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산책시키기

저자 벤 알드리지

혜다

2024-05-30

자기계발 > 인간관계 > 교양심리학






…… 울림을 주는 이 고대 그리스 철학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그 실용성이 마음에 들었다. 실생활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스토아 철학은 2,000년이 넘는 세월을 건너뛰어 오늘날에도 완벽하게 유효한 사상이었다.



스토아학파는 외부 사건, 즉 우리 인생에서 벌어지는 일 대부분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인생은 불 확실하기에 우리가 그 결과를 좌지우지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스토아 철학자들은 외부 사건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 지는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우리는 나의 통제력과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집중함으로써 인생의 주도권을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의 패기를 시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일주일 동안 가장 보잘것없는 음식으로 연명하며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생활해 보라.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이 당신이 두려워하는 최악의 상황인지 자문해 보라. 상황이 좋을 때 앞으로 닥쳐올 나쁜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행운의 여신이 상냥하게 구는 동안 우리 영혼은 그녀가 돌변할 때를 대비해 방어벽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발적 불편함을 실천하는 또 다른 고전적인 훈련법은 베개와 이불, 매트리스 없이 맨바닥에서 자는 것이다. 이는 생각보다 강도 높은 훈련이다. …… 마음만 먹으면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중요한 것은 실생활에서 몸소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애완 바나나 또는 애완 채소를 데리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으로 산책을 가 보라. 개인적으로 나는 애완 채소를 더 선호한다. 이유를 묻는다면…, 바나나는 물러 터지기 쉬우니까? 이유야 어찌 됐건, 중요한 것은 애완 바나나나 애완 채소나 창피하기는 매한가지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길이 막히거나, 기차가 연착되거나, 줄을 서서 오래 기다려야 할 일이 생긴다면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해 보자. 논리 호스를 기억하는가? 자, 당장 논리를 발사하라! 아니면 잠시 로봇이 되어 지금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라. 상황을 판단하지 말고 그저 흘러가도록 두라. “나는 지금 차가 막히는 도로 한가운데 갇혀 있다.”라고 객관적인 상황만 말해 보라. “엉망진창이야!”라든가 “늦을 것 같아.”라는 말은 덧붙이지 말자.



우리는 인생에서 누리는 많은 것들을 너무나도 쉽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상실을 생각하는 것은 이런 태도에 대항하는 완벽한 방법이다. 배우자, 가족, 친구, 반려동물, 건강, 멀쩡한 감각과 사지, 직업, 돈, 집, 자동차, 노트북, 휴대폰, TV, 옷, 추억이 담긴 물건 등 상실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목록으로 작성해 보라. 처음부터 상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면 이 훈련이 훌륭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당신의 삶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린다면 어떨까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라. 매일 밤 이를 닦으면서 감사한 일을 모두 읊어 보라. 사방팔방 치약을 튀기지 않으려면 소리 내지 말고 머릿속으로 되뇌는 게 좋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인류를 사랑하고 타인을 포용하는 태도를 기르고자 노력했다. 말하자면 '우리는 모두 운명 공동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포용성은 스토아 윤리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이 단어는 번역하기 매우 까다로운 용어인 '오이케이오시스oikeiosis'라는 개념에서 유래했다. 최선을 다해 설명해 보자면, 오이케이오시스는 우리가 무언가를 자신의 것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시간을 내어 주변의 아름다움을 감상해 보라. 걸음을 멈추고 장미 향기를 맡아 보라. 인생은 언젠가 끝이 나고, 그럼 더 이상 피자를 먹을 수 없게 될 거란 걸 기억하라. 미래는 불확실성의 연속임을 기억하라. 그리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하지만, 괜찮다. 당신에게는 어떤 어려움에도 맞설 수 있는 힘이 있으며, 훈련을 통해 그 힘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외부 사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이냐에만 집중하라. 그리하면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럽고 통제 불능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어떻게든 통제력을 되찾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마



