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 - 빛나지만 음험하고 고요하지만 번화하며 고풍스러우면서도 탈역사적인 척하는 어느 매력적인 도시 여행기
이인우 지음 / 파람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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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길 위에 저 시간 속에

저자 이인우

파람북

2024-07-12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일본문화

여행 > 일본여행 > 문화/역사기행





근래 답답한 일들이 있다보니 마음 한 켠에 시원함을 불어넣고 싶어 여행과 관련된 책을 꽤 읽고 있는 중인데 차례차례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오늘 여행할 나라는 일본입니다.


2019년 중국 우한시에서 발병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전세계가 봉쇄되었었습니다.

당시 국내를 여행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던 시기였기에 여행업계는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던 코로나19는 개발된 백신으로 인해 점차 수그러들었고 봉쇄되었던 나라들이 점차 해제되면서 이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해외여행객 수도 점차 증가하게 되었는데, 2023년은 특히 여행시장 회복의 해였습니다.

그 중 인기있던 나라는 바로 일본이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을 기준으로 2023년에만 1,350만여명이 일본 노선을 이용하였는데 도쿄(나리타), 오사카, 후쿠오카 등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시즈오카, 마쓰야마 등 소도시 노선에도 연간 6만명 이상이 모였다고 합니다.

오사카 노선의 여객수는 381만명에 달했는데 이는 인천공항을 오고 간 노선 중 가장 많은 여객을 운송한 단일 노선으로 꼽힙니다.

두 번째는 도쿄(나리타) 노선, 세 번째는 후쿠오카 노선으로 단일 노선 여객수 톱3가 전부 일본 노선일 만큼 가장 인기있는 나라는 일본이었습니다.





오늘은 일본에서 특히 빛나지만 음험하고 고요하지만 번화하고 고풍스럽지만 탈역사적인 척하는 곳인 교토로 여행해보려고 합니다.

교토는 역사와 문화가 차곡차곡 쌓인 곳인만큼 하나의 인문학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겨레신문 기자이자 교토 리쓰메이칸대학 객원연구원이기도한 저자는 천년고도의 곳곳을 답사했다고 합니다.

특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며 산책하기를 좋아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여행지라고도 극찬하고 있지요.

책에서는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교토의 명소들도 가득하지만 현지인들조차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숨겨진 명소 또한 소개하고 있습니다.

역사와 문화가 켜켜이 쌓여진 곳이다 보니 책을 통해 저자와 함께 하는 인문 기행이 마냥 새롭고 설레임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일본의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가쓰라리큐, 슈가쿠인리큐, 시센도, 겐닌지 등 교토의 볼거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교토의 예술문화가 담긴 8곳을 통해 교토의 풍경을 한껏 구경할 수 있습니다.

3부에서는 교토 산책길에서 빠지면 섭섭할 아름다운 교토 정원 12곳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4부에서는 교토의 시작점인 두 가모신사를 시작으로 교토의 신라신사들 즉, 신라인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5부에서는 한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교토의 인상적인 장소 즉, 한일 연대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벚꽃이 예쁘게 피던 시기에 일본을 다녀온 친구가 여행을 마치고 선물을 안겨주었습니다.

선물 중 하나가 벚꽃을 연상케하는 한정판 입욕제였습니다.

특히 사진으로 마주한 일본의 벚꽃 풍경은 황홀함 그 자체였습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예쁘고 황홀한데 실제로 보면 그 감동은 어마어마하겠지요.


교토의 벚꽃은 3월 말부터 4월 초순이 절정이라고 합니다.

교토 동쪽 히가시야마 산기슭 아래 데쓰가쿠노미치라고 불리는 산책로가 있는데 북쪽 끝에는 긴가쿠지가 있고 남쪽에는 에이칸도와 난젠지가 있습니다.

중간중간 호넨인 등 고찰이 점점이 흩어져 있는데, 이 명승지군을 하나로 꿰는 실이 철학의 길입니다.

일본의 길 100선에 뽑힐 정도로 국제적인 명소인 이 곳은 혼자 걷기에 더할나위없이 좋다고 합니다.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은 일본 근대철학계의 거두 니시다 기타로(1870~1945)가 명상하며 이 길을 걸은 데서 유래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철학자의 길'이 있다면, 일본 교토엔 '철학의 길'이 있다는 식인데, 관광산업 측면에서는 신의 한 수 같은 작명이다. 사실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길이 어디 이 길뿐이랴.

