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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경 선언 - 팩트와 페미니즘을 무기로 내 몸과 마음을 지키는 방법
생각의힘 / 2022년 6월
평점 :
이번주 내내 읽고 있던 책을 오늘에서야 마지막 장을 덮었다. 처음엔 이 빨간색 표지의 책에 흥미가 없었다. 독서동아리에서 함께 읽어보자고 했지만,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았던 책이다.
나는, 왜 이 주제에 흥미가 없었을까? 바로 나의 몸에 관한 이야기임에도 말이다. '완경'이라는 단어를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여전히 폐경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었고, 그로 인한 온갖 증상들은 갱년기라서 그래 라며 퉁쳐버렸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 나는 내 몸과 증상에 대해 지나치게 무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춘기 첫 월경을 축하해주기 시작한 것도 그리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사춘기 청소년들에게는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월경이 완경기가 되면 쉬쉬 숨기고, 온갖 부정적인 증상의 원인으로 지탄받는 신세가 된다는 사실에 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저출산 대책이라며 결혼을 장려하고, 결혼을 하면 출산을 강요하고, 하나를 낳으면 둘을 낳으라 몰아붙이는 사회에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완경기가 되면 '퇴물' 취급을 하니 당연히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굳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갖고 올 필요도 없다. 무슨~이즘이 아니라, 바로 내 몸과 나의 남은 인생과 연관되는 생존과 삶의 질의 문제이다.
나는 청소년기~청년기를 거치는 동안 (다행히 월경통은 없었으나) 월경 주기가 불규칙하였고, 지금은 아직 완치 판정을 받지 못한 유방암 환자이다. 타목시펜을 복용하고 있으며 치료를 위해 강제로 월경을 멈추게 하여 흔히 말하는 완경기의 증상도 경험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 공감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깨달았다.
완경기는 최소한 사춘기와 동등한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리고 남성으로 존재하는 것이 질병이 아닌것과 마찬가지로, 완경기 또한 질병이 아니다. (P.29)
완경은 난소에 더는 난포가 없어서 배란을 할 수 없을 때 일어난다. 다시 말해 더는 남자가 없는 것이다. 완경이 일어나는 평균 연령은 (서구식 만 나이로) 50~52세이다. (한국의 평균 연령은 49.7세라고 한다.) 완경의 결정적인 특징 중 하나는 에스트로겐 수치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P.29)
완경이행기에 시작되는 호르몬 변동은 다양한 증상을 촉발한다. 어떤 여성들에게 이 증상은 치료가 필요할 만큼 괴로울 수도 있고, 어떤 여성들에게는 일반적으로 어떤 증상이 일어나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이 시기를 견디는 힘을 얻는 데 충분할 수 있다. 기이한 신체 증상이 자신에게만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은 사람을 매우 힘이 빠지게 한다.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경험이 일반적이고 예상된 경험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을 느낀다. 여성들이 어떠한 증상이 더 심각함 문제의 징후일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증상이 짜증스럽기는 하지만 위험하지는 않은 증상들인지 아는 것 또한중요하다. (P.34~35)
나이를 먹으면 당연히 여러가지 질병이 증가하고 노화가 진행된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남성의 질병에는 그 시대의 인간 신체에 대한 이해도에 따라 알맞은 설명이 붙었지만, 여성의 질병에 대해서는 언제나 '자궁'이 이유였다. 저자는 여성 생애의 3분의 1 혹은 절반 이상에 달하는 시기(완경 이후)를 자궁과 난소의 기능에만 결부하여 설명하는 것은 여성혐오적이라고 말한다. 남성의 노화를 설명할 때 성기능 감퇴로만 규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 시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더이상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는 몸이어서가 아니라, 이 시기에 여성들에게 심장 질환이 생길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완경기의 가장일반적인 증상이라면 발열감일것이다. 완경기 발열감은 일정하게 작동하지않아 실제로는 덥지 않은데도 '덥다'는 잘못된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데서 일어난다고 한다. 이러한 발열감은 뇌에 에스트로겐이 존재했다 사라지게 되어 벌어지는 일종의 금단현상(P.167)이다. 에스트로겐의 영향에서 벗어난 인체의 체온조절 시스템이 아주 작은 온도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하여 실제보다도 더 덥다고 느낀다. 그러면 이 열을 식히기 위해 혈관이 팽창하고 열을 발산하도록 혈액이 피부 쪽으로 흐르게 된다. 그래서 얼굴과 목, 상체와 팔이 붉어지기도 한다. 땀샘도 자극되어 땀을 흘리고 심장 박동이 올라간다. 발열감이 시작되면 체내에서 열을 식히기 위해 체온을 떨어뜨리는데 이때 오한이 올 수도 있다.
완경기에 대한 이해는 우리가 청소년의 사춘기를 연구하고 이해하려는 노력 만큼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완경기 여성이 겪는 증상들을 이해하고 나면 내 몸의 변화에 대처하고 건강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질병이 아니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적용해볼 수 있는 것이다. 호르몬 치료의 장단점과 유의점을 알려준다. 우리가 다이어트를 생각해보면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는 방법은 무한하지만 내 몸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처럼 완경기 증상에 대처하는 다양한 호르몬 요법도 나의 몸 상태와 증상에 따라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또한 음식을 섭취할 때도, 건강보조식품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완경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유방암'에 관한 정보가 이렇게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도 한번씩 들쳐볼 수 있는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