온 집안에 퀴퀴한 돼지 비린내

사무실패들이 이장집 사랑방에서

중돋을 잡아 날궂이를 벌인 덕에

우리 한산 인부는 헛간에 죽치고

개평 돼지비계를 새우젓에 찍는다

끗발나던 금광시설 요릿집 얘기 끝에

음담패설로 신바람이 나다가도

벌써 예니레째 비가 쏟아져

담배도 전표도 바닥난 주머니

작업복과 뼛속까지 스미는 곰팡내

술이 얼근히 오르면 가마니짝 위에서

국수내기 나이롱뻥을 치고는

비닐우산으로 머리를 가리고

텅 빈 공사장엘 올라가본다

물 구경 나온 아낙네들은 우릴 피해

녹슨 트랙터 뒤에 가 숨고

그 유월에 아들을 잃은 밥집 할머니가

넋을 잃고 앉아 비를 맞는 장마철

서형은 바람기 있는 여편네 걱정을 하고

박서방은 끝내 못 사준 딸년의

살이 비치는 그 양말 타령을 늘어놓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농무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저자 김미옥
파람북
2024-05-10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글쓰기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나는 나무에 기대어 울었다. 혹독했던 그녀의 시대가 나의 시대에도 별반 달라질 게 없다는 절망감 때문이었다. ‘돈과 자기만의 방’이 없는 가난한 여자가 무슨 글을 쓰겠는가? …… 그때 다시 나를 구원한 건 '읽고 쓰는' 것이었다.


책도 사람처럼 운명이 있다. 인간에게 자기만의 서사가 있듯 책도 자신의 역사가 있다. 누군가의 서명과 여백에 깨알같이 쓴 글은 책이 살아온 시간이 아니겠는가. 헌책을 대하는 나의 자세가 경건해질 때가 있다. 책을 소장했던 이의 품격이 느껴지는 경우다.


그날따라 상당히 많은 책이 집에 도착했다. 차를 주차하고 있는데 경비아저씨가 집배원이 맡긴 책 박스와 책 봉투를 들고 있었다.

"매일 웬 책이 이렇게 많이 오나요?"
"책이 저를 찾아오는 겁니다."


백석은 감성과 열정과 지성을 갖춘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백석은 내게 '연애하는 남자'로 생각된다. 그에게 결혼은 어울리지 않았다. 너무 열정적이어서 그의 사랑은 탐색이 없었다. 첫눈에 반하면 구혼으로 직진했다. 세 번의 결혼을 하고 종종 사랑을 했는데, 그게 묘하게 어울렸다. 누구의 남자도 아닌, 그냥 백석이었다.

그녀가 믿으니 모두 그렇게 믿었다. 그래서 오늘날 '아름다운 나타샤'는 자야가 되고 '가난한 나'는 백석이 되어 눈길 푹푹 빠지는 산속에서 당나귀는 지금도 응앙응앙 울어대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생태계의 입장에서나, 인간 자신의 입장에서나 너무 빨리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랐다는 것이다. 인간은 최근까지도 잡아먹히는 쪽이었기에, 포식자에 대한 공포는 상대방에 대한 공격성과 잔인성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결국 인간이라는 종 사이의 파멸적인 전쟁이나 인간에 의한 다른 종의 무차별적 파괴는 인간의 너무 빠른 도약에서 기인한다는 결론이다. 그의 말대로 인류는 스스로의 힘을 어쩌지 못하는 자연계의 폭군이 되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생태계의 복수일 수도 있다.
공존의 그늘이 깊고 길다.


나는 글을 읽다가 '아주 가정적'이란 표현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카프카는 가끔 나를 웃게 하는데 특유의 진지한 유머 때문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진지한 농담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글렌 굴드의 바흐입니다. 가능하다면 인적이 드문 산길이나 호숫가로 가세요. 그리고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으세요. 가을 햇살이 그의 손가락을 빌려 당신의 상처를 치유할 것입니다. 반드시 글렌 굴드의 연주여야 합니다.