……

철학의 길 중간쯤에 니시다가 만년(69살)에 썼다는 하이쿠(일본 단시) 한 수가 새겨진 둥근 돌을 만난다.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다. 나는 나의 길을 갈뿐이다."


니시다는 불교의 선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일본 철학을 수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후학들은 비문에 "선생의 가르침이 철학의 길을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애창되기를" 바라지만, 시구만을 보면, 왠지 모르게 고집 센 노철학자의 '절대고독'이 먼저 느껴진다.





일본어에서 정원은 고대에 식물채집지를 뜻하는 '니와'와 울타리 쳐진 경작지를 뜻하는 '소노'가 합쳐진 말로 니와와 소노가 집안으로 들어와 제사 장소가 되고 점차 유락과 예술적 관상의 장소로 변해간 것이라고 합니다.

고대 일본 정원들을 보면 특유의 분위기가 있죠.

이는 대륙에서 들어온 불교와 도교사상이 융합되어 자연풍경식 정원으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선종사원에서는 돌과 모래를 주로 하는 가레산스이가 만들어졌고 권력층이 된 사무라이계급 사이에서는 호화로운 서원정원이 만들어졌죠.

부유한 중간계급으로 성장한 마치슈계층에서는 다도를 결합시켜 다정과 노지를 만들게 됩니다.

정치권력을 무사에게 빼앗긴 왕실은 귀족적 미의식을 투영시킨 궁정별장을 짓게 됩니다.

이러한 정원의 형태는 곧 서민들에게도 전해져 근대 이후에는 계층 상관없이 일본적인 생활건축문화의 하나로 자리잡게 됩니다.

교토는 천년고도라는 말답게 보석 같은 정원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 중 저자가 가본 12곳의 정원을 첨부해봅니다.


1. 도후쿠지 방장 핫소노니와

2. 히가시혼간지 쇼세이엔

3. 다이토쿠지 료겐인

4. 묘신지 타이조인

5. 난젠지 곤치인

6. 루리코인

7. 교토고쇼

8. 닌나지 교쇼정원

9. 만슈인

10. 쇼렌인

11. 짓소인

12. 다이고지 산보인





해마다 교토에서는 '교토 코리아 페스티벌'이 펼쳐집니다.

펼쳐지는 행사 중 하나가 조선시대 일본방문 사절단인 조선통신사 재현 행진입니다.

2022년 9월 18일,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중단되었던 시기였지만 교토 국제교류회관을 출발한 조선통신사 재현 행렬은 오카자키공원 일대를 행진하게 됩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한 것일까요?

나라 간의 관계는 나쁠지라도 사람 사이의 끈은 놓지 말자는 의지의 표현을 보인 것이라고 합니다.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조선통신사는 일본에 12차례를 방문하였습니다.

당시 조선 입장에서는 포로로 끌려간 조선인 송환과 문화전수를 통한 일본의 침략욕구 억제가 목적이었고, 일본 입장에서는 대규모 조선사절단을 통해 막부의 권위를 높일 수 있어 200여 년간 계속될 수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전쟁으로 끌려간 피로인들을 만나 그들의 애환을 들으며 귀국 교섭에 진력했었다고 합니다.

14세기 후반부터 16세기 중반까지 한일관계는 우호적이었으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적대적인 분위기로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1719년 조선사절단이 환송연을 거부하며 분쟁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한 무덤때문이었습니다.

도요토미가 세운 절 앞에서 환송연을 열려고 했을 뿐 아니라 절 부근에 일본군이 베어간 조선인의 귀와 코를 묻은 이총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이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2003년 교토시가 정비한 이총의 안내문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으킨 이 전쟁은 한반도 민중의 끈질긴 저항에 패퇴함으로써 막을 내렸으나 전란이 남긴 이 귀무덤(코무덤)은 전란 하에 입은 조선 민중의 수난을 역사의 교훈으로서 오늘날까지 전하고 있다"는 자성의 문구가 담긴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도요토미 시데요시를 신으로 모신 도요쿠니 신사가 여전히 이총을 '전공'처럼 거느린 모습은 '용서하되 잊지 말자'는 말의 의미를 깊이 경계시키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역사적 사건 등의 이유로 유독 멀게 느껴지는 나라, 일본!

특히 5부에서 나오는 한일 연대 기록은 한국인이라면 꼭 가봐야 할 곳이 등장합니다.

교토 유명 명소들을 소개하는 책이기도 하지만 역사 탐방에 초점이 맞춰진 책이기에 인문, 예술사에 가까운 책인 것 같습니다.

