어를 공부할 것인가? (p.144)



저 문장을 읽는데, 묘하게 겹쳐지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그것도 한명이 아니고 꽤 여럿이 겹쳐지니 몇 달 전만 해도 느끼지 못하던 부끄러움을 오롯이 느끼는 중이다. 비참하게 말이다. 


굳이 직접 만날 일 없는 높으신 분들까지 가지 않아도, 가장 가까운 집 안에도 있고 회사에도 있다. 언어의 품격까지 바라지 않아도 자기가 한 말을 안했다고 우기지는 말자. 언어란 사회적 약속이라서 혼자서 아니라고 우긴다고 되는 게 아니다. 


위대한 업적을 남겼거나 성취를 이룬 사람은 언어를 탁월하게 디자인한 사람이다. 똑같은 말이라도 자신의 철학과 신념을 담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삶의 격이 다르다. 잘 설계된 한 마디에 촌철살인의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p.11)


위대한 인물이나 역사에 발자국을 확실하게 남긴 사람들을 우리가 그들이 한 '말'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명언)는 점만 봐도 이 문장이 확 다가온다. 위인들은 어떻게 저런 명언들을 남겼을까 했는데, 그들의 삶과 철학, 그리고 신념이 담겨 있는 말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었던 거다. 부러 지어내려 한 것이 아니라 그 말이 곧 그들의 삶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레벨이 당신 인생의 레벨이고, 언격(言格)이 인격(人格)을 결정한다. 삶의 격을 높이고 싶다면 사용하는 언어의 품격을 높이면 된다. (p.13)


나의 언어에 나의 삶이, 나의 인생이 묻어난다고 한다. 우리가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느 정도 감을 잡는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젊은 아이들이 말끝마다 욕을 달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도 말끝마다 하는 욕에 깜짝깜짝 놀란다.


천박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생각의 높이가 낮고 인격이 무너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수도 본인이 감동하는 것도 어렵다. 생각과 느낌은 결국 언어를 통해서 전달되는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비슷한 사람과 어울리게 되니, 그 언어의 수준이 그가 속해 있는 공동체의 사고 수준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어의 수준을 높이는 데는 또 책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 고급 어휘는 물론이고 책을 통해 지식, 정보뿐만 아니라 저자의 경험마저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저자의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깊이 사유하는 뇌의 기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디지털 방해기술'이라고도 부른다. 


이 책의 저자는 남의 책을 안읽는 것도 문제지만, 남의 책만 읽는 것도 문제라고 말한다. 책을 읽을 때는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어서 깊이 읽어야 한다. "깊이 읽기란, 개념을 곱씹고 문장의 의미를 해석하며 자기 나름의 생각과 주장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책을 읽고 내 나름의 생각과 주장을 갖지 못한다면 남의 주장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것과 같다. 책은 딱 내가 살아온 삶만큼만 읽힌다고 한다. 내 그릇만큼만 해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지만, 간접경험은 말 그대로 간접일 뿐이라서 직접 경험에 비해 당연히 많은 부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 간격을 줄여주는 것이 바로 깊은 사유, 깊이 읽기가 아닐까?


이 책은 언격을 높이는 방법으로 나만의 개념사전을 만들라고 한다. 7가지 개념 사전을 소개하고 있는데 신념사전, 관점사전, 연상사전, 감성사전, 은유사전, 어원사전, 가치사전이 그것이다. 모두 만들어본다면 좋겠지만, 가장 하기 쉬운 것부터 하나씩 실행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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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2-10-16 19: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살아온 삶만큼 읽힌다니 무서운 말입니다. 제가 남의 주장에 종속되어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그나저나 저 분들은 남의 책이라도 읽긴 하는 걸까요. 인상도 중요하지만 언격도 참으로 중요하다는 걸 배우는 요즘입니다.

하양물감 2022-10-16 19:45   좋아요 1 | URL
저도 그 부분 읽고 깜짝 놀랐어요. 우린 사실 모든 걸 직접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간접경험도 꽤 중요하게 여겨왔으니까요. 하지만 내 그릇만큼 읽힌다면.... 그래서 독서모임 등을 통해 함께 읽기와 이야기하기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덧붙인다면 그 분들은 안읽을 것 같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