최근 나처럼 하늘의 별을 좋아하는 싱글맘이 책을 내고 작가가 되었다. 처음 망설이는 그녀에게 내가 한 말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정직했고 그녀가 잘하는 일은 진솔하게 글을 쓰는 일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짜 노동 - 적게 일해도 되는 사회, 적게 일해야 하는 사회
데니스 뇌르마르크 지음, 손화수 옮김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짜 노동

저자 데니스 뇌르마르크

자음과모음

2024-04-16

원제 : Tilbage til arbejdet

인문학 > 교양 인문학

사회과학 > 사회문제 > 노동문제





가짜 노동의 정의


실제 노동시간은 수십 년에 걸쳐 꾸준히 감소해왔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어떤 일을 하든 주당 37시간을 직장에서 소비하던 시기였습니다.

근대에 접어들어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모든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지만 1990년이 되자 한계점에 도달합니다.

이때 궁금증이 하나 생기게 됩니다.

"효율성 향상과 자동화가 계속되는데도 근무시간을 동결하기로 결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이용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디지털화되었습니다.

필름을 사진관에 맡길 필요없이 휴대용 프린터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프린트할 수 있게 되었고 우표를 구매해 편지를 보낼 필요도 없어졌지요.

이렇듯 사람이 아닌 기계가 하는 역할이 많아졌음에도 정작 자유 시간이 늘어난 것도 아닙니다.

가짜 노동은 이러한 근본적인 놀라움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그 모든 시간을 무엇에 사용하는 것일까요?

90년대 이후 생산성이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산성 증가에서 답을 찾을 순 없습니다.

반면 직장에서 의욕을 잃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은 확연히 눈에 띕니다.


『가짜 노동』에서 영국인의 37%가 자신이 하는 일이 무의미하며, 결근을 해도 회사 일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영국의 한 조사 결과를 언급한 적이 있다. 이 연구는 훗날 네덜란드에서 반복 시행되었고, 응답자의 무려 40%가 이러한 우울한 결과에 동의했다. 2020년 복스미터가 덴마크에서 시행한 조사에 의하면, 덴마크 노동시장의 대표 표본 중 55%는 현재 자신의 직장에서 가치 없는 일을 해야만 한다고 믿고 있었다. 갤럽 역시 이 현상을 조사했는데, 여기서는 질문 및 답변의 옵션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응답자의 무려 76%에 이르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가짜 노동에 익숙하다고 대답했다. 가짜 노동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대답한 사람은 단 21%뿐이었으며, 가짜 노동을 매일 또는 거의 매일 경험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13%에 이르렀다.


(외국인인 저자의 입장에서 작성되었기 때문에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여전히 일을 많이 하고 발명은 너무 적으며, 동시에 자신이 하는 일이 무의미해 의욕 상실을 경험하게 됩니다.

저자의 전작에 따르면, 이는 진짜 노동이 아닌 가짜 노동이 실제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 낭비와 좌절감을 불러일으킨다고 결론짓습니다.



가짜 노동이란, 사회에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자취를 남기지 않는 일을 의미합니다.

과거 우리가 무의미한 일을 하는 사람을 찾아 나섰을 때 사용했던 개념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타인의 가짜 노동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짜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며 우리를 위해 나서주었던 사람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산업 사회에서 사람들은 시간을 노동시장에서 팔았었습니다.

그렇기에 일이 근무시간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고정된 근무시간이 우리의 업무를 결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아무리 근무 시간을 늘린다 해도 생산성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은 많이 증명되고 있죠.




조직의 정직성 재확립


우리가 가짜 노동을 많이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이 직원들이 창출한 가치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그 일을 하는 데 투자한 시간에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인센티브 구조가 형성되었고,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장시간 일하기를 원하며, 더 긴 시간을 채울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일하는 시간을 과장해 보고하기도 한다. 근무시간을 과장하는 데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바로 컨설턴트들이다. 내가 컨설턴트로 일할 때, 한 고객이 회사의 가치를 창출하고 그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계산해달라고 요청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컨설턴트들은 먼저 고객이 지불할 수 있으리라 예상되는 금액을 산출한 후, 거기서부터 금액을 거꾸로 계산하고 이를 시간당으로 나누곤 했다. 그 결과, 우리는 고객이 의뢰한 일을 하는 데 30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는데, 이는 허공에서 뽑아낸 숫자에 불과했다.