특히 일본인이 가지고 있는 내면 세계에 초점을 맞춰 그간 읽어왔던 여행 에세이와는 달리 넓은 견문으로 일본과 일본인들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은 물론 그의 인문학적 해설과 역사 지식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습니다.

일본이 처음인 여행객은 물론 일본의 숨겨진 명소를 찾는 여행객들과 여유로운 마음으로 산책과 하이킹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여행객들에게, 또한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 알고 싶은 이방인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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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

저자 아서 코난 도일

센텐스

2024-08-26

소설 > 영국문학 > 영미소설

추리 / 미스터리 소설 > 영미 추리 / 미스터리 소설





1873년 12월, 영국 선박 '데이 그라티아'가 브리간틴(범선의 한 종류) '마리 셀레스트'호를 끌고 기지로 향했다. 이 선박은 위도 38° 40', 경도 17° 15'에서 발견되었다. 당시 이 버려진 선박의 상태와 외관에는 여러 가지 특이사항이 있었는데, 이는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그것에 대한 궁금증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러한 이야기는 1874년 1월 4일 자 기사에 실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사를 참고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이에 관한 주요 내용을 몇 가지 발췌해 아래에 붙여두도록 하겠다.


"우리는 버려진 마리 셀레스트호를 직접 살펴봤고 데이 그라티아선의 승무원들에게 사건에 대한 실마리가 될 만한 모든 것을 질문하여 심층적으로 조사했다. 그들은 그 배가 발견되기 전에 이미 며칠 또는 아마도 몇 주 동안 버려져 있었을 거라는 의견을 냈다. 선실에서 발견된 공식 일지에는 선박이 10월 16일에 보스턴에서 리스본으로 출발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보존 상태가 엉망일뿐더러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거의 없다. 악천후에 대한 언급도 없으며, 실제로 선박의 페인트와 장비 상태를봤을 때 배의 버려진 모습이 어딘가 석연치 않다.


그 배는 완전히 깨끗했다. 전쟁이나 폭력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선원의 실종을 설명할 요소도 없었다. 선박에는 여성이 있었음을 나타내는 몇 가지 증거가 있었다. 선실에는 재봉틀이 있었고 여성용 의류가 몇 벌 있었다. 이것들은 아마도 선장의 아내의 것으로 추정되며, 일지에 그의 아내가 남편과 동행했다고 언급도 되어 있다. 선박에 남아 있는 여러 평화로운 흔적들로 보았을 때 날씨도 온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트는 손상 없이 선박에 잘 걸려 있었으며, 양질의 석유와 미국 시계가 있는 화물들은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 일부 목재 사이에서는 신기한 구식 검이 발견되었는데, 이 무기는 최근 닦다가 발생한 것처럼 한 줄의 긴 스크래치가 나 있었다고 한다. 이 무기는 경찰에 넘겨졌으며 분석가인 몬라한 박사에게 제출되었다. 그의 조사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데이 그라티아 선장인 덜턴 대위는 능숙하고 지혜로운 선장으로서, 마리 셀레스트가 발견된 장소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표류를 시작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모든 사건을 하나로 묶을 가설을 제시할 증거가 없어 보인다. 단서나 증거의 결여로 인해, 마리 셀레스트의 선원들의 운명은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미스터리 중 하나로 남을 것이 우려된다. 범죄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해도 범인들을 잡을 희망은 별로 없다."



하튼의 시체를 바라보는 동안 우리 항해의 모든 사건을 설명하는 단서가 내게 번쩍이듯이 다가왔다. 많은 것이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았지만, 나는 진실에 어느 정도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가장자리에서 성냥을 긁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고링이 등불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그 등불을 배 옆에 잠시 내려두었다. 나는 그 순간 해안가의 모래 언덕 사이로 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는데, 그 빛은 너무 빠르게 사라져서 고링의 시선을 따라가지 않았다면 결코 감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다시 등불을 들었다 내렸고, 모래언덕에서는 한 번 더 불꽃으로 대답했다. 밤은 평온했고, 선박은 고요해서 아무도 그들을 방해할 수 없었다. 티브스의 사망 이후에 배를 지휘하던 하이슨은 잠을 청하기 위해 아래로 내려갔고, 당직을 맡은 두 남자는 갑판 위에 서 있었다. 나는 내 살을 파고드는 밧줄과 살해당한 하튼을 발밑에 두고는 무력하고 말문이 막힌 채 비극의 다음 장면을 기다렸다.


