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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챙겨
김영희 지음 / 상상 / 2025년 7월
평점 :

짐 챙겨
저자 김영희
상상
2025-07-15
에세이 > 여행에세이

■ 책 소개
언제부턴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피디들이 잠깐잠깐 등장하면서 순간의 재미를 안겨다 주었습니다.
MBC 최연소 국장까지 올랐던 김영희 피디를 아시나요?
아마 김태호, 나영석 피디만큼 자주 들어봤을 법한 이름일 것입니다.
그는 일본에 다녀온 후 「양심 냉장고」를 만들었고 영국에 다녀온 후 「느낌표」를 만들었으며 남미를 다녀온 후 「나는 가수다」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즉, 내로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원천은 바로 여행이었습니다.
『짐 챙겨』는 여행 가방을 꾸리는 순간부터 집에 돌아와 짐을 푸는 순간까지, 그 안에 담긴 마음과 시간을 섬세하게 기록한 책입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안고 가야 할지,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지를 묻게 됩니다.
특히 저자는 여권이나 옷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라 말합니다.
떠난 뒤 한결 가벼워진 자신을 마주하는 것, 그것이 여행의 진짜 기념품이라는 뜻이겠지요.

■ 책 속 메시지
그때그때 다르다. 여행은 삶일 수도, 휴식일 수도, 누구에게는 생존일 수도 있다. 일일 수도, 도피일 수도, 도전일 수도 있다. 자연의 웅장함 앞에서 내가 아무것도 아님을 느끼거나, 역사의 가르침 앞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거나, 불가사의한 건축물 앞에서 인간의 위대함에 감탄하는 것이 여행일지도 모른다. 가족과 함께 알콩달콩 시간을 보내고, 연인이나 친구와 맛있는 와인을 마시고, 좋아하는 화가를 찾아 미술관을 다니면서, 역사와 자연과 그리고 예술과 함께하는 새로운 경험, 이것이 여행일지도 모른다.
여행이란?
자연의 아름다움에 한없이 감동하는 것.
이것이 여행일지도.
잊을 수 없는 건 폭포만이 아니었다. 경비행기에서부터 한 팀을 이뤄 같이 다닌 일행 중에 베네수엘라 노부부가 있었다. 70은 넘어 보이는 나이 지긋한 부부는 보트를 타는 내내, 폭포에 오르는 내내 손을 잡고 다녔다. 아니, 남편이 부인의 손을 놓지 않았다. 마치 놓치면 큰일이라도 날 듯 정성스레 잡고 다니는 모습은 사실 폭포보다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별별 생각을 다 해보지만, 답은 모른다. 그리고 그 이유를 꼭 알 필요도 없다. 다만, 나는 안다. 부부란 살면 살수록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것을.
잠비아의 빅토리아 폭포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소리가 웅장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큰 폭포는 처음 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아 오던 것들은 전부 아기 폭포나 다름없었던 것. 아, 이런 게 진짜 폭포였구나!
세상을 집어삼킬 듯 쏟아지는 누런 물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물은 금세라도 나를 빨아들일 듯 무서운 기세로 떨어졌다. 어지러웠다. 아, 자연은 정말 위대하다고 느낄 즈음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도대체 얼마나 있을까?
여행이란?
거대한 폭포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것.
이것이 여행일지도.
희망을 믿지 마.
두려움도 믿지 마.
희망이 지나치면, 피라미드를 만들어 영생의 하늘에 다가가려 하고
두려움이 극에 달하면, 수천의 병마용을 만들어 같이 죽자고 하는 거지.
사실 그렇잖아?
희망도 두려움도 오지 않은 미래의 것일 뿐이야.
어차피 신이 될 수 없고 영생할 수 없는 우리 인간.
살아 있는 지금, 지금을 살며 지금을 즐겨야 해!
Carpe Diem!
여행은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 벗어나 다른 나를 만나게 하는 계기입니다.
저자는 그 다른 내가 건네는 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순간이야말로 여행의 참된 기쁨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여행이 끝난 뒤 가방 속에 남아 있는 작은 영수증, 주머니에 들어 있던 모래 한 줌이야말로 가장 값진 기념품이라고 말합니다.
■ 하나의 감상
이제 한 달을 꼬박 채웠던 폐렴과의 싸움은 정말 끝이 보입니다.
폐렴으로 한 달 가까이 침대에만 머무르던 제게 『짐 챙겨』는 집에서도 충분히 떠날 수 있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저는 영국의 극장, 모로코의 사막, 파리의 카페를 함께 걸었고 오랜만에 여행자의 눈을 다시 꺼내 들 수 있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여행은 늘 머릿속 한켠에 자리하지만, 막상 결심하고 떠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자는 PD 시절에 기획과 제작이라는 정해진 틀 안에서 살아왔습니다.
오래도록 방송 PD로 살던 어느 날, 그는 과감히 배낭을 메고 세계로 나섰습니다.
공항 대합실에 막상 앉고보니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합니다.
즉, 그에게 여행은 단순한 취미나 휴식이 아니라, 삶의 관성을 깨뜨리고 나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짐은 항상 무겁지만 동시에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덧붙여 여행의 끝에 찾아오는 허전함을 사라짐이 아니라 비워짐이라 표현하였습니다.
맞습니다. 그 자리에 새로운 내가 들어오는 순간, 여행은 진짜로 완성되니깐요!
익숙한 공간을 떠난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생각의 경계, 습관의 경계를 넘어서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설레는지를 다시 묻을 수 있죠.
여행을 떠날 때면 옷과 노트북, 카메라 등을 차곡차곡 넣어 여행 가방을 채우지만, 돌아올 때 제 가방을 채운 건 언제나 마음의 조각이었습니다.
떠날 때보다 돌아올 때 가방이 더 무거워지는 이유는 아마 세상에서 받은 것을 잔뜩 담아오기 때문입니다.
『짐 챙겨』는 낯선 길 위에서 자신을 다시 조립해가는 일기 같은 책입니다.
세계 각지를 다니며 만난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깨달은 작고도 단단한 진실들을 담고 있습니다.
여행이 주는 설렘뿐 아니라 낯선 길에서 마주한 두려움, 고독, 그 모든 감정을 짐처럼 함께 들고 걸었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챙기고 싶으시다면 꼭 펼쳐보세요.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특히 떠남과 돌아옴 사이에서 삶을 재정비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당장이라도 떠나게 만들어 줄) 조용한 초대장이 되어줄 것입니다.
■ 건넴의 대상
여행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분
떠남과 돌아옴의 의미를 곱씹고 싶은 분
인생의 짐을 가볍게 내려놓고 싶은 분
일상에서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챙기고 싶은 분
♥
여행은 떠나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됩니다.
그 길 위에서 무엇을 만나든, 결국 돌아오는 건 다른 내가 된 나일 것입니다.
당신에게도 그런 여행의 순간이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