2014년, 노키아의 CEO 스티븐 엘롭이 장문의 이메일을 발송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훌륭하고 전문적일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내용만 길 뿐이지 실질적인 정보값을 주지 못한데다 설명이 구체적이지도 명확하지도 않았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 수석 논평인은 한 칼럼을 통해 이러한 소통 방식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꼬집었고 사람들은 그제야 깨닫게 됩니다.

논란거리가 될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던 노키아는 이후 꽤 많은 비판과 조롱을 받았다고 합니다.

실제 스티븐 엘롭과 같은 기업인의 말과 글을 이상할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관심하게 받아들이는데, 저자는 이 점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그리곤 덧붙입니다. 헛소리를 배제하고 명확하게 말하라!


"불문명하고 의미 없는 말이 만연하게 도면 그 조직의 핵심 임무는 (그것이 교육이든, 제조든, 환자 치료이든)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고, 조직은 실질적인 일을 하는 대신 말하는 쪽으로 초점을 옮기게 됩니다. 그 결과, 뭔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분위기 외에는 아무런 결과도 얻을 수 없는 가짜 노동이 발생하게 됩니다."


만약 「파이낸셜 타임즈」의 수석 논평인이 용기 있게 언급하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했으니 자연스레 묻혔을 겁니다.

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는커녕 회피하는 조직에 속해 있으면서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능력마저도 없다면 가짜 노동이 점점 더 확산되겠죠.

헛소리는 진실 혹은 거짓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을 피하거나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것처럼 들리는 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실제 우리 사회는 전문 용어를 한껏 사용해 깊은 인상을 주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사람들을 기업에 투입할 위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조직에는 비판적 사고와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 직원들의 노력으로 생산해낸 구체적 결과물이 필요한데, 터무니없는 말과 정직성의 부재가 이러한 성공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됩니다.

그렇기에 조직 내 허세와 헛소리, 거짓된 언어를 인식할 수 있어야만 가짜 노동에 대항하는 면역 체계를 갖출 수 있습니다.

덧붙여, 단순하고 실제적인 말은 헛소리와 정반대의 개념이니 더욱 명확한 언어를 사용하는 습관을 길들여야 합니다.

우리가 말할 사항보다 상대방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에 더 집중한다면 공허한 헛소리를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메시지를 전달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방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습관을 지녀야 합니다.



가짜 노동의 가장 큰 적진실, 정직, 구체성이기에 저자는 가짜 노동을 없애고 싶다면 다음 사항을 따르라고 권합니다.


-조직 내의 헛소리를 없애야 한다. 당신의 계획서에 적힌 것이 마냥 좋은 의도, 유행어, 기분 좋은 콘셉트뿐이라면 의심스러운 컨설턴트와 함께하는 즐거운 연수 여행을 피하라.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메모와 조직의 홈페이지, 프리젠테이션 및 보고서에서 헛소리를 배제하라.

-진실을 말하는 연습을 하고, 허영심과 '설득'에 초점을 맞추는 일을 피하라.

-겉치레에 신경 쓰지 않고 '부적절한' 말을 하는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들이야말로 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도록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조직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스웨덴 룬드대학교의 경영학 교수인 마츠 알베손은 이런 경우에 직원들은 겉으로 보이는 행동이나 말과 실제로 의미하는 것이 다른 행위, 즉, 표면적으로 화려해 보이는 세계에 익숙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주변인들의 말과 행위가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한, 무엇이 좋고 나쁜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그런 세상에서는 가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상식과 진짜 가치의 재정립