나는 모호한 진술은 하지 않는다. 당신의 아프리카 지도를 펼쳐보라. 거기서 카페 블랑코 위쪽에, 대륙의 서쪽 끝점에서 북쪽과 남쪽으로 향하는 땅 위로 나아가면, 거기에 세프티미우스 고링이 여전히 그의 어두운 신하들 위에 군림하고 있을 것이다. 혹은 누군가 이미 복수를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길고 푸른 능선이 뜨겁고 노란 모래 위로 포효하는 그곳, 마리 셀레스트호에서 목숨을 잃은 하튼과 하이슨, 그 외에 다른 불운한 동료들이 누워 있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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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8-09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름이라 그런지 미스터리 소설집이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코난 도일 단편선이면 홈즈가 나오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네요.
하나의책장님, 더운 날씨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24-08-29 01:28   좋아요 1 | URL
네, 이건 선상에서 다룬 미스터리한 사건이라 홈즈와는 별개예요◕‿◕
추리물 좋아하신다면 마음에 드실 거예요.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몰입도가 높아 너무 재미있게 읽었거든요ㅎㅎ
올 여름은 에어컨 없으면 잠들기 힘들 정도로 푹푹 찌네요ㅠ
이제 더위가 조금 가시겠죠? 😳
 




나만 모른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걸

저자 슈테파니 슈탈

갈매나무

2021-09-30

원제 : Leben kann auch einfach sein

자기계발 > 인간관계 > 교양심리학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심리치료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이 질문의 답은 놀랄 만큼 단순하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기 약점을 포함하여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한다. 반대로 자신에 대한 불안, 즉 '자기불안(anxiety about self)'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첫째, 자신의 약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둘째, 그 약점을 너무 중대하게 취급하며, 셋째, 자신 말고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약점을 자꾸 끄집어낸다. 자기불안이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없거나 잘못된 것에만 집중한다. 그래서 자신의 지금 모습과 되고 싶은 모습 사이에 있는 간극만 끊임없이 눈에 들어온다. 이것을 가리켜 심리학에서는 ‘현실 자아와 이상 자아 간의 격차’라고 부른다.



자존감이 약한 사람의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바깥 세계든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자신이 영향력을 별로 행사할 수 없을 거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이것을 가리켜 심리학에서는 '내적 통제 신념이 낮다'고 말한다.



자기불안이 있는 사람은 자기인식이 번번이 왜곡된다. 정말 사랑받을 수 있을까 하는 깊은 불안과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적어도 완전히 사랑하지 못하는) 성향 때문에 스스로를 상처받기 쉬운 존재로 여긴다. 그래서 대개 자신에게 있는 문제를 곱씹고 남들이 보인 반응이 어땠는지 골똘히 떠올리면서 시간을 보낸다. 남들의 요청을 일일이 들어주려고 애를 쓰며, 사정이 허락하는 한 '완벽하게'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데에는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정작 본인의 욕구에는 소홀하다. 사람이 언제까지나 자기 욕구와 바람, 갈망을 마냥 밀어낼 수는 없다. 자기불안에 시달리든 자기확신이 있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필요를 채우고 싶은 게 당연하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추가 되는 것이 인정 욕구다. 그것도 남들이 해주는 인정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자신을 인정해주고 싶은 마음이 제일 앞선다. 세상 그 누구도 형편없는 인간으로 인식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물며 자기불안이 있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이들은 남들과 본인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자신이 그래도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입증하려 애쓴다.



스스로 변화하기로 결심했다면, 인내심을 갖고 자신을 이해하며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자존감은 모든 심리의 진원지다.

불안한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안 그런 척하면서, 스스로와 타인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해하는 것, 잘못된 방식으로 불안에서 탈피하려는 것이 나쁘다. 두려워서 아예 시도조차 안 하는 게 나쁘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실패나 패배 경험을 확대해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남들 일이면 그렇게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하다가도, 내 일이 되면 혹독하게 비난한다. 당신도 그런 일을 자주 겪는다면, 이제부터 어린 시절과 그간의 경험을 당신이 자신을 바라보는 이미지 안에 통합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친한 친구를 이해하듯 그런 자신을 최대한 이해해주고 감싸주길 바란다.



자존감이 낮더라도 직업상 크게 성공하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성공을 마음껏 즐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어떤 업무를 수행할 때 꼭 필요한 존재라거나 자신이 없으면 아무 일도 안 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러다 끝내 탈진할 때까지 일한다. 일할 때만이라도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라는 위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은 어디까지나 인생의 중요한 일부로 국한될 때만 그 의미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꺼이 노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 말고도 자신의 건강과 안녕, 취미나 가족, 그 밖의 욕구를 위한 여가 시간이 동등하게 보장받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어느 선까지 일해야 적당한 것인지 알기 힘들다면 스스로 이런 질문을 떠올려보자. '일하지 않을 때 나는 누구인가?'



자기 안에 보상 체계를 잘 구성해놓은 사람은 어떻게든 방향 전환을 해낸다. 이들은 고통스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격렬한 갈망을 품는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다면 자신이 가진 극복 전략과 실력을 일일이 복기해서라도 그것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명심할 것은 당신의 욕구와 바람을 항상 우선순위에 두라는 것이다. 당신은 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공한 경험이나 인상적인 체험담이 있다면 그때 느낀 기쁨을 다시 마음속에 떠올리고 그것이 생생히 흘러넘치게 놔두자. 이 감정에 몸과 마음을 내맡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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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키스


마셔요, 제발 마셔요.

보면서 못 보는 체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입술을 다물고 눈으로 말하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뜨거운 사랑에 웃으면서 차디찬 잔 부끄럼에 울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세계의 꽃을 혼자 따면서 항분(亢奮)에 넘쳐서 떨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미소는 나의 운명의 가슴에서 춤을 춥니다.

새삼스럽게 스스러워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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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서점
이비 우즈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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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서점

저자 이비 우즈

인플루엔셜(주)

2024-07-30

원제 : The Lost Bookshop (2023년)

소설 > 세계의 소설 > 아일랜드소설





오펄린의 이야기


때는 1921년 런던.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남자와 결혼한 어머니와 전쟁에서 파편에 맞아 오른쪽 반신이 일그러진 열 여덟 살이나 많은 오빠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기가 막힙니다.

어느 날, 오빠는 이제 막 가업을 물려받은 덜 떨어진 남자에게 시집가라는 말을 꺼냅니다.

"놓치지 아까운 신랑감이야. 아버지 연금으로 어머니가 빠듯하게 살림을 꾸리고 계시잖아. 이제 너도 책은 그만 보고 현실을 직시해."

섬찟한 오빠의 눈빛에 무서움을 느낀 나는 아버지가 사준 「폭풍의 언덕」 초판본을 꼭 쥐며 자신이 짐이라면 나갈 테니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러자 오빠는 아프게 팔을 움켜쥐게 되는데, 버둥거려봤자 어머니는 못 본 척하고 오빠는 더욱 더 움켜쥔 손에 힘을 주니 일단 만나보겠다고 답합니다.


「폭풍의 언덕」과 「파리의 노트르담」 양장본을 살펴보다 아버지가 남긴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본 가게 주인 터튼은 이를 팔라고 얘기합니다.

앞서 두 책은 그나마 후하게 쳐서 2파운드밖에 안 된다고 했는데 잘 보존된 희귀본인 「데이비드 코퍼필드」의 가치를 안 터튼은 15파운드를 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나는 터튼에게 5파운드 더 얹어 20파운드로 값을 부릅니다.

터튼이 그 정도의 액수를 지불하거라 생각한데다 훗날 이 책을 반드시 되찾을 수 있다는 확신까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등을 돌렸을 때 나는 「폭풍의 언덕」을 주머니에 슬그머니 넣고 서점을 나오게 됩니다.

그것이 '나'의 서적상 인생의 시작이었습니다.



마서의 이야기


이 나라의 반대편, 어느 마을 외곽의 버스 정류장에서 더블린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보안 시설에서 탈출한 것만 같은 행색을 한 마사는 무작정 더블린으로 향했습니다.

가장 싼 토스트와 커피를 먹으며 지방 신문에서 일을 알아보던 그때 눈에 띄는 단어를 발견하게 됩니다.

[입주 가정부]

마서는 으리으리한 저택으로 향했고 깃털 목도리를 두르고 다이아 귀걸이를 한 보든 부인을 마주하게 됩니다.

입주 가정부가 머물게 될 지하로 안내하는 보든 부인을 따라간 마서는 간이 부엌과 작은 욕실, 벽지는 낡았어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마음에 들어 보든 부인 저택에서 가정부로 일을 하게 됩니다.

다음 날, 옷을 갈아입으려고 보니 창문에서 부츠를 신은 두 다리가 보였고 이리저리 반원을 그리듯 움직이자 마서는 뭐하는 거냐고 언짢아합니다.