가짜 노동은 직원과 관리자 사이에 불편함이나 당혹감을 조성하기 때문에 금기 사항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다보니 단순히 용기 내어 말 한마디 건넨다는 것이 쉽지 않죠.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고용계약서에서 시간에 대한 사항을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파킨슨의 법칙의 효과를 적용하면 즉, 주 37시간 내에 실질적 업무를 해낸 직원은 그 업무를 완료한 후에는 가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좋은 업무는 그 사람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구인 광고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폭넓게 혹은 애매모호하게 업무를 작성해놓고선 그 어떤 일이든 해내라고 하는 것은 또다른 가짜 노동을 만들어내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기에 적합한 지원자를 찾으면 고용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그가 해야 할 업무에 대해 올바르고 정직하게 설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덧붙이자면 이 단계에 도달하기 전 경영진은 구인 광고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구직자가 무엇을 찾아볼 것인지 무엇보다 우리 회사에 실질적인 일자리가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저는 인공지능, 기계학습, 소프트웨어 로봇과 같은 소위 신기술 도구를 사용하여 업무를 보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러한 업무들의 의도는 수동 작업을 더욱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나 불행하게도 이런 작업들은 종종 가짜 노동일 때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결과적으로 더 많은 가짜 노동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한 컨설턴트가 저자에게 자문을 구합니다.

자동화로 급여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입니다.

실제 업무의 자동화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습니다.

근 수많은 컨터런스의 주제 중 하나가 디지털화와 피할 수 없는 변화에 기업이 대처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전직 덴마크 디지털 분야 개척자인 패터 스바레의 저서에 따르면 불가피성에 대한 생각은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언급합니다.

"현대 기술은 우리와 상관없는 먼 미지의 세계에서 생겨난 것도 아니고, 매우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우리 인간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독립적인 힘으로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현대 기술은 특정한 의제와 견해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발명되었으며, 이는 특정한 목표와 특별한 관심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사용됩니다."


이를 피할 수 없어 무시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잠시 멈추고 내면의 중요한 질문을 들춰봐야 합니다.

예컨대, 디지털화 바람이 불게 되면서 학교 교육의 디지털화에 엄청난 비용을 들이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문해력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모든 학교 지도자들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 믿고 자신들의 공통된 경험을 무비판적으로 무시하게 됩니다.

중요하게 짚어야 할 것은, 이전의 교육 운영 방식에서 벌어진 근본적인 문제는 자문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교육 방식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내면의 중요한 질문을 들춰보지도 않고 불가피하다고 단정짓게 되면 결국 엄청난 비용을 쏟아야 하는 가짜 노동 프로젝트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저자는 디지털화라는 기차에 몸을 싣기 전에 문제를 식별하고 디지털 솔루션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부터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라 강조합니다.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해선 안 되고 이 기차에 올라타 종착역으로 향해 갈 것인지, 지금 여기에 머무를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즉, 먼저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실질적 요구사항부터 파악해야 하는 것입니다.

덧붙여 인공지능은 해결책이 아닌 도구에 불과합니다.

물론 기계가 우리보다 더 현명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컴퓨터는 숫자로 작동하기 때문에 전후 상황을 인간처럼 인지하지 못해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상황도 분명 생기게 될 것입니다.

기계보다 더 빠른 말이 필요할 때도 있기에 인공지능을 솔루션 대신 도구로 사용해 초점을 사용자인 인간에게로 맞춰야 합니다.





매일 새벽 하루를 시작하고 매일 저녁 하루를 마무리하는, 쳇바퀴같은 일상을 지내다보니 때때로 노동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를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컴퓨터와 한 몸이 되어 하루하루를 보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입사 결정을 내릴 당시 뭉뜽그린 업무 내용으로 소개받았었는데 막상 입사하고 나니 엄청난 업무량으로 인해 자발적 야근을 밥 먹듯이 할 때가 있었습니다.

억지로 버티고 버티다 결국 사직서를 내게 되었었는데, 그때 처음 가짜 노동을 겪어보았습니다.

잘 참고 잘 버티는 저도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것이 느껴져 제 삶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껴보았지요.

이렇듯 가짜 노동은 단순히 시간 낭비를 넘어 사람의 삶 자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가짜 노동에 대한 고발을 담았던 이 시리즈는 실제 덴마크 전역에 변화를 주었다고 합니다.

일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은 이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은 게 현실이지요.

대한민국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진짜 노동』을 읽다가 부족한 내용을 좀 더 보충하고 싶어 급하게 「가짜 노동」을 구매해 두 권 모두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내용이 좀 더 보충되긴 하는데, 풀어쓴 경향도 없지 않아 있어 진짜 노동만 읽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