주저앉아 불쑥 얼굴을 내민 그의 이름은 헨리, 맹세코 훔쳐보지 않았고 뭘 좀 찾느라 움직였다고만 합니다.

그때 종소리가 들렸습니다.

천장을 뚫고 나온 철사에 매달린 구식종이 울린 것이었습니다.



헨리의 이야기


일기장에 쓴 존재하지 않는 서점에 대해 생각하던 헨리는 이틀째 왔던 펍에 앉아 맥주잔을 감싸 쥐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희귀본 수집가가 서점 주인인 오펄린이라는 여성에게 잃어버린 원고를 언급했다는 편지 한 통만이 단서입니다.

고서를 향한 사랑을 직업으로 인정해주는 이가 아무도 없었는데 경매장에서 우연히 낙찰받은 편지 한 통을 단서 삼아 보물을 발견하게 된다면 희귀본 세계에서 이름을 떨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작은 단서라도 찾아 헤매던 그때 헨리는 그 여자, 마서를 만나게 됩니다.

파란 눈으로 빤히 쳐다보는 것이 화난 기색, 아니 꼭 겁먹은 기색이었습니다.

흉하게 진 멍이 제대로 가려지지 않은 것 보니 험한 꼴을 당한 것처럼 보였지요.

희한한 것은 그녀의 등에 새겨진 커다란 문신이었습니다. 문양은 아니지만 깨알 같은 글씨들이 빼곡했지요.


행방불명된 서점을 본 적 있나요?

혹시 당신 집이 그 서점을 집어삼켰나요?

혹시 시간 되면 저녁 같이 먹을래요?


헨리는 그녀가 서점에 대해 뭐라도 알까 싶어 얼마 안 되는 매력을 쥐어짜서라도 그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사라진 서점


폭력적인 남편을 피해 도망쳐 서점이 있던 저택에서 입주 가정부로 일하게 된 마서와 사라진 작품을 찾아 헤매는 헨리의 이야기입니다.

헨리가 더블린에 처음 도착하던 날 한 서점을 보게 되었는데 그 서점이 이내 사라지게 됩니다. 사라진 서점을 찾아 헤매던 중 나타난 마서.

헨리는 마서와 함께 오펄린의 행적과 함께 사라진 작품을 찾는 여정을 함께 하게 됩니다.

헨리가 마서를 처음 마주했을 때 그녀의 등에서 문신을 보게 되었었는데, 이는 마서가 가진 능력의 하나였습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야기를 등에 새겼던 것이지요.

마서를 고용한 보든 부인도 그저 과다망상이 심한 80대 노인이라고 하기엔 신비스러운 인물입니다.

즉, 사라진 서점을 찾는 여정은 미스터리하고도 신비로움이 가득합니다.





헨리와 마서 그리고 오펄린의 이야기를 통해 사라진 서점을 찾는 여정을 함께 해보았습니다.

처음엔 몰랐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딱 딱 맞춰져가는 스토리에 놀라움을 금치못했죠.

그저 입주 가정부를 구하는 것 같았던 보든 부인도, 신문에서 [입주 가정부]라는 글을 발견하게 된 마서도, 마서를 마주하게 된 헨리까지 이 모든 것이 우연이라기엔 필연같은 우연이었습니다.


또한 신비로움 속에 사랑 이야기도 녹아져 있습니다.

수백 년 동안 그대로 보존한 것만 같은 펍에서 맥주를 마신 헨리와 마서.

완벽한 인생처럼 보였지만 헨리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서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헨리에게 털어놓게 됩니다.

이가 부러진 것은 애교였습니다. 갈비뼈가 두 번이나 부러지고 신장을 여러 번 다쳤다는 고백에 헨리는 겁에 질린 표정까지 내보였죠.

여전히 따뜻하게 맞잡아준 손을 보니 헨리가 마서를 잘 지켜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각각의 인물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왔다갔다 할 필요없이 읽으면 됩니다.

잃어버린 서점에서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도 여운 깊었고 스토리도 순탄하게 흘러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여름 휴가에 들고 갈 만한 책으로 추천합니다.


방에 나타난 책을 읽기 시작한 마서는 어떠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마서를 입주 가정부로 들인 보든 부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

헨리와 마서의 사랑은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헨리와 마서는 잃어버린 서점을 과연 찾을 수 있을지,

그 모든 것들의 답은 『사라진 서